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에서 6월 들어 구한 책들이다.

 

 

 

 

                                     <괴델 불완전성 정리>

발터 벤야민의 책을 이제서야 보게 됐다. 그런데 이 책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초판이 1983년인데, 내가 산 책은 2006년(23쇄)이니까 거의 20년 동안 개정(판)이 없었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본문에 글씨 크기도 요새 책들과 달리 작은 편이다. 작은 바램이 있다면, 가독성을 살린 개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은 벌써 인터넷 서점 대부분 품절이다. 저자는 파리에서 일반언어학과 기호학을 전공했는데, 책의 구성은 논문 형식으로 문화와 사회, 그리고 구조주의에 걸쳐 기호학의 밀접한 힘을 다룬 것으로 보인다.     <괴델 불완전성 정리>는 다른 괴델의 책에 비해 두껍지 않고, (중학생도 이해할 만큼) 쉬운 설명을 시도했다는 머리말에 이끌려 고른 책이다. 얼핏 넘겨 봤는데, 그렇게 쉬워 보이진 않는다. 혹은 요새 중학생들 수준이 내가 가늠하기도 어려울 만큼 수준이 높던가.. 끙!

인지과학에 대해 왠지 어설프게 아는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아서, 일단 점검 차원에서 작은 책을 구했다. 무슨 전자제품 메뉴얼 크기와 두께 만한 책인데, 이 짧은 소책자에 인지과학의 개념을 어떻게 넣었을지 궁금해진다.      데이비드 보드웰의 <영화 스타일의 역사>는 제목과 달리 그리 만만한 책으로 보이진 않는다. 한국어판 저자 서문에 보면, 이 책은 제목처럼 단지 영화 스타일의 역사를 다룬 것이 아님을 밝힌다. 이어서 덧붙이기를 "하나의 연구 전통 안에서 서로 다른 학자들이 어떻게 하나의 공통된 질문에 대답하려 해왔는가에 관한 연구이다." 그 밑에 "즉 이 책은 학자들이 영화사를 기술해온 원칙들과 실천들을 연구한다. ... 나는 편집, 촬영, 기술, 연출 등 영화 테크닉 안에서의 변화와 연속성에 관해 학자들이 어떻게 이해해왔는가에 주목한다."라고 이 책의 성격을 표현한다. 잠깐 훑어 본 느낌은, 약간 전문적인 냄새(가령 쇼트 분석)가 나는 책으로 보인다. 책 표지도 그렇고, 판형도 약간 큰게 손맛도 부드럽고 괜찮다. 읽기도 전에 좋은 책일거란 예감이 온다.   

 

 

 

 

 

금강경은 여지껏 몇 권을 봤는데 역자의 시각이 가미된 해설서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그리고 한역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이라는 문명에 한번 걸려진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 구한 <금강경 역해>는 산스끄리뜨(범어) 원전을 번역한 것이다. 책의 구성은 먼저 산스끄리뜨 원문을 제시하고, 이어서 두 가지 한역인 구마라집과 현장역을 달고나서 우리말 번역을 실었다. 그리고 산스끄리뜨어 원문에 바로 우리말을 붙여 놓은 [대역]은 완전한 문장의 맛은 떨어지지만, 직관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끝으로 아마 이 번역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주해]가 있다. 각 단어에 대한 어원 해석과 더불어 이와 관련된 다양한 배경들을 알려준다.      붓다의 말씀이 담긴 가장 오래된 경전 중 하나인 <숫타니파타(小部阿含)>를 전재성 역주로 된 것으로 구했다. 이 책 역시도 한역이 아닌 빠알리어 원전 번역서다. 이 책은 어찌보면 읽기 수월한 감이 있는데, 바로 우리말 번역부터 나온다. 그리고 본문 아래 역주를 통해서 단어라든가 참고할 만한 것들을 꼼꼼하게 챙긴다(역주가 총 2582개가 된다). 따라서 처음엔 가볍게 역주를 무시하고 우리말로 번역된 것들만 읽어도 될 듯 싶다.

<능엄경>도 번역서가 여럿 있는데, 우선 이 책을 골랐다. 한역(반랄밀제 역)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라 그냥 한문에 구애 없이 읽을 수 있다. 역주는 최소화해서 책 말미에 붙여 놓았다.      <좌선삼매경>은 초기 선경을 대표하는 경전으로 구마라집이 402년에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선입문서'로 괜찮은 책일듯 싶다. 이 책은 모사이트에서 사은품으로 염주까지 같이 받았는데, 염주 욕심에 고른 책이긴 하지만, 좋은 선택이었던 거 같다.      <인도사 108 장면>은 인도역사를 108 주제를 통해서 고루하지 않게 볼 수 있게 만든 책으로 보인다. 책 표지도 그렇고 편집도 현대적이고 시원스러운 맛은 있는데, 본문에 들어간 사진들의 양이 적고, 크기도 작은 편이다. 그래도 주제들을 흥미롭게 잡은 것들이 눈에 띄어서 훑어 보기엔 좋아 보인다.

