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licidaden Buenos Aires
만남은 여행의,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고 새로운 꿈을 빚어가는 사람들과 뜨거운 가슴을 맞대고서 함께 웃고 울 수 있었음에, 그로 인해 내 삶이다시 생명을 얻었음에 감사한다. - P132

"저기 저 건물・・・ 아무래도 여행하는 사람 같은데 저걸 유심히 바라보기에 뭔가를 알고 그런 줄 알았지 뭐야. 저 건물이 바로 수많은 흑인 노예들을감금했던 곳이거든. 일부러 비좁은 건물을 선택했다고 하더군.
저 안에 몇 명을 수용했다더라... 아무튼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을 가득 채워 가두고서 모두가 죽어가기만을 기다렸다고 하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야. 어떻게 그런 일을 하여간 바로 이 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네, 젊은이." - P137

런던에서 살고 있으니 혹시 유럽을 방문하면 꼭 연락을 달라는내용이었다. 그곳에 취직이라도 했나 싶었지만 수영이에게는 아무도 상상 못 할 이유가 있었다.

아직 취직을 한 건 아니구요. 어릴 적부터의 꿈이 있는데 그건 나의 선택과 상관없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났으니 일단 감사히 인생의삼분의 일을 한국에서 살고, 또 삼분의 일은 내가 원하는 나라들을 실컷 돌아다니며 살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에가서 사는 거예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시작으로 런던을 택한 것뿐이에요. - P151

귀신이 곡하고도 남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수년간 이메일을 통해서만 소식을 전해 듣던,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홍길동처럼 살고 있는 줄로만 생각해서 볼 엄두도 못 내던 수영이가 내 눈앞에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 않은 채 서로를 부둥켜 안고 비명을 질렀다. 언제나처럼 친구들을 여럿 대동하고 골목대장처럼 씩씩한 모습으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라 보카의 오색찬란한 건물들 앞에서 햇살을 받으며 나를 보고 웃던 수영이의 까무잡잡한 얼굴. 그런 운명적인 만남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우리는 각자의 친구들과 주변 구경을 마친 후 노천 카페에 마주 앉아 생맥주를 주문했다. - P153

그 중어느 하나라도 어긋났더라면 우린 그렇게 남미 땅 끝에 위치한 타국의 항구에서 영화 같은 만남을 갖지 못했을 터인데, 수영이와내가 그곳에서 만난 것은 정말 신의 뜻이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옆에 나란히 앉아서 손을 잡아보아도 믿어지지 않던 그 순간, 그 만남. 수영이는 그렇게 놀랍고 반갑기그지없는 찰나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그녀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 런던으로 돌아갔다. - P155

수영이가 나의 여행 중에 나타났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도같다. 아마도 그것은, 인생은 도전해 볼 만한 일들로 가득한 것이며 쉬지 않고 꿈꾸면서 달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한밤에 나타나 요술 지팡이로 마법을 걸어주고 사라지는 동화 속 요정처럼 수영이는 예고없이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 미지의 땅에서 돌연 내 앞에 나타나 잠자고 있던 꿈들을 깨워주었다. 인생이란, 그녀의 말처럼 참으로 신기한 일들로 가득한 듯하다. 그래서 젖 먹던 힘을 다해달려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 P157

"사람들이그랬죠? 라디오 택시가 아니면 타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맞아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잘 생각해 봐요. 라디오 택시라는 마크 하나가 더 있는 것뿐 그들도 나쁜 짓을 하려면 왜 못 하겠어요? 그러니까 내 말은 라디오 택시라도 다 안전한 게 아니듯 우리 같은 택시도 무조건 위험한 건 아니란 거죠. 나 절대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날 한 번 믿어봐요. 가는 곳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게요. 정말이에요." - P175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그 사이 정체불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만 같았다. 양손에 많은 짐을 들고서 그 사이를무사히 뚫고 지나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정말 이 말을 믿어도 될까?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택시 운전사의 눈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살면서 가끔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누군가의 말 속에 담긴 진심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세상 사람들의 경고의 목소리가 아닌, 오로지 그 사람의 눈동자가 왠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나의 육감만을 믿어야 할 때였다. 그래, 한번 믿어보자. 그러자. 나는 크게 한 번 숨을 쉬고 택시에 올랐다. - P175

"믿어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내가 한 말은 다진짜예요. 솔직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택시가 안전하다고는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라디오 택시만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것 역시 믿을 게 못 되죠. 라디오 택시 회사에 취직을 하려면 돈을 많이 내야 하는데 난 그럴 형편이 못 되는 것뿐이고 나 같은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이곳엔 가난한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다 도둑질을 일삼는 건 아니거든요.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면서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답니다. 그러니 라디오택시도 위험할 수 있고 반대로 우리 같은 택시도 안전할 수 있어요. 세상 어디에서나처럼 말이죠." - P176

그러면서 그는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자기 아들의 사진을 꺼내보여주었다. "바로 이 아이 때문에 난 더욱 열심히 일을 하며 살지요. 그리고 사랑하는 내 아들이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있도록 택시 승객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있구요. 몇몇 개념 없는 운전사들 때문에 나처럼 열심히 일하는사람들까지 치한으로 몰리는 건 정말 화가 난다니까요." - P176

‘위대한 안데스의 독수리여, 안데스의 보금자리로 나를 데려가주오. 내잉카의 형제들과 그곳에서 살고 싶네. 오 위대한 독수리여, 쿠스코에서나를 기다려주오. 그곳에서 함께 마추피추와 후아이나피추로 산책을가야지요......? - P183

"평등주의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니 흥미롭네." 누군가 한마디를 던졌다. "맞아. 평등주의. 나이가 많든 적든, 더 많은 것을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모두가 평등하다는 거야. 나이 어린 사람이 무조건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윤리도 없지. 어린아이도 현명하고 지혜롭다면 나이 든 사람들이 똑같이 존중하고존경을 하지. 남녀간에도 그래. 둘 중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똑같이 역할을 나누어 하거든. 예를 들어 누군가 결혼을 할 때 그 마을 사람들에게서 가장 존경받는 남녀가 함께 주례를 맡는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 P187

삶이란 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무덤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어느 나라의 속담도 있듯이 죽음이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한 과정에 불과한 것을, 우리는 그것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게만 받아들이지 않던가 인생이란 것이 어차피 그렇게 잠시 거쳐가는 길이란 사실을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갖지 못해 아등바등하며 살 필요도 없을 텐데. - P189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인생은 생각보다 간단해.기독교에는 십계명이 있지? 그것처럼 우리에게도 가장 기본이되는 삶의 원칙들이 있는데, 우리 것은 본래 단 세 가지였어. 첫째, 도둑질하지 말라. 둘째, 거짓말하지 말라. 셋째, 나약해지지말라. 그 세 가지만 지키면 정의로운 삶을 살 수 있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거야. 행복하게 산다는 거. 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아주 단순한 일이거든. 그런데 외부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짓밟고 침략한 이후로는 그 세 가지에 한 가지 원칙이 더해졌지." - P190

"배신하지 말라. 사실 역사가 우리를 가혹한 운명에 처하게 했지만 우린 그것을 원망하거나 모든 것을 앗아간 서양 정복자들에게 미움을품거나 하지않고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평화롭게 살고 있어. 말하자면 그들이 침략을 했건 말건 우리의삶에는 달라진 게 없지. 그런데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바로 배신하지 말라는 계명이 하나 더 늘어난 거야. 그 말은 곧, 배신하는 자들이 생겨났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우리 인디언들의 언어에는 존재하지 않던 단어 몇 개도 생겨났어. 만약, 혹시, 어쩌면,아마도 그런 것들이지. 우리에게 말은 곧 약속이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이라는 단어 따위는 사용할 필요가 없었는데 새로운 문화가 섞이면서 서로를 100% 신뢰할 수가 없게 된 거야. 예, 혹은 아니오, 그렇게 모든 것이 투명했는데 이제는 아니야. 안타까운 일이지." - P191

훌리오를 만나고 돌아온 그날 밤,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심한 몸살을 앓았다. 웬일인지 꼼짝할 수가 없었고 다음날은 열도 나면서 움직이기조차 힘들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야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아마도 그들의 현실을 대면하며 느껴야 했던 아픔과 뭐라 표현할 길 없는 커다란 감동이 뒤섞여 큰 충격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알 길이 없다. 하지만 훌리오의 가족과 함께 보낸 하루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시간 중 하나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P210

