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모든 종류의 의례를 통해 규정과 금기를 만들어서, 사냥과 어획, 식물 채집 등을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무겁고 심각한 활동으로 여기게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 일을 하는 이들은 항상 신중하고 깊이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은 분명 진보합니다.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더 많은 먹거리를 마련함으로써, 급속한 인구 팽창이 이루어지고 밀집된 주거 환경이 나타나며 사회는 더욱 부피가 커지는 동시에 늘어납니다.

그러나 퇴행도 있습니다. 첫 강연에서 지적했듯이, 농업은 섭취하는 음식의 질을 떨어뜨렸습니다. 즉 음식이 칼로리는 풍부하지만 영양소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몇 가지 산물로 제한되었다는 겁니다.

16~19세기에 이국적인 지역과 그 지역 주민을 탐욕적으로 착취함으로써 서구 사회는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저개발 사회와 산업문명 간의 수상한 관계는 특히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 드러납니다. 산업문명은 자신이 파생한 산물을 보면서도 부정적인 측면은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개발 사회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단순성과 수동성은 원래부터 그 사회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애초에 우리의 개발에 의해 생겨난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이미 약탈당한 사회의 폐허로부터 다시 개발을 시작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게 한 건 그 다음 일이라는 겁니다.

문화적 불연속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점에서 역사적 틀을 규정하고 나면, 이런 사회들이 왜 개발에 반대하는지 그 본질적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이른바 원시사회는 대부분 내적 갈등보다는 통일성을 선호합니다. 둘째, 그들은 자연의 힘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은 역사적 미래에 속박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중 한쪽의 승리를 추구하기보다는 각 진영의 승리와 패배가 균형을 이룰 때까지 경기를 계속 되풀이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우리처럼 승자가 나오면 경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패자가 없다는 확신이 들 때 경기를 끝냅니다.

원시사회들 대개가 다수결이라는 발상을 거부한다는 것은 인상적입니다. 원시사회는 혁신에 유리하도록 집단 내의 사회적 응집과 융화를 유지하려 애씁니다. 여기서 분쟁을 초래한 사안은 만장일치1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필요한 만큼의 회수를 거쳐 논의됩니다.

북아메리카의 5대호 지역의 메노미니 인디언은 이웃 원주민인 이로쿼이족의 농업 기술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데 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경작이 그들의 ‘어머니인 땅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원시적’이라 부르는 혹은 문자 없는 민족은 문화라고 해봤자 극히 적은 질서 체계만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개발 민족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들은 아주 적은 엔트로피만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사회들은 대체로 앞서 제가 묘사한 것처럼 만장일치 규칙을 따르고, 열역학이 아닌 역학적 기계의 성격을 가지므로 평등합니다.

반대로 문명사회는 기계나 무수한 과학기술의 응용이 보여주는 것처럼 문화 안에 수많은 질서를 만들어냈지만, 또한 사회 안에 수많은 엔트로피도 만들어냈습니다.

이상적인 것은 아마도 분명 제3의 길에 있을 겁니다. 사회 안에 엔트로피가 늘어나는 데 따른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서, 문화 안에 더 많은 질서를 만들어내는 길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코스모스의 역사는 죽게 마련인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위대한 신화가 되었습니다. 그 역사는 유일무이한 사건들의 전개 속에서 진행됩니다. 왜냐하면 단 한 번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코 그 실재를 증명할 수 없지요.

그런데 과학 자체는 생명의 역사, 세계의 역사가 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듯합니다. 오랫동안 여러 갈래 길을 따라오다 보니, 과학적 사고와 신화적 사고가 언젠가는 서로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배제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가설 속에서 인류학이 신화적 사고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 정당화됩니다. 더욱이 인류학이 정신의 기능에 내재하는, 지금도 항상 현존하는 속박의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해명을 해준다면, 그것은 더욱 정당화될 것입니다.

첫째, 존재하는 문화들의 수입니다. 특히 지구상에는 2~ 3세기 전부터 존재하던 문화가 지금도 존속되고 있을 만큼 문화의 수는 인종의 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둘째, 문화적 유산은 유전적 유산보다 더 빨리 진보합니다. 우리의 증조부모가 알고 있던 문화와 우리가 아는 문화는 다릅니다.

인류학자와 생물학자는 삶이, 특히나 인간의 삶이 획일적인 방식으로 전개될 수 없을 거라는 데 동의합니다. 항상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삶은 다양성을 전제하고 또 다양성을 발생시킵니다. 지식적ㆍ사회적ㆍ미학적ㆍ철학적인 이런 다양성은 인과관계로 통일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 머릿속에 인종과 문화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인종 간의 불평등 문제를 부정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해결하기 위해 문화의 불평등 — 실은 이것을 다양성으로 봐야 하지만 — 을 들여다보게 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인과 고대 중국인은 자신들의 문화에 참여하지 않는 자들을 ‘바르바르barbare’ 혹은 ‘오랑캐’라고 규정했습니다. ‘바르바르’라는 말은 어원적으로는 새들의 짹짹거림입니다. 그러니까 그 말의 이면에는 동물적 속성이 있는 것입니다. 프랑스어 ‘소바주sauvage’[원시인/야생인/미개인]라는 단어도 ‘야생의 숲’을 의미하므로, 인간이 만든 문화와 대립되는 동물의 자연적 삶을 환기시킵니다. 그러니까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짜 진화론은 전체에서 부분을 취하는 절차를 밟아, (하나는 현존하고, 하나는 사라진) 두 문명에서 서로 닮은 어떤 점들을 근거로 모든 점이 동일하다는 식으로 결론을 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증 방식은 논리적으로 옹호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 사실들에 의해 대부분 반박됩니다.

