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쫓아가서 붙잡으신 거예요?"
"그건 아니고, 걸어가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길 반대편에서 달려오더라고. 여자 핸드백을 들고 있길래 한눈에 아하, 날치기구나 했지. 그래서 발을 걸었어. 그 아저씨가 요란하게 넘어지면서 핸드백을 떨어뜨렸고, 다시주울 여유는 없었는지 그대로 달아나더군. 그래서 핸드백을 주워서 주인을 찾아 여기까지 걸어왔더니 아가씨가 주저앉아 있었다. 이 말씀." - P8

"아뇨, 부모님도 도움을 받으면 꼭 답례하라고 가르치셨어요." 여자는 가게 주인아주머니를 보았다. "하이라이트는 얼마예요? - P9

그 후 두런두런 취미와 오락거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이 아닌 곳에서 남자와 이렇게 오래 대화하는건 처음이었다. 아니, 직장에서도 필요할 때만 최소한으로 대화한다. 솔직히 불편했다. 하지만 히로시 앞에서는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면 어째선지 몸은 화끈거렸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 P11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지만 밤이 되기 전에 기숙사로돌아가야 한다. 그만 일어나려 하자 히로시가 "괜찮다면또 만날까?"라고 물었다. - P11

"그래? 역시 생겼네. 그럴 만도 하지. 매주 그렇게 쉴새 없이 붙어 있었으니. 체외 사정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들 하고" - P13

"어쩌지?"
"어쩌긴, 답은 뻔하잖아. 넌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으니 내가 두 사람 몫을 해야지. 아니. 아이가 태어나면 세사람 몫인가 힘들겠지만 해야지" - P13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히로시를 보고 정신을 잃을 뻔했다. 얼굴에 하얀 천이덮여 있었다.
뇌출혈이었다. 원인은 불명이지만 아마도 과로가 화근이었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 P15

지즈코의 때 이른 타계에 당황한 소노카가 의지할 수있는 사람은 나에 씨뿐이었다. 전화를 걸자 나에 씨는잠시 침묵했다가 당장 그리로 가겠다고 했다. 평탄해서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다. - P24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 도착한 나에 씨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온몸에서 기력이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병실에서 지즈코의 시신을 보더니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 P24

"이런 걸 찾고 있었어요. 상식이나 개념에 사로잡히지않고 직감을 따른 결과가 필요했죠. 꽃의 아름다움만이아니라 생명의 힘과 동시에 그 덧없음까지 느껴집니다.완벽해요." - P29

그렇게 극찬하니 쑥스러웠다. 그 정도로 자신이 있진않았다. 합격 점수를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생각은우에쓰지를 보는 마음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 첫인상부터 괜찮았다. 차림새도 깔끔하고 생김새도 단정했다.
더군다나 화술이 뛰어나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설득력이 있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을 도와준 답례를 하고 싶다며 조만간 식사라도 하자고 했을때 예의상 사양할 줄도 모르고 넙죽 받아들였다. - P29

"그럼 가까운 역이라고 하긴 어렵겠네. 주민들 이동수단은 뭐야?
"자가용이 없다면 아마도 버스겠지요. 요코야마가 대답했다. "보통은 도부 버스로 아야세역까지 나갈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전거고요."
"그렇군." - P35

구사나기는 불편해도 건강에는 좋을지 모르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젊은 시절에 비해 몸 쓰는 일이 줄었다. 계장으로 승진하면 중압감에 살이 빠질 줄 알았더니해마다 바지 허리춤이 더욱 답답해진다. 상사들에게 제법 관록이 붙었다는 말을 들을 기회가 늘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 P35

더욱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우애쓰지 료타는 9월27일에 아다치구에 있는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렸는데, 반납일인 28일이 지나도 돌려주지 않았다. 직원이 휴대전화로 연락했지만 받지 않아서 면허증에 적힌 주소지로 찾아갔더니 몇 달 전에 이미 이사 간 상태였다. 렌터카 회사는 10월 5일, 피해 신고서를 제출했다. - P39

"한 달쯤 전에 컨디션이 안 좋다며 소노카가 가게에안 나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우연히 그날 소노카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거든요.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었어요."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 시마우치 씨를 만나러 왔다고요?"
"그런 것 같았어요. 건강 문제로 오늘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가셨어요." - P54

"그렇긴 한데, 화사한 느낌도 있었어요. 사람 대할 기회가 잦은 분인가 보다 생각했던 게 기억나요."
가오루는 볼펜으로 수첩에 적어 내려갔다. 귀중한 정보일지도 모른다. 형사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P55

오카타니 마키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도로 넣고 저기, 하며 가오루의 눈치를 살폈다. "소노카는 달아난 게아닐까요?"
"달아나요? 누구로부터오카타니 마키가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그러니까.
애인한테서요‘
"무슨 뜻인지."
"소노카, 아마 애인에게 맞고 있었을 거예요. 교제 폭력 말이에요." - P67

"옛날부터 상당히 자신감이 넘쳤다고 했어. 성적이 좋다고 으스대기도 하고. 그랬으니 대학 입시 1지망에 떨어졌을 때는 부모에게도 화풀이를 해서, 대체 앞으로 어떤 인간이 될지 걱정했다는 거야. 반드시 도쿄에서 성공할 테다. 그때까진 돌아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다나." - P74

"그래서야 회사를 그만두고 애인 집에 얹혀살았다는말은 입이 찢어져도 못했겠군요." - P74

만약 모노폴을 만날 수 있다면』 저자 유카와 마나부(데이토 대학). - P95

"요코스카에 온 걸 환영하네." 유카와 마나부가 옅은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안해. 갑자기 찾아와서."
"뭘 신경 써, 전화로도 말했지만 할 일도 없고 대화 상대도 없어서 심심하던 참이었어."
"대화 상대가 없어? 구사나기는 집 안쪽을 살폈다.
"부모님이 계시잖아?
"대화를 나누기에 즐거운 상대가 없다는 뜻이야. 일단들어와" - P97

"그러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구사나기 씨. 편하게머물다 가요. 비좁은 집에서 부자가 온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어 봤자 하나도 즐겁지 않으니까." - P99

"블랙이면 돼. 향으로 봐서 인스턴트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올 시간에 맞춰서 내린 건가? 서비스가 너무 좋은데?"
"내가 마시고 싶은 타이밍에 자네가 온 거야."
"어련하시려고." - P101

"그래서 그림책 참고 자료의 저자인 나를 찾아왔다 이말인가? 거참 희박한 실마리를 찾아왔군그래. 거미줄보다도 약한데." - P106

"예전에 나에게 거미줄은 의외로 튼튼하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담당 편집자 후지사키 씨의 말에 따르면자네하고 몇 번 메일을 주고받았다던데. 사람들과 교류가 적은 아사히 씨로서는 드문 일이라고 했어." - P106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은데? 수사본부에서 짜냈나? 보나 마나 우쓰미 씨 아이디어겠지." - P109

"그러니까 계획에 뭔가 오산이 생긴 게 아닐까?"
"어떤 오산?"
"그건 모르지만......."
"봐, 허점투성이잖아. 그런 건 가설이라고 하지 않아.
역시 망상이지."
구사나기는 얼굴을 찌푸리고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친구를 바라보았다.
"마쓰나가 나에가 용의자라는 근거가 있으면 도와준다는 거지?"
"그 경우엔 고려해 볼게. 하지만 억지 주장은 인정 못해." - P112

"알겠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편히 말씀하세요."
"그럼 당장 부탁 좀 할까? 아사히 씨를 따랐다는 여성의 상세 정보가 궁금해."
"실종 중인 시마우치 소노카 씨 말씀이지요?"
"아니." 유카와가 말했다. "소노카 씨의 모친에 대해서." - P123