‘꿈은 무조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엔 슬프게도 나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 많은 산을 넘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길을 바꾸어놓은 수년 전 그 만남은 내게 더 큰 확신을 안겨주었다. ‘꿈은 분명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진정으로 간절히 갈구하는 자에게 반드시 길은 열린다.‘라는 믿음을 말이다. - P219

Pasiónen Buenos Aires
인간은 장애물을 마주할 때 자신의 진정한모습을 발견하는 법, 삶의 여정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련은 분명 나를 더욱 성장시키고성숙하게 하는 스승이다. 또한 아픈 만큼 성숙해진 사람은 빛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의 가슴,
다시 뜨거워지다 - P221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 걸음 쉬어가는 여유,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차분하게 가슴에 저장하는 시간은 여행에서나 인생에서나 꼭 필요하다. 이번 여행, 그러한 나만의 장소로 나는 파타고니아를 선택했다. 격한 감동과 뜨거운 정열, 파란만장한 역사를 안고 있는 나라 아르헨티나 여행에서는 빙하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 시원한 바람을 맞는 일이 어울릴 듯싶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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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마담 쪽에서 소노카 씨한테 연락한 적은 없었어? 다시 생각해 보지 않겠느냐고."
네기시 히데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저를 거절한 상대를 쫓아다니는 볼썽사나운짓은 젊었을 때부터 한 번도 해본 적 없답니다."
"그랬는데 지난달 23일에 우에쓰지 씨 쪽에서 마담한테 전화했다 이 말이지. 무슨 용건이었는지 알려 주면고맙겠는데." - P148

"안 나갔어요. 눈치채셨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거의 얼굴도 안 비쳐요. 이런 할머니가 가게에 자꾸 어슬렁거리면 손님도 흥이 떨어지잖아요? 오늘도 특별한 손님이기다리고 계신다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면 쉬고 있었을거예요. 집에 틀어박혀 있는 생활에도 익숙해졌지 뭐예요. 그래서......." 네기시 히데미가 구사나기를 향해 생긋 웃었다. "알리바이는 없는 셈이죠." - P151

정말 조만간 저 가게를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 친구를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 P154

"그 마담이 소노카 씨를 만나러 꽃집에 갔다는 사실을계장님께 말하지 않은 건 마음에 걸리네요."
"걸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의심스럽지. 잊었을 리는없어. 대화 흐름상 당연히 나왔어야 해. 그런데 히데미마담은 자기를 거절한 상대를 쫓아다니는 볼썽사나운짓은 젊었을 때부터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못까지 박았어." - P158

"그래. 왜?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 어쩐지 이상해서요. 본인을 만나 보지 못했으니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소노카 씨는 그런 타입은 아닐 것 같거든요.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말에 따르면 자기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남에게 쉽게 휩쏠리는 성격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 여성이 유흥업에 맞을까요? 생존 경쟁이 치열한 세계잖아요?" - P159

가오루는 계속 마음에 걸렸던 문제를 작심하고 말해보았다.
"아마 그렇겠지."
"무엇보다 그런 식으로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꽃집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갑자기 호스티스를 해보지 않겠냐니." - P159

"멋진 부부였어요. 나이 차가 있었는데 남편분이 온화한 성격이라 부인에게도 다정했죠. 적어도 저는 나에 씨가 남편 험담하는 걸 들은 적이 없어요. 그때는 골프가한창 유행이라 나에 씨도 남편의 권유로 배우고 있다고했어요. 여행도 좋아해서, 남편분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둘이 함께 여기저기 구경 다녔죠." - P175

"콘도가 완성될 무렵에는 거품 경제가 무너지고 스키의 인기도 꺼졌으니까. 그렇지만 원래 스키를 좋아해서구입한 사람도 많았을 거야. 설비는 제법 좋았다고 하니까. 삼십 년 넘게 분양이 안 돼서 파격적인 가격에 거래되는 건물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고 들었어." - P182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수도권에서 그런 곳으로 이주한 사람도 있다고 해요. 스키 시즌이 아닐 때 머물러도 의심을 사지 않을 테니 장기간 잠복하기엔 절호의 은신처죠." - P182

바람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테이블 위에 있던 빈 종이컵이 옆으로 슥 밀려났다. 동시에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소노카는 걸치고 있던 후드 재킷 앞섶을 여미며 일어났다. 환기 때문에 창을 열어 두었는데 이 지역 공기는벌써 다가올 계절의 기운을 두르고 있었다. - P186

하지만 그런 것들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 덕분이다.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당했을때는 SNS로 연락을 주고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불안이컸는데, 막상 전원을 꺼 두고 보니 생각보다 일상에서다방면으로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상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P187

그래서 아무리 지루해도 텔레비전을 보는 수밖에 없다. 외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손쉽게오락거리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도피 생활을 시작한 후로 계속 고민하는 문제였다. - P187

나에는 옛날부터 틈만 나면 지즈코에게 "소카는 교제 상대를 잘 살펴봐야 해. 저 애는 남한테 잘 휩쓸리니까"라고 말하곤 했다.
그랬던 터라 나에가 불쑥 찾아왔을 때 소노카는 몹시동요했다. 도어폰 소리에 예, 하고 무심코 대답했는데문 너머에서 나에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너무 놀라설거지하던 프라이팬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 P193

나에의 말투는 침착했다. 하지만 소노카가 동요하지않도록 하려는 게 보였다.
소노카는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결심했다.
괜한 생각은 일절 하지 않고 나에의 말을 따르기로, 잠자코 따라가겠다고……………. - P203

"누군가 두 사람에게 알려 주었다는 거야? 경찰이 콘도의 존재를 알아차렸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우연히둘 중 한 사람이 이 콘도는 슬슬 경찰에 들킬 것 같으니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보다야."
"하지만 그 경우 그런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야."
우쓰미 가오루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정적이긴요, 한 사람뿐이에요. 계장님도 아시잖아요." - P216

"왜 일본어라고 생각했어? 구사나기가 물었다.
"막연히 그랬다고 했잖아. 특별한 이유는 없어. 그냥잊어."
유카와는 작게 손사래를 치고 텀블러를 들었다. 버번하이볼을 입에 머금는 친구의 옆얼굴을 보며 구사나기는 머리를 굴렸다. 이 물리학자가 의미 없이 저런 말을했을 리 없다. - P228

"알았어.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자네, 언제부터 관여했어? 처음부터? 아니, 그럴 린 없지."
유카와가 어깨를 으쓱 들썩였다. "무슨 소리야?"
"시치미 떼지 마. 삼십 분밖에 없으니까 쓸데없는 줄다리기는 하기 싫어. 마쓰나가 나에에게 연락해서 유자와의 콘도를 떠나라고 지시했잖아." - P231

"웃기지 마!" 구사나기는 테이블을 내리쳤다.
주변 손님들이 일제히 쳐다보았다. 구사나기는 헛기침을 하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두 사람이 도망치도록도와 놓고 잘도 그런 소릴 하는군." - P232

"그 여성은 궁금했습니다. 소노카 씨가 누구에게 인형을 받았는지, 그리고 원래 주인은 어디 사는 누구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네기시 씨." 유카와가 온화한 목소리로 부르더니 스마트폰 화면을 가리켰다. "솔직하게 대답해 주세요. 이 인형은 당신이 만든 거지요?"
히데미는 유카와의 단정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 P245

‘望‘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인형의 성별은 모릅니다. 남자아이라면 ‘노조무‘, 여자아이라면 ‘노조미‘라고 읽을 수 있을까요? 아이가 태어나면 붙여 주려 했던 이름이 아니었을까. 제 상상은그렇습니다. 실제로는 딸이 태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그아이는 이 이름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이름이 빛을 본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 긴자에서 한 클럽이 문을 열었을 때였습니다. 다만 ‘노조무‘도 ‘노조미‘도 아닌, 한자를음으로 읽은 것이었죠. ‘보움‘(*‘望‘은 ‘보우무‘로도 읽을수 있는데 ‘VOWM‘의 일본식 발음과 같다.) 말입니다." - P246