진보하는 인류는 계단을 하나씩 힘겹게 올라가는 사람이라기보다 주사위 놀이를 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주사위 몇 개를 던질 때마다 탁자 위에 흩어집니다. 한 사람이 이기면, 다른 사람은 집니다. 역사가 누적되어왔다면, 다시 말해 그것이 쌓여오면서 유리한 조합을 형성해왔다면, 그것은 오로지 행운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산수의 기초인 숫자 ‘0’이 있습니다. 인도인이 ‘0’을 발견했고 아랍인을 통해 유럽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야인은 적어도 5백 년 앞서 ‘0’이라는 개념을 알았고 사용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마야의 달력은 같은 시기의 구세계의 달력보다 정확했습니다.

인류학자가 볼 때 사실상 도덕성이라는 기준은 하나의 가정으로서, 그 기준을 채택한 사회의 기능일 뿐입니다.

근본적으로 각 문화는 다른 문화에 대해 있는 그대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바로 그것이 문화입니다. 왜냐하면 문화는 그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평가를 해도 상대주의의 포로가 되며, 이를 벗어날 별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요컨대 우리 다른 서양인들이 일본에 던지는 시선이 우리에게 다시 확언시켜주는 것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각각의 개별적인 문화가 있고 전 인류가 만드는 문화 전체가 있을 때, 흐름에 따라 열 때는 열고 닫을 때는 닫는 기능을 통해 존속하고 번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서로 안 맞을 수 있고, 또 어떤 때는 잘 맞아 공존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문화와 차별성을 가지며 자기 문화의 독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문화에만 충실할 필요도 있습니다. 전적으로든 부분적으로든 다른 가치들에 거의 귀를 막고서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무심히 있어야 할 때도 있는 것입니다.

이번이 일본 네 번째 방문이지만, 매번 올 때마다 이 점을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일본에 올 때마다 점점 더 많은 호기심과 공감과 흥미를 느끼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일본이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인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답을 제시해줌으로써 인류학에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는 1908년 11월 28일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1959~1982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사회인류학과 학과장을 지냈고, 1973년 아카데미프랑세즈의 회원이 됐다. 2009년 10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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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독서보고] 이문구 『관촌수필』: 현대화의 흐름 속에서 변해버린 고향과 관촌 사람들

1. 작품 개요

가. 기본 정보

ㅇ(작품명) 『관촌수필(冠村隨筆)』

ㅇ(작가) 이문구

ㅇ(갈래) 연작소설

ㅇ(구성) 「일락서산(日落西山)」, 「화무십일(花無十日)」, 「행운유수(行雲流水)」, 「녹수청산(綠水靑山)」, 「공산토월(空山吐月)」, 「관산추정(關山芻丁)」, 「여요주서(與謠註序)」, 「월곡후야(月谷後夜)」 등 총 8편으로 구성됨.

ㅇ(주요 배경) 충남 보령 관촌, 즉 갈머리 일대의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함.

ㅇ(주요 내용) 화자가 고향 관촌을 돌아보며 어린 시절, 가족, 이웃, 마을 사람들의 삶을 하나씩 떠올리는 구조임.

ㅇ(드라마 제작) 『관촌수필』은 SBS 창사특집 30부작 드라마로 제작·방영되어, 소설 속 고향과 인물들이 TV 드라마로도 재현된 바 있음.

ㅇ(주요 정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야기이면서도, 그 고향이 이미 예전 같지 않게 변해버렸다는 쓸쓸함과 상실감이 함께 담겨 있음.

나. 작품의 기본 성격

ㅇ(연작소설의 형식) 제목에는 ‘수필’이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관촌이라는 고향 마을과 그곳 사람들을 중심으로 내용이 이어지는 연작소설임.

ㅇ(회고적 서술) 화자가 지난날을 돌아보는 방식을 취하여, 소설이면서도 오래전 동네 어른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을 줌.

ㅇ(고향의 입체성) 작품 속 고향은 단순히 아름답고 그리운 공간만은 아님. 인정과 웃음도 있지만, 그 안에는 가난, 전쟁, 상처, 몰락의 기억도 함께 있음.

ㅇ(보통 사람 중심의 서사)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옹점이, 석공, 대복이, 용모 같은 평범한 농촌 사람들이 작품의 중심에 놓여 있음.

다. 작품의 의의

ㅇ(공동체의 기록) 『관촌수필』은 변해가는 전통적 농촌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을 글로 남긴 작품임.

ㅇ(농촌 현실의 반영) 작품은 가난, 전쟁, 산업화, 마을 공동체의 변화 등 농촌 사람들이 겪은 시대적 어려움과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줌.

ㅇ(있는 그대로의 고향) 이문구는 고향을 깊이 사랑하면서도 고향을 예쁘게만 꾸미지 않음. 좋은 것도 보고, 아픈 것도 보고, 부끄러운 것도 함께 보여줌.

ㅇ(말맛의 힘) 충청도 말투와 구수한 토속적 표현이 살아 있어, 인물들이 실제 곁에서 말하는 듯한 느낌을 줌.

2. 작가 이문구 소개

가. 작가 개요

ㅇ(출생) 이문구는 1941. 4. 12.태어나 2003. 2. 25. 사망한 충남 보령 대천2동 갈머리, 즉 관촌 출신의 소설가임.

ㅇ(창작 기반) 고향 보령의 농촌 경험, 충청도 사람들의 말투, 농촌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 모습이 작품의 중요한 바탕이 됨.

ㅇ(대표작) 『관촌수필』, 『우리 동네』, 『유자소전』 등이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음.

ㅇ(작가의 특징) 이문구는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말과 생활, 속마음, 체면, 웃음과 슬픔을 잘 그려낸 작가임.

나. 이문구 문학의 특징

ㅇ(충청도 구어체) 이문구의 글은 표준어로 반듯하게만 정리된 글이 아니라, 충청도 사람들이 실제로 말하는 듯한 구수하고 능청스러운 입담이 살아 있음.