"아사카게朝影 보육원....... 아침 그늘이라니 아동양육시설치곤 너무 어두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의빛이라는 뜻도 있더군. 시집에는 한자로 아침 햇살朝光이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고. 몰랐어." - P124

"그렇진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위로할 필요 없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굳이 말하자면 지금 하는 일은 속죄야."
이 물리학자답지 않은 예민한 말투였다. - P127

"그것도 구사나기에게 들었나? 그 녀석은 쓸데없는소리를 나불나불......
"쓸데없긴요. 낭만적인데요. 그런데 왜 헤어지신 거예요?"
"간단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야. 그렇게 끝. 요컨대 차인 거지." - P128

"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여기서 살고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지냈다고 들었어요. 그 후로낮에 일하면서 야간 전문대를 다녀 보육교사 자격증을땄다고 해요. 몇몇 시설에서 일하다가 여기로 돌아왔다고 했어요."
"지즈코 씨는 싱글맘이었다고 하던데, 아시는 바 있습니까?"
"자세한 사정은 못 들었지만 따님이 태어나기 전에 헤어졌다고 하셨어요."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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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플래툰 - 아웃케이스 없음
올리버 스톤 감독, 윌렘 데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플래툰』 등장인물의 서사적 기능과 역할


1. 사건의 중심인물

가. 크리스 테일러(찰리 신, 이병)

ㅇ(주요 시점 인물) 대학을 중퇴하고 스스로 베트남전에 자원한 신병으로, 영화 전체를 그의 시점과 내레이션을 통해 따라가게 되는 주인공이자 관객의 대리자

ㅇ(이상주의적 출발) 전쟁과 군 복무에 일정한 명분과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원하지만, 실제 전장에서 죽음과 폭력·민간인 학대·내부 갈등을 경험하며 전쟁의 실체를 깨닫게 됨

ㅇ(일라이어스 파 합류) 부상에서 복귀한 뒤 킹을 통해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과 가까워지고, 점차 일라이어스의 인간성과 전쟁관에 동조

ㅇ(두 리더 사이의 성장) 일라이어스와 반스라는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고참병을 경험하며 인간성과 폭력이라는 전쟁의 두 얼굴을 학습

ㅇ(폭력의 직접 행사) 일라이어스가 반스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지막 전투 후 부상당한 반스를 직접 사살함으로써 자신 역시 전쟁의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변화

ㅇ(최종 자기자각) 일라이어스와 반스를 자신의 영혼을 놓고 싸운 두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받아들이며, 전쟁의 진짜 적이 외부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조직 내부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영화의 중심인물


2. 일라이어스 파 ― 인간성과 동료애

가. 일라이어스 그로딘(윌렘 데포, 하사)

ㅇ(일라이어스 파의 중심) 반스와 함께 소대 내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가진 베테랑 하사관으로,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의 실질적인 리더

ㅇ(실무능력과 인간성) 풍부한 전투경험과 뛰어난 판단력을 갖췄으면서도 민간인과 부하를 인간으로 대하며 전쟁 속에서도 최소한의 윤리와 원칙을 유지

ㅇ(반스와의 가치관 대립) 생존과 임무를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반스와 달리 민간인 보호와 군의 기본원칙을 중시하여 소대 내부의 상반된 가치관을 대표

ㅇ(마을 사건의 제동자) 반스가 촌장의 아내를 살해하고 주민들을 위협하자 이를 강하게 제지하고 상부에 보고하려 하면서 반스와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발전

ㅇ(반스에 의한 제거) 전투 중 북베트남군의 측면 공격을 막기 위해 움직이다 반스의 총격을 받고 버려진 뒤 적군의 추격 속에서 전사

ㅇ(크리스의 정신적 스승) 크리스에게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신적 아버지이자 도덕적 기준점


나. 킹(키스 데이비드, 병사)

ㅇ(신병의 안내자) 부상에서 복귀한 크리스를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데려가 소대 내 인간관계와 생활방식을 알려주는 고참병

ㅇ(현실적 전쟁관) 전쟁을 명예나 승리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문제로 바라보는 현실적인 태도를 지님

ㅇ(크리스의 조직 적응) 크리스가 일라이어스·라·빅 해럴드 등과 가까워지고 일라이어스 파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데 중요한 역할

ㅇ(생환의 상징) 복무기간을 채우고 마지막 대규모 전투 직전에 전장을 떠나면서 병사들이 꿈꾸는 가장 현실적인 목표인 ‘살아서 귀국하기’를 보여줌


다. 라(Rhah)(프란체스코 퀸, 병사)

ㅇ(자유분방한 고참병) 두건을 쓰고 독특한 말투와 행동을 보이며 일라이어스 파 특유의 자유롭고 비권위적인 분위기를 대표

ㅇ(일라이어스의 측근) 일라이어스와 가까운 고참병으로 정찰과 전투에서 함께 행동하며 일라이어스 파의 핵심 구성원 역할

ㅇ(정신적 해설자) 전쟁과 죽음을 다소 철학적이고 운명론적으로 바라보며, 일라이어스가 죽은 뒤에도 그의 죽음을 복수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라고 크리스에게 조언

ㅇ(마지막 생존자) 일라이어스가 죽은 뒤에도 크리스와 함께 전투를 이어가며 마지막 대규모 전투에서도 살아남아 크리스를 배웅


라. 빅 해럴드(포레스트 휘태커, 병사)

ㅇ(인간적인 고참병) 큰 체격과 달리 비교적 온화하고 동료를 잘 챙기는 성격으로 일라이어스 파의 인간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인물

ㅇ(강한 전우애) 첫 전투에서 부상당한 크리스와 동료들을 돕는 등 신병에게도 거리낌 없이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줌

ㅇ(폭력에 대한 양심) 마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대와 소대 내부의 폭력적인 분위기에 불편함을 느끼며 전쟁 속에서도 양심을 유지하는 병사의 모습을 보여줌

ㅇ(전쟁의 현실적 희생) 이후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후송되어 최종 전투에서는 제외되며 살아남는 과정 역시 부상과 상실을 동반한다는 현실을 보여줌


마. 프랜시스(코리 글로버, 병사)

ㅇ(크리스의 전우)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과 어울리며 크리스와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마지막 전투까지 함께함

ㅇ(최종 전투의 생존자) 북베트남군의 대규모 공격에서 크리스와 같은 진지에서 싸우며 극심한 전투 끝에 살아남음

ㅇ(극단적 생존본능) 전투가 끝난 뒤 스스로 허벅지를 찔러 부상을 만들어 후송 대상이 되면서 명예나 전공보다 전장에서 벗어나 살아남는 것을 우선하는 병사의 현실을 보여줌

ㅇ(크리스의 귀환 확인) 크리스 역시 두 번째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귀국할 수 있음을 알려주어 두 사람이 베트남을 떠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역할


바. 게이터 러너(조니 뎁, 이병)

ㅇ(베트남어 통역) 베트남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여 마을 수색 과정에서 주민과 미군 사이의 통역을 담당

ㅇ(민간인과 미군의 연결) 촌장이 설명하는 마을의 상황과 북베트남군의 강압을 미군에게 전달하면서 양측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함

ㅇ(통역의 한계) 주민의 설명이 정확하게 전달되더라도 이미 분노와 의심에 사로잡힌 반스의 폭력을 막지는 못해 전쟁에서 언어와 합리적 설명이 무력화되는 모습을 보여줌

ㅇ(기능적 조연)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마을 사건의 전개와 미군·베트남 민간인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담당


