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래시/백래시ebook/In the Darkroom
백래시 이북은 작년에 다락방님이 이벤트 사실을 알려주셔서 사게 됐다. 10년 대여라 마음 편히 크레마 속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11월 백래시 같이 읽기>를 통해 완독하게 됐다. 백래시 종이책은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이북이랑 번갈아 읽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 읽었다!”의 느낌이 나지 않아 조금 아쉽다. 작가 소개를 읽다가 수전 팔루디의 다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에는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후에 트랜스젠더 여성이 된 아버지 스테파니 팔루디와의 관계를 다룬 논픽션 In the Darkroom을 출간해 2016년 커커스리뷰상을 받았으며… <알라딘 작가 소개>
근래에 성소수자에 대한 책도 자주 눈에 띄기는 하는데, 아직은 내게서 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수전 팔루디의 책이라니 읽어보고 싶은데 국내에는 아직 번역이 안 되어 있는 듯하다.
2. 어느 날 문득 발견한 행복
이 책은 icaru님 서재에서 ‘발견’한 책이다. icaru님은 책정리를 하시다가 (모든 책정리가 결국이 그러하듯) 정리하다 말고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이 책을 다시 읽었다고 하셨는데, icaru님의 재발견은 내게 이런 발견으로 완성되었다.
삶과 일. 이 두 가지를 혼돈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것이 내가 여러분에게 말할 요점입니다. 일은 삶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저번주에 회사친구(친구와 나는 회사라는 엄혹한 단어 뒤에 친구라는 포근한 단어를 붙일 수 있을만한 그런 사이다)에게서 연락이 왔다. 매일 사용하는 그녀의 스테이플러에 적혀 있는 내 이름이 새삼 새로워 연락을 했다고. 서로의 카톡 사진을 보며 우리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회사를 다녔던 시간의 4배가 흘렀다. 대리라는 직함도 달아보지 못하고 서둘러 퇴사했던 나는 회사일을 그리워 하지는 않지만, 계속 일을 했더라면, 계속 회사에 다녔더라면, 난 지금 어떨까. 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그렇게 십 몇 년을 살았는데, 지난 달 통계청이 ‘가계생산 위성계정’을 통해 1인당 무급가사노동 가치를 710만 8000원으로 발표했다. 4인가구 기준으로 전업주부 연봉을 2843만 2000원으로 계산했다는 것인데, 기자는 “한 사람이 가사노동을 전담한다고 가정하면 연봉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금액이다”라고 썼다. 그렇게, 그런 식으로 잘도 이해되는 금액이라면, 그 돈을 받고 집에서 가사노동에 집중하시라 정중히 권하고 싶다. 제발 나는, 그 집계에서 빼달라.
나의 뜻모를 아쉬움 혹은 대상 부재의 부러움에 대해 이 책은 말한다.
인생을 제대로 살라. 승진이나 고액 연봉, 넓은 집에 목을 매달지 말고, 바람을 느끼며 풍경을 바라보는 삶, 기어오다가 과자를 집는 아기에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삶아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라. 어머니를 껴안고 아버지의 손을 잡으라.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라. 너그러운 마음을… 그래서 그 이상한 통계에서 나를 빼주기만 한다면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보는 걸로, 하기로 한다.
3.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이 책은 AgalmA님 서재에서 본 책인데, 오늘 오후에 도서관에서 집으로 모시고 왔다. 글쓰기와 작가에 대한 대부분의 책이 그렇듯 제목은 평범하다는 느낌이 강한데, AgalmA님의 우아하면서도 도전적인 글을 읽고 나니 궁금한 마음에 바로 책을 찾게 됐다. <들어가기 전에> 이런 문단이 보인다.
나는 잘 알려진 자가들의 편지와 일기, 인터뷰를 읽고 이 책에 언급된 모든 글쓰기 과정이 한마디로 ‘느린 글쓰기 slow writing’임을 깨달았다. ‘느린 글쓰기’는 위험을 무릅쓰고 직관적 도약을 가능하게 해준다. (5쪽)
4.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syo님 덕분에 나는 빨갱이가 될까 보다. 원숭이 시리즈는 정말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읽는 시간이 참 유익했는데,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을 10분의 1도 이해하지 못하고 책장만 부지런히 넘겼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은 몰별적립금을 모아 이북으로 구입해 크레마 속에, 핸드폰 속에 소중히 넣어두었다. 김장을 마친 엄마 마음이 이럴까. 올 겨울이 참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