ㅇ(사람 냄새) 작품 속 인물들은 완벽하거나 훌륭하기만 한 사람들이 아님. 부족하고 우스운 점도 있지만, 그래서 더 사람답게 느껴짐.

ㅇ(해학과 슬픔) 웃음을 주는 대목이 많지만, 그 웃음 뒤에는 가난하고 힘없던 사람들의 서러움도 같이 들어 있음.

ㅇ(고향의 양면성) 고향을 따뜻하게 그리면서도 그 안에 있던 가난, 폭력, 억울함까지 감추지 않고 드러냄.

다. 『관촌수필』과 이문구 문학

ㅇ(대표 작품) 『관촌수필』은 이문구의 고향 체험과 특유의 문장 맛이 가장 잘 드러난 대표 작품임.

ㅇ(공간의 의미) 작품 속 관촌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가가 기억하는 사람들과 말투, 집안 이야기와 마을 풍경이 모두 담긴 공간임.

ㅇ(읽는 맛) 『관촌수필』은 줄거리만 따라가는 소설이라기보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 옛 마을의 분위기를 함께 느끼며 읽는 책임.

3. 계룡산, 김지하 사상기행, 그리고 『관촌수필』의 자연스러운 연결

가. 계룡산의 의미

ㅇ(충청의 산) 계룡산은 충청을 대표하는 산으로, 자연 풍경뿐 아니라 역사, 사찰, 신앙, 사람들의 오래된 믿음이 함께 남아 있는 공간임.

ㅇ(민중적 공간) 계룡산은 권력자들만의 산이라기보다, 난리를 피하고 새 세상을 바랐던 보통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담긴 산으로 볼 수 있음.

ㅇ(전통의 흔적) 동학사, 갑사, 신원사 등 계룡산 일대의 사찰들은 충청 지역의 뿌리 깊은 역사와 정신을 떠올리게 함.

나. 김지하 사상기행과의 관련성

ㅇ(사상기행) 김지하의 사상기행은 동학과 민중사상의 뿌리를 찾아가는 흐름과 연결됨.

ㅇ(동학의 뜻) 동학은 어려운 사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힘없는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바라던 마음과도 이어져 있음.

ㅇ(문인들의 흐름) 김지하의 사상기행 흐름에는 이문구, 송기숙, 황석영, 장선우 등 민중의 삶에 관심을 가진 문인과 예술인들의 흐름이 함께 놓여 있음.

다. 사람들의 생활로 이어지는 지점

ㅇ(큰 흐름과 작은 삶) 김지하의 사상기행이 민중이라는 큰 흐름과 뿌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면, 이문구의 『관촌수필』은 그 민중이 실제 농촌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살아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임.

ㅇ(기억의 공간) 계룡산이 충청의 땅과 역사에 쌓인 큰 기억이라면, 『관촌수필』은 충청 농촌 사람들의 말과 삶에 남아 있는 구체적인 기억임.

ㅇ(독서의 방향) 그래서 『관촌수필』은 단순한 개인의 고향 이야기를 넘어, 충청의 역사와 정신, 농촌의 삶과 보통 사람들의 얼굴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작품임.

4. 작품 전체 내용 정리

가. 전체 흐름

ㅇ(이야기의 출발) 『관촌수필』은 화자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고향 관촌을 돌아보며 시작됨. 고향에 돌아왔지만, 어린 시절 기억 속의 마을은 이미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음.

ㅇ(변해버린 고향) 옛집, 왕소나무, 마을 사람들, 집안의 기세와 마을의 전통적 분위기는 세월과 현대화 속에서 사라지거나 달라져 있음.

ㅇ(기억의 소환) 작품은 큰 사건 하나를 직선적으로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조부, 어머니, 옹점이, 대복이, 석공, 용모 등 인물들의 삶을 하나씩 불러내는 방식을 취함.

ㅇ(역사의 흔적) 인물들의 삶 속에는 해방 이후의 혼란, 한국전쟁의 상처, 극심한 가난, 산업화, 새마을운동 시기의 농촌 변화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음.

ㅇ(서사의 중심) 『관촌수필』의 중심은 사건보다 사람임. 관촌이라는 마을에서 살아가던 보통 사람들이 역사적 격동기 속에서 어떻게 웃고, 버티고, 상처받고, 사라져 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임.

나. 전반부의 내용

ㅇ(유년의 고향) 앞부분에서는 화자의 어린 시절과 조부, 집안, 마을 풍경이 중심이 됨. 조부는 옛 질서와 품격을 지닌 인물이고, 화자에게 고향의 정신 같은 존재로 남아 있음.

ㅇ(집안의 몰락) 화자의 집안은 한때 나름의 기세와 품격이 있었으나, 시대의 변화와 전쟁을 지나며 예전의 위상을 잃어감.

ㅇ(전쟁의 구체성) 한국전쟁은 관촌 사람들에게 먼 곳의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집안과 생계, 가족 관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현실적 비극으로 등장함.

ㅇ(서민들의 모습) 옹점이, 대복이, 석공 등은 가난하고 평범하지만 각자 자기 삶의 무게와 품위를 지니고 살아가던 인물들임.

다. 후반부의 내용

ㅇ(변모된 농촌) 후반부로 갈수록 화자가 다시 바라본 고향의 변화와 농촌 공동체의 해체 과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남.

ㅇ(현실의 씁쓸함) 도시 문화와 소비문화의 유입, 제도와 공권력의 개입 속에서 예전의 정겨운 마을은 순박한 정취를 잃어감.

ㅇ(어두운 이면) 「관산추정」, 「여요주서」, 「월곡후야」에서는 고향의 따뜻함보다 변해버린 농촌 현실, 억울한 사정, 공동체 내부의 폭력성과 어두운 면이 더 뚜렷하게 드러남.