사. 크로퍼드(크리스 페더슨, 병사)

ㅇ(일라이어스 파 구성원)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에서 생활하며 크리스가 이 집단에 들어가는 초기부터 함께하는 인물

ㅇ(전투 동료) 일라이어스와 함께 정찰과 전투에 참여하여 일라이어스 파가 단순한 친목집단이 아니라 실제 전투에서도 함께 행동하는 전우집단임을 보여줌

ㅇ(부상 후 후송) 이후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후송되어 마지막 대규모 전투에는 참여하지 못함


아. 닥 고메즈(폴 산체스, 의무병)

ㅇ(소대 의무병) 전투 중 발생하는 부상병을 응급처치하고 후송을 지원하는 소대의 의료담당 병사

ㅇ(생명을 살리는 역할) 공격과 살상이 중심이 되는 전장에서 부상병을 살리는 임무를 수행하여 다른 전투병들과 대비되는 기능을 담당

ㅇ(전쟁의 피해 목격자) 전투의 승패보다는 죽고 다치는 병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전쟁이 인간의 육체에 남기는 피해를 직접 보여주는 인물


자. 매니(코키 포드, 병사)

ㅇ(일라이어스 파 병사)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과 함께 어울리며 소대 생활을 하던 병사

ㅇ(참혹한 희생) 정찰 중 실종된 뒤 적에게 살해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되어 소대원들의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킴

ㅇ(마을 사건의 촉발) 그의 죽음을 계기로 소대원들의 복수심과 적개심이 높아지고 이후 베트남 마을 수색에서 폭력이 폭발하는 심리적 배경을 형성

ㅇ(피해자에서 가해자로의 전환) 미군 병사들이 전우를 잃은 피해자의 위치에서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의 위치로 넘어가는 서사의 전환점을 제공


3. 반스 파 ― 폭력과 생존의 논리

가. 밥 반스(톰 베린저, 중사)

ㅇ(반스 파의 중심) 소대의 최고참급 부사관으로 정식 소대장인 울프 소위보다 강한 현장 영향력과 전투경험을 가진 실질적인 리더

ㅇ(탁월한 전투능력)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경험과 강한 판단력·결단력을 바탕으로 위기상황에서 소대원들이 의지하는 강력한 현장 지휘력을 발휘

ㅇ(생존 우선의 가치관) 전쟁에서는 살아남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모든 판단보다 중요하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폭력과 불법행위까지 허용

ㅇ(민간인 폭력) 마을 수색에서 주민을 적과 협력한다고 의심하고 촌장의 아내를 살해하며 딸까지 위협하여 군인의 윤리와 민간인 보호원칙을 무너뜨림

ㅇ(일라이어스 제거) 자신의 행위를 상부에 보고하려는 일라이어스를 위협으로 판단하고 전투 중 직접 총격을 가한 뒤 적군에게 죽은 것처럼 위장

ㅇ(유능하기 때문에 위험한 리더) 단순한 폭력배가 아니라 실제로 뛰어난 실무능력과 생존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부하들이 그의 판단을 신뢰하고 따르며, 그만큼 잘못된 가치관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도 큼

ㅇ(전쟁 그 자체의 상징) 생존과 폭력의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 인간적·도덕적 기준을 잃고 스스로가 전쟁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변화

ㅇ(크리스에 의한 최후) 마지막 전투 후 부상당한 상태에서 크리스와 마주치고 크리스의 총격으로 사망하여 일라이어스와의 갈등이 크리스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산


나. 레드 오닐(존 C. 맥긴리, 하사)

ㅇ(명확한 반스 파) 반스를 따르는 고참 하사관으로 반스와 술을 마시고 카드놀이를 하는 ‘Juicers’ 집단의 핵심 구성원

ㅇ(권력 편승형 인물) 반스처럼 강한 신념이나 폭력성을 갖기보다 자신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조직에서 가장 강한 인물인 반스에게 의존하는 기회주의적 성향을 보임

ㅇ(반스의 권위 의존) 소대 내부의 갈등과 조사 가능성이 생길 때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반스의 판단과 영향력에 기대는 모습을 반복

ㅇ(비공식 권력의 추종자) 일라이어스와 반스의 충돌에서 사실상 반스 편에 서면서 강한 비공식 권력에 편승하는 조직 구성원의 전형을 보여줌

ㅇ(역설적인 생존) 마지막 전투에서 시체 아래에 숨어 살아남아 전투력이나 용맹보다 자기보존에 충실한 성격을 다시 드러냄

ㅇ(원치 않은 지휘책임) 전투가 끝난 뒤 해리스 대위로부터 남은 소대를 맡으라는 명령을 받아 자신이 가장 피하고 싶어 했던 책임을 떠맡는 아이러니한 결말을 맞음


다. 버니(케빈 딜런, 병사)

ㅇ(폭력적 추종자) 반스 파의 대표적인 젊은 병사로 반스의 폭력적인 전쟁관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인물

ㅇ(강한 적개심) 베트남인 전체를 적과 동일시하는 공격적 태도를 보이며 전쟁 속에서 적과 민간인을 구별하는 기준을 잃어감

ㅇ(민간인 살해) 마을 수색 과정에서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 장애가 있는 베트남 청년을 살해하여 전쟁이 병사를 가해자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줌

ㅇ(반스 적극 옹호) 일라이어스가 반스의 행위를 문제 삼자 일라이어스를 배신자로 여기며 반스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정당화

ㅇ(폭력의 귀결) 마지막 전투에서 북베트남군에게 사살되어 자신이 받아들였던 폭력과 죽음의 세계 속에서 결국 자신도 희생됨


라. 주니어(레지 존슨, 병사)

ㅇ(반스 파의 주변인물) 반스 파 병사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행동하지만 버니처럼 반스의 폭력성을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인물은 아님

ㅇ(신병과의 갈등) 초반 야간 매복에서 경계근무 문제로 크리스와 충돌하면서 신병과 고참병 사이의 불신과 긴장을 보여줌

ㅇ(불안과 자기보존) 힘든 임무와 전투를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위험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영웅적 군인상과 대비되는 평범한 병사의 모습을 나타냄

ㅇ(반스 파 내부의 차이) 마을에서 벌어진 일부 폭력에 불편한 반응을 보이는 등 반스 쪽에 속해 있더라도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가치관을 가진 것은 아님을 보여줌

ㅇ(공포 속의 최후) 마지막 전투에서 극심한 공포 속에 진지를 벗어나려다 살해되어 전쟁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줌


마. 워런(토니 토드, 하사)

ㅇ(반스 쪽 고참 하사관) 소대를 이끄는 고참 하사관 가운데 한 명으로 일라이어스와 반스의 대립에서는 상대적으로 반스의 입장에 가까운 모습을 보임

ㅇ(반스의 실무능력 인정) 반스가 지금까지 자신들을 살아남게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의 경험과 전투능력을 높이 평가

ㅇ(현실적 생존논리) 오닐처럼 권력에 기생하거나 버니처럼 폭력을 적극적으로 즐기기보다는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스의 실무능력을 인정하는 현실적인 태도

ㅇ(반스 영향력의 근거) 반스의 권력이 단순히 공포와 폭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투능력과 생존경험에 대한 병사들의 신뢰에도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물


4. 공식 지휘부

가. 울프(마크 모지스, 소위)

ㅇ(공식 소대장) 계급상 소대 전체를 지휘하는 정식 지휘관으로 반스와 일라이어스보다 공식적인 권한은 위에 있는 인물

ㅇ(현장경험 부족) 실전경험과 위기대응 능력이 부족하여 실제 전투에서는 반스·일라이어스 같은 고참 하사관들의 판단과 경험에 크게 의존

ㅇ(실질적 통제력 약화) 공식적인 명령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강한 카리스마와 전투경험을 가진 반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공식권력과 실질권력이 분리

