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사에 대한 온전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당위적인 차원의 언급이아니라 정말로 그가 걸은 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절실하다. 김익상의사는 1922년 3월 중국 상하이 황포탄의거의 주인공이다. 그가 쏜총탄은 1932년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의거, 1933년 백정기 의사의 육삼정의거와 더불어 ‘상하이 3대 의거‘로 불린다. - P27

김 의사가 총을 겨눈 다나카 기이치(田中義一, 1864~1929)는 일본 군부의영웅이라 칭송받던 인물이다. 일본 육사 출신으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모두 참전했으며, 일본 군부의 대표적인 전쟁론자로 평가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1920년 훈춘사건과 경신참변의 책임자였다. 말 그대로 원흉그 자체인 인물이 의열단이 활동하는 상하이로 찾아온다니, 김익상을 포함해 의열단원들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 P27

"어떠한 형벌이든지 사양치 아니할 터이며 나의 수령과 동지자는 말할 수 없으나 이후로 제이 김익상, 제삼 김익상이가 뒤를 이어 나타나서 일본 대관 암살을 계획하되 어디까지든지 조선독립을 이루기까지는 그치지 아니할 터이라. (중략) 나의 이번 일에대하여는 조금도 뉘우침이 없다." - P30

1922년 9월 일본 재판부는 김익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사는사형해야 한다며 항소했고, 그해 11월 2심에서 김익상은 나가사키 공소원(고등재판소)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 이후 일본 왕가의 행사 등을 이유로무기징역과 20년 형으로 감형됐다. 이후 추가적으로 감형되어 1936년 여름 석방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의 나이 마흔하나였다. - P30

놓쳐서는 안 되는 점은,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던진 김익상의 출소 이후의 삶과 마지막을 특정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그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의 유해를 수습하지 못했기에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 마련된 위패 하나로 그를 위로할 뿐이다. 그의 위패 머리에는 국가공인 친일파 신태영과 이응준이 잠들어 있다. - P31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김익상을 기리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2022년 3월28일 서울시 마포구 아현주민센터 입구에 ‘김익상 의사 본적지 터 표석이 세워졌다. 그가 태어난 곳은 당시 행정구역상 경기도 고양군 공덕리로지금의 아현동 일대이다. 이런 까닭에 마포문화원이 황포탄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아현동 주민들과 뜻을 모아 표석을 건립했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역사란 결국 이렇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P31

김학철 지사는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지 못했다.
북에서 잠시 활동했다는 것이 이유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다. 김학철 지사의 유언을 생각한다. "편안하게 살려거든 불의에 외면을 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을 하라. 우리 김학철 지사를 가슴에품고 사람답게 살자. - P33

1921년 5월 11일 대구감옥에서 순국한 박재혁은 고향 부산의 한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정부는 1969년 10월 박 의사의 유해를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 76번 무덤에 모셨다. 박 의사의 후손 및 박 의사를 따르는 후인들의 노력으로, 의거지인 부산경찰서 터에도 박 의사의 의거를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주소는 용두산으로 향하는 길목인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로85번길 15‘다. 현재는 큼지막한 노래방이 자리해 있다. 이곳 역시 박 의사 생가 터인 ‘범일동 183번지‘와 더불어 너무나도 귀한 곳이다. 부산에 간다면 꼭 들러 박 의사를 위해 소주 한잔 올렸으면 좋겠다. - P40

월요일 오후 군함도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평일인데도200명이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배에 오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온 사람들만 이 정도면, 휴일이나 단체 관람이 있을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올까 싶었다. 나가사키 공식 관광 웹사이트의 "세계문화유산 군함도를 가까이서 보자!" 문구처럼, 세계의 유산이 된 군함도는 이제 나가사키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어 일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 P41