ㅇ(전체 느낌) 『관촌수필』의 고향은 좋기만 한 곳이 아님. 인정과 웃음, 따뜻함도 있지만, 가난과 폭력, 억울함과 몰락도 함께 있는 실제 사람살이의 공간임. 그래서 단순한 추억담을 넘어 변해버린 고향과 그 안에서 살던 사람들에 대한 쓸쓸한 기록으로 남음.

5. 각 편별 내용 정리

가. 「일락서산(日落西山)」

ㅇ(주요 내용) 화자가 고향을 찾으며 어린 시절의 집안, 조부, 고향 풍경을 회상하는 작품임. 그러나 고향에는 예전에 있던 왕소나무도, 옛집의 기세도, 익숙한 사람들도 많이 사라져 있음.

ㅇ(조부의 의미) 조부는 화자에게 단순한 가족 어른을 넘어, 옛날식 품격과 질서, 사람의 도리를 몸으로 보여준 인물임. 화자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그려짐.

ㅇ(고향의 변화) 화자가 기억하던 고향은 조부와 왕소나무가 함께 있던 세계였지만, 현재의 고향은 그 흔적이 많이 사라진 상태임. 그래서 고향을 찾는 일은 반가움보다 상실감을 확인하는 일이 됨.

ㅇ(핵심 의미)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듯, 조부가 상징하던 전통적 질서와 고향의 가치관도 세월 속에서 저물어 감을 보여줌.

ㅇ(감상) 첫 편부터 이 작품이 고향에 대한 낭만적 회상만이 아니라, 사라지거나 변해버린 것들을 되짚어보는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줌.

나. 「화무십일(花無十日)」

ㅇ(주요 내용)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 윤감 일가가 겪은 고난과 가족 관계의 비극을 다룬 작품임.

ㅇ(윤감 일가의 비극) 전쟁은 먼 곳의 전투 이야기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밥벌이와 가족의 생사, 삶의 터전을 흔드는 현실로 나타남.

ㅇ(제목의 의미) ‘꽃은 열흘 붉지 않다’는 말처럼, 한때 평온해 보이던 삶도 시대의 거대한 풍파 앞에서는 오래 버티기 어려움을 보여줌.

ㅇ(핵심 의미) 전쟁이라는 역사적 폭력이 한 집안과 마을 사람들의 실제 일상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임.

ㅇ(감상) 비극을 과장하여 떠들지 않고, 한 가족의 삶을 통해 담담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적인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옴.

다. 「행운유수(行雲流水)」

ㅇ(주요 내용) 화자의 성장기에 깊은 인연을 맺었던 옹점이의 결혼 생활과 떠돌이 같은 인생을 회상하는 작품임.

ㅇ(옹점이의 삶) 옹점이는 가난과 시대의 흐름 속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밀려 다니는 인물임. 그러나 무력한 피해자에만 머물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삶을 견뎌낸 사람임.

ㅇ(인생 유전) 떠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처럼, 사람의 운명이 자기 뜻대로만 되지 않는 현실의 무상함을 보여줌.

ㅇ(핵심 의미) 한 여인의 고단한 일생을 통해, 시대와 형편에 밀려 살아야 했던 농촌 사람들의 처지를 보여줌.

ㅇ(감상) 옹점이는 특별한 인물은 아니지만, 읽고 나면 오래 마음에 남음. 이문구가 평범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듦.

라. 「녹수청산(綠水靑山)」

ㅇ(주요 내용) 대복이와 그 가족, 이웃 관계를 중심으로 옛 농촌 사람들의 순박한 삶과 유대감이 점차 빛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임.

ㅇ(대복이 이야기) 대복이는 관촌이라는 마을 안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임. 작품은 대복이와 그 주변 사람들을 통해 농촌 공동체 안의 인정, 관계, 생활의 모습을 보여줌.

ㅇ(공동체의 변화) 세월이 흐르고 새로운 가치관이 들어오면서, 과거 서로를 알고 지내던 순박한 신뢰와 정이 점차 약해짐.

ㅇ(핵심 의미) 푸른 산과 물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하지만,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과 관계는 세월 속에서 변하고 사라짐을 보여줌.

ㅇ(감상) 고향의 진짜 의미는 물리적인 산과 들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의 말과 관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함.

마. 「공산토월(空山吐月)」

ㅇ(주요 내용) 석공 신현석의 삶과 죽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임. 그는 세상에 이름을 남긴 사람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이웃을 아끼며 살아간 인물임.

ㅇ(석공의 사람됨) 석공은 자기 이익만 챙기지 않고 남의 일에도 빠지지 않으며, 스스로 손해를 보더라도 마을 사람들을 돕고 살아감. 말보다 행동으로 사람됨을 보여주는 인물임.

ㅇ(화자와의 관계) 처음에는 화자와 석공 사이에 집안, 신분, 처지의 차이가 있음. 그러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그런 거리감은 희미해지고, 화자는 석공을 한 인간으로 깊이 바라보게 됨.

ㅇ(삶의 비극) 평생 남을 위해 성실하게 살았던 석공은 젊은 나이에 병을 얻고, 가난과 질병 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짐. 그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져 오히려 더 마음이 아픔.

ㅇ(마지막 장면의 의미) 화자는 석공을 떠나보내며 과거 마음속에 두었던 거리감과 미안함을 느끼게 됨.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석공을 향한 늦은 존중과 애틋함이 드러남.

ㅇ(핵심 의미) 이름 없이 살다 간 농촌 서민의 삶도 충분히 귀하고 오래 기억될 가치가 있음을 보여줌. 석공은 큰일을 한 사람은 아니지만,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사람 노릇을 다한 인물임.

ㅇ(감상) 『관촌수필』 연작 중에서도 마음에 깊이 남는 편임. 한 시대를 떠받친 사람들은 꼭 이름난 사람들이 아니라, 마을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고 남까지 챙기던 보통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듦.