ㅇ(마을 사건 통제 실패) 반스의 민간인 학대와 일라이어스와의 충돌을 효과적으로 제지하지 못하여 소대 내부의 가치관 대립과 파벌화를 방치

ㅇ(포격 좌표 실수) 전투 중 잘못된 포격좌표를 전달하여 아군 진지에 포격이 떨어지는 피해를 발생시키면서 현장 지휘능력의 한계를 드러냄

ㅇ(무능한 공식권력의 상징) 계급과 직위만으로는 실질적인 리더십을 확보할 수 없으며 현장능력과 구성원의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인물

ㅇ(마지막 전투 전사) 북베트남군의 대규모 공격에서 진지를 지키다 전사하여 소대의 공식 지휘체계도 사실상 붕괴


나. 해리스(데일 다이, 대위)

ㅇ(중대 지휘관) 크리스와 반스·일라이어스가 속한 중대의 지휘관으로 소대보다 상위에서 작전과 군기를 통제

ㅇ(군 기강 유지) 마을에서 발생한 민간인 살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군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반스의 행동이 군 조직 전체의 공식규범과는 충돌하고 있음을 분명히 함

ㅇ(일라이어스 제거의 배경) 일라이어스의 증언이 실제 조사를 촉발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반스가 일라이어스를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하게 되는 배경을 형성

ㅇ(극단적 전투지휘) 마지막 대규모 공격에서 진지가 붕괴되자 아군 진지 위로 공중폭격을 요청하는 결단을 내려 전장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줌

ㅇ(전쟁의 지속성) 전투 후 살아남은 오닐 하사에게 남은 소대를 맡기면서 수많은 희생이 발생해도 군 조직과 전쟁은 다시 계속된다는 현실을 보여줌


5. 그 밖의 소대원과 전쟁의 희생자

가. 가드너(밥 오윅, 이병)

ㅇ(크리스와 함께 온 신병) 크리스와 비슷한 시기에 소대에 배치되어 처음 베트남전에 들어온 신병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인물

ㅇ(초기 희생자) 첫 야간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고 사망하여 신병이 전쟁터에서 얼마나 쉽게 희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줌

ㅇ(크리스의 현실 인식) 가드너의 죽음은 크리스가 전쟁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상주의적 기대가 처음으로 깨지는 계기를 제공


나. 텍스(데이비드 나이도프, 병사)

ㅇ(초기 전투의 부상자) 첫 야간 전투에서 크게 부상을 입어 전투 초기에 크리스가 목격하는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줌

ㅇ(야간전의 혼란) 적과 아군의 위치가 불분명한 정글 야간전에서 병사들이 얼마나 쉽게 부상하고 죽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


다. 살(리처드 에드슨, 병사)

ㅇ(부비트랩 희생자) 정찰 중 적이 남겨둔 진지를 조사하다 설치된 부비트랩에 의해 희생

ㅇ(정글전의 공포) 적군이 직접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함정과 부비트랩으로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베트남전의 특성을 보여줌

ㅇ(복수심의 증폭) 매니 등의 죽음과 함께 소대원들의 공포와 분노를 증폭시켜 이후 마을에서 집단적인 폭력이 발생하는 심리적 배경을 형성


라. 샌더슨(제이 애덤 글로버, 병사)

ㅇ(부비트랩 피해) 살과 함께 적 진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비트랩에 희생되는 병사

ㅇ(반복되는 죽음) 소대원들이 연속적으로 희생되는 모습을 통해 살아남은 병사들의 심리와 판단이 점차 거칠어지는 과정을 보여줌

ㅇ(전쟁의 비인간화) 반복되는 동료의 죽음이 구성원의 인간성과 윤리적 판단을 약화시키는 배경을 형성


6. 베트남 마을 주민

가. 마을 촌장(베르나르도 마날릴리)

ㅇ(마을의 대표자) 미군이 수색한 마을을 대표하여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인물

ㅇ(강압에 대한 설명) 마을에 있던 식량과 물자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적군 지원 때문이 아니라 북베트남군의 강압 때문이라고 설명

ㅇ(합리적 설명의 무력화) 이미 전우의 죽음과 분노에 사로잡힌 반스가 그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심문과 판단이 무너짐

ㅇ(민간인과 적의 경계) 전쟁에서 민간인과 적을 구별해야 한다는 원칙이 공포와 복수심 속에서 얼마나 쉽게 붕괴되는지를 보여주는 인물


나. 촌장의 아내(탄 로저스)

ㅇ(민간인 희생자) 반스가 촌장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항의하다 반스의 총격으로 살해되는 비무장 민간인

ㅇ(폭력의 분기점) 아무런 군사적 위협이 없는 민간인이 살해되면서 마을 수색이 정상적인 군사작전에서 명백한 민간인 학대로 넘어가는 결정적 순간을 형성

ㅇ(일라이어스와 반스의 충돌) 그녀의 죽음이 일라이어스가 반스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소대 내부의 도덕적 대립을 폭발시킴


다. 촌장의 딸(리 티 반)

ㅇ(위협의 대상) 반스가 촌장에게 정보를 말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총을 겨누며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젊은 여성

ㅇ(두 가치관의 대립) 반스에게는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지만 일라이어스에게는 보호해야 할 민간인으로 두 사람의 전쟁관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냄

ㅇ(인간의 수단화 문제) 목적 달성을 위해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영화의 윤리적 질문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


7. 소대 내부의 두 세력

가. 일라이어스 파

ㅇ(중심인물) 일라이어스 하사를 중심으로 크리스·킹·라·빅 해럴드·프랜시스·러너·크로퍼드·닥·매니 등이 형성한 소대 내부의 하위 그룹

ㅇ(인간성과 동료애) 강압적 군기보다 개인적인 신뢰와 전우애를 중심으로 결속하며 전쟁 중에도 최소한의 인간성을 유지하려는 성향

ㅇ(자유로운 병사문화) 대마초를 피우고 음악을 들으며 어울리는 ‘Heads’ 집단으로 반스 파의 술·카드 중심 문화와 대비

ㅇ(최소한의 직업윤리) 적군과 민간인을 구별하고 불필요한 폭력을 경계하며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을 공유

ㅇ(크리스의 가치관 형성) 크리스가 이들과 생활하면서 일라이어스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고 소대 내부에서 사실상 일라이어스 파에 속하게 됨


나. 반스 파

ㅇ(중심인물) 반스 중사를 중심으로 오닐 하사·버니·주니어·워런 하사 등이 형성한 소대 내부의 또 다른 하위 그룹

ㅇ(생존과 전투력 중심) 인간적 가치보다 강한 전투능력과 생존경험을 중시하며 반스의 실무능력과 권위에 의존

ㅇ(권력 편승형 추종) 오닐은 자신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강한 권력을 가진 반스에게 붙는 기회주의적 구성원의 모습을 대표

ㅇ(폭력적 가치관 수용) 버니는 반스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전쟁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민간인에게까지 폭력을 행사

ㅇ(다양한 추종 동기) 주니어와 워런은 오닐·버니처럼 적극적인 추종자는 아니며 공포·생존·전투경험 등 서로 다른 이유로 반스 쪽에 위치

ㅇ(비공식 권력집단) 정식 지휘관인 울프 소위의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반스의 실무능력과 권위를 중심으로 사실상의 비공식 권력집단을 형성


