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he Cost of Living / 살림 비용



원서 읽는 친구들과 함께 읽는 책이다. 책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읽는 것이 좋은 건지, 아니면 아무런 정보 없이 읽는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스포일러에 강한(?) 사람이라 내용을 알고 있는, 설사 그것이 소설이라 해도 내용을 알고 읽는 걸 전혀 꺼리지 않는데, 이 책은 정말 말 그대로 책 제목만 알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한 극찬이야 진즉에 많이 들었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살림 비용』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시작해 이 책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당최 예상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이혼이 이 책의 전면에 등장하는 화두인 것 같다. 20, 아니 20년간의 잠수 후 고개를 들어보니 폭풍우가 치고 있고, 돌아가야 하는 저 보트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혼을 결심하는 장면을 데버라 리비는 이렇게 포착한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잘 정돈된 서재를 떠나 헛간 같은 곳에서, 혹은 베란다에서 추위에 덜덜 떨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작가의 삶은 고단하고, 그리고 자유롭다. 그녀는 너무 당당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자유인가. 이혼으로써 그녀는 정말 자유로워졌는가.

 


I became physically strong at fifty, just as my bones were supposed to be losing their strength. I had energy because I had no choice but to have energy. I had to write to support my children and I had to do all the heavy lifting. Freedom is never free. Anyone who has struggled to be free knows how much it costs. (22p)


 

오랜 기간, 여성은 이혼 당할수 있었지만, 이혼 수는 없었다. 이혼의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이혼의 주체가 될 수는 없었다. 필리스 체슬러의 표현대로, ‘여성은 한 집안의 재산(property)’이었다. 가정 폭력의 희생 여성들이 폭력적인 남편들에게 떠나겠다라고 말한 직후 극한 방법으로 보복당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결별 이후, 여자친구나 전 아내는 물론 그들의 가족에게까지 복수하는 남성들은 여자가 자신의 의지로 떠날 수 있다는 걸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떠나려는 여성을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폭력을 사용한다.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작가는 이런 여성들과는 다르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 생활을 더 지속할 수 없음을 알았고, 그래서 그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애지중지 아꼈던 책들을 상자채로 쌓아놓고, 더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아이들의 생계를 위해 아프거나 우울해할 시간이 없었다. 어디서든 썼고, 틈나는 대로 썼다. 잠을 어떻게 자는지 알지 못한 채, 잠자고 일어났다. 이혼하는 전 남편이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가 아닌 바에야, 이혼은 여성에게 가난을 의미한다. 그녀는 그 길을 씩씩하게 간다. 나는 그녀가 가난해졌기에’, ‘글 쓰는 환경이 더 어려워졌기에이혼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아쉬워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결혼 후 아이의 양육을 책임졌던 사람이 여성인 것처럼, 이혼하는 경우에도 아이의 양육을 책임지는 사람은 여성이라는 점.

 


완벽히 자유로워지기로,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으로 살기로 결정하는 그 중요한 순간에도, 여성은 자식을, 자녀를, 새끼를 옆에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 먹을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내 새끼 입에 뭔가를. 넣어야 한다는 것.   

 




 













2. 임신 중지

 


<오늘의 메모> 임신중지는 본질적으로 트라우마적이다. Childless vs Childfree, 수치는 여성적인 감정, nation building으로서의 재생산, 자궁을 경유한 식민화, 좋은 어머니란 백인이며 사회, 경제적 자원을 보유한 여성. ‘미안해하지 않는임신 중지.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피임할 책임에 대한 부분이다. 피임할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가. 여성에게있는가. 계속해서, 집중해서, 따져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사랑을 말하는 자, 네 피임법으로 나를 설득해라. 설득해 보아라.





 

 













3. An American Bride in Kabul

 


이 책은 반 정도 읽었는데 요즘에 『폭력의 고고학』 읽으면서 안데스 산맥 돌아다니느라 잠시 중지 상태다. 이 책, 저 책 유랑하는 이 버릇을 반드시 고쳐야 할 텐데. 솔직히 안 고쳐질 거 같기는 하다.