바. 「관산추정(關山芻丁)」

ㅇ(주요 내용) 성장한 화자가 고향을 다시 찾아와, 유년 시절의 추억이 서린 한내 주변이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되는 작품임.

ㅇ(한내의 의미) 여기서 한내는 단순한 개천 이름이 아님. 한내는 ‘큰내’를 뜻하며, 이를 한자로 옮기면 대천(大川)임. 지금의 대천이라는 지명도 결국 이 큰내, 즉 대천천과 이어져 있음.

ㅇ(대천천의 의미) 대천천은 보령 사람에게 단순한 하천이 아니라, 동네의 방향을 잡아주고 생활과 기억이 붙어 있는 공간임. 따라서 한내가 변했다는 것은 단순히 물길 하나가 변했다는 뜻이 아니라, 고향의 중심 풍경과 정서가 변했다는 의미임.

ㅇ(변한 고향) 화자가 기억하던 한내는 고향의 정서가 담긴 장소였지만, 다시 바라본 한내 주변은 도시화와 개발, 소비문화의 영향 속에서 예전의 순박한 분위기를 잃어가고 있음.

ㅇ(현재 모습과의 연결) 작년 8월에 본 현재 대천천의 풍경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함. 산책로와 다리, 정비된 하천, 건물, 꽃밭이 어우러져 겉보기에는 깔끔하고 평화롭지만, 그 모습 속에는 옛 보령 사람들이 기억하던 한내와 지금의 대천천 사이의 시간 차이가 함께 느껴짐.

ㅇ(핵심 의미) 「관산추정」은 산업화와 개발의 흐름이 농촌과 고향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보여줌. 특히 한내, 즉 대천천의 변화는 고향의 변화와 상실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임.

ㅇ(감상) 보령 지역에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한내라는 이름은 단순한 지명이 아님. 대천천 주변을 걸어본 기억과 동네 풍경이 겹치면서, 고향의 변화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생활권의 이야기로 가깝게 다가옴.

사. 「여요주서(與謠註序)」

ㅇ(주요 내용) 신용모가 부친의 병구완과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꿩을 잡았다가, 자연보호라는 명목 아래 공권력의 횡포에 시달리는 이야기임.

ㅇ(신용모의 처지) 신용모는 돈벌이나 장난으로 꿩을 잡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효심과 절박한 약값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로 곤경에 처함.

ㅇ(공권력의 모순) 법과 제도는 약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농촌 사람의 딱한 사정을 살피지 않고 차가운 잣대만 들이대는 모습으로 나타남.

ㅇ(핵심 의미) 약한 사람의 구체적인 사정을 외면하는 행정과 공권력의 문제를 해학적으로 비판함.

ㅇ(감상) 겉으로는 웃음을 주는 장면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씁쓸함이 큼. 배경 없는 서민이 작은 일 하나에도 쉽게 억울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남음.

아. 「월곡후야(月谷後夜)」

ㅇ(주요 내용) 외딴 벽촌 마을에서 벌어진 소녀 겁탈 사건을 둘러싸고, 동네 청년들이 범인에게 보복 폭력을 가하는 이야기임.

ㅇ(공동체의 어두운 이면) 이 작품은 고향 마을이 언제나 따뜻하고 도덕적인 공간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줌. 마을 안에도 폭력성, 욕망, 분노, 보복심 같은 어두운 감정이 존재함.

ㅇ(사적 제재의 문제) 청년들의 응징은 분노와 정의감에서 나온 행동처럼 보이지만, 법과 질서 밖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폭력이기도 함.

ㅇ(핵심 의미) 고향 공동체는 정이 흐르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불편한 진실과 어두운 현실도 품은 입체적인 공간임.

ㅇ(감상) 이 마지막 편이 있어서 『관촌수필』은 값싼 추억담이 되지 않음. 이문구는 고향을 좋아하지만, 그 안의 부끄럽고 아픈 모습까지 정직하게 보여줌.

6. 작품의 주요 특징

가. 충청도 토착어와 긴 호흡의 문장

ㅇ(말맛의 복원) 『관촌수필』은 표준어 문장에만 기대지 않고, 충청도 사투리와 풍부한 한자어, 긴 호흡의 문장이 어우러져 독특한 말맛을 만들어냄.

ㅇ(읽는 재미) 『관촌수필』은 말맛이 좋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임.

ㅇ(지역적 친근감) 웅천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 어머니가 보령 대천에 살고 계셔 명절, 제사, 생신 등 가족 일로 대천을 자주 오가는 입장에서, 작품 속 말투와 지명,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음.

ㅇ(언어의 힘) 『관촌수필』에서 말은 곧 고향 그 자체임. 변해버린 공간과 떠나간 사람들은 그들이 쓰던 말투와 어조 속에서 다시 살아남.

나. 고향을 좋게만 그리지 않는 태도

ㅇ(정직한 시선) 이문구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마음에만 치우쳐 농촌을 무조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간으로 포장하지 않음.

ㅇ(현실의 직시)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 뒤에 숨은 가난, 전쟁의 상처, 집안의 몰락, 집단 폭력, 공권력의 문제 등 농촌의 어두운 면도 함께 보여줌.

ㅇ(작품의 깊이) 고향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안의 아프고 부끄러운 모습까지 외면하지 않는 태도가 이 작품을 더 진짜처럼 느끼게 함.

다. 서사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중심에 세움

ㅇ(보통 사람들의 등장) 역사책에 기록되는 권력자나 영웅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속에서 밀려다니던 이름 없는 농촌 사람들이 작품의 중심에 놓임.

ㅇ(인간성의 회복) 옹점이, 석공, 대복이 등 소외된 인물들의 말투, 행동, 체면, 속마음을 세심하게 보여주면서 보통 사람들의 삶이 가진 품위를 드러냄.