8. 세 중심인물의 서사적 관계

가. 일라이어스 ― 인간성과 양심

ㅇ(인간성의 상징) 전쟁을 충분히 경험하고도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과 법이 존재한다고 믿는 인물

ㅇ(유능하고 윤리적인 리더) 풍부한 실무경험과 전투능력을 갖추면서도 민간인 보호와 동료에 대한 인간적인 태도를 포기하지 않음

ㅇ(정신적 아버지) 크리스에게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신적 스승이자 아버지 역할


나. 반스 ― 폭력과 생존

ㅇ(전쟁의 폭력성) 살아남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고 믿으며 전쟁의 논리를 극단적으로 체화

ㅇ(유능하지만 위험한 리더) 뛰어난 실무능력과 현장 장악력을 갖췄지만 윤리와 절차가 결여되어 조직과 구성원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

ㅇ(또 하나의 정신적 아버지) 크리스에게 전쟁이 인간을 어디까지 변화시키고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아버지 역할


다. 크리스 ― 두 세계 사이의 인간

ㅇ(두 가치관의 경험) 일라이어스의 인간성과 반스의 폭력성을 동시에 목격하면서 전쟁과 조직이 가진 선과 악을 함께 학습

ㅇ(일라이어스 선택) 가치관으로는 일라이어스의 인간성과 원칙에 동조하지만 실제 전장에서 반스가 가진 힘과 생존논리 역시 피할 수 없이 경험

ㅇ(폭력의 역설) 반스를 거부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손으로 반스를 사살하여 결국 반스가 상징하던 폭력을 자신 역시 행사

ㅇ(두 아버지의 내재화) 일라이어스와 반스 가운데 한 사람만을 완전히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가 자신의 일부가 되었음을 깨달음

ㅇ(영화의 핵심구도) 『플래툰』의 중심 갈등은 미군과 북베트남군의 전투뿐 아니라 크리스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인간성과 폭력의 충돌로 귀결

※ 핵심 관계 : 일라이어스(인간성·양심) ← 크리스 테일러 → 반스(폭력·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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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플래툰 - 아웃케이스 없음
올리버 스톤 감독, 윌렘 데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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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툰』을 통해 본 조직 리더십의 조건

― 실무능력, 원칙과 윤리의식, 공식권한의 조화를 중심으로

1. 분석 개요

가. 목적

ㅇ(분석 목적) 영화 『플래툰』의 인물 서사를 기반으로 조직 내 가치관 충돌과 리더십의 작동방식을 분석하고, 실무능력, 원칙과 윤리의식, 공식권한이 조직 운영에서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지 고찰

ㅇ(핵심 관점) 일라이어스와 반스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성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공식 지휘관인 울프가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과정을 통해 조직에서 진정한 리더십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분석

나. 대상

ㅇ(분석 대상) 상반된 실무 리더인 일라이어스 하사와 반스 중사, 신규 구성원 크리스 테일러, 공식 지휘관 울프 소위를 중심으로 분석

2. 상반된 실무 지휘 방식과 조직의 딜레마

가. 일라이어스 하사(원칙, 인간중심 리더십)

ㅇ(실무능력과 원칙) 풍부한 전투경험과 뛰어난 현장 대응능력을 갖추면서도 민간인 보호와 군인으로서의 기본원칙,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는 리더

ㅇ(자발적 신뢰 형성) 강압이나 계급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과 판단을 통해 구성원들의 존중과 신뢰를 얻어 병사들이 스스로 따르게 만드는 리더십을 발휘

ㅇ(반스와의 가치 충돌) 민간인 살해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반스의 행동을 묵인하지 않고 상부에 보고하려 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단순한 개인적 대립을 넘어 조직의 가치관 충돌로 발전

ㅇ(조직이 활용하지 못한 리더) 실무능력과 원칙, 윤리의식, 구성원의 자발적 신뢰를 갖추었음에도 조직 전체를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는 있지 않아 자신의 리더십을 조직 전체의 규범으로 확장하지 못함

ㅇ(리더십의 본질) 일라이어스는 계급이나 공포가 아니라 능력과 인격으로 사람을 따르게 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줌

나. 반스 중사(성과, 생존 우선형 리더십)

ㅇ(우수한 실무능력) 수많은 전투경험과 뛰어난 상황판단, 강한 결단력을 바탕으로 위기상황에서 높은 현장 장악력과 실무 대응능력을 발휘

ㅇ(생존 중심의 가치관) 전쟁에서는 살아남고 임무를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성과와 생존을 원칙과 윤리보다 우선

ㅇ(공포에 기반한 통제) 강한 성격과 폭력성, 전투경험을 이용하여 구성원을 두려움과 복종 아래 두고, 자발적인 신뢰보다 힘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

ㅇ(원칙과 윤리의 붕괴) 목적을 위해 민간인 살해와 위협을 정당화하고 이를 문제 삼은 일라이어스까지 제거함으로써 조직의 규율과 내부 신뢰를 파괴

ㅇ(유능하기 때문에 위험한 리더) 실제로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추고 있어 구성원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가치관이 조직 전체로 확산될 위험성이 더욱 큰 인물

ㅇ(지배력과 리더십의 차이) 반스는 사람을 따르게 하기보다 폭력과 공포로 굴복시키며, 강한 지배력이 반드시 바람직한 리더십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줌

다. 울프 소위(공식 지휘부의 한계)

ㅇ(공식권한 보유) 계급상 소대 전체를 지휘하고 일라이어스와 반스를 통제해야 하는 공식적인 지휘권을 가진 인물

ㅇ(현장능력 부족) 전투경험과 위기대응 능력이 부족하여 실제 전투에서는 반스와 일라이어스 같은 고참 하사관의 판단과 경험에 의존

ㅇ(현장 신뢰 상실) 잘못된 포격좌표를 전달하여 아군 피해를 발생시키는 등 실무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지휘관으로서의 신뢰와 권위를 약화

ㅇ(공식권력과 실질권력의 분리) 정식 지휘관임에도 현장 통제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영향력이 일라이어스와 반스에게 이동

ㅇ(갈등관리 실패)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실무 리더의 대립을 조정하지 못하고 마을에서 벌어진 폭력과 내부 갈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조직의 분열을 방치

ㅇ(조직구조의 문제 노출) 공식적인 직위만으로 리더십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지휘권을 행사할 사람에게 현장능력과 판단력, 구성원의 신뢰가 함께 요구된다는 사실을 보여줌

3. 공식 리더십의 공백과 조직의 파벌화

가. 파벌 형성

ㅇ(비공식 리더 중심의 재편) 울프 소위가 공식적인 지휘권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병사들은 자신이 의지하거나 따르는 일라이어스와 반스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양분

ㅇ(일라이어스 파) 크리스, 킹, 라, 빅 해럴드, 프랜시스 등은 일라이어스의 원칙과 인간적인 태도에 공감하여 자발적으로 그를 따르는 집단을 형성

ㅇ(반스 파) 오닐, 버니, 주니어, 워런 등은 권력 편승, 폭력적 가치관의 동조, 생존을 위한 의존 등 서로 다른 이유로 반스의 영향권에 들어감

ㅇ(두 조직문화의 병존) 하나의 소대 안에서 일라이어스 파는 인간성과 동료애, 반스 파는 생존과 힘의 논리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행동규범과 조직문화를 형성