하하하! 히데미는 웃었다. 실제로 우스웠다. 물론 유카와의 추리를 비웃은 건 아니었다. 몇십 년을 숨겨 온비밀인데 총명한 인물이 덤벼들면 이토록 간단히 풀 수있다니. 소중하게 지켜 온 긴 세월이 어리석게 느껴진것이다. - P246

"시마우치 소노카 씨도 같은 마음일 겁니다." 유카와가 말을 이었다. "소노카 씨는 경찰에 추궁당할까 봐 종적을 감췄을 겁니다. 자기 입으로 진상을 털어놓긴 싫은거지요. 범인이 자수해 주길 바라는 겁니다." - P249

눈 깜짝할 사이에 세월이 흘러갔다. 스물일곱 살 때처음으로 후견인이 생겼다. 오래전에 환갑을 넘긴 주지승이었다. 교활하면서도 다정한 사람이라 함께 있으면즐겁고 활기가 있었다. 씀씀이가 후해서 매달 몇십만 엔씩 용돈을 주고 고급 아파트도 마련해 주었다.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도 있었다. - P255

마지막 남자는 범죄와맞닿아 있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물어본 적은 없지만 한번은 외국산 애완동물을 취급한다는말을 흘렸으니 아마 밀수업자였으리라. - P257

불법 권총을 갖고 있던 것은 그 남자였다. 호신용이라고 했다. 일반 권총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겼는데 쏠 때마다 장전하는 타입이었다. - P257

테스트 사격에 따라간 적이 있다. 오쿠타마의 산속에서 히데미도 나무를 쏴 보았다. 반동이 엄청나서 몸이뒤로 날아갔다. 남자는 그런 히데미를 보며 웃었다.
그는 그 불법 권총을 히데미의 집에 두었다. 기름종이에 싸서 보관할 때도 신경 썼다. 히데미도 분해와 손질방법을 배웠다. - P257

그러던 어느 날, 한 장의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 속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품에 안고 있는 물건을 보고 숨을 집어삼켰다.
그 인형이었다. 파란색과 분홍색 줄무늬 스웨터를 입은 긴 머리 인형. 틀림없다. 직접 만들었으니 잊을 리가없었다. - P259

"죄송합니다. 불쑥 찾아와서……………."
"괜찮아. 구사나기가 시켰지? 미리 연락하지 말고 찾아가라고."
"중요한 진술을 얻고 싶다면 상대에게 유예 시간을 주지 말 것. 그게 설령 오랫동안 알고 지낸 물리학자일지라도・・・・・・ 라고."
유카와가 흥, 코웃음을 쳤다.
"그 녀석이 할 법한 소리군. 하지만 결국 자네는 내게약간의 시간을 주었어. 공동 출입구 인터폰을 누른 뒤로벌써 이십 분 이상 지났으니." - P-1

"오늘 오전, 네기시 히데미가 계장님께 연락해 왔습니다.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집으로 와 달라고 해서 계장님이 직접 찾아갔는데, 본인이 우에쓰지 료타 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그랬군." 유카와의 반응은 건조했다.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 P-1

"계장님이 유카와 선생님을 만나면 가장 먼저 이렇게물어보라고 지시하셨어요. 그 고약한 버릇은 언제 고칠거냐고."
"고약한 버릇?"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열쇠를 찾아내고서도 경찰에는알리지 않고 먼저 용의자에게 달려가는 버릇 말이에요.
이번에도 그러셨다면서요? - P-1

"그런가. 구사나기한테는 털어놓을 생각이었지만, 자네에게 먼저 말한다고 화낼 친구는 아니지. 어쨌거나 오늘은 구사나기의 대리인으로 찾아왔다고 했으니."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가오루는 유카와의 옆얼굴을 보았다.
"마쓰나가 나에는."
유카와가 가벼운 한숨을 흘리고 말했다.
"내 친어머니야." - P-1

따라가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일본에서 응원할 테니열심히 하고 오라고. 기다리진 않을 테니 거기서 좋은사람을 찾으라고…………….
그는 괴로워 보였지만 나에를 설득하려 하지는 않았다. 똑똑한 사람이니 그녀의 속마음을 이해했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다. 슬펐지만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자신을 타일렀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생리가 끊겼다. 경험해 보지 못한 기묘한 구역질도 계속되었다. 임신이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P332

누구 아이냐. 어쩔 작정이냐, 다그치는 말뿐이었다.
아버지는 당장 지우라고 호통쳤다.
나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우라는 강요에 고개만 가로저었다.
사장은 자신의 불찰이라며 부모님께 사과했다. 아마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비밀을 지켜 주었다. 나에의 심정을 헤아려 준 것이다.
부모님은 곤혹스러워한 끝에 조건을 제시했다. 아이는 낳아도 좋다. 단 양자로 보내라는 것이었다. - P332

전부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었다. 나에는 받아들였다.
이윽고 아이가 태어났다. 아들이었다. 마나부学라는이름은 전부터 생각해 두었다. 아버지처럼 현명해지길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 P333

"부모님과 쩌렁쩌렁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제 방까지들렸어요. 돌려 달라. 못 돌려준다. 내놔라, 못 내준다.
마치 장난감을 두고 싸우는 아이들 같았죠." 그가 냉소를 머금었다. "그래도 결국 타당한 결론에 도달했다고생각합니다. 제게 선택권을 주었으니까."
그랬다. 그를 불러서 한쪽을 고르라고 다그쳤다. 그시점에서 나에는 희망을 버렸다. 아무리 친부모라도 갑자기 나타난 낯선 여자를 선택할 리가 없다. 예상대로그는 지금 이 상태가 좋다고 대답했다.
만남은 허락해 주어서 나에는 짬이 날 때마다 만나러갔다. 마나부는 거부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늘 어두웠다. - P335

"이 세상에 진짜는 없다. 인간은 모두 외톨이......."
마나부는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똑같이 말했다. "철없고 유치한 소리죠. 그 무렵에 항상 입에 달고 다녔어요."
"하지만 그 말을 듣고 깨달았어. 내가 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걸. 이제 만나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지." - P336

"물론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죠 우연히도 제 친구가 수사 책임자였는데 아사히 나나라는 그림책 작가에관해 물으러 왔더군요. 그래서 작가 본명을 알게 됐어요. 친구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런 이유였나. 어째서 마나부가 이번 사건에 끼어드는지 전혀 몰랐다. - P337

"하지만 큰 착각이었어요. 그로부터 몇십 년이나 지나서, 수많은 사람의 수많은 인생을 보아 온 지금은 그때의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압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어요. 지금 제가 있는 건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키워 준 부모님께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그와 동시에 저를 낳고, 그 부모님께 맡겨준 분에게도 감사해야 마땅합니다. 그때.. 한쪽을고르라고 했을 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어요. 그럴 수는 없다. 양쪽 다 내 부모라고." - P342

마나부가 나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만나면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죄송했다고."
나의 가슴에 북받쳐 올라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을억누르려고 침을 꼴깍 삼키고 마나부의 눈을 바라보았다. - P342

"아까 다른 기회라고 했지? 자세한 사건 설명은 다른기회에 얘기해 주겠다고. 그럼 나를 또 만나 줄 거니?"
"물론입니다. 저희는 가족이잖아요." 마나부가 미소를지으며 뒷말을 이었다. "그렇죠. 어머니숨이 멎을 정도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 품에 안아봐도 될까? - P342

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부 자그맣게 이름을 부르며 나에는 두 팔을 뻗었다. - P343

언제부터였을까?
전부 거짓말은 아닐까. 소노카의 어머니가 내 딸이라는 건 착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최근 일 같기도 하고 훨씬 전, 어쩌면 소노카를 만난 날부터 머릿속에 그런 의혹이 있었던 듯도 하다. - P347

하지만 그 가능성에는 눈을 감았다. 모르는 척했다.
믿고 싶었다. 내가 버린 아이가 낳은 딸과 함께 있다고 믿고 싶었다. 꿈같은 시간이었고, 살아 있는 보람을느꼈다. 그 꿈같은 시간에 걸맞게 소노카는 솔직하고 착한 아이였다. 진짜 손녀라고 믿고 싶었다.
그런 소노카를 괴롭히는 우에쓰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소노카를 지키고 싶었다. - P347