 


필리스 체슬러의 <카불 탈출기>는 다음에 정리하기로 하고, 오늘 쓰고 싶은 부분은 이 부분이다. 그녀는 드디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게 되었다. 3개월짜리 아프가니스탄 여권과 비행기표를 손에 쥐었는데, 이 비행기는 모스크바를 경유한다. 그 와중에, 정말 이 와중에 그녀는 책을 읽는다. 그 책은 바로 한나 아렌트의전체주의의 기원』.







 


체슬러의 상황은 어땠나. 체슬러는 간염을 앓고 있었고, 본인이 의심(?)한대로 임신 중이었다. 떠나겠다는 그녀를 남편은 지속적으로 폭행했고, 병을 치료하는 대로 카불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라며 협박했다.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의 건강 상태, 그야말로 죽기 직전의 상태로 탈출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사랑했던 남편에게서 도망치고, 임신을 했고, 간염에 걸려서, 기한이 정해진 여권을 들고, 모스크바를 경유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직 탈출이 완벽하게 성공한 것도 아닌데. 그녀는 읽는다, 『전체주의의 기원』을.  




 



체슬러, 나는 정말 당신을 좋아하고, 당신의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내가 읽은 당신의 모든 책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읽었다는 그전체주의의 기원』이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책 맞는 거지요? 우리 두 사람 책이 똑같은 거 맞지요?

 


 



 


4. Under One Roof

 


올해 내가 특별히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은 게 아니라, 다른 책을 덜 읽다 보니 결과적으로 로맨스를 많이 읽은 셈이 되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로맨스를 많이 읽다 보니 다른 책을 읽을 짬이 없었다는 그런 뜻 되시겠다. 하여, 친구에게 이제 로맨스 그만 읽어!’라는 처방을 받았으나, 어쩌나요. 이 책은 그 처방전이 출력되기 전에 구입한 것입니다.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책 정보가 없다. 킨들 없이도 킨들 앱으로 읽을 수 있다길래, 3.29달러면 저렴하다 생각해서 구입했는데, 오더블(6.29달러)도 사고 싶네? 그러다 보니 원치 않게 과소비하고 말았다.


 

『The Love Hypothesis』Ali Hazelwood의 소설이고, 급하게 쓰셨나 분량도 적다. 제목이 소설 내용을 다 말해주는 로맨스 되시겠다.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한 집에 살게 된 여남 주인공이 여차저차한 일들을 거치면서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 좀 특이한 점이라면 여자주인공이 환경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인데, 남자 주인공은 에코의 적 석유 회사의 변호사. 서로를 미워할 만한 이유를 가지고 시작하는 동거 생활. 강력한 미움은 강력한 애정으로 변하게 되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쩜쩜쩜.

 


가끔 내부가 어두운 지하철이 있어 책을 읽고 나면 하염없는 눈물이 쏟아져 내려 요즘은 지하철에서 책을 잘 못 읽고 있다. 핸드폰을 들고 귀로 들으며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데 참 신나게(?) 잘 읽혔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Popular Highlights>라는 기능이 있는데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하이라이트한 부분을 알려준단다. 이를테면, 이 문장은 1436명의 사람들에게 선택 받은 문장이라는 것.





열흘 전쯤이었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50명 고르면 거기에 뽑힐 게 확실한 예쁘고 똑똑한 내 친구. 그 바쁜 친구가 서울에 잠깐 올라온다고 해서 눈으로 읽으며, 귀로 들으며 친구를 만나러 갔다. 하늘은 파랬고 한강은 넘실거렸다.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어폰 속에서. 블루 러브. 러브 이즈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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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13 11:11   좋아요 1 | URL
배송이 오늘 되는 관계로 이번주는 한 주 쉬어가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13 12:2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 아... 맞아, 추석이었죠. 그럼 민족대명절인 관계로 책탑 페이퍼는 이번주만 쉬는 걸로 하지요. 제가 정했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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