ㅇ(읽고 남는 점) 그래서 『관촌수필』을 읽고 나면 큰 사건보다 사람이 남음.

7. 작품 감상

가. 장소로서의 고향에서 사람과 말로 남는 고향

ㅇ(핵심 감상) 『관촌수필』을 읽으며 가장 크게 남는 것은 고향이 단순한 장소만은 아니라는 점임.

ㅇ(기억의 방식) 세월과 개발의 흐름 속에서 옛집이 사라지고 마을 길이 달라져도, 그 공간을 채우던 사람들의 말투와 삶의 방식은 기억 속에 남음.

ㅇ(문장의 역할) 이문구는 변해버린 고향을 토착어 문장으로 다시 불러내고, 관촌 사람들을 글 속에서 다시 만나게 해줌.

나. 웃음과 슬픔이 함께 남는 느낌

ㅇ(개인적 친근감) 웅천 출신이고 대천을 계속 오가는 입장에서, 충청도 사투리 특유의 느긋함과 능청스러운 해학이 오래전 동네 어른들이 들려주던 이야기처럼 가깝게 다가왔음.

ㅇ(묵직함) 웃으며 문장을 따라가다가도 전쟁의 상처, 가난, 공권력의 횡포, 공동체의 변화와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묵직해짐.

ㅇ(여운) 해학과 슬픔이 함께 남는다는 점이 이 작품의 큰 매력임.

다. 큰 사상과 작은 생활의 연결

ㅇ(연결 지점) 계룡산의 역사적 흔적과 동학, 그리고 김지하의 사상기행이 민중이라는 큰 흐름을 찾아가는 길이었다면, 『관촌수필』은 그 민중이 결국 관촌 사람들의 구체적인 얼굴과 목소리로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줌.

ㅇ(가치의 재발견) 이 작품은 거창한 사상이나 이론을 앞세우는 책이 아니라, 충청의 흙을 밟고 살아가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살아가고, 웃고, 억울해하며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책임.

8. 종합 평가 및 결론

가. 작품의 가치

ㅇ(농촌 변화의 기록) 『관촌수필』은 한 개인의 고향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한국전쟁과 산업화 속에서 변해간 한국 농촌 마을과 그곳 사람들의 삶을 잘 보여주는 작품임.

ㅇ(사람 중심의 서사) 시대의 변화와 폭력 앞에서도 자기 방식으로 살아낸 서민들의 얼굴을 문학의 중심에 세움.

ㅇ(말의 힘) 충청도 말맛과 농촌 사람들의 생활감이 작품 전체를 살아 있게 만듦.

나. 작품의 장점

ㅇ(첫째) 충청도 토착 방언과 농촌 사람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줌.

ㅇ(둘째) 과거에 대한 무조건적 향수에 머물지 않고, 변해가는 고향의 아픈 모습까지 함께 바라봄.

ㅇ(셋째) 이름 없는 보통 사람들을 작품의 중심에 놓음.

ㅇ(넷째) 능청스러운 웃음과 묵직한 슬픔이 함께 남음.

다. 최종 소회 및 결론

ㅇ(개인적 의미) 보령 웅천 출신인 나에게 이 작품은 먼 과거의 문학 고전이라기보다, 보령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깝게 다가옴.

ㅇ(공간적 친근감) 대천은 내 출생지는 아니지만, 어머니가 살고 계시고 가족 일로 계속 오가는 곳이어서 작품 속 관촌과 한내, 대천천의 달라진 풍경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음.

ㅇ(드라마화의 의미) SBS 창사특집 30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점은, 보령 갈머리라는 지역적 공간의 이야기가 지역의 추억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될 수 있었음을 보여줌.

ㅇ(최종 결론) 『관촌수필』은 현대화의 흐름 속에서 고향의 모습은 변해가더라도,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말과 삶은 오래 기억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임.

<현대화 속에서 변한 고향과 관촌 사람들>

『관촌수필』은 이문구가 자신의 고향 관촌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연작소설이다. 작품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따뜻하게 회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국전쟁과 가난, 산업화 속에서 변해간 농촌 마을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작품 속 고향은 그리운 곳이면서도 아픈 곳이고,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는 만날 수 없는 곳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충청도 말맛과 사람 냄새다. 충청도 사투리와 능청스러운 표현이 살아 있어 인물들이 실제 옆에서 말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웅천에서 나고 자란 입장에서, 또 어머니가 계신 대천을 지금도 자주 오가는 입장에서 보니 작품 속 말투와 분위기가 더 가깝게 다가왔다. 오래전 동네 어른들이 들려주던 이야기를 다시 듣는 듯했고, 그래서 『관촌수필』은 줄거리보다 사람이 오래 남는 책으로 느껴졌다.

특히 「관산추정」의 한내는 보령 사람에게 그냥 물길 이름이 아니다. 한내는 큰내이고, 곧 대천이며, 지금의 대천천으로 이어지는 고향의 중심 풍경이다. 작년 8월에 본 대천천은 산책로와 다리, 꽃밭과 도심 건물이 어우러진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물길은 이어져 있지만, 그 주변 풍경은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관촌수필』을 읽는 일은 사라진 고향을 그리워하는 일이 아니라, 변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고향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계룡산, 동학, 김지하 사상기행의 흐름은 『관촌수필』을 충청의 보통 사람들 이야기로 더 넓게 읽을 수 있게 한다. 계룡산이 충청의 역사와 사람들의 오래된 마음을 품은 공간이라면, 『관촌수필』은 충청 농촌 사람들의 말과 삶을 품은 작품이다. 결국 『관촌수필』은 현대화 속에서 변해버린 고향과 그 안에서 살았던 관촌 사람들을 글로 남긴 작품이고, 고향은 장소만이 아니라 사람과 말로도 남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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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면 전쟁과 가난과 영양실조가 만성적으로 있어 왔고,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자원과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약탈이 있어 왔습니다.