히데미가 결코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까?
그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했다.
그래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다시 한번 권총 사진을 보았다. 그날을 떠올렸다.
찾아간 장소에 주택도 없고 막다른 길 바로 아래가 절벽이라는 것을 깨달은 우에쓰지는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 P348

"기다려요. 제가 아니에요. 제가 하자고 한 게 아니에요. 소노카예요. 그 녀석입니다. 그 녀석이 할머니를......."
거기까지 들었을 때 방아쇠를 당겼다. 눈은 질끈 감고있었다. - P349

냉정할지언정 냉소적이진 않은 안정형 탐정인간 ‘유카와 마나부‘를 마침내 발견해 낸 작품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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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참 예쁘더라. 근데 루카스, 동생은 이 일을 한지얼마나 됐어?"
"한 6년? 근데 그 아이 본래 직업은 생물학자야."
엥? 생물학자? 언뜻 들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취미로 참여하는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완성도가 높은 공연이었다. 생물학자와 서커스 단원이란 직업이 잘 어울리지 않기에 놀랍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자기 직업 외에 예술적인 일을 하나씩 더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직업이 두개인 셈이지. 나도 마찬가지고……………."
도대체 이 변죽 좋고 호들갑스러운 남자는 무슨 일을 하는것일까?
"난 평소엔 여행사 직원이지만 또 다른 직업은 어릿광대지." - P44

"지금도 가끔 극장에서 공연을 하지만 언젠가는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고 싶어.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거든. 언젠가 여행을 하며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정말 자지러질 정도로 재미난 공연을 해주는 게 내 꿈이지."
예술이 생활의 일부가 된다는 게 어디 생각처럼 쉬운 일인가. 본래의 직업 외에 예술과 관련된 또 하나의 직업을 갖는다는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평생 꿈만 꾸는 일이기 쉬운 것을.
하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현실과 꿈의 다리를 동시에 건너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우리는 할 거 다하고 살 거 다 사고도 남는 시간과 돈이 있어야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우리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 아닌가. - P45

그때는 여자들의 환심을 사는 일을 무용담이라도 되듯 늘어놓는 친구가 한심하기도 하고, 여자 입장에서 듣자니 불쾌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 다녀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가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세계 최고의 거짓말쟁이로 알려져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과 대화를 하더라도그 사람의 말을 100% 믿는 것은 모험과 같은 일이다. 허풍이 심한 말을 하고 듣는 것에 익숙한 아르헨티나인들은 소위 ‘뻥‘이 섞인 말을 자기도 모르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P53

그렇다면 사람들의 말이나 물건에만 가짜가 많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성형외과가 더 성행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아르헨티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에는 너무나 고혹적으로 아름다운 아르헨티나여자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그중에는 자연 미인이 드물다는 사실. 타고난 외모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왜 그러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실제 모습보다 과장을 해서라도 남 앞에서 으스대기 좋아하는 그들의 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 P55

‘이름도 바꾸고 성(性)도 바꾸고, 종교도 바꾸고 국적도 바꾸고 마누라도 바꿀지언정 내가 지지하는 축구팀만큼은 절대바꿀 수 없다.‘
아르헨티나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축구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자존심이고 열정의 대명사이며,
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때마다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준 절대적인존재다. 누구나 어린 시절 공을 발에 달고 살다시피 할 정도로축구는 삶의 일부이고 그러다 보니 세상에 널리 알려진 뛰어난선수들도 많이 배출되었다. - P58

오브레로에서 저녁을 먹는 중에도 누군가 선창을 하면 식당 안의 사람들은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일어나 보카 주니어스의 응원가를 함께 불렸다. 경기장에서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지며 마치 밤새도록 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축구가 아무리 국민을 기만하는 도구로 쓰였다고 할지언정과연 축구 없는 아르헨티나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 P71

Tangoen Buenos Aires
격정적인 몸짓 속에 숨겨진 슬프고도 아름다운 존재, 탱고, 서로에게 온전히 의지하는 짧은 사랑 속에서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며 ‘너와 나‘의 영혼은 ‘우리‘로 다시 태어난다. 그들은 그렇게 슬픔을 딛고 일어서고 있었다. - P73

탱고는 열정적인 춤, 그것을 훨씬 넘어서는 깊은 사연과 역사, 몇 마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뜨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탱고, 스페인어로는 ‘땅고‘라고 발음되는 이 단어는 원래 아프리카 언어로 ‘여러 사람이 모여 춤 추는 장소‘라는 뜻을 지니고있다. 그런가 하면 ‘tango‘의 라틴어 어원인 ‘tangere‘에는 ‘만지다. 가까이 다가서다‘, ‘마음을 움직이다‘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여러 의미를 지닌 어원처럼 탱고는 그 기원도 복잡한 편이다. - P75

노예로 끌려왔던 아프리카인들의 칸돔베와 쿠바 선원들에게서 전해진 아바네라, 아르헨티나 내륙 지방의 목동인 가우초들의 노래 플라야다스가 라 보카 항에 들어와 그곳에 정착한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음악과 어우러지고 스페인 플라맹코의 영향이 가미되면서 음악으로서의 탱고가 만들어졌다. 그런가 하면 춤으로서의 탱고의 기원은 항구 주변 창녀촌에서 몸을 팔던 여인들이 추던 춤이다. 가우초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자기들끼리 추던 춤이다. 혹은 남자들이 중세 시대 기사들처럼 힘을 겨루고 서열을 정하기 위해 행하던 의식이다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 P75

"탱고는 아르헨티나, 특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모두 탱고 가수나 다름없지요. 우리는 탱고 음악을 들으며 태어나고 자랐고,탱고를 통해 사랑을 구하거나 이별의 아픔을 달래고, 탱고를 부르며 인생을 추억하는 사람들이지요. 실은 우리 할아버지께서가르델과 특별한 친분이 있던 분이기에 간혹 내가 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할 수 있는 영광스런 기회가 생기곤 한답니다." - P80

누구보다 뛰어난 가수였기 때문도 아니라고노인은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아름다운 탱고 선율 속에 담긴 노랫말들로 아르헨티나인들의 아픈 상처와 한(恨)을 달래준 사람이었고, 그래서 가르델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나이팅게일이라고도 불린다면서..... - P81

이미 오래전 그는 가고 없지만 그가 불렀던 노래들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며 가슴을 울리는 한, 카를로스 가르델은영원히 불멸의 존재로 남지 않을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조국의 암울한 현실과 인간으로서의 영원한 고뇌들을 끌어안고 그의 노래에 의지하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둘도 없는 벗이 되어주면서 말이다. - P81

"만일 그렇지 않다 해도 괜찮아요. 탱고의 가사와 멜로디속에는 사랑과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지. 그렇기 때문에 가슴으로 느낄 수 있으면 되는 거야. 탱고는 영혼으로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역시 영혼으로 듣는 노래이거든." - P89

그것은 바로 카를로스 가르델이 불러 더욱 유명해진 곡, ‘나의 사랑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였다.

‘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꽃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거리.
내 삶이 있고 내가 죽을 곳, 이것만은 기억하렴.
너를 추억할 때면, 내 마음의 고통은 모두 사라진단다.
사랑하는 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너를 다시 보는 날은 더 이상 가슴 깊은 곳의 슬픔이나 아픔도,
과거의 망각도 존재하지 않으리…………..? - P91

탱고는 그저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거지. 사실 그게다야. 그래서 기본이 더욱 중요해. 누군가와 함께 걷기 위해선 우선 혼자 잘 걸을 수 있어야 하지. 마치 인생이 그런 것처럼. - P-1

뇌쇄적인 여인들이 가슴에 불을 지르듯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모습에 반한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탱고를 배우기로 결심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겉으로 볼 때는 그저 화려하게만 보이던 그 춤이 실은 이민자의후손으로서 아르헨티나인들이 느끼는 모국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달래주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노라와의 탱고 수업은 그러한 나의기대는 물론 미처 생각지 못했던 탱고와 사랑, 탱고와 인생에 대한 그녀만의 철학을 함께 배워가며 마치 심리치료를 받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드는 시간이었다. - P99