일본 정부는 1922년 ‘데지마 네덜란드 상관 터‘를 국가사적으로 지정했고, 2025년 현재 데지마는 옛 모습이 복원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폭신폭신 다디단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한 입 베어 문 채 ‘코히커피의 일본식 발음)‘ 한 잔 들고 데지마를 걸어 보길 추천한다. 일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 그 거리를 거닐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 P52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피해자‘ 일본에 대한 참상만이 강조됐을 뿐전쟁을 일으킨 ‘가해자‘ 일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끌려와 총을 들고, 노역하고, 원자폭탄에 맞아 사망한 조선인에 대한 기록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 중 일본은 150만 명에 이르는 조선인을 열도로 끌고와 탄광이나 조선소로 보냈다. 또 일부는 학도병으로, 위안부로 전선에 보냈다. 2010년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원폭에 피폭된 조선인 수는 히로시마에서 5만 명, 나가사키에서 2만 명으로 추정된다. - P54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친일 청산을 위해 일생을 바친 선구자 임종국 선생의 이름을 딴 임종국상 2022년 사회 부문 수상자가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이라는 발표를 보고 그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는 선정의 이유로 "풀뿌리 시민운동이 동아시아의 과거청산과 평화 실현에 기여한 공로"를 들었다.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이 극우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흔들림 없이 평화운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 또한 높이 평가했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이곳에 한번쯤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 P59

"받은 고통에서 가한 고통의 깊이를 깨닫는 것으로 나아가야만평화를 구할 수 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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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진짜 수학여행을 떠나자
‘항일로드‘를 답사하고 책으로 쓰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것은 ‘이것이야말로 진짜 수학여행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즐거웠다. 예전에는 거의 반강제로 간 수학여행이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원해서 기획한 수학여행이었다. 직접 준비해서 제대로 즐기고 의미를 찾은 진짜 수학여행이었다. 그 길에서 만난 지사님들께 술을 올리고 또 올렸다. 걸음을 이으며 ‘지사님들 덕에 내가 지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기뻤고 뿌듯했으며 감동적이었다. 이 귀한 여정을 혼자만 간직하고 싶지 않아, 이 감정을 여럿이 함께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 - P10

돌아보니 이 같은 마음은 2018년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투사들을 찾아떠난 ‘임정로드‘를 마친 뒤의 마음과 매우 유사하다. ‘일생에 한 번은 백범의 계단에 서자!‘ 상하이부터 충칭까지 20박 21일의 여정을 마쳤을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몰아치는 그것을 혼자만 간직하기가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은 임정로드로 수학여행을 떠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임정로드 4000km> 책을 썼다. 바람이 통한 것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임정로드 여정을 잘 마쳤다‘는 시민들이 나타났다. - P10

현장에서 태극기를 펼쳐 놓고 지사님들께 술 한잔 올리면 좋겠다. 윤봉길과 이봉창이 순국한 그곳에서 독립투사들이 불렀던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 사인 Auld Lang Syne> 곡조로 <애국가>도 부르면 좋겠다. 윤동주가 걸었던 교토와 도쿄의 거리에서 그의 시를 낭독하면 좋겠다. 불러 본 사람만이읊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깊은 여운이 밀려온다. 단언컨대, 그 감정이당신의 내일을 만드는 기초가 될 것이다. - P11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킨 독립투사들을 기억하며술 한잔 올리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항일로드 여정을 시작하자.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 - P11

안정감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항일로드> 책을 준비하며 내게 안정을 준 요소를 생각해 봤다. 예약한 비행기와 숙소도 있지만  역시나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데이터 무제한 유심과 넉넉한 동전지갑, 일본 전역을 관통할 수  있는 JR패스가 큰 힘이 됐다. 이 세 가지 덕에 일본 특유의아날로그 감성을  느끼며 안정감 있게 여정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 P12

지하철은 자동발권기를 이용해 구간별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모든 기계가 한글 지원이 된다. 버스의 경우 기사 옆에 요금함이 있다. 다만 우리와 달리 대부분 탈 때가 아니라 내릴 때 동전을 넣어야 한다. 동전 교환기까지 있어서 500엔이나 1000엔을 넣고 잔돈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동전을 넣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아주 오래전 동전을 사용하던 시절의 감성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슬쩍 웃게 된다. 어느새 동전지갑에서 동전을 꺼내며 아날로그 여행에 익숙해진 나를 보게된다. 유쾌한 경험이다. - P13

