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은중년 이후, 존엄한 인생 2막을 위하여나이듦수업』으로 넘어간다. 첫번째 강연자는 고미숙 선생님, 두번째 강연자가 정희진 선생님이다. 분의 강연에서 공통되는 지점은 자연의 이치로서 찾아오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는 의견이다. 하루와 일년의 순환과 상생이 그러하듯 인생 또한 -여름-가을-겨울의 순환대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니(29, 고미숙), 하나의 생물체로서 인간이 개입할 없는 질서의 지배 아래 생로병사를 겪을 밖에 없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61, 정희진). 



나는 분의 주장처럼죽음 대한 자각, 특별히 역시 죽게 된다 자각이 인간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들 일부의 사람들이 자연의 이치로서의죽음 피해 인간 삶의 제약을 벗어나 불멸의 삶을 살아가게 것이라는 유발 하라리의 예언 역시 가벼이 넘길 없다. 인간은 불멸의 삶을 살게 될까. 초인간은 우리보통 인간을 몰아내고 지구의 진정한 주인이 될까. 개인으로서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비싼 비용을 감당할 없겠지만, 불멸의 인간에 대한 호기심은 멈춰지지 않는다. 어릴 읽었던 동화 <동굴의 여왕> 속 흉측한 여왕처럼 비극적 모습이 아닌, 정의롭고 진실하며 능력에 제한이 없는착한 초인간', 욕망의 통제가 가능한 불멸 인간이 정말 가능할까. 




책에 수록된 정희진 선생님의 강연노인은 누구인가 여타 선생님의 강연 중에서도 더욱 현장감이 높다. 선생님 강연을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음성 지원도 가능할 정도다. 옮기고 싶은 문단은 여기. 혼자서 그렇게나 크게 웃어버렸던 바로 대목이다. 





저는이라는 것이 여성을 (sexuality) 성역할로부터 자유롭게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거든요. 쓰는 여자한테까지 외모를 요구하면 그건 끝나는 거예요. 그리고 사실 예쁜 몸과 공부하는 몸이 양립할 없고, 일하는 몸과 예쁜 몸이 양립할 수가 없어요. 일단 예뻐지려면 10시가 되면 그냥 자야 해요. 얼굴이 예쁘고 피부가 좋으려면 많이 쉬고 많이 자고 좋은 먹고 해야 해요. 그런데 저는 매일 스트레스 받고 세월호 쓰고 하는데 기분 좋은 일이 뭐가 있겠어요. 밤에 자고 커피 마시지,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 나오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사람들 우연히 미인인 거예요. 지구의 엄청난 천재들이 우연히 미인이었던 것이지 실제로는 그럴 수가 없어요. 쓰거나 공부하거나 노동을 하면요, 예쁘기가 아주 힘들고 특히 저처럼 스트레스가 많으면 우울하고 폭식이 따라와요. (77-8) 





여성이 성과 성역할로부터 자유롭게 있는 최후의 보루가 글이라, 문장을 읽고, 최근에 읽은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떠올렸다. 레이 브래드러리가 문단에서 말하고자 하는 지점과 다소 떨어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문장 때문이다. 

















나는 결국 양이 질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어째서냐고? 양은 경험을 가져다준다. 경험만으로도 질은 높아질 있다. … 작가는 다른가? 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가장 위대한 기술은 대개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 무엇을 뺄지, 어떻게 명확한 감정으로 간결하게 표현할지,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갈지에 달렸다. … , 양적인 경험을 통해 인간은 현재 하고 있는 작업 이외의 것을 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난다.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211) 





글쓰기는 다른 어떤 일보다여성적이지 않다. 인류 사회는 번도 여성이 그런 권위를 갖는 것을 허락한 적이 없다. 천재 중의 천재만이, 천재 중의 천재 여성만이 스스로 일을 쟁취해냈다. 특별한 점은, 그녀들이우연히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에서도아름다운여성이었다는 . 정희진은 그것이 우연이었다고 말한다. 



페미니스트에게도, 쓰는 여자에게도예쁨 강요하며 살을 빼고 화보 찍기를 요청하는 상황을 정희진은 '말세'로 정리한다. 그런 말세적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남근선망과 내안의 나쁜 감정들』 마리 루티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철학 같은 남성 중심의 영역에 대해 강의할 , 특히 구역에서 숭배받는 관념에 도전할 내가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선택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웃긴 일이지만, 남성 동료들이 내가 그들의 진열장에서 황금 팔루스를 몰래 치마 밑으로 빼내 간다고 느꼈을 발생할 있는 공격보다는 낫다. 봐라! 그런 위험한 절도 행각을 벌이기에는 나의 치마가 너무 짧고 구두는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가. 분명 슬픈 상황이다. 나는 미니스커트와 하이힐로, 분야의 전문가 반열에 오른 대해 남자 동료들에게 계속 사과하고 있는 것이다. (169) 




페미니스트 이론가이며 학자인 여성이 짧은 치마와 하이힐, 빨간 립스틱으로 자신이위협적 존재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이러한 환경을 마리 루티는삶의 다른 부분에서 진전된 성평등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방법(169)’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견은 과격하지만, 여성으로서의 자신은 위협적이지 않다는 메시지.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지만 아직은 충분히여성적이라는 신호. 
















『혼자서 영화』 속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성폭행한 원조교제를 시켜 돈을 벌려는 남자아이들 앞에 삭발을 하고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등교해 공부에 매진한다. 이를 정희진은반여성’, ‘남자들이 원하지 않는 여자’(106) 것이라 말한다.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여자. 남자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여자. 





탈코르셋의 폭풍이 거세다. 나는 아이새도우를 부셔버리고, 브래지어를 던져버리는 여성들을 무조건 지지한다. 하지만, 하얀 얼굴과 새빨간 입술의 스스로가 너무 예뻐 거울을 들여야 보는, 그렇게나 한참을, 아니 주야장천 거울을 들여다 보는 어린 여성들의 심정도 조금은 이해된다. 자본주의의 술책과 매스미디어의 거짓말만큼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혜택을 보는 사람은 나다. 이제 더는 수정화장을 하지 않고, 민낯으로 동네 마트 정도는 그냥 휘젓고 다닌다.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르고 눈썹을 그릴 5, 5분이 없어서다. 남자들이 원하지 않는 여자가 것이다. 우연히 미인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우연이 나에게 찾아오는 행운은 없었고 나는 나대로 사는 방식을 찾아야하고 찾아냈다. 



남자들이 원하지 않는 여자가 것이다. 생각해보니 , , , 대학교까지를 합해 남자들이 쫓아다녀 괴로웠던 적이 1회도 없었다는 기억나는 지금. 이렇게 결연히 결심하지 않았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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