나. 파벌화의 결과

ㅇ(공식 지휘체계의 약화) 구성원들이 정식 지휘관보다 비공식 리더의 판단과 가치관을 우선하게 되면서 공식 명령체계의 영향력이 더욱 약화

ㅇ(갈등의 극단화) 일라이어스와 반스의 가치관 대립이 각 파벌 구성원에게까지 확산되면서 개인 간의 갈등이 조직 전체의 갈등으로 확대

ㅇ(조직규율의 붕괴) 공유된 원칙과 통일된 지휘기준이 사라지면서 민간인 학대, 내부 폭력, 동료 살해까지 발생하는 수준으로 조직규율이 붕괴

ㅇ(조직적 시사점) 공식 지휘부가 공통의 가치와 행동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집행하지 못할 경우 조직은 비공식 리더를 중심으로 분열되고, 각 집단의 논리가 공식 조직의 규율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음

다. 갈등관리의 핵심

ㅇ(갈등의 원인 관리) 파벌 자체를 억압하는 것보다 구성원들이 왜 비공식 리더를 따르거나 의존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고 공식 리더십의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

ㅇ(공통 가치의 확립) 조직 전체가 따를 수 있는 원칙과 행동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여 서로 다른 하위집단의 가치관이 조직규범을 대체하지 못하도록 관리할 필요

ㅇ(적합한 리더의 배치) 실무능력과 원칙, 윤리의식을 갖추고 구성원의 자발적인 신뢰를 얻는 인물을 공식적인 의사결정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비공식 권력과 공식권력의 괴리를 최소화할 필요

4. 신규 구성원 크리스 테일러의 조직 내재화 과정

가. 1단계: 이상주의적 진입

ㅇ(자발적 조직 진입) 대학을 중퇴하고 스스로 베트남전에 자원하며 전쟁과 군 복무에 일정한 명분과 대의가 있을 것이라는 이상주의적 기대를 가지고 조직에 진입

ㅇ(현실과의 첫 충돌) 죽음과 부상, 고된 전투환경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전쟁과 실제 현장의 차이를 깨닫기 시작

나. 2단계: 현실 인식과 가치관 선택

ㅇ(상반된 두 리더 경험) 일라이어스와 반스라는 뛰어난 실무능력을 가진 두 고참 리더를 동시에 경험하지만 두 사람이 구성원을 대하고 조직을 이끄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체험

ㅇ(일라이어스에 대한 자발적 동조) 일라이어스가 사람을 존중하고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일라이어스 파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짐

ㅇ(반스의 지배력 경험) 반스가 뛰어난 전투능력과 폭력적인 권위를 이용해 병사들을 통제하는 모습을 통해 실무능력이 반드시 바람직한 리더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

ㅇ(조직의 이중성 인식) 공식적으로는 하나의 소대이지만 실제로는 자발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집단과 공포와 생존논리를 기반으로 한 집단이 공존하고 있음을 깨닫게 됨

다. 3단계: 폭력의 내면화와 자기자각

ㅇ(멘토의 상실) 자신이 자발적으로 따르던 일라이어스가 반스에게 살해되면서 조직 내부의 가치관 충돌이 결국 폭력과 살인으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목격

ㅇ(폭력의 직접 행사) 마지막 전투 이후 부상당한 반스를 직접 사살하면서 반스의 폭력을 거부하면서도 자신 역시 폭력이라는 동일한 수단을 사용하게 되는 역설에 직면

ㅇ(두 가치관의 내재화) 일라이어스의 인간성과 원칙을 지지하면서도 전쟁 속에서 반스가 상징하는 폭력과 생존의 논리 역시 자신의 일부가 되었음을 깨달음

ㅇ(조직 경험의 최종 자각) 전쟁의 진짜 적이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조직 내부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처음의 이상주의적 신병에서 조직과 인간의 복합성을 이해하는 인물로 변화

5. 종합 결론

가. 리더십의 본질

ㅇ(따르게 하는 리더십) 일라이어스는 실무능력과 원칙, 윤리의식을 행동으로 보여주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한 반면, 반스는 뛰어난 실무능력을 폭력과 공포에 결합하여 구성원을 굴복시킴

ㅇ(리더십과 지배력의 차이) 두 사람의 대비는 조직을 장악하는 힘 자체가 리더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어떠한 가치와 방식으로 행사하느냐가 리더의 본질을 결정함을 보여줌

나. 조직의 책임

ㅇ(적재적소의 중요성) 조직에 훌륭한 인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무능력과 원칙, 윤리의식을 갖춘 인물을 식별하여 실제 의사결정권을 가진 위치에 배치해야 함

ㅇ(잘못된 권한 배분의 결과) 일라이어스와 같은 리더가 조직 전체를 이끌 권한을 갖지 못하고, 현장 장악력이 부족한 울프가 공식 지휘권을 가진 상황에서 발생한 권력의 공백은 반스의 비공식 지배력 확대와 소대의 파벌화를 초래

ㅇ(조직의 핵심 역할) 따라서 조직의 역할은 단순히 유능한 사람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능력과 올바른 가치관을 함께 갖춘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데 있음

다. 최종 시사점

ㅇ(리더십의 조건) 지속 가능한 조직을 위해서는 실무능력, 원칙과 윤리의식, 공식권한이 서로 분리되어서는 안 되며 하나의 리더십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함

ㅇ(『플래툰』의 조직적 의미) 『플래툰』은 일라이어스, 반스, 울프라는 서로 다른 인물을 통해 ‘누가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가’뿐 아니라 ‘조직은 누구에게 권한을 맡겨야 하는가’라는 문제까지 제기

ㅇ(최종 결론) 좋은 조직은 사람을 굴복시키는 강한 사람에게 권력을 맡기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을 스스로 따르게 할 수 있는 능력과 원칙을 갖춘 사람을 찾아 결정권자의 자리에 세우는 조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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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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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억겁과 찰나

― 헤아릴 수 없이 긴 우주의 시간 속, 찰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억겁(億劫): 불교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세월을 뜻한다. ‘겁(劫)’은 거대한 바위를 백 년에 한 번씩 흰 천으로 닦아 그 바위가 모두 닳아 없어져도 아직 끝나지 않을 만큼 긴 시간에 비유된다. ‘억겁’은 그런 겁이 헤아릴 수 없이 이어지는 세월을 이른다.
※ 찰나(刹那): 불교에서 극히 짧은 순간을 뜻한다. 『아비달마구사론』의 시간 단위를 현대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75초(약 0.013초)에 해당한다.

손미나의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를 다시 꺼내 들었다. 오래전에 『스페인, 너는 자유다』,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재미있게 읽었고, 아직 읽지 않은 일본 여행기 『태양의 여행자』도 이번에는 이어서 읽어볼 생각이다.

그런데 책을 펼치자마자 프롤로그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손미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사랑하는 사람에 빗대면서 사랑 때문에 상처받고, 세상의 진실에 대한 믿음까지 흔들렸던 시기를 이야기한다.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가 출간된 것은 2009년 11월이다. 손미나는 그보다 앞선 2008년 결혼생활을 끝냈고, 이 책을 쓰기 전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이 시간을 알고 프롤로그를 다시 읽으니 ‘무너진 사랑’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문학적 수사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물론 그 결혼생활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아는 일이다. 다만 한 사람의 삶이 크게 흔들린 직후 떠난 여행이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배경이 된다.

나는 결혼한 지 26년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혼 이야기에 흔히 따라붙는 ‘성격 차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이 많아진다. 한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도 성격이 다른데, 서로 다른 집안과 환경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두 사람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나는 부부가 문자 그대로 ‘일심동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서로 같은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맞출 것은 맞추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때로는 다투고 다시 말을 섞으며 살아간다. 아이를 낳아 함께 키우고, 같은 밥상에 앉고, 한집에서 수많은 계절을 보내다 보면 처음의 뜨거운 감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이라는 것도 쌓여간다.