그들의 숨결이 깃든 곳
나가사키 형무소
나가사키를 항일로드 여정의 시작점으로 잡은 이유가있다. 나가사키 형무소 때문이다. 흑색공포단 백정기 의사가 순국한 곳, 의열단 김익상 의사가 15년 동안 수감되어 있던 곳, 조선의용군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 지사가 광복을 맞을 때까지 수감되어 있던 곳. 이곳에서 술 한 잔 올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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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코우겐은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갑자기  책상에 놓인 등불이 흔들거리면서 불길이 커졌다. 코우겐이 황급히 불을 끄자  은은한 달빛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행동에서 뻗어나온 그림자가 좀 이상했다. 벽면으로 길게 늘어진그림자가 꼭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방 구석에 서서물끄러미 코우겐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의 그림자. 코우겐은 참으로 익숙한 느낌이구나 생각하다가 퍼뜩. 규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코우겐은 떨리는 손으로 다시 행동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그림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없었다. - P174

미련이 남은 뱀未練の残った어느 날, 사가미 땅에 살던 한 스님이 죽었다. 그 후그가 머물던 방에서 큰 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디숨어 있던 것인지 방문을 열면 튀어나와 쉭쉭 대며 사람들을 위협했다. 그때마다 승려들이 합세해 쫓아내곤 했는데, 뱀을 아무리 먼 곳에 가져다 버려도 계속해서 다시 나타났다. 하는 수 없이 그 스님이 살던 방은 아무도 살지 못하고 비워두게 되었다. 사람들은 죽은 스님이 생전에 숨겨둔 물건이 아까워서 뱀으로 환생해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농담을 던지곤했다. - P181

그러던 어느 날, 공사가 있어 그 방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천장에서 다섯 냥이나 되는 돈이 나왔다. 승려들이 그 돈을 가지고 죽은 승려에게 공양을 올렸더니 뱀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 P181

츠다의 진주津田何某と真珠
교토, 타코야쿠시 거리에 츠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진주 일곱 알을 가지고 있었는데, 모두 그가 먹던 밥 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 P183

"애초에 살생을 생업으로 하는 이 죄 많은 남자의눈에 보살이 보일 리 있겠습니까. 만약 진짜 부처라면화살 따위에 맞을 턱이 없으니 염려 마십시오."
새벽이 되어 날이 밝아오자, 사냥꾼은 승려를 데리고 절을 나섰다. 세 사람이 핏자국을 더듬어 쫓아보니암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짜기로 이어졌다. 골짜기 아래에는 커다란 너구리가 가슴에 화살을 꽂은채 죽어 있었다. - P185

증오의 불길은계속해서 타오르는데 상대는 없고 나만 괴로울 뿐입니다. 아, 원한을 품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쯤 극락에서 환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괴로워서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적을 없애고 없애도 원한이 끝나지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처음부터 원한 따위는 남기지 않고 죽었을 텐데.... - P-1

"그것은 사람이 원한을 품고 죽으면 변하는 ‘온세키이레키‘*‘라는 것이다. 육신을 죽여도 그 영혼은 그대에게 달라붙어 있다. 오늘 밤, 반드시 온세키이레키는 그대의 피를 빨아마시며 고기를 뜯고 뼈를 씹을 것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 P210

센다이 강변의 짐승仙台河岸の河童
캇파는 강에 사는 짐승으로, 어린애만 한 원숭이같이 생겼지만 원숭이와는 다르다고 한다. 그것은 강속에 숨어 있다가 사람이 다가오면 깊이 끌어내려서잡아먹는 짐승이다. - P253

사람들은 이 기이한 짐승을 본을 뜨어 남겨두었는데, 훗날 마츠모토의 어느 호기심 많은 부호가 이것을사갔다고 한다. 부호가 캇파를 보았다는 사냥꾼을 불러서 그림을 보여주자 사냥꾼은 오래전에 보았던 캇파와 똑같은 것이 그려져 있다며 매우 놀라워 했다고한다. 오버 - P254