카페를 나서 길을 걷는데 저녁 내내 씩씩한 표정을 짓고 있던 레인의 얼굴에 쓸쓸함이 살짝 드리워지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밤마다 택시를 타고 찾아다니는 것은 숨겨진 맛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반쪽을 대신해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그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탱고 슈즈를 늘 가방 안에 넣어 들고 다니는 미국인여기자 레인, 지금 이 순간에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딘가에서탱고에, 20분의 사랑에 영혼을 의지하고 밤을 지새고 있을 그녀는, 그리고 또 나는 과연 숙명적이고 영원한 일생일대의 사랑을언제 어디에서 만나게 될까.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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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쫓아가서 붙잡으신 거예요?"
"그건 아니고, 걸어가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길 반대편에서 달려오더라고. 여자 핸드백을 들고 있길래 한눈에 아하, 날치기구나 했지. 그래서 발을 걸었어. 그 아저씨가 요란하게 넘어지면서 핸드백을 떨어뜨렸고, 다시주울 여유는 없었는지 그대로 달아나더군. 그래서 핸드백을 주워서 주인을 찾아 여기까지 걸어왔더니 아가씨가 주저앉아 있었다. 이 말씀." - P8

"아뇨, 부모님도 도움을 받으면 꼭 답례하라고 가르치셨어요." 여자는 가게 주인아주머니를 보았다. "하이라이트는 얼마예요? - P9

그 후 두런두런 취미와 오락거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이 아닌 곳에서 남자와 이렇게 오래 대화하는건 처음이었다. 아니, 직장에서도 필요할 때만 최소한으로 대화한다. 솔직히 불편했다. 하지만 히로시 앞에서는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면 어째선지 몸은 화끈거렸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 P11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지만 밤이 되기 전에 기숙사로돌아가야 한다. 그만 일어나려 하자 히로시가 "괜찮다면또 만날까?"라고 물었다. - P11

"그래? 역시 생겼네. 그럴 만도 하지. 매주 그렇게 쉴새 없이 붙어 있었으니. 체외 사정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들 하고" - P13

"어쩌지?"
"어쩌긴, 답은 뻔하잖아. 넌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으니 내가 두 사람 몫을 해야지. 아니. 아이가 태어나면 세사람 몫인가 힘들겠지만 해야지" - P13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히로시를 보고 정신을 잃을 뻔했다. 얼굴에 하얀 천이덮여 있었다.
뇌출혈이었다. 원인은 불명이지만 아마도 과로가 화근이었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 P15

지즈코의 때 이른 타계에 당황한 소노카가 의지할 수있는 사람은 나에 씨뿐이었다. 전화를 걸자 나에 씨는잠시 침묵했다가 당장 그리로 가겠다고 했다. 평탄해서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다. - P24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 도착한 나에 씨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온몸에서 기력이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병실에서 지즈코의 시신을 보더니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 P24

"이런 걸 찾고 있었어요. 상식이나 개념에 사로잡히지않고 직감을 따른 결과가 필요했죠. 꽃의 아름다움만이아니라 생명의 힘과 동시에 그 덧없음까지 느껴집니다.완벽해요." - P29

그렇게 극찬하니 쑥스러웠다. 그 정도로 자신이 있진않았다. 합격 점수를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생각은우에쓰지를 보는 마음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 첫인상부터 괜찮았다. 차림새도 깔끔하고 생김새도 단정했다.
더군다나 화술이 뛰어나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설득력이 있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을 도와준 답례를 하고 싶다며 조만간 식사라도 하자고 했을때 예의상 사양할 줄도 모르고 넙죽 받아들였다. - P29

"그럼 가까운 역이라고 하긴 어렵겠네. 주민들 이동수단은 뭐야?
"자가용이 없다면 아마도 버스겠지요. 요코야마가 대답했다. "보통은 도부 버스로 아야세역까지 나갈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전거고요."
"그렇군." - P35

구사나기는 불편해도 건강에는 좋을지 모르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젊은 시절에 비해 몸 쓰는 일이 줄었다. 계장으로 승진하면 중압감에 살이 빠질 줄 알았더니해마다 바지 허리춤이 더욱 답답해진다. 상사들에게 제법 관록이 붙었다는 말을 들을 기회가 늘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 P35

더욱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우애쓰지 료타는 9월27일에 아다치구에 있는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렸는데, 반납일인 28일이 지나도 돌려주지 않았다. 직원이 휴대전화로 연락했지만 받지 않아서 면허증에 적힌 주소지로 찾아갔더니 몇 달 전에 이미 이사 간 상태였다. 렌터카 회사는 10월 5일, 피해 신고서를 제출했다. - P39

"한 달쯤 전에 컨디션이 안 좋다며 소노카가 가게에안 나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우연히 그날 소노카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거든요.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었어요."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 시마우치 씨를 만나러 왔다고요?"
"그런 것 같았어요. 건강 문제로 오늘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가셨어요." - P54

"그렇긴 한데, 화사한 느낌도 있었어요. 사람 대할 기회가 잦은 분인가 보다 생각했던 게 기억나요."
가오루는 볼펜으로 수첩에 적어 내려갔다. 귀중한 정보일지도 모른다. 형사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P55

오카타니 마키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도로 넣고 저기, 하며 가오루의 눈치를 살폈다. "소노카는 달아난 게아닐까요?"
"달아나요? 누구로부터오카타니 마키가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그러니까.
애인한테서요‘
"무슨 뜻인지."
"소노카, 아마 애인에게 맞고 있었을 거예요. 교제 폭력 말이에요." - P67

"옛날부터 상당히 자신감이 넘쳤다고 했어. 성적이 좋다고 으스대기도 하고. 그랬으니 대학 입시 1지망에 떨어졌을 때는 부모에게도 화풀이를 해서, 대체 앞으로 어떤 인간이 될지 걱정했다는 거야. 반드시 도쿄에서 성공할 테다. 그때까진 돌아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다나." - P74

"그래서야 회사를 그만두고 애인 집에 얹혀살았다는말은 입이 찢어져도 못했겠군요." - P74

만약 모노폴을 만날 수 있다면』 저자 유카와 마나부(데이토 대학). - P95

"요코스카에 온 걸 환영하네." 유카와 마나부가 옅은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안해. 갑자기 찾아와서."
"뭘 신경 써, 전화로도 말했지만 할 일도 없고 대화 상대도 없어서 심심하던 참이었어."
"대화 상대가 없어? 구사나기는 집 안쪽을 살폈다.
"부모님이 계시잖아?
"대화를 나누기에 즐거운 상대가 없다는 뜻이야. 일단들어와" - P97

"그러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구사나기 씨. 편하게머물다 가요. 비좁은 집에서 부자가 온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어 봤자 하나도 즐겁지 않으니까." - P99

"블랙이면 돼. 향으로 봐서 인스턴트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올 시간에 맞춰서 내린 건가? 서비스가 너무 좋은데?"
"내가 마시고 싶은 타이밍에 자네가 온 거야."
"어련하시려고." - P101

"그래서 그림책 참고 자료의 저자인 나를 찾아왔다 이말인가? 거참 희박한 실마리를 찾아왔군그래. 거미줄보다도 약한데." - P106

"예전에 나에게 거미줄은 의외로 튼튼하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담당 편집자 후지사키 씨의 말에 따르면자네하고 몇 번 메일을 주고받았다던데. 사람들과 교류가 적은 아사히 씨로서는 드문 일이라고 했어." - P106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은데? 수사본부에서 짜냈나? 보나 마나 우쓰미 씨 아이디어겠지." - P109

"그러니까 계획에 뭔가 오산이 생긴 게 아닐까?"
"어떤 오산?"
"그건 모르지만......."
"봐, 허점투성이잖아. 그런 건 가설이라고 하지 않아.
역시 망상이지."
구사나기는 얼굴을 찌푸리고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친구를 바라보았다.
"마쓰나가 나에가 용의자라는 근거가 있으면 도와준다는 거지?"
"그 경우엔 고려해 볼게. 하지만 억지 주장은 인정 못해." - P112

"알겠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편히 말씀하세요."
"그럼 당장 부탁 좀 할까? 아사히 씨를 따랐다는 여성의 상세 정보가 궁금해."
"실종 중인 시마우치 소노카 씨 말씀이지요?"
"아니." 유카와가 말했다. "소노카 씨의 모친에 대해서." - P123