물론 어떤 관계에는 더 이상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이혼을 밖에서 재단할 수는 없다. 다만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데서 생기는 모든 차이를 없앨 수는 없으며,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정하며 살아가느냐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참 많은 것을 원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나와 같기를 바라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이해하고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돈을 더 갖고 싶고, 남보다 인정받고 싶으며, 조금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어 한다. 욕망이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욕망 때문에 스스로 속을 끓이고 가장 가까운 사람까지 힘들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다.

시선을 지구 밖의 우주로 옮겨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티끌처럼 보인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이고 지구의 나이도 약 45억 년이다. 그 억겁의 시간에 인간이 살아가는 80년, 90년을 놓아본다면 한평생은 찰나라고 부르기조차 어려울 만큼 짧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그토록 움켜쥐려고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삶이 허무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찰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이기에 더 알차고 찰지게 살아야 한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웃을 수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하나 더 갖기 위해 평생 마음을 소모하기보다 어느 순간에는 “이만하면 됐다”고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어쩌면 여행도 그런 삶의 방식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여행이 모든 상처를 치료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익숙한 자리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풍경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면 내가 붙잡고 있던 것들을 조금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손미나에게 부에노스아이레스가 그런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이 무너진 자리에서 떠났고, 낯선 도시를 걷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 자기 삶의 온도를 확인해갔을 것이다.

나 역시 여행을 좋아한다. 낯선 곳으로 가는 이유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오래된 역사유적 앞에 서고,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웅장한 자연을 바라보다 보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짧은 삶 동안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억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여행은 결국 이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람은 길을 따라 새로운 장소로 향하고, 그 길 위에서 서로 다른 풍경과 사람과 삶을 만난다.

사람이 움직이고 물건이 이동해야 세상은 서로 연결된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필요한 곳으로 옮길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고, 사람이 이동할 수 없다면 도시와 시장과 생활권도 만들어지기 어렵다. 길이 열리면 사람이 만나고, 물자가 흐르고, 서로 떨어져 있던 지역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이어진다.

도로와 교통이라는 내 오랜 밥벌이도 결국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도로 몇 킬로미터를 건설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길을 통해 사람이 움직이고 물류가 흐르며 서로 다른 삶이 이어지게 만드는 일이다.

책 한 권의 프롤로그에서 시작한 생각이 여기까지 왔다.

처음에는 프롤로그의 ‘무너진 사랑’이라는 문장을 보며 그 무렵의 손미나의 이혼과 삶을 떠올렸을 뿐이다. 그 생각은 결혼과 부부의 삶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다시 인간의 욕망을 지나 억겁의 우주와 찰나 같은 인생을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다시 여행과 길의 의미를 만났다.

억겁의 세월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찰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만큼은 제대로 살아볼 일이다. 많이 가지는 삶보다는 많이 보고, 느끼고, 사랑하고, 기억하는 삶. 남이 정해놓은 길만 따라가기보다 내가 가보고 싶은 길도 걸어보는 삶.

아직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를 다시 읽기 시작한 참이다. 본격적인 감상은 책장을 더 넘긴 뒤에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프롤로그 몇 쪽만으로 이미 생각은 제법 먼 곳까지 다녀왔다.

어쩌면 제목 그대로인지도 모르겠다.

가슴이 다시 뜨거워진다는 것은 거창한 무엇을 이루는 일이 아니라, 찰나와도 같은 자기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고 다시 길 위에 서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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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외전 4] 『인형관의 살인』 히류 소이치의 정신분석
- 가케바 히사시게의 해석을 중심으로 본 죄책감, 자기파괴, 세 인격의 형성


1. 분석의 전제

ㅇ(분석대상) 본 외전은 결말부에서 가케바 히사시게가 제시한 설명을 중심으로 히류 소이치의 정신구조와 세 인격의 형성과정을 분석함.

ㅇ(해석의한계) 가케바 자신도 자신의 설명 대부분이 겉으로 드러난 사실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라고 밝히므로, 이를 의학적 확정진단이 아니라 작품 내부에서 제시된 해석으로 다룸.

ㅇ(핵심흐름) 히류의 정신은 어린 시절의 죄, 죄책감의 억압, 자기파괴 충동, ‘그’의 출현, 삶의 이유와의 충돌, ‘시마다’의 출현이라는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음.


2. 정신적 상처의 기원, 어린 시절의 두 가지 ‘죄’

가. 열차사고와 친어머니의 죽음

ㅇ(최초의죄) 히류는 여섯 살 때 선로에 올려놓은 돌 때문에 열차가 전복되고 친어머니 미와코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죽었다고 인식함.

ㅇ(죄책감형성) 어린 히류에게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의 기억이 아니라 ‘내가 어머니와 여러 사람을 죽였다’는 강력한 죄의식으로 자리 잡음.


나. 또래 아이의 죽음

ㅇ(두번째죄) 열차사고를 알고 히류를 ‘살인자’라고 조롱하던 아이를 밀쳐 강에서 죽음에 이르게 함.

ㅇ(죄의중첩) 열차사고에 이어 자신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또 한 명이 죽으면서 히류의 내면에는 자신을 ‘사람을 죽인 인간’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더욱 강해짐.

ㅇ(정신적상처) 가케바가 만난 담당의사는 어린 시절의 이러한 행위와 그에 따른 강렬한 죄의식이 히류에게 커다란 정신적 상처로 남았다고 설명함.


3. 그림을 통한 죄의 고백과 자기처벌

가. 반복되는 죽음의 그림

ㅇ(자기죽음) 가케바는 히류가 그림 속에서 반복적으로 죽이고 있던 대상이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고 해석함.

ㅇ(자기파괴) 그림에 나타나는 죽음은 히류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죽음을 부여하는 행위이며, 내면의 강한 자기파괴 충동을 드러냄.


나. 그림의 정화 기능

ㅇ(고백행위) 학창시절 히류는 자신의 죄를 그림에 투영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무의식적인 고백을 계속함.

ㅇ(정화작용) 가케바는 이러한 창작과 공개가 일종의 참회로 작용하여 죄책감을 외부로 표출하고 죽음으로 향하는 정신을 억제했다고 해석함.

ㅇ(환경변화) 대학 졸업 후 취직하지 않고 본가에서 지내면서 그림을 타인에게 보여줄 기회가 사라지고, 히류는 자기 자신만을 위한 죽음의 그림을 그리게 됨.

ㅇ(자가중독) 외부를 향한 고백의 통로가 사라지자 죄책감은 내부에서 반복되고 증폭되었으며, 결국 실제 자살시도로 이어짐.


4. 사와코, 히류를 삶에 붙잡아둔 제동장치

ㅇ(자살시도) 히류는 아틀리에에서 목을 매 자살하려 했으나 사와코에게 발견되어 실패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함.

ㅇ(삶의이유) 자신이 죽으면 사와코 역시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와코의 존재는 히류에게 강력한 생존 이유로 작용함.

ㅇ(퇴원조건) 담당의사 역시 사와코의 존재가 히류의 자기파괴를 억제하는 제동장치가 될 것으로 판단하여 퇴원을 허락함.

ㅇ(내적모순) 그러나 ‘죽어야 한다’는 충동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며, 죽고 싶은 자신과 사와코를 위해 살아야 하는 자신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가 계속됨.


5. 첫 번째 인격 ‘히류’,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본래의 자아

ㅇ(본래의자아) 첫 번째 인격은 작품의 화자이자 평소의 히류 소이치로, 자신을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인식하며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기본 인격임.

ㅇ(기억의공백) 어린 시절의 두 가지 죄와 다른 인격이 행동한 시간의 기억을 온전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외부인이 저지른 범행으로 받아들임.