그날 밤, 성 안에 정체모를 괴물이 나타났다. 자그마한 몸통에 커다란 머리통을 가진 괴물이었다. 그것은눈을 번쩍번쩍 빛내며 성내를 뛰어다니다가, 관리관을 찾아내서는 그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관리관은 그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며 즉사했고, 요괴는 어둠 속으로 깍깍 거리며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것이 그가 창문을 건드렸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수군거렸다. 신임관리는 곧바로 창문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고 한다. - P269

사람 잡아먹는 저택おばけ屋敷
노토 지방에 아무도 사는 사람 없이 오래도록 방치된 저택이 있었다. 저택은 사람 손길이 너무 오랫동안닿지 않아 그 외양이 상당히 기괴하고 무서웠다. 그집이 버려진 이유는 사람을 잡아먹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곳에 들어가면 반드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집이 사람을 삼켜버린다. 그렇게 여겨져왔다. - P270

그러던 중, 이쿠타 하치쥬하치라는 이름의 무사가그 저택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이쿠타는 구경삼아 가보기나 할까 하고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P270

"왜 울고 있느냐."
어린 하인이 대답했다.
"주인님이 잠드시고서 제가 요근래 키우던 쥐를 꺼내어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인님이 주무시다말고 벌떡 일어나시더니 그 쥐를 확 잡아 삼켜버리셨습니다." - P276

두 유령은 말을 마치자 곧바로 사라졌다. 유키노죠는 곧바로 절을 찾아 두 사람을 위한 공양을 올려주었는데 그 후로 저택에는 유령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주군은 유령을 물리친 공으로그 저택을 유키노죠에게 하사했다. 그 후로 유키노죠는 오카야마에서 가장 용기 있는 사나이로 불리게 되었다. - P284

그러나 지갑에 든 돈은 진짜 돈이었고 오물이 들어있던 꾸러미는 사실 관리가 돈을 빼앗으려고 꾀를 부린 것이었다. 그렇게 큰돈을 뜯어낸 판관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가다가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나가베에게서 뺏은 돈을 모두 치료비로 써버리고 자신의 재산까지 약값에 쏟아부었지만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 P294

나중에 사냥꾼은 마을의 박식한 노인을 찾아가 이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러자 노인은 무척 안타까운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아, 아깝도다. 그것은 ‘산의 아가씨‘라고 한다. 그분의 마음에 들면 복이나 진귀한 보물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인데......" - P305

"아무리 기도해도 소용이 없으니 이제  멈추십시오."
고승은 여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기도에만 전념했다. 그러자  여자는 불같이 화를 내며 제단으로 올라가 고승을  노려보았다.
"그깟 걸로 되겠느냐. 그만두라 하지 않았느냐!"
그러자 고승도 이에 질세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감히 내 기도를 방해하느냐!"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자 여자는 걸치고 있던 장옷을 벗어 던졌는데, 옷 속에는 여인이 아닌  거대한 귀신이 있었다. 고승은 재빨리  검을 뽑아들었다. 귀신은 그것을 보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 나라의 곤겐이니라."
귀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승을 발로  걷어차버렸다. 제단 아래로 굴러떨어진 승려는 그대로 목이 꺾여 즉사했고  여자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権現, 권현. 일본 신격의 일종. - P307

날이 밝은 후 노보리노스케 일행은 핏자국을 따라갔다. 길 끝에는 반쯤 무너진, 피칠갑이 된 흙무덤이있었다. 무덤을 파헤쳐 관을 열어 보니 피로 물든 해골이 누워 있는 게 아닌가. 그날 이후, 귀신은 다시는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이 이런 일을 불러온 것이라며 모두 그날 밤을 오래도록 떠올리며 후회했다고. - P312