"아사카게朝影 보육원....... 아침 그늘이라니 아동양육시설치곤 너무 어두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의빛이라는 뜻도 있더군. 시집에는 한자로 아침 햇살朝光이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고. 몰랐어." - P124

"그렇진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위로할 필요 없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굳이 말하자면 지금 하는 일은 속죄야."
이 물리학자답지 않은 예민한 말투였다. - P127

"그것도 구사나기에게 들었나? 그 녀석은 쓸데없는소리를 나불나불......
"쓸데없긴요. 낭만적인데요. 그런데 왜 헤어지신 거예요?"
"간단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야. 그렇게 끝. 요컨대 차인 거지." - P128

"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여기서 살고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지냈다고 들었어요. 그 후로낮에 일하면서 야간 전문대를 다녀 보육교사 자격증을땄다고 해요. 몇몇 시설에서 일하다가 여기로 돌아왔다고 했어요."
"지즈코 씨는 싱글맘이었다고 하던데, 아시는 바 있습니까?"
"자세한 사정은 못 들었지만 따님이 태어나기 전에 헤어졌다고 하셨어요."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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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플래툰 - 아웃케이스 없음
올리버 스톤 감독, 윌렘 데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플래툰』 등장인물의 서사적 기능과 역할


1. 사건의 중심인물

가. 크리스 테일러(찰리 신, 이병)

ㅇ(주요 시점 인물) 대학을 중퇴하고 스스로 베트남전에 자원한 신병으로, 영화 전체를 그의 시점과 내레이션을 통해 따라가게 되는 주인공이자 관객의 대리자

ㅇ(이상주의적 출발) 전쟁과 군 복무에 일정한 명분과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원하지만, 실제 전장에서 죽음과 폭력·민간인 학대·내부 갈등을 경험하며 전쟁의 실체를 깨닫게 됨

ㅇ(일라이어스 파 합류) 부상에서 복귀한 뒤 킹을 통해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과 가까워지고, 점차 일라이어스의 인간성과 전쟁관에 동조

ㅇ(두 리더 사이의 성장) 일라이어스와 반스라는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고참병을 경험하며 인간성과 폭력이라는 전쟁의 두 얼굴을 학습

ㅇ(폭력의 직접 행사) 일라이어스가 반스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지막 전투 후 부상당한 반스를 직접 사살함으로써 자신 역시 전쟁의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변화

ㅇ(최종 자기자각) 일라이어스와 반스를 자신의 영혼을 놓고 싸운 두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받아들이며, 전쟁의 진짜 적이 외부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조직 내부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영화의 중심인물


2. 일라이어스 파 ― 인간성과 동료애

가. 일라이어스 그로딘(윌렘 데포, 하사)

ㅇ(일라이어스 파의 중심) 반스와 함께 소대 내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가진 베테랑 하사관으로,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의 실질적인 리더

ㅇ(실무능력과 인간성) 풍부한 전투경험과 뛰어난 판단력을 갖췄으면서도 민간인과 부하를 인간으로 대하며 전쟁 속에서도 최소한의 윤리와 원칙을 유지

ㅇ(반스와의 가치관 대립) 생존과 임무를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반스와 달리 민간인 보호와 군의 기본원칙을 중시하여 소대 내부의 상반된 가치관을 대표

ㅇ(마을 사건의 제동자) 반스가 촌장의 아내를 살해하고 주민들을 위협하자 이를 강하게 제지하고 상부에 보고하려 하면서 반스와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발전

ㅇ(반스에 의한 제거) 전투 중 북베트남군의 측면 공격을 막기 위해 움직이다 반스의 총격을 받고 버려진 뒤 적군의 추격 속에서 전사

ㅇ(크리스의 정신적 스승) 크리스에게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신적 아버지이자 도덕적 기준점


나. 킹(키스 데이비드, 병사)

ㅇ(신병의 안내자) 부상에서 복귀한 크리스를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데려가 소대 내 인간관계와 생활방식을 알려주는 고참병

ㅇ(현실적 전쟁관) 전쟁을 명예나 승리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문제로 바라보는 현실적인 태도를 지님

ㅇ(크리스의 조직 적응) 크리스가 일라이어스·라·빅 해럴드 등과 가까워지고 일라이어스 파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데 중요한 역할

ㅇ(생환의 상징) 복무기간을 채우고 마지막 대규모 전투 직전에 전장을 떠나면서 병사들이 꿈꾸는 가장 현실적인 목표인 ‘살아서 귀국하기’를 보여줌


다. 라(Rhah)(프란체스코 퀸, 병사)

ㅇ(자유분방한 고참병) 두건을 쓰고 독특한 말투와 행동을 보이며 일라이어스 파 특유의 자유롭고 비권위적인 분위기를 대표

ㅇ(일라이어스의 측근) 일라이어스와 가까운 고참병으로 정찰과 전투에서 함께 행동하며 일라이어스 파의 핵심 구성원 역할

ㅇ(정신적 해설자) 전쟁과 죽음을 다소 철학적이고 운명론적으로 바라보며, 일라이어스가 죽은 뒤에도 그의 죽음을 복수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라고 크리스에게 조언

ㅇ(마지막 생존자) 일라이어스가 죽은 뒤에도 크리스와 함께 전투를 이어가며 마지막 대규모 전투에서도 살아남아 크리스를 배웅


라. 빅 해럴드(포레스트 휘태커, 병사)

ㅇ(인간적인 고참병) 큰 체격과 달리 비교적 온화하고 동료를 잘 챙기는 성격으로 일라이어스 파의 인간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인물

ㅇ(강한 전우애) 첫 전투에서 부상당한 크리스와 동료들을 돕는 등 신병에게도 거리낌 없이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줌

ㅇ(폭력에 대한 양심) 마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대와 소대 내부의 폭력적인 분위기에 불편함을 느끼며 전쟁 속에서도 양심을 유지하는 병사의 모습을 보여줌

ㅇ(전쟁의 현실적 희생) 이후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후송되어 최종 전투에서는 제외되며 살아남는 과정 역시 부상과 상실을 동반한다는 현실을 보여줌


마. 프랜시스(코리 글로버, 병사)

ㅇ(크리스의 전우)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과 어울리며 크리스와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마지막 전투까지 함께함

ㅇ(최종 전투의 생존자) 북베트남군의 대규모 공격에서 크리스와 같은 진지에서 싸우며 극심한 전투 끝에 살아남음

ㅇ(극단적 생존본능) 전투가 끝난 뒤 스스로 허벅지를 찔러 부상을 만들어 후송 대상이 되면서 명예나 전공보다 전장에서 벗어나 살아남는 것을 우선하는 병사의 현실을 보여줌

ㅇ(크리스의 귀환 확인) 크리스 역시 두 번째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귀국할 수 있음을 알려주어 두 사람이 베트남을 떠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역할


바. 게이터 러너(조니 뎁, 이병)

ㅇ(베트남어 통역) 베트남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여 마을 수색 과정에서 주민과 미군 사이의 통역을 담당

ㅇ(민간인과 미군의 연결) 촌장이 설명하는 마을의 상황과 북베트남군의 강압을 미군에게 전달하면서 양측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함

ㅇ(통역의 한계) 주민의 설명이 정확하게 전달되더라도 이미 분노와 의심에 사로잡힌 반스의 폭력을 막지는 못해 전쟁에서 언어와 합리적 설명이 무력화되는 모습을 보여줌

ㅇ(기능적 조연)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마을 사건의 전개와 미군·베트남 민간인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담당


사. 크로퍼드(크리스 페더슨, 병사)

ㅇ(일라이어스 파 구성원)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에서 생활하며 크리스가 이 집단에 들어가는 초기부터 함께하는 인물

ㅇ(전투 동료) 일라이어스와 함께 정찰과 전투에 참여하여 일라이어스 파가 단순한 친목집단이 아니라 실제 전투에서도 함께 행동하는 전우집단임을 보여줌

ㅇ(부상 후 후송) 이후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후송되어 마지막 대규모 전투에는 참여하지 못함


아. 닥 고메즈(폴 산체스, 의무병)

