Led Zeppelin - Physical Graffiti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노래 / 워너뮤직(WEA) / 1993년 11월
평점 :
품절


1975년 제플린 멤버들이 직접 세운, 스완 송(Swan Song) 레이블을 통해 나온 [Physical Graffiti]는 그들 최초의 더블 앨범이다.

'2' 장에 나눠 담긴 풍부한 곡들은 다양한 대비를 갖고 있다. 첫 번째장의 곡들이 볼록한 돌출적인 힘이 느껴진다면, 두 번째장에는 오목하니 어떤 유유자적한 흐름을 담아내는 듯 하다.

첫곡 'Custard Pie'는 약간 불투명한 음색의 보컬과 일정한 높낮이로 흥겨운 입체감을 주는 드럼 연주가 독특한데, 귀족적인 느낌마저 나는 곡이다. 이어서 나오는 'The Rover'를 듣노라면, 안에서 뭔가 알록달록한 먼지가 일어날것만 같다. 특히 이 곡에서도 보컬이 선명함 보다는 약간 비틀어진 맛이 나는데, 반항적이면서도 섹시하게 들린다. 5번 곡 'Trampled Under Foot' 는 부담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데, 특히 결정적인 부분에서 쨍그랑 하듯 들리는 보컬과 연주가 짧지만 인상적이다.

이국적인(인도풍) 먼 풍경을 안으로 따라 들어가는 카메라의 시선처럼 신비한 인트로를 가진 'In The Light'는 두 번째장의 첫곡에 올려져 있다. 여러 겹의 보컬이 이 음악의 두터움과 중층성을 더욱 일깨워주는데, 어떤 공간에 여진을 계속 남기는 느리지만 무거운 파동을 가진 곡이다. 이어지는 곡은 상큼하면서도 목가적인 분위기로 전환을 독려하는 'Bron-Yr-Aur'가 보컬 없이 차분하고 짧게 울린다. 'Down By The Seaside'는 한없이 늘어지는듯한 너무도 가볍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그러다 너무 밑으로 쳐지지 않게 뒤에 약간의 흥겨운 반전이 있다.  'Ten Years Gone'은 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독특한 세련미를 갖춘 곡이다. 느릿 느릿 하면서 약간의 템포 변화로 감칠맛을 준다. 'The Wanton Song'에서는 속도감이 붙는데, 'Trampled Under Foot'과 약간 흡사하다. 그리고 'Boogie With Stu'는 '락 엔 롤'의 부기 버전으로 봐도 좋을 듯 싶다. 일상적인 짤막한 대화로 특이하게 시작하는 'Black Country Woman'은 또 한번 로버트 플랜트의 기묘한 보컬의 세계를 맛보게 만든다. 우는 듯 마는 듯한 그 적절한 톤은 비애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앨범에는 이렇게 다양한 빛깔을 가진 좋은 곡들이 가득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두 갈래의 도드라진 양각을 새긴) 두 곡은 첫 장에 실린 3번과 6번 트랙의 'In My Time Of Dying' 'Kashmir'이다.  다른 어떤 밴드들도 쳐다보지 못할 하나의 영역을 나타내는 곡이기도 하다. 그들만이 생산해낼 수 있는 '음향의 멋진 유랑'이 광야로 향하는 듯 하다. 세세한 곡 설명이 오히려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들 거 같다.

 

이 더블앨범에서 '2'로 나뉨, 그 곡들의 배치는  마치 거친 모래를 가진 땅과 부드러운 모래를 가진 촉촉한 해안가를 연상케 한다.  제플린의 겉으로 발산하는 힘과 내면으로 스스로 유유자적하는 풍류. 그 안과 겉이 이 앨범에 남김없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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