어떤 사람이 여자에게 대체 그런 것을 어찌 아느냐물었다. 그러자 여자는 대답했다. 모든 집에는 지킴이가 있는데, 그것들이 집안 살림을 가지고 길흉을 알리는 것이라고. 자기는 그것의 뜻을 읽을 수 있지만 보통 사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 P316

그는 옛날 사라졌던 복장 그대로였다. 집안 사람들이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며 여러 가지를 물었으나 이치베가 배고픔을 호소하여 식사를 먼저 준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음식이 준비되는 사이, 이치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고, 방바닥에는 먼지만 소복이 쌓여있었다고. - P344

그 후, 도경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고향으로 돌아갔던 스님이 병을 얻어 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날짜를세어보니 여자의 머리가 울부짖던 날이 승려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 P351

그 후 단이치에게 망령이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그는 한쪽 귀를 잃었지만 살아남았고 이후 ‘귀가잘린 단이치‘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 P358

오진시황이 서복에게 불사의 약을 찾게 한 이래, 여러 왕이 재물을 들여 불로불사를 구하려 했지만 손에넣은 사례는 없소이다. 그저 가짜 약을 판 자와 가짜선인이 잡혀와 대거 처형됐을 뿐이오.  - P375

이정전서에 이르길 사람은 육지에 사는 것이므로 하늘을 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세속과의 교제를 끊고 산속에틀어박혀 솔잎 등을 먹고살면 그저 일반적인 삶보다수명이 조금 늘어날 뿐이라 했소. 이런 진위가 분명치않은 방법을 믿고, 미련한 자가 선인 수행에 산에 들어갔다가 굶어죽기라도 하면 그 행방이 묘연해진 것을 우화"로 포장하며 ‘도를 닦다 신선이 되어 자취를 감췄다‘고 둘러대는 것이라오" - P375

‘정법에는 신기함이 없다‘, 즉 올바른 도에는 이상한 재주가 없다." - P376

돌아보니 나무에게서 뻗어나온 그림자가 초가집에 어른어른 비치고 있었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찌륵찌륵찌륵,
벌레 우는 소리.
마치 웃는 것처럼 소리가 점차 멀어져갔다.
방울벌레 소리였다.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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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죠스케는 외로움에 사무쳐 아내가 있던 족자를 꺼내 펼쳐보았다. 족자 속의 여인은 일전에 홀로있는 모습과 다르게 아이를 안은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 P62

"그대도 오랫동안 이곳에 살아서 옮겨가는게 싫은가 보구려. 하지만 이제는 이 집을 비워야 하니 어쩔수 없는 일이오. 다행히 그대를 바라는 자가 있어 그네의 집으로 옮기기 위해 흙을 파헤치고 있으니 부디그대를 잘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소. 계속이리 옮겨지기를 거부한다면 그대는 무참히 베어지고말 게요. 가서 잘 사시오. 가끔 얼굴이나 보러 가겠소."
그 후 인부들이 나무에 손을 대자 신기할 정도로 쉽고 가볍게 들렸다. - P65

이쿠지いくじ이쿠지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고 한다.
서쪽과 남쪽의 바다에 주로 사는 것으로, 마치 뱀장어를 닮아 매우 길쭉한 짐승으로 배의 선두에 걸려서는 이삼 일 동안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꿈틀거린다고 한다.
이즈나의 하치조지마 지방에는 그보다 작은 이쿠지종류가 있는데, 그것들은 둥그런 고리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배 선두에 걸리면 빙글빙글하고 언제까지나 계속 돈다고.
눈도 입도 없는 장어 같이 생긴 살덩어리.
사람에게 해를 끼치진 않는다고 한다. - P77

기이하게도 마지막에 들어간 청년 역시 그날 저녁부터 몸이 으슬으슬하다고 하더니, 밤을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시름시름 앓아누웠다. 이후로는 하루가 다르게 몸이 말라갔고, 사흘째 되던 날 끝내 숨을 거두었다.
무슨 연유인지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혹시 우물속 개구리들 가운데 정체 모를 괴이한 것이 있었던 건아니냐며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 P101