ㅇ(소대 의무병) 전투 중 발생하는 부상병을 응급처치하고 후송을 지원하는 소대의 의료담당 병사

ㅇ(생명을 살리는 역할) 공격과 살상이 중심이 되는 전장에서 부상병을 살리는 임무를 수행하여 다른 전투병들과 대비되는 기능을 담당

ㅇ(전쟁의 피해 목격자) 전투의 승패보다는 죽고 다치는 병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전쟁이 인간의 육체에 남기는 피해를 직접 보여주는 인물


자. 매니(코키 포드, 병사)

ㅇ(일라이어스 파 병사) 일라이어스 파 병사들과 함께 어울리며 소대 생활을 하던 병사

ㅇ(참혹한 희생) 정찰 중 실종된 뒤 적에게 살해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되어 소대원들의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킴

ㅇ(마을 사건의 촉발) 그의 죽음을 계기로 소대원들의 복수심과 적개심이 높아지고 이후 베트남 마을 수색에서 폭력이 폭발하는 심리적 배경을 형성

ㅇ(피해자에서 가해자로의 전환) 미군 병사들이 전우를 잃은 피해자의 위치에서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의 위치로 넘어가는 서사의 전환점을 제공


3. 반스 파 ― 폭력과 생존의 논리

가. 밥 반스(톰 베린저, 중사)

ㅇ(반스 파의 중심) 소대의 최고참급 부사관으로 정식 소대장인 울프 소위보다 강한 현장 영향력과 전투경험을 가진 실질적인 리더

ㅇ(탁월한 전투능력)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경험과 강한 판단력·결단력을 바탕으로 위기상황에서 소대원들이 의지하는 강력한 현장 지휘력을 발휘

ㅇ(생존 우선의 가치관) 전쟁에서는 살아남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모든 판단보다 중요하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폭력과 불법행위까지 허용

ㅇ(민간인 폭력) 마을 수색에서 주민을 적과 협력한다고 의심하고 촌장의 아내를 살해하며 딸까지 위협하여 군인의 윤리와 민간인 보호원칙을 무너뜨림

ㅇ(일라이어스 제거) 자신의 행위를 상부에 보고하려는 일라이어스를 위협으로 판단하고 전투 중 직접 총격을 가한 뒤 적군에게 죽은 것처럼 위장

ㅇ(유능하기 때문에 위험한 리더) 단순한 폭력배가 아니라 실제로 뛰어난 실무능력과 생존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부하들이 그의 판단을 신뢰하고 따르며, 그만큼 잘못된 가치관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도 큼

ㅇ(전쟁 그 자체의 상징) 생존과 폭력의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 인간적·도덕적 기준을 잃고 스스로가 전쟁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변화

ㅇ(크리스에 의한 최후) 마지막 전투 후 부상당한 상태에서 크리스와 마주치고 크리스의 총격으로 사망하여 일라이어스와의 갈등이 크리스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산


나. 레드 오닐(존 C. 맥긴리, 하사)

ㅇ(명확한 반스 파) 반스를 따르는 고참 하사관으로 반스와 술을 마시고 카드놀이를 하는 ‘Juicers’ 집단의 핵심 구성원

ㅇ(권력 편승형 인물) 반스처럼 강한 신념이나 폭력성을 갖기보다 자신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조직에서 가장 강한 인물인 반스에게 의존하는 기회주의적 성향을 보임

ㅇ(반스의 권위 의존) 소대 내부의 갈등과 조사 가능성이 생길 때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반스의 판단과 영향력에 기대는 모습을 반복

ㅇ(비공식 권력의 추종자) 일라이어스와 반스의 충돌에서 사실상 반스 편에 서면서 강한 비공식 권력에 편승하는 조직 구성원의 전형을 보여줌

ㅇ(역설적인 생존) 마지막 전투에서 시체 아래에 숨어 살아남아 전투력이나 용맹보다 자기보존에 충실한 성격을 다시 드러냄

ㅇ(원치 않은 지휘책임) 전투가 끝난 뒤 해리스 대위로부터 남은 소대를 맡으라는 명령을 받아 자신이 가장 피하고 싶어 했던 책임을 떠맡는 아이러니한 결말을 맞음


다. 버니(케빈 딜런, 병사)

ㅇ(폭력적 추종자) 반스 파의 대표적인 젊은 병사로 반스의 폭력적인 전쟁관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인물

ㅇ(강한 적개심) 베트남인 전체를 적과 동일시하는 공격적 태도를 보이며 전쟁 속에서 적과 민간인을 구별하는 기준을 잃어감

ㅇ(민간인 살해) 마을 수색 과정에서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 장애가 있는 베트남 청년을 살해하여 전쟁이 병사를 가해자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줌

ㅇ(반스 적극 옹호) 일라이어스가 반스의 행위를 문제 삼자 일라이어스를 배신자로 여기며 반스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정당화

ㅇ(폭력의 귀결) 마지막 전투에서 북베트남군에게 사살되어 자신이 받아들였던 폭력과 죽음의 세계 속에서 결국 자신도 희생됨


라. 주니어(레지 존슨, 병사)

ㅇ(반스 파의 주변인물) 반스 파 병사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행동하지만 버니처럼 반스의 폭력성을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인물은 아님

ㅇ(신병과의 갈등) 초반 야간 매복에서 경계근무 문제로 크리스와 충돌하면서 신병과 고참병 사이의 불신과 긴장을 보여줌

ㅇ(불안과 자기보존) 힘든 임무와 전투를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위험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영웅적 군인상과 대비되는 평범한 병사의 모습을 나타냄

ㅇ(반스 파 내부의 차이) 마을에서 벌어진 일부 폭력에 불편한 반응을 보이는 등 반스 쪽에 속해 있더라도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가치관을 가진 것은 아님을 보여줌

ㅇ(공포 속의 최후) 마지막 전투에서 극심한 공포 속에 진지를 벗어나려다 살해되어 전쟁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줌


마. 워런(토니 토드, 하사)

ㅇ(반스 쪽 고참 하사관) 소대를 이끄는 고참 하사관 가운데 한 명으로 일라이어스와 반스의 대립에서는 상대적으로 반스의 입장에 가까운 모습을 보임

ㅇ(반스의 실무능력 인정) 반스가 지금까지 자신들을 살아남게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의 경험과 전투능력을 높이 평가

ㅇ(현실적 생존논리) 오닐처럼 권력에 기생하거나 버니처럼 폭력을 적극적으로 즐기기보다는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스의 실무능력을 인정하는 현실적인 태도

ㅇ(반스 영향력의 근거) 반스의 권력이 단순히 공포와 폭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투능력과 생존경험에 대한 병사들의 신뢰에도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물


4. 공식 지휘부

가. 울프(마크 모지스, 소위)

ㅇ(공식 소대장) 계급상 소대 전체를 지휘하는 정식 지휘관으로 반스와 일라이어스보다 공식적인 권한은 위에 있는 인물

ㅇ(현장경험 부족) 실전경험과 위기대응 능력이 부족하여 실제 전투에서는 반스·일라이어스 같은 고참 하사관들의 판단과 경험에 크게 의존

ㅇ(실질적 통제력 약화) 공식적인 명령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강한 카리스마와 전투경험을 가진 반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공식권력과 실질권력이 분리

ㅇ(마을 사건 통제 실패) 반스의 민간인 학대와 일라이어스와의 충돌을 효과적으로 제지하지 못하여 소대 내부의 가치관 대립과 파벌화를 방치

ㅇ(포격 좌표 실수) 전투 중 잘못된 포격좌표를 전달하여 아군 진지에 포격이 떨어지는 피해를 발생시키면서 현장 지휘능력의 한계를 드러냄

ㅇ(무능한 공식권력의 상징) 계급과 직위만으로는 실질적인 리더십을 확보할 수 없으며 현장능력과 구성원의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인물

ㅇ(마지막 전투 전사) 북베트남군의 대규모 공격에서 진지를 지키다 전사하여 소대의 공식 지휘체계도 사실상 붕괴


나. 해리스(데일 다이, 대위)

ㅇ(중대 지휘관) 크리스와 반스·일라이어스가 속한 중대의 지휘관으로 소대보다 상위에서 작전과 군기를 통제

ㅇ(군 기강 유지) 마을에서 발생한 민간인 살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군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반스의 행동이 군 조직 전체의 공식규범과는 충돌하고 있음을 분명히 함

