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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전: 이론과 비평 ㅣ 한나래 시네마 12
수잔 헤이워드 / 한나래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사전'의 형식을 갖추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사전류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저자는 이 책에 어느 정도 (개인적) '의도'를 심고 있는데, 평이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고 미지근한 설명에 구애받지 않고, 대신 좀 더 '능동적인 영화와의 조우'를 가능케 하는 영화에 대한 '것'들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어디에 치우치거나 침소붕대하는 제스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이 영화에 대한 비판적인 읽기를 독려하면서, 편견까지 부추키지는 않는 '균형 감각'이라 할 것이다.
각 용어의 설명도 그 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용어와의 연계성, 그리고 다른 지식에 대한 관심을 유발한다. 그것은 저자인 '수잔 헤이워드'가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수준 위에서 뭔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적당한 레벨은 갖춘 거라 짐작되는 부분이다.
영화에 끌려가듯이 시간 때우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이 책은 몇번 들추다 말 것이 뻔하다. 가끔 '지독한 감상'도 마다하지 않는, 훌륭하지만 지루한 영화도 견뎌내고 스스로 대견해 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나중에 악몽이 되지 않게 이 책이 몇개의 해몽 역할은 해줄 거 같다.
번역이 약간 불안한 곳이 가끔 보이지만, 매끄러움과 섬세함의 차이 정도이므로, 읽기에 지장은 없어 보인다. 이렇게 영화에 대한 용어를 (개념적으로) 철학, 정신분석학 등이 스며들게 하면서 '이데올로기' 를 의식하게 만드는 책은 따로 만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작은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