‘어라, 어찌된 일이지?‘
그는 집 안을 구석구석 뒤졌지만, 장작은 어디에도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장작을 열 묶음씩 샀고, 결국 한 묶음은 포기하기로 했다고. - P103

하야 지방에 어떤 성질 급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어찌나 성미가 고약하고 못되었는지 방금 물 떠오라시켜놓고는 뒤돌자마자 왜 아직도 물이 안 왔느냐고성화를 낼 정도였다. - P109

늙은 하인은 주인의 부름을 듣고 기쁜 마음에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왔다. 남자는 돌아온 하인을 데리고뒤뜰로 향했다. 그러고는 여기 이곳에 구덩이를 파라고 명령했다. 늙은 하인은 즉시 열심히 구덩이를 팠다. 구덩이가 나름대로 크기가 되었을 무렵, 남자는방망이를 꺼내 늙은 하인을 내려쳤다. 그러고 나서 즉사한 하인의 시신을 구덩이 속으로 굴러떨어뜨리고흙을 덮어버렸다. - P110

그러나 몇 년 후, 도성에 큰 불이 났는데 우필이 두루마리를 하필이면 창고 깊숙이 넣어놓는 바람에 미처 꺼내기도 전에 모조리 타버렸다. 괴승의 두루말이가 들어 있었던 창고는 티끌만큼도 불에 그슬리지 않았다고 한다. - P118

飯綱の法여우는 영리하고 의심이 많은 짐승이다. 오래된 무덤에는 가끔 늙은 여우가 자리를 잡고 살기도 하는데그런 여우들은 둔갑술에 능통하여 요사스러운 힘으로사람을 현혹시킨다고도 한다.
한데 사람 중에도 이런 여우의 기이한 술법을 빌리는 자가 더러 있다. 이를 일컬어 이즈나 술법이라고한다. - P149

소녀의 부모는 밤새도록 딸의 시체를 지키고 있다가 무사의 말대로 새벽이 되자 종이를 젖혀확인해보았다. 딸은 커다란 여우의 시체로 변해 있었고, 진짜 딸은 가겟집 골방에서 자고 있었다. 딸은 며칠푹 쉬고 난 뒤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한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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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벌레 이야기 (양장) - 에도 시대 괴담 모음집
호소베 편역 / 틈새의시간 / 202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소개] 『방울벌레 이야기』

1. 개요

• 도서명 : 『방울벌레 이야기』

• 원제 : 『鈴虫物語』, 영충물어, 스즈무시 모노가타리

• 출판사 : 틈새의시간

• 출간일 : 2026년 2월 19일(양장), 2026년 4월 10일(무선 보급판)

• 편역 : 호소베

• 작품 성격 :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요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이한 사건들을 엮은 일본 전통 괴담 모음집

2. 책의 기본 내용

• 전승 괴담의 기록
오래전 사람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기이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현대식 공포소설처럼 사건을 치밀하게 설계하기보다, 민간 전승 괴담 특유의 낯설고 음산한 기운을 중심에 둔다.

• 일상 속에 스며든 공포
평범한 생활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기척, 원한, 귀신과 요괴의 출몰 등을 다룬다. 공포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낡은 오두막, 좁은 복도, 인적 드문 고개처럼 사람 사는 자리 가까이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준다.

• 원한과 인과응보의 서사
억울하게 죽은 원혼, 사람의 욕심이 불러온 재앙, 풀리지 않은 원한이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죽음과 죄, 원한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보여준다. 괴담이 단순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행실과 그 결과를 함께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로 읽힌다.

• 주술과 불교적 세계관
혼불을 공양으로 달래고, 흐르는 물이나 물건을 이용해 저주와 재앙을 끊어내는 방식이 등장한다. 이런 장면들은 과거 사람들이 설명하기 어려운 죽음, 질병, 불운을 종교적 믿음과 민간 주술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다루려 했음을 보여준다.

3. 책의 특징

• 민간 전승의 날것 같은 분위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공포를 세련되게 꾸미기보다, 옛사람들이 실제로 두려워했을 법한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는 데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완성도보다 전승 괴담 특유의 거칠고 낯선 기운이 먼저 다가온다.