ㅇ(일라이어스 제거의 배경) 일라이어스의 증언이 실제 조사를 촉발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반스가 일라이어스를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하게 되는 배경을 형성

ㅇ(극단적 전투지휘) 마지막 대규모 공격에서 진지가 붕괴되자 아군 진지 위로 공중폭격을 요청하는 결단을 내려 전장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줌

ㅇ(전쟁의 지속성) 전투 후 살아남은 오닐 하사에게 남은 소대를 맡기면서 수많은 희생이 발생해도 군 조직과 전쟁은 다시 계속된다는 현실을 보여줌


5. 그 밖의 소대원과 전쟁의 희생자

가. 가드너(밥 오윅, 이병)

ㅇ(크리스와 함께 온 신병) 크리스와 비슷한 시기에 소대에 배치되어 처음 베트남전에 들어온 신병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인물

ㅇ(초기 희생자) 첫 야간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고 사망하여 신병이 전쟁터에서 얼마나 쉽게 희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줌

ㅇ(크리스의 현실 인식) 가드너의 죽음은 크리스가 전쟁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상주의적 기대가 처음으로 깨지는 계기를 제공


나. 텍스(데이비드 나이도프, 병사)

ㅇ(초기 전투의 부상자) 첫 야간 전투에서 크게 부상을 입어 전투 초기에 크리스가 목격하는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줌

ㅇ(야간전의 혼란) 적과 아군의 위치가 불분명한 정글 야간전에서 병사들이 얼마나 쉽게 부상하고 죽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


다. 살(리처드 에드슨, 병사)

ㅇ(부비트랩 희생자) 정찰 중 적이 남겨둔 진지를 조사하다 설치된 부비트랩에 의해 희생

ㅇ(정글전의 공포) 적군이 직접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함정과 부비트랩으로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베트남전의 특성을 보여줌

ㅇ(복수심의 증폭) 매니 등의 죽음과 함께 소대원들의 공포와 분노를 증폭시켜 이후 마을에서 집단적인 폭력이 발생하는 심리적 배경을 형성


라. 샌더슨(제이 애덤 글로버, 병사)

ㅇ(부비트랩 피해) 살과 함께 적 진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비트랩에 희생되는 병사

ㅇ(반복되는 죽음) 소대원들이 연속적으로 희생되는 모습을 통해 살아남은 병사들의 심리와 판단이 점차 거칠어지는 과정을 보여줌

ㅇ(전쟁의 비인간화) 반복되는 동료의 죽음이 구성원의 인간성과 윤리적 판단을 약화시키는 배경을 형성


6. 베트남 마을 주민

가. 마을 촌장(베르나르도 마날릴리)

ㅇ(마을의 대표자) 미군이 수색한 마을을 대표하여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인물

ㅇ(강압에 대한 설명) 마을에 있던 식량과 물자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적군 지원 때문이 아니라 북베트남군의 강압 때문이라고 설명

ㅇ(합리적 설명의 무력화) 이미 전우의 죽음과 분노에 사로잡힌 반스가 그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심문과 판단이 무너짐

ㅇ(민간인과 적의 경계) 전쟁에서 민간인과 적을 구별해야 한다는 원칙이 공포와 복수심 속에서 얼마나 쉽게 붕괴되는지를 보여주는 인물


나. 촌장의 아내(탄 로저스)

ㅇ(민간인 희생자) 반스가 촌장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항의하다 반스의 총격으로 살해되는 비무장 민간인

ㅇ(폭력의 분기점) 아무런 군사적 위협이 없는 민간인이 살해되면서 마을 수색이 정상적인 군사작전에서 명백한 민간인 학대로 넘어가는 결정적 순간을 형성

ㅇ(일라이어스와 반스의 충돌) 그녀의 죽음이 일라이어스가 반스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소대 내부의 도덕적 대립을 폭발시킴


다. 촌장의 딸(리 티 반)

ㅇ(위협의 대상) 반스가 촌장에게 정보를 말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총을 겨누며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젊은 여성

ㅇ(두 가치관의 대립) 반스에게는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지만 일라이어스에게는 보호해야 할 민간인으로 두 사람의 전쟁관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냄

ㅇ(인간의 수단화 문제) 목적 달성을 위해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영화의 윤리적 질문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


7. 소대 내부의 두 세력

가. 일라이어스 파

ㅇ(중심인물) 일라이어스 하사를 중심으로 크리스·킹·라·빅 해럴드·프랜시스·러너·크로퍼드·닥·매니 등이 형성한 소대 내부의 하위 그룹

ㅇ(인간성과 동료애) 강압적 군기보다 개인적인 신뢰와 전우애를 중심으로 결속하며 전쟁 중에도 최소한의 인간성을 유지하려는 성향

ㅇ(자유로운 병사문화) 대마초를 피우고 음악을 들으며 어울리는 ‘Heads’ 집단으로 반스 파의 술·카드 중심 문화와 대비

ㅇ(최소한의 직업윤리) 적군과 민간인을 구별하고 불필요한 폭력을 경계하며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을 공유

ㅇ(크리스의 가치관 형성) 크리스가 이들과 생활하면서 일라이어스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고 소대 내부에서 사실상 일라이어스 파에 속하게 됨


나. 반스 파

ㅇ(중심인물) 반스 중사를 중심으로 오닐 하사·버니·주니어·워런 하사 등이 형성한 소대 내부의 또 다른 하위 그룹

ㅇ(생존과 전투력 중심) 인간적 가치보다 강한 전투능력과 생존경험을 중시하며 반스의 실무능력과 권위에 의존

ㅇ(권력 편승형 추종) 오닐은 자신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강한 권력을 가진 반스에게 붙는 기회주의적 구성원의 모습을 대표

ㅇ(폭력적 가치관 수용) 버니는 반스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전쟁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민간인에게까지 폭력을 행사

ㅇ(다양한 추종 동기) 주니어와 워런은 오닐·버니처럼 적극적인 추종자는 아니며 공포·생존·전투경험 등 서로 다른 이유로 반스 쪽에 위치

ㅇ(비공식 권력집단) 정식 지휘관인 울프 소위의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반스의 실무능력과 권위를 중심으로 사실상의 비공식 권력집단을 형성


8. 세 중심인물의 서사적 관계

가. 일라이어스 ― 인간성과 양심

ㅇ(인간성의 상징) 전쟁을 충분히 경험하고도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과 법이 존재한다고 믿는 인물

ㅇ(유능하고 윤리적인 리더) 풍부한 실무경험과 전투능력을 갖추면서도 민간인 보호와 동료에 대한 인간적인 태도를 포기하지 않음

ㅇ(정신적 아버지) 크리스에게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신적 스승이자 아버지 역할


나. 반스 ― 폭력과 생존

ㅇ(전쟁의 폭력성) 살아남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고 믿으며 전쟁의 논리를 극단적으로 체화

ㅇ(유능하지만 위험한 리더) 뛰어난 실무능력과 현장 장악력을 갖췄지만 윤리와 절차가 결여되어 조직과 구성원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

ㅇ(또 하나의 정신적 아버지) 크리스에게 전쟁이 인간을 어디까지 변화시키고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아버지 역할


다. 크리스 ― 두 세계 사이의 인간

ㅇ(두 가치관의 경험) 일라이어스의 인간성과 반스의 폭력성을 동시에 목격하면서 전쟁과 조직이 가진 선과 악을 함께 학습

ㅇ(일라이어스 선택) 가치관으로는 일라이어스의 인간성과 원칙에 동조하지만 실제 전장에서 반스가 가진 힘과 생존논리 역시 피할 수 없이 경험

ㅇ(폭력의 역설) 반스를 거부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손으로 반스를 사살하여 결국 반스가 상징하던 폭력을 자신 역시 행사

ㅇ(두 아버지의 내재화) 일라이어스와 반스 가운데 한 사람만을 완전히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가 자신의 일부가 되었음을 깨달음

ㅇ(영화의 핵심구도) 『플래툰』의 중심 갈등은 미군과 북베트남군의 전투뿐 아니라 크리스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인간성과 폭력의 충돌로 귀결

※ 핵심 관계 : 일라이어스(인간성·양심) ← 크리스 테일러 → 반스(폭력·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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