ㅇ(피해자인식) 돌, 인형 훼손, 협박편지, 쓰지이의 죽음 등 자신이 연루된 사건을 알지 못한 채 스스로를 정체불명의 범인에게 위협받는 피해자로 인식함.

ㅇ(죽음의충동) 마음 깊은 곳에는 오랫동안 자기 자신을 죽음으로 향하게 하는 충동이 존재하지만, 이를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실행하는 주체는 아님.

ㅇ(생존의지) 한편 사와코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과 기사코를 만나면서 생겨난 삶에 대한 감정 역시 본래의 히류 안에 존재함.

ㅇ(분열의중심) 결국 본래의 히류는 죽음을 향하는 자기처벌 욕구와 삶을 향하는 생존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 상반된 힘이 각각 ‘그’와 ‘시마다’라는 별도의 인격으로 나타나는 중심이 됨.


6. 두 번째 인격 ‘그’, 죄의 고발자이자 심판자

가. 형성 배경

ㅇ(죽음의방향) 가케바는 히류에게 오래전부터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방향성이 존재했다고 보고 이를 프로이트의 ‘타나토스’에 비유함.

ㅇ(심판자인격) 억압되어 있던 죄책감과 자기파괴 충동이 독립된 인격으로 분리되면서 히류를 심판하려는 두 번째 인격 ‘그’가 형성됨.


나. ‘그’의 목적

ㅇ(죄의고발) ‘그’는 돌, 인형 훼손, 협박편지 등을 이용하여 히류가 잊어버린 과거의 죄를 스스로 기억하도록 강요함.

ㅇ(자기처벌) 목적은 단순히 히류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의 죄를 깨닫고 충분히 괴로워하게 한 뒤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임.

ㅇ(분리된자아) ‘그’는 자신을 히류와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죽이려는 행위를 ‘히류라는 죄인을 심판하는 행위’로 받아들임.


7. 사와코 살해, 삶의 제동장치 제거

ㅇ(선행조건) ‘그’가 히류를 죽이기 위해서는 먼저 히류가 살아야 할 가장 강력한 이유인 사와코를 제거할 필요가 있었음.

ㅇ(방화살해) 이에 ‘그’는 안채에 불을 질러 사와코를 살해함.

ㅇ(죄책감가중) 이후 사와코의 죽음까지 히류 자신의 죄라고 고발하는 편지를 보내 자기처벌의 근거를 더욱 강화함.

ㅇ(심리적의미) 사와코 살해는 외부인을 향한 범죄이면서 동시에 히류 자신의 생존 기반을 스스로 파괴한 행위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님.


8. 기사코의 등장, 다시 나타난 ‘삶’의 방향

ㅇ(새로운관계) 사와코가 사라진 뒤 히류는 기사코와 가까워지면서 다시 삶을 향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함.

ㅇ(새로운제동장치) 가케바의 해석에 따르면 기사코는 사와코를 대신하여 히류를 삶에 붙잡아두는 새로운 힘이 됨.

ㅇ(계획중단) 이를 감지한 ‘그’는 히류를 죽이려던 계획을 바로 실행하지 못하고 잠시 멈추게 됨.

ㅇ(제거대상) 이후 ‘그’에게 기사코는 단순한 연애대상이 아니라 히류를 죽음에서 멀어지게 하는 존재이므로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됨.


9. 세 번째 인격 ‘시마다’, 생존욕구가 만든 구원자

가. ‘시마다’의 탄생

ㅇ(과거의안식처) 실제 시마다 기요시는 대학 시절 히류에게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준 친구였음.

ㅇ(구원욕구) 기사코를 통해 다시 삶의 방향을 느낀 히류는 현재의 자신을 도와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절실하게 원함.

ㅇ(인격형성) 이러한 욕구가 과거 자신을 도와주었던 친구의 모습을 빌려 세 번째 인격 ‘시마다’를 만들어냄.


나. ‘그’와 ‘시마다’의 대립

ㅇ(죽음과삶) ‘그’가 히류를 죽음으로 이끄는 인격이라면 ‘시마다’는 히류를 보호하여 삶으로 되돌리려는 인격임.

ㅇ(상호독립) 가케바의 설명에 따르면 ‘그’와 ‘시마다’는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하며 각각 자신을 독립된 존재로 인식함.

ㅇ(선의의추리) ‘시마다’는 히류를 속이려 한 것이 아니라 실제 명탐정처럼 사건을 해결하여 친구를 구하려 했기 때문에 성씨 일치설, 비밀통로설, 가케바 범인설 등을 진심으로 만들어냄.


10. 기사코 습격, 한 육체에서 충돌한 죽음과 삶

ㅇ(그의공격) ‘그’는 히류를 삶에 붙잡아두는 기사코를 제거하기 위해 마네킹의 팔로 공격함.

ㅇ(시마다의구조) 공격 도중 히류의 강한 생존욕구가 ‘시마다’를 불러내면서 인격이 전환되고, 같은 육체가 이번에는 기사코를 구함.

ㅇ(동일목소리) 기사코가 공격자와 구조자의 목소리를 모두 히류의 것으로 기억한 것은 두 인격이 하나의 육체를 공유한다는 결정적 증거가 됨.

ㅇ(핵심장면) 이 장면은 히류 내부에서 진행되던 자기파괴와 생존욕구의 충돌이 현실의 행동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순간임.


11. 쓰지이 살해, ‘또 다른 히류’에 대한 대리처벌

ㅇ(범행목격) ‘그’는 우연히 쓰지이가 어린아이를 살해한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

ㅇ(자기동일시) 어린아이를 죽인 쓰지이의 모습에서 과거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히류 자신을 발견하고 쓰지이를 ‘또 다른 히류’로 인식함.

ㅇ(대리처벌) 쓰지이를 살해한 행위는 다른 살인자를 처벌하는 동시에, 히류가 자신의 죄를 외부의 닮은 존재에게 투영하여 대신 처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12. 히류의 세 인격 구조

ㅇ(첫번째인격·히류)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과거의 기억과 죽음의 충동을 온전히 인식하지 못하는 본래의 자아임.

ㅇ(두번째인격·그) 죄를 기억시키고 히류를 심판하여 죽음으로 이끌려는 자기처벌의 인격임.

ㅇ(세번째인격·시마다) 히류를 보호하고 사건을 해결하여 삶으로 돌려놓으려는 생존과 구원의 인격임.

ㅇ(대립구조) 히류의 정신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본래의 히류, 히류를 죽음으로 이끄는 ‘그’, 히류를 삶으로 되돌리려는 ‘시마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구조를 형성함.


13. 종합분석

ㅇ(죄책감의변형) 히류가 감당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죄책감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억 아래에 남아 자기파괴의 힘으로 변화함.

ㅇ(자아의분리) 죽음을 향하는 힘은 ‘그’라는 심판자로, 살아남으려는 힘은 ‘시마다’라는 구원자로 각각 인격화됨.

ㅇ(외부화) 히류는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판과 구조를 외부의 살인자와 명탐정이 벌이는 사건으로 인식하며, 자신의 정신 내부를 하나의 미스터리 세계로 만들어냄.

ㅇ(심리적밀실) 따라서 『인형관의 살인』에서 가장 깊은 밀실은 2-C 욕실이 아니라 히류 자신도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던 히류의 정신이라고 볼 수 있음.

ㅇ(내면의충돌) 히류 소이치 안에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본래의 ‘히류’, 자신을 심판하여 죽이려는 ‘그’, 자신을 구해 삶으로 돌려놓으려는 ‘시마다’가 함께 존재했으며, 결국 범인과 피해자, 심판자와 구원자가 모두 자기 자신이었다는 데 그의 비극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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