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정 사랑하는 조국 때문에 원치 않게 사생활 공개 좀 해 본다.
중, 고등학교, 최근에는 대학교에서도 봉사활동을 장려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의 경우 총 15시간인데 학교 활동(전체학생이 참가하는 활동)을 통해 7시간이 주어지고 나머지 8시간은 개인이 채워야 한다.
큰아이는 자사고나 특목고에 갈 생각이 없던터라 학교에서 정한 봉사시간 외에 다른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벌써 2학기라 서둘러 봉사 활동할 곳을 찾아보았다, 큰애가.
고등학교 땜에 자기소개서 쓸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폼 나는 곳, 일테면 국립 중앙 박물관 등을 알아보라 했으나 본인이 싫다 했다. 그럼 도서관에서 봉사활동하는 걸 알아보라 했더니 그것도 싫다고 했다. 그래서 큰애가 찾아낸 봉사활동이 ‘@@천 @@ 축제’라는 지역 행사의 진행 요원이고 다른 말로는 거리 미화 작업, 쓰레기 줍기였다. 중1 아이를 혼자 보내기 좀 그래서(과보호 엄마) 아이와 같이 봉사 장소에 갔다. 줄을 서 명찰을 받는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고 길건너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끝날 때쯤 같이 돌면서 쓰레기를 주웠다.
재작년에 아이가 찾아온 봉사활동은 ‘@@산 정화 산업’이었나, 아무튼 산책로 쓰레기 줍기였다. 다른 일정도 없는 토요일이라 온 가족이 산행 가는 분위기에 비닐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줍는 아이를 따라 산길을 걸었다. 제대로 한 번 걸어볼까 하는 시점에,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내려가라는 지시. 쓰레기가 너무 적다 걱정하는 아이와 함께 또 쓰레기를 찾았다. 내려오니 아이들이 쓰레기 봉투를 내고 초코파이와 생수, 요구르트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엄마는 저리 좀 가시라~~는 눈빛에 아이와 이만큼 떨어졌다. 아이가 거의 맨뒷쪽에 줄을 섰는데도 초코파이를 받고 보니 예정시간 보다 40분이나 일찍 끝났다. 우리 식구는 쾌제를 부르며 네팔 카레를 먹으러 갔다.
큰아이가 친한 친구와 봉사활동을 갔으면 했는데 그 아이는 국내 굴지의 기업 S사에 일하시는 아버님이 계신 그곳에서 봉사 시간을 받을 수 있다 했다. S공사에 다니는 남편을 둔 아는 언니는 자신의 자녀 뿐 아니라 친구 자녀의 봉사 활동 확인서도 척척 발급해 주셨다. 다들 그런 식으로 한다. 불법이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아이 봉사활동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말하는 이유는, 우리 아이만 진짜 봉사 활동을 하고 봉사 시간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특별히 나빠서가 아니라, 이것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뜻이다.
조국 후보자의 딸 진학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아이가 고대에 들어갈 만한 실력이 있었는가이다. 오버스펙이었다. 아이비리그에도 갈 수 있는 성적으로 고대에 들어갔다. 장학금 문제는 좀 아쉽기는 하지만 사실 그대로다. 서울대생의 70퍼센트 이상이 장학금을 받고 서울대 대학원생의 80퍼센트 이상이 장학금을 받는다.
사태가 이정도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묻는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고등학교 때 무슨 책을 읽었는지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불법이 분명해 보이는 방법으로 취득한 생활 기록부를 온 언론이 돌려보는 일이 정말 어른이 할 일인가.
내로남불이라 하던데... 백번, 천번 양보해 불륜이라 하자. 불륜에도 사정이 있고 불륜에도 급이 있다. 결혼 초부터 마음이 안 맞아 한 달도 안 돼 별거하던 이의 불륜. 이혼은 하지 않았기에 법적으로는 혼외 정사가 맞다. 불륜이다. 이런 불륜과... 10년이상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고 뒷바라지를 해온 아내를 두고 ‘아, 나의 뮤즈, 나의 여신이여!’ 하면서 딸 또래의 여성과의 불같은 사랑에 나선대도 역시 불륜이다. 그나저나 같은 거야,라고 말한다면 난 또 할 말은 없다.
언론의 비겁하고 치졸한 대국민 사기극은 검찰의 등장으로 이제 절정에 이르렀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고소고발이 있었다고 그 때마다 검찰이 나섰던가.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압수 수색을 했다고? 공소시효 마감 전이라 소환 없이 기소를 했다고?
조국이나 되니 25일을 버틴거다. 보통 사람은 3일, 아니 반나절만에 만신창이가 되고 말 것이다. 이 검찰은 피의사실을 언론에 지속적으로 흘려보냄으로써 전직 대통령에게 사회적 죽음을 종용한 집단 아닌가. 기술과 경험과 권력이 충만한 집단 아닌가. 어느 누구도, 어느 개인도 검찰의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을 감당해 낼 수 없을 것이다.
너는 왜 그렇게 살았냐고, 왜 그렇게 철저하지 못했냐고 손가락질 하지 마라. 그 손가락질 한 손으로 우린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전과 14범이다. 언론이 감춰줬고 국민은 모른 척 했다.
손가락질 마라.
조국 이 정도면 괜찮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부디 먼저 돌로 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