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스포일러 다수
라라 진은 짝사랑을 끝낼 때마다 좋아했던 남자애들에게 편지를 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섯 통의 편지가 발송되고, 언니의 남친이자 앞집 오빠 조시도 그 편지를 받게 된다. 곤란한 처지가 된 라라 진은 편지를 받았던 남자아이 중 하나인 피터와 ‘계약 연애’를 하기로 한다. 라라 진은 피터의 여친이 됨으로써 조시를 피할 수 있고, 피터는 학교 공식 커플이었지만 최근에 헤어진 전 여친 제너비브에게 질투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좋아하지 않기에 가능한 계약 연애. 하지만 가짜 연애는 점점 진짜로 변해가고, 라라 진도 피터도 서로에 대한 마음이 커져가는 걸 느낀다. 기타 우여곡절 사랑의 역경 생략.
마침내 두 사람은 가짜 커플이 아닌 진짜 커플이 되어 처음으로 같이 영화를 보고, 레스토랑에 간다. 어느 날, 피터는 라라 진의 방에 ‘침입’하고 알콩달콩한 15분을 보내는데…
He snuggles his chin into the hollow between my neck and my shoulder. It might be my favorite we’ve ever done. ……
“Spooning’s the freaking best,” he sighs, and I wish he didn’t say it, because it makes me think of how many times he must have held Genevieve just like this.
At the fifteen-minute mark, I sit up so fast he jumps. I clap him on the shoulder. “Time to go, buddy.”
His mouth falls into a sulk. “Come on, Covey!”
I shake my head, resolute.
If you hadn’t made me think of Genevieve, I would’ve given you five minutes more. (85)
spooning에서 출발해 spoon이라는 단어를 다시 찾아보고, 고등학교 남자아이가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것, 이 느낌을 안다는 것에 10초간 놀란다. 설정이 리얼이 되고, 가짜 연인이 진짜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적어도 내 일은 아니지만 내 일만큼 즐겁다. 예상대로 되지 않는 인생, 불쑥 찾아오는 사랑의 느낌. 사랑, 그리고 또 사랑. 하지만 바로 그 때. 의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피터의 이 말은 라라 진에게 상처가 된다. 그의 추억과 그의 경험을 추측하게 하는 말, 전 여친과의 즐거운 한때를 예상하게 하는 말. 라라 진은 피터에게 ‘추가 5분’을 주지 않는다. 아니, 단 ‘1분’도.
1권을 세 쪽 정도 읽고는 10년 동안 독서 모임을 함께 했던 독서 모임 언니들에게 톡을 넣었다. 언니님들~~ 이 책 재미있어요. ##랑 $$이가 좋아할 것 같아요. (물론이다. 나는 이 아이들이 ‘성균관 스캔들’과 ‘트와일라잇’, 끌림과 오해, 질투와 집착에 대한 사랑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한글도 영어책도 있어요. 1권을 다 읽어가는데, 슬슬 걱정이 된다. 아, **이 엄마가 권한 책이, **이 엄마가 권한 책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이렇게도 10대 저격이라니…
히히덕거리며 2권을 펼친다.
엄마, 이거 재밌어?
아니.
이거, 2권이네. 1권 벌써 다 읽었어? 아니, 이건 또 언제 샀어요? 이거 재밌어?
아니, 재미없어. 재미 없다고.
어? 뭐라고?
재미없다고? 나를 봐. 내 표정을 봐. 이 책은 재미 없어. 재미 없어!!
둘째가 시댁에서 1박 하는 바람에 아무도 없는 듯 썰렁한 거실에 내 목소리만 멀리멀리 울린다.
이 책은 재미없고
부끄러움은 산을 이룬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늦었다.
출발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