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licidaden Buenos Aires 만남은 여행의,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고 새로운 꿈을 빚어가는 사람들과 뜨거운 가슴을 맞대고서 함께 웃고 울 수 있었음에, 그로 인해 내 삶이다시 생명을 얻었음에 감사한다. - P132
"저기 저 건물・・・ 아무래도 여행하는 사람 같은데 저걸 유심히 바라보기에 뭔가를 알고 그런 줄 알았지 뭐야. 저 건물이 바로 수많은 흑인 노예들을감금했던 곳이거든. 일부러 비좁은 건물을 선택했다고 하더군. 저 안에 몇 명을 수용했다더라... 아무튼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을 가득 채워 가두고서 모두가 죽어가기만을 기다렸다고 하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야. 어떻게 그런 일을 하여간 바로 이 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네, 젊은이." - P137
런던에서 살고 있으니 혹시 유럽을 방문하면 꼭 연락을 달라는내용이었다. 그곳에 취직이라도 했나 싶었지만 수영이에게는 아무도 상상 못 할 이유가 있었다.
아직 취직을 한 건 아니구요. 어릴 적부터의 꿈이 있는데 그건 나의 선택과 상관없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났으니 일단 감사히 인생의삼분의 일을 한국에서 살고, 또 삼분의 일은 내가 원하는 나라들을 실컷 돌아다니며 살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에가서 사는 거예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시작으로 런던을 택한 것뿐이에요. - P151
귀신이 곡하고도 남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수년간 이메일을 통해서만 소식을 전해 듣던,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홍길동처럼 살고 있는 줄로만 생각해서 볼 엄두도 못 내던 수영이가 내 눈앞에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 않은 채 서로를 부둥켜 안고 비명을 질렀다. 언제나처럼 친구들을 여럿 대동하고 골목대장처럼 씩씩한 모습으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라 보카의 오색찬란한 건물들 앞에서 햇살을 받으며 나를 보고 웃던 수영이의 까무잡잡한 얼굴. 그런 운명적인 만남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우리는 각자의 친구들과 주변 구경을 마친 후 노천 카페에 마주 앉아 생맥주를 주문했다. - P153
그 중어느 하나라도 어긋났더라면 우린 그렇게 남미 땅 끝에 위치한 타국의 항구에서 영화 같은 만남을 갖지 못했을 터인데, 수영이와내가 그곳에서 만난 것은 정말 신의 뜻이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옆에 나란히 앉아서 손을 잡아보아도 믿어지지 않던 그 순간, 그 만남. 수영이는 그렇게 놀랍고 반갑기그지없는 찰나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그녀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 런던으로 돌아갔다. - P155
수영이가 나의 여행 중에 나타났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도같다. 아마도 그것은, 인생은 도전해 볼 만한 일들로 가득한 것이며 쉬지 않고 꿈꾸면서 달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한밤에 나타나 요술 지팡이로 마법을 걸어주고 사라지는 동화 속 요정처럼 수영이는 예고없이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 미지의 땅에서 돌연 내 앞에 나타나 잠자고 있던 꿈들을 깨워주었다. 인생이란, 그녀의 말처럼 참으로 신기한 일들로 가득한 듯하다. 그래서 젖 먹던 힘을 다해달려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 P157
"사람들이그랬죠? 라디오 택시가 아니면 타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맞아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잘 생각해 봐요. 라디오 택시라는 마크 하나가 더 있는 것뿐 그들도 나쁜 짓을 하려면 왜 못 하겠어요? 그러니까 내 말은 라디오 택시라도 다 안전한 게 아니듯 우리 같은 택시도 무조건 위험한 건 아니란 거죠. 나 절대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날 한 번 믿어봐요. 가는 곳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게요. 정말이에요." - P175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그 사이 정체불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만 같았다. 양손에 많은 짐을 들고서 그 사이를무사히 뚫고 지나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정말 이 말을 믿어도 될까?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택시 운전사의 눈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살면서 가끔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누군가의 말 속에 담긴 진심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세상 사람들의 경고의 목소리가 아닌, 오로지 그 사람의 눈동자가 왠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나의 육감만을 믿어야 할 때였다. 그래, 한번 믿어보자. 그러자. 나는 크게 한 번 숨을 쉬고 택시에 올랐다. - P175
"믿어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내가 한 말은 다진짜예요. 솔직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택시가 안전하다고는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라디오 택시만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것 역시 믿을 게 못 되죠. 라디오 택시 회사에 취직을 하려면 돈을 많이 내야 하는데 난 그럴 형편이 못 되는 것뿐이고 나 같은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이곳엔 가난한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다 도둑질을 일삼는 건 아니거든요.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면서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답니다. 그러니 라디오택시도 위험할 수 있고 반대로 우리 같은 택시도 안전할 수 있어요. 세상 어디에서나처럼 말이죠." - P176