오늘의 결론을 말씀드리면, 외람되지만 인류학은 분명 어떤 이로운 점을 우리에게 기여하고 제공한 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류학의 이점 가운데 하나(아마 이것이 결국 가장 주요한 이점이겠지만)는 부유하고 강한 우리 문명국 구성원들에게 겸손함이라는 미덕과 지혜를 가르쳐준 것이니까요.

인류학자들이 연구하는 사회는 다른 온갖 종류의 규칙들에 대해 듣는 것보다 더 많은 교훈을 줍니다. 앞서 말했지만, 이는 우리가 더는 보장할 수 없게 된 인간과 자연환경 사이의 균형을 가능하게 해줄 수도 있을 교훈입니다. 우선은 여기까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는 인간 진화에는 세 단계 법칙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두 가지 연속적 단계를 지나게 됩니다. 종교적 단계, 이어서 형이상학의 단계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인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단계에 도달하려는 참입니다.

인구수가 극히 적지만 천연자원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 우리가 풍요라고 부르기에는 망설여지는 조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제법 잘 삽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남아메리카, 멜라네시아와 아프리카 등에 대한 세세한 연구가 보여주고 있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인원이 하루에 2~ 4시간만 노동을 해도 생산 활동에 아직 참여하지 않았거나 더는 참여할 수 없는 어린아이와 노인을 포함한 모든 가족의 생존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길고 긴 시간을 보내는 우리 현대인과는 얼마나 다른지요!

원시 부족이 환경의 명령에 얽매인 노예였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입니다. 이들은 밭을 재배하는 농민이나 짐승을 사육하는 목축업자보다 환경으로부터 훨씬 독립적이었습니다.

긴 여유 시간을 가지고 더 많은 창의적인 일을 했고, 서로 더 많이 교유하고, 외부세계와의 접촉도 더 많았습니다. 일종의 충격을 완화하는 쿠션이라 할 만한 신앙, 몽상, 의식, 의례 같은, 한마디로 우리가 보통 종교적ㆍ예술적 활동이라 부르는 일들을 한 것입니다.

인류학자는 문화의 차이점에 관심을 갖고 이를 존중하는데, 인류학 연구 방식의 핵심이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인류학자는 각 사회가 자기의 제도와 풍속과 신앙만이 유일한 것이라고 믿지 말 것을 권유합니다.

루스 베네딕트는 그 책을 쓰기 전 일본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베네딕트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인류학자였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있던 인류학적 정신과 영감과 방법론을 통해, 사전 경험이 전혀 없는 문화에 다가가 밖에서 그 문화의 구조를 파악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인류학은 우리 문화와 비교해보았을 때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다른 문화의 풍속과 종교도 하나의 체계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몇 세기가 흐르면, 어떤 체계든 그 체계의 내적 균형이 생깁니다.

첫째, 인류학은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간주하는 것이 사실은 사물의 질서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둘째, 인류학은 인간의 실제 경험들을 아주 방대하게 수집합니다. 이것들은 인간이 실제 거주하는 곳에서, 그리고 수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수천 개의 사회들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노동은 단지 이익을 창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공동체의 명예와 부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순전히 경제적 성격의 행위가 다른 사회에서는 기술적이고 문화적이며 사회적이고 종교적인 행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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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보고] 『버티컬 리미트』: 설산의 장관 뒤에 숨은 서구 중심의 오만과 생존자의 비인간성

예전 2001년1월 와이프와 연애시절 봤을땐 그냥 오락용으로 봤으나 지금 다시보니 서구중심주의 사고와(파키스탄군의 무능) 조난자(본, 애니)들의 비윤리적인 생존에 불편함이 무자게 몰려오는 영화, 황당한 액션은 그냥 봐줌, 설산풍경은 우와

1. 개요

ㅇ(작품 개요) 『버티컬 리미트』는 K2에서 조난당한 등반대를 구조하기 위해 구조대가 산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 미국 산악 재난 액션영화임

ㅇ(기본정보) 감독은 마틴 캠벨이며, 국내 개봉일은 2001년 1월 13일(미국 개봉일: 2000년 12월 8일). 러닝타임은 124분이고, 제작비는 약 7,500만 달러, 세계 흥행수익은 약 2억 1,570만 달러로 알려져 있음

ㅇ(등장인물) 크리스 오도넬(피터 개럿), 로빈 터니(애니 개럿), 빌 팩스턴(엘리엇 본), 스콧 글렌(몽고메리 윅), 이자벨라 스코룹코(모니크 오베르틴), 니컬러스 리(톰 맥라렌), 스튜어트 윌슨(로이스 개럿), 로버트 테일러(스킵 테일러), 알렉산더 시디그(카림 나지르), 벤 멘델슨(말콤 벤치), 스티브 르 마르캉(시릴 벤치), 테무에라 모리슨(라술 소령), 로샨 세스(아미르 살림 대령) 등이 출연함

ㅇ(표면적 이야기) 영화는 가족애, 구조, 희생, 생존을 내세우지만 실제 내용은 무리한 등반, 돈과 명예욕, 허술한 구조작전, 생존자의 비인간성으로 가득함

ㅇ(감상 방향) 본 보고서는 이 영화를 단순한 산악 액션영화가 아니라, 서구 중심적 시선과 생존자의 인간성 붕괴를 드러낸 불편한 영화로 평가함

ㅇ(핵심 평가) 설산 풍경은 압도적이나, 영화가 파키스탄과 현지 군을 다루는 방식은 비서구권 국가를 낮춰 보는 서구 중심적 태도를 드러냄

ㅇ(최종 감상) 한마디로 설산만 좋고, 인간과 국가를 다루는 태도는 개 같은 영화임

2. 주요 내용

가. 초반부 사고와 아버지의 희생

ㅇ(초반 사고) 영화는 피터, 애니, 아버지가 암벽 등반 중 사고를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함