• 끝맺음보다 여운을 남기는 구성
사건의 원인과 결말을 모두 설명하지 않고, 기이한 장면과 불길한 분위기를 남기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모든 것이 해명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찜찜한 기운이 오래 남는다.

• 짧은 이야기들이 만드는 긴장감
각각의 이야기는 길게 늘어지지 않고 짧게 전개되는 편이다. 짧은 분량 안에서 기이한 상황을 보여주고, 읽는 사람이 그 뒤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이런 방식은 오래된 괴담집의 맛을 잘 살린다.

• 일본 고전 괴담의 정서
이 책은 피와 폭력으로 밀어붙이는 공포보다, 어둠, 소문, 원한, 이상한 징조 같은 요소로 분위기를 만든다. 일본 고전 괴담 특유의 조용하고 눅눅한 무서움이 책 전체에 깔려 있다.

4. 읽어볼 만한 이유

• 괴담의 원형을 접할 수 있음
요즘 공포물과 달리, 이 책은 오래된 민간 괴담의 흐름을 보여준다. 현대식 공포소설보다 투박하지만, 바로 그 투박함 때문에 옛사람들이 느꼈던 두려움의 모양을 짐작하게 한다.

• 민속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음
원귀가 생기는 이유, 혼불을 달래는 방식, 흐르는 물이 재앙을 끊어내는 장면 등에서 당시 사람들의 믿음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괴담을 읽는 재미와 함께, 오래된 민간 신앙과 요괴관을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 짧게 읽기 좋음
한 편 한 편이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다만 가볍게 넘기다가도 어느 순간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잠깐씩 읽기에도 괜찮고 밤에 분위기 잡고 읽기에도 좋다.

• 설명되지 않는 공포의 맛
이 책의 공포는 친절하지 않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존재가 무엇인지 끝까지 말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설명되지 않는 말, 남겨진 소문, 찜찜한 침묵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5. 종합 평가

• 『방울벌레 이야기』는 잘 짜인 현대 공포소설이라기보다, 오래된 괴담이 지닌 원초적인 불안과 기이함을 맛보게 하는 책이다. 사건의 완결성보다 분위기와 여운이 중심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결말을 기대하기보다는 옛사람들이 밤마다 주고받았을 법한 괴이한 이야기를 듣는 마음으로 읽는 편이 좋다.

• 이 책의 강점은 기괴한 사건들을 억지스럽게 풀어내지 않는 데 있다. 공양, 액막이, 흐르는 물, 원한과 인과응보 같은 장치들이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그 과정에서 당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존재와 재앙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드러난다.

• 일본 고전 괴담이나 민간 전승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화려한 재미보다는 오래된 이야기 특유의 음산함, 불분명함,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 살아남은 두려움의 결을 느끼게 해주는 괴담집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들려오는 밤의 이야기>
『방울벌레 이야기』는 낡은 오두막에 머무는 스님과 방울벌레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에도 시대를 중심으로 전해진 기담과 괴담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책이다. 거대 두꺼비 요괴, 억울하게 죽은 유녀의 원귀, 비극이 서린 고갯길의 혼불, 주술이 걸린 인형 등은 단순한 공포의 소재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죽음과 질병, 원한과 재앙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이 책의 장점은 괴이한 사건을 지나치게 설명하지 않는 데 있다. 흐르는 물이 요력을 차단하고, 삿갓이 저승으로 향하는 배가 되며, 정성스러운 공양이 원혼을 달랜다는 설정은 오래된 민간 신앙과 불교적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이야기는 때로 거칠고 결말도 분명하지 않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전승 괴담 특유의 생생함이 살아난다.

결국 『방울벌레 이야기』는 무서운 장면을 크게 벌이는 책이라기보다, 설명되지 않는 말과 남겨진 소문, 찜찜한 침묵 속에서도 공포가 생겨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괴담집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이야기가 하나씩 쌓이고, 책장을 덮은 뒤에도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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