그러면서 그는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자기 아들의 사진을 꺼내보여주었다. "바로 이 아이 때문에 난 더욱 열심히 일을 하며 살지요. 그리고 사랑하는 내 아들이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있도록 택시 승객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있구요. 몇몇 개념 없는 운전사들 때문에 나처럼 열심히 일하는사람들까지 치한으로 몰리는 건 정말 화가 난다니까요." - P176
‘위대한 안데스의 독수리여, 안데스의 보금자리로 나를 데려가주오. 내잉카의 형제들과 그곳에서 살고 싶네. 오 위대한 독수리여, 쿠스코에서나를 기다려주오. 그곳에서 함께 마추피추와 후아이나피추로 산책을가야지요......? - P183
"평등주의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니 흥미롭네." 누군가 한마디를 던졌다. "맞아. 평등주의. 나이가 많든 적든, 더 많은 것을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모두가 평등하다는 거야. 나이 어린 사람이 무조건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윤리도 없지. 어린아이도 현명하고 지혜롭다면 나이 든 사람들이 똑같이 존중하고존경을 하지. 남녀간에도 그래. 둘 중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똑같이 역할을 나누어 하거든. 예를 들어 누군가 결혼을 할 때 그 마을 사람들에게서 가장 존경받는 남녀가 함께 주례를 맡는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 P187
삶이란 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무덤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어느 나라의 속담도 있듯이 죽음이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한 과정에 불과한 것을, 우리는 그것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게만 받아들이지 않던가 인생이란 것이 어차피 그렇게 잠시 거쳐가는 길이란 사실을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갖지 못해 아등바등하며 살 필요도 없을 텐데. - P189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인생은 생각보다 간단해.기독교에는 십계명이 있지? 그것처럼 우리에게도 가장 기본이되는 삶의 원칙들이 있는데, 우리 것은 본래 단 세 가지였어. 첫째, 도둑질하지 말라. 둘째, 거짓말하지 말라. 셋째, 나약해지지말라. 그 세 가지만 지키면 정의로운 삶을 살 수 있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거야. 행복하게 산다는 거. 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아주 단순한 일이거든. 그런데 외부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짓밟고 침략한 이후로는 그 세 가지에 한 가지 원칙이 더해졌지." - P190
"배신하지 말라. 사실 역사가 우리를 가혹한 운명에 처하게 했지만 우린 그것을 원망하거나 모든 것을 앗아간 서양 정복자들에게 미움을품거나 하지않고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평화롭게 살고 있어. 말하자면 그들이 침략을 했건 말건 우리의삶에는 달라진 게 없지. 그런데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바로 배신하지 말라는 계명이 하나 더 늘어난 거야. 그 말은 곧, 배신하는 자들이 생겨났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우리 인디언들의 언어에는 존재하지 않던 단어 몇 개도 생겨났어. 만약, 혹시, 어쩌면,아마도 그런 것들이지. 우리에게 말은 곧 약속이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이라는 단어 따위는 사용할 필요가 없었는데 새로운 문화가 섞이면서 서로를 100% 신뢰할 수가 없게 된 거야. 예, 혹은 아니오, 그렇게 모든 것이 투명했는데 이제는 아니야. 안타까운 일이지." - P191
훌리오를 만나고 돌아온 그날 밤,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심한 몸살을 앓았다. 웬일인지 꼼짝할 수가 없었고 다음날은 열도 나면서 움직이기조차 힘들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야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아마도 그들의 현실을 대면하며 느껴야 했던 아픔과 뭐라 표현할 길 없는 커다란 감동이 뒤섞여 큰 충격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알 길이 없다. 하지만 훌리오의 가족과 함께 보낸 하루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시간 중 하나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P210
‘꿈은 무조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엔 슬프게도 나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 많은 산을 넘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길을 바꾸어놓은 수년 전 그 만남은 내게 더 큰 확신을 안겨주었다. ‘꿈은 분명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진정으로 간절히 갈구하는 자에게 반드시 길은 열린다.‘라는 믿음을 말이다. - P219
Pasiónen Buenos Aires 인간은 장애물을 마주할 때 자신의 진정한모습을 발견하는 법, 삶의 여정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련은 분명 나를 더욱 성장시키고성숙하게 하는 스승이다. 또한 아픈 만큼 성숙해진 사람은 빛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의 가슴, 다시 뜨거워지다 - P221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 걸음 쉬어가는 여유,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차분하게 가슴에 저장하는 시간은 여행에서나 인생에서나 꼭 필요하다. 이번 여행, 그러한 나만의 장소로 나는 파타고니아를 선택했다. 격한 감동과 뜨거운 정열, 파란만장한 역사를 안고 있는 나라 아르헨티나 여행에서는 빙하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 시원한 바람을 맞는 일이 어울릴 듯싶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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