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쫓아가서 붙잡으신 거예요?"
"그건 아니고, 걸어가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길 반대편에서 달려오더라고. 여자 핸드백을 들고 있길래 한눈에 아하, 날치기구나 했지. 그래서 발을 걸었어. 그 아저씨가 요란하게 넘어지면서 핸드백을 떨어뜨렸고, 다시주울 여유는 없었는지 그대로 달아나더군. 그래서 핸드백을 주워서 주인을 찾아 여기까지 걸어왔더니 아가씨가 주저앉아 있었다. 이 말씀." - P8

"아뇨, 부모님도 도움을 받으면 꼭 답례하라고 가르치셨어요." 여자는 가게 주인아주머니를 보았다. "하이라이트는 얼마예요? - P9

그 후 두런두런 취미와 오락거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이 아닌 곳에서 남자와 이렇게 오래 대화하는건 처음이었다. 아니, 직장에서도 필요할 때만 최소한으로 대화한다. 솔직히 불편했다. 하지만 히로시 앞에서는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면 어째선지 몸은 화끈거렸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 P11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지만 밤이 되기 전에 기숙사로돌아가야 한다. 그만 일어나려 하자 히로시가 "괜찮다면또 만날까?"라고 물었다. - P11

"그래? 역시 생겼네. 그럴 만도 하지. 매주 그렇게 쉴새 없이 붙어 있었으니. 체외 사정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들 하고" - P13

"어쩌지?"
"어쩌긴, 답은 뻔하잖아. 넌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으니 내가 두 사람 몫을 해야지. 아니. 아이가 태어나면 세사람 몫인가 힘들겠지만 해야지" - P13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히로시를 보고 정신을 잃을 뻔했다. 얼굴에 하얀 천이덮여 있었다.
뇌출혈이었다. 원인은 불명이지만 아마도 과로가 화근이었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 P15

지즈코의 때 이른 타계에 당황한 소노카가 의지할 수있는 사람은 나에 씨뿐이었다. 전화를 걸자 나에 씨는잠시 침묵했다가 당장 그리로 가겠다고 했다. 평탄해서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다. - P24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 도착한 나에 씨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온몸에서 기력이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병실에서 지즈코의 시신을 보더니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 P24

"이런 걸 찾고 있었어요. 상식이나 개념에 사로잡히지않고 직감을 따른 결과가 필요했죠. 꽃의 아름다움만이아니라 생명의 힘과 동시에 그 덧없음까지 느껴집니다.완벽해요." - P29

그렇게 극찬하니 쑥스러웠다. 그 정도로 자신이 있진않았다. 합격 점수를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생각은우에쓰지를 보는 마음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 첫인상부터 괜찮았다. 차림새도 깔끔하고 생김새도 단정했다.
더군다나 화술이 뛰어나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설득력이 있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을 도와준 답례를 하고 싶다며 조만간 식사라도 하자고 했을때 예의상 사양할 줄도 모르고 넙죽 받아들였다. - P29

"그럼 가까운 역이라고 하긴 어렵겠네. 주민들 이동수단은 뭐야?
"자가용이 없다면 아마도 버스겠지요. 요코야마가 대답했다. "보통은 도부 버스로 아야세역까지 나갈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전거고요."
"그렇군." - P35

구사나기는 불편해도 건강에는 좋을지 모르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젊은 시절에 비해 몸 쓰는 일이 줄었다. 계장으로 승진하면 중압감에 살이 빠질 줄 알았더니해마다 바지 허리춤이 더욱 답답해진다. 상사들에게 제법 관록이 붙었다는 말을 들을 기회가 늘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 P35

더욱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우애쓰지 료타는 9월27일에 아다치구에 있는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렸는데, 반납일인 28일이 지나도 돌려주지 않았다. 직원이 휴대전화로 연락했지만 받지 않아서 면허증에 적힌 주소지로 찾아갔더니 몇 달 전에 이미 이사 간 상태였다. 렌터카 회사는 10월 5일, 피해 신고서를 제출했다. - P39

"한 달쯤 전에 컨디션이 안 좋다며 소노카가 가게에안 나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우연히 그날 소노카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거든요.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었어요."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 시마우치 씨를 만나러 왔다고요?"
"그런 것 같았어요. 건강 문제로 오늘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가셨어요." - P54

"그렇긴 한데, 화사한 느낌도 있었어요. 사람 대할 기회가 잦은 분인가 보다 생각했던 게 기억나요."
가오루는 볼펜으로 수첩에 적어 내려갔다. 귀중한 정보일지도 모른다. 형사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P55