 

 

 

 

 

                     <사단칠정론> <동양의학의 기원> <불교 임상심리학>

<동양의 합리사상>은 동양의 합리성을 논리(학)적인 측면에서 다룬 책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었는데, 1부는 인도사상, 2부는 중국불교와 중국 고대사상에서의 논리를 다룬다. 저자 쓰에끼 다께히로는 비트겐슈타인, 기호논리학 등에 관한 책을 썼고, 비교사상에도 큰 관심이 있는 학자로 보인다. 잘 눈에 띄지 않은 책이지만, 동양의 논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한테는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사단칠정론>은 예전부터 사려던 책인데, 이제서야 구했다. 글자 크기가 작고 좀 두툼한데, 당장은 아니라도 나중에 천천히 볼 생각이다.      <동양의학의 기원>은 동양의학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모아져 있다. 저자(박희준)는 동양의학의 전문가는 아니고, 동양학 전반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 책은 동양의학의 역사를 5,000년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도덕경>, <논어>, <장자> 속에서 의학을 살피기도 한다. 또한 주역, 황제내경 그리고 현대 물리학, 카오스, 시스템 이론 등도 짦막하게 다뤄진다.     <불교 임상심리학>은 불교 '유식학'을 저자의 시각을 통해 현대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있지만, 시선을 크게 끌 만한 것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의학의 진실>은 지금 현대 의학의 치부를 건드리는 건 아니고, 과거 거의 미신 행위에 가까운 (주로 유럽의) 의학을 드러내려는 책 같다. 나중에 천천히 읽어 볼 생각이다.

그리고 <HOW TO READ 시리즈>로 

이렇게 세 권을 구해서 읽었다. <라캉>이 제일 마음에 들었고, <니체>는 기대보다는 좀 밋밋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짧은 책 한권으로 그의 전기, 후기 사상을 정리해주는 것 만으로도 일단 만족한다.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자꾸 미루게 된다. 천성이 게으른가?  

 

 

이렇게 6월 들어 구한 책들 중에서 몇 개를 골라 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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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 관련이 있는 책들-

 

 [괴델 / 데이비드 보드웰]

 

 

 

 

융과 괴델이라.. 선뜻 이해하기 힘든 궁합이다. 거기다 갑자기 묘한 복잡함이 고개를 든다. 라캉은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라캉을 앞세운 활객 지젝은 융에 대해 비판적이다. 데이비드 보드웰(David Bordwell)에 대해선 이미 <영화예술>이란 책을 통해, 그의 영화에 대한 식견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아카데믹하다고 해야 하나? 뭔가 체계적인 정리와 더불어 왠지 믿음직스러운 주장을 펼친다. 특히 작가주의 영화는 물론 대중영화, 그리고 영화사와 영화 이론 전반에 걸친 지식이 돋보이는 학자로 보인다. 동양권 영화에도 큰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오즈 야스지로나 홍콩 영화에 대한 책도 집필한 경험이 있다(<Ozu and the Poetics of Cinema'1988>와 <Planet Hong Kong'2000>). 거기에 부드러움과 위트를 바라는건 큰 욕심이겠지.. <세계영화사>, 이 책도 탐이 나는 책들 중 하나다. 곧 구할 예정인데, 특히 제 2권에 평소 관심 있던 영화작가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 우선 선택할 것 같다.

 

[인지과학 / 불교심리]

 

 

 

 

우선 <이미지와 마음>이 가장 눈에 띈다. -영화, 철학, 그리고 인지과학-이란 부제를 가졌는데, <영화인지기호학>과 같이 두뇌에 바로 지적인 자극을 안겨다 줄 책으로 보인다. 저자 그레고리 커리의 이력은 좀 특이한데, 경제학과 철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특히 철학 분야는 저술 제목을 보니까 '분석철학'쪽이었던거 같다. 그러다가 그 후에 예술철학(미학)과 심리철학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런 경향으로 볼 때, 쉽게 비약하지 않는 분석적인 기류에 미학적인 감각으로 영화라는 예술-대상을 인지적인 측면에서 다루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본다. 읽기도 전에 지나친 추리를 남발한 것은 아닐까?        최근에 불교를 현대심리학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시도들이 자주 보인다. 아마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좀 더 전문적인 연구들이 생겨날 거 같기도 하다. <불교와 심리>는 단행본은 아니고 2006년 창간호라 되어 있는데, 그렇게 눈에 띄는 주제들은 보이질 않는다.  알라딘에는 없지만, 가와이 하야오가 지은 <불교와 심리치료>는 불교와 심리를 주제로 한 책으로는 그래도 영양가가 있어 보인다.

 

[숫타니파나 / 능엄경]

 

 

 

 

 

 

[금강경]

 

 

 

 

 

 

 

 

<성명쌍수로 풀이하는 금강경 진해>

 

 

 

 

                                                                                             <금강경>  <금강경 파공론>

'금강경'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그리고 이렇게 많은 금강경 중에서 좋은 금강경의 거울(번역, 해설서)을 고른다는 것도 참 어려울 것 같다. 여기에 독특한 제목을 가진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이 보인다. 대개 제목이 이렇게 뭔가 새로운 비밀을 알려줄 거 같은 책들이 실제로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어떨지.. 모르겠다.

이 많은 금강경 책 중에 잠깐 한 권을 짚어 보고, 끝내야 할 것 같다. 바로 지욱대사(智旭大師)가 지은 <금강경 파공론>이다. '파공론(破空論)'이란 글자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공을 깨부순다'는 것이다. 즉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 시기(명나라)에도 '금강경'의 '공(空)'에 집착하는 많은 무리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러한  악취공자(惡取空者)의 어리석음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서술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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