오카타니 마키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도로 넣고 저기, 하며 가오루의 눈치를 살폈다. "소노카는 달아난 게아닐까요?"
"달아나요? 누구로부터오카타니 마키가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그러니까.
애인한테서요‘
"무슨 뜻인지."
"소노카, 아마 애인에게 맞고 있었을 거예요. 교제 폭력 말이에요." - P67

"옛날부터 상당히 자신감이 넘쳤다고 했어. 성적이 좋다고 으스대기도 하고. 그랬으니 대학 입시 1지망에 떨어졌을 때는 부모에게도 화풀이를 해서, 대체 앞으로 어떤 인간이 될지 걱정했다는 거야. 반드시 도쿄에서 성공할 테다. 그때까진 돌아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다나." - P74

"그래서야 회사를 그만두고 애인 집에 얹혀살았다는말은 입이 찢어져도 못했겠군요." - P74

만약 모노폴을 만날 수 있다면』 저자 유카와 마나부(데이토 대학). - P95

"요코스카에 온 걸 환영하네." 유카와 마나부가 옅은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안해. 갑자기 찾아와서."
"뭘 신경 써, 전화로도 말했지만 할 일도 없고 대화 상대도 없어서 심심하던 참이었어."
"대화 상대가 없어? 구사나기는 집 안쪽을 살폈다.
"부모님이 계시잖아?
"대화를 나누기에 즐거운 상대가 없다는 뜻이야. 일단들어와" - P97

"그러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구사나기 씨. 편하게머물다 가요. 비좁은 집에서 부자가 온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어 봤자 하나도 즐겁지 않으니까." - P99

"블랙이면 돼. 향으로 봐서 인스턴트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올 시간에 맞춰서 내린 건가? 서비스가 너무 좋은데?"
"내가 마시고 싶은 타이밍에 자네가 온 거야."
"어련하시려고." - P101

"그래서 그림책 참고 자료의 저자인 나를 찾아왔다 이말인가? 거참 희박한 실마리를 찾아왔군그래. 거미줄보다도 약한데." - P106

"예전에 나에게 거미줄은 의외로 튼튼하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담당 편집자 후지사키 씨의 말에 따르면자네하고 몇 번 메일을 주고받았다던데. 사람들과 교류가 적은 아사히 씨로서는 드문 일이라고 했어." - P106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은데? 수사본부에서 짜냈나? 보나 마나 우쓰미 씨 아이디어겠지." - P109

"그러니까 계획에 뭔가 오산이 생긴 게 아닐까?"
"어떤 오산?"
"그건 모르지만......."
"봐, 허점투성이잖아. 그런 건 가설이라고 하지 않아.
역시 망상이지."
구사나기는 얼굴을 찌푸리고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친구를 바라보았다.
"마쓰나가 나에가 용의자라는 근거가 있으면 도와준다는 거지?"
"그 경우엔 고려해 볼게. 하지만 억지 주장은 인정 못해." - P112

"알겠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편히 말씀하세요."
"그럼 당장 부탁 좀 할까? 아사히 씨를 따랐다는 여성의 상세 정보가 궁금해."
"실종 중인 시마우치 소노카 씨 말씀이지요?"
"아니." 유카와가 말했다. "소노카 씨의 모친에 대해서." - P123

"아사카게朝影 보육원....... 아침 그늘이라니 아동양육시설치곤 너무 어두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의빛이라는 뜻도 있더군. 시집에는 한자로 아침 햇살朝光이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고. 몰랐어." - P124

"그렇진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위로할 필요 없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굳이 말하자면 지금 하는 일은 속죄야."
이 물리학자답지 않은 예민한 말투였다. - P127

"그것도 구사나기에게 들었나? 그 녀석은 쓸데없는소리를 나불나불......
"쓸데없긴요. 낭만적인데요. 그런데 왜 헤어지신 거예요?"
"간단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야. 그렇게 끝. 요컨대 차인 거지." - P128

"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여기서 살고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지냈다고 들었어요. 그 후로낮에 일하면서 야간 전문대를 다녀 보육교사 자격증을땄다고 해요. 몇몇 시설에서 일하다가 여기로 돌아왔다고 했어요."
"지즈코 씨는 싱글맘이었다고 하던데, 아시는 바 있습니까?"
"자세한 사정은 못 들었지만 따님이 태어나기 전에 헤어졌다고 하셨어요."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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