ㅇ(아버지의 선택) 아버지는 자신 때문에 자식들까지 죽게 될 상황에서 줄을 자르게 하고, 결국 본인은 죽고 피터와 애니를 살림

ㅇ(피터의 죄책감) 피터는 아버지의 줄을 잘라야 했던 기억 때문에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감

ㅇ(수미상관) 마지막 장면에서 몽고메리 윅이 줄을 자르며 자신은 죽고 나머지를 살리는 구조는 초반 장면과 대칭을 이룸

ㅇ(희생의 의미) 초반 아버지의 죽음과 후반 윅의 죽음은 한 사람의 희생으로 나머지를 살리는 살신성인의 구조를 이룸

나. 본의 무리한 K2 등반과 조난

ㅇ(등반대 구성) 애니, 톰 맥라렌, 엘리엇 본 등이 K2 등정에 나섬

ㅇ(톰의 판단) 톰은 기상 악화와 위험을 보고 하산을 주장하였으나, 본은 명예와 욕심 때문에 계속 올라가려 함

ㅇ(애니의 책임) 애니 역시 전문 산악인으로서 하산 판단을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하나, 결국 본의 무리한 등반에 동조한 결과가 됨

ㅇ(조난 발생) 결국 눈사태로 애니, 본, 톰은 얼음 속 공간에 갇힘

ㅇ(핵심 평가) 이 조난은 단순한 자연재해라기보다, 위험 경고를 무시한 인간의 욕심과 판단 실패가 만든 인재에 가까움

다. 구조대 3개조 구성

ㅇ(구조대 구성) 피터는 애니를 구하기 위해 급히 구조대를 구성함

ㅇ(1조) 피터 개럿 - 몽고메리 윅

* 피터는 동생 애니를 구하려는 오빠임
* 윅은 4년 전 K2에서 아내를 잃고 그 죽음의 진실을 찾아온 인물임
* 윅은 본과 다시 마주하고 아내 죽음의 진실을 확인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구조대에 합류함

ㅇ(2조) 말콤 벤치 - 카림 나지르

* 말콤은 구조대원 중 한 명이며, 시릴의 형제임
* 카림 나지르는 정상 등반대에 참여했다가 실종된 알리 나지르의 사촌으로, 알리를 찾고자 구조대에 참여한 인물임
* 이 조는 니트로글리세린이 새는 용기와 햇빛 노출 문제로 폭발에 휘말려 사망함

ㅇ(3조) 모니크 오베르틴 - 시릴 벤치

* 모니크는 구조대원으로 참여한 여성 인물이며 최종 생존자임
* 시릴은 산을 잘 타는 인물로 보이나, 지나친 자신감과 경솔함을 보임
* 시릴은 경사지에서 가방 관리 부주의로 위험에 빠지고, 니트로글리세린 폭발 후 발생한 눈사태에 휩쓸려 사망함

ㅇ(구조대 출발의 문제) 구조대는 충분한 준비와 체계적 판단보다 피터의 가족애, 급박한 상황, 주변의 감정적 압박 속에서 급히 구성된 측면이 있음

ㅇ(구조대원의 마음) 그러나 구조대원들은 조난자를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걸고 K2에 오른 사람들이며, 이들의 희생 자체는 숭고하게 평가해야 함

ㅇ(핵심 평가) 문제는 구조대원들의 마음이 아니라,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무리한 구조 설정과 조난자들의 비인간적 행위에 있음

라. 몽고메리 윅의 과거와 희생

ㅇ(4년 전 사고) 4년 전 윅의 아내는 본이 속한 등반대의 가이드로 K2 등반에 참여했다가 조난당함

ㅇ(본의 비열함) 당시 본은 생존을 위해 윅의 아내에게 필요했던 덱사메타손을 차지했고, 그 결과 윅의 아내는 죽음에 이르게 됨

ㅇ(윅의 집착) 윅은 4년 동안 K2를 떠나지 못하고 아내의 시신과 죽음의 진실을 찾아 헤맴

ㅇ(시신 발견) 니트로글리세린 폭발로 얼음 속에 묻혀 있던 윅의 아내 시신이 드러남

ㅇ(얼어붙은 시신의 의미) 하나도 썩지 않은 채 얼어붙은 시신은 윅의 고통과 원한도 4년 동안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음을 상징함

ㅇ(핵심 평가) 윅은 K2에 아내와 인생을 빼앗긴 사람이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피터와 애니를 살리는 영웅적인 구조대원임. 그의 구조 참여는 구조와 복수, 진실 확인이 뒤섞인 비극적 선택임

ㅇ(살신성인) 윅의 마지막 선택은 단순한 복수에 그치지 않고, 초반부 아버지의 희생과 대응되는 살신성인의 장면으로 볼 수 있음

마. 조난 공간 내부의 인간성 붕괴

ㅇ(톰의 상태) 톰은 중상을 입고 폐수종 증세까지 겹쳐 덱사메타손이 필요한 상황에 놓임

ㅇ(애니의 행동) 애니는 자기 덱스를 톰에게 주고, 이후 본인도 폐수종 증세를 겪음. 따라서 애니를 처음부터 완전히 이기적인 인물로만 볼 수는 없음

ㅇ(본의 본성) 본은 자신이 살기 위해 덱스를 독차지하려 하고, 톰을 살릴 가능성을 외면함

ㅇ(본의 살인) 본은 결국 덱사메타손을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톰을 주사기로 찔러 살해함

ㅇ(톰의 억울함) 톰은 애초에 하산을 주장했던 인물임에도, 본의 무리한 판단 때문에 조난당하고 결국 본에게 살해당함

ㅇ(핵심 평가) 톰의 죽음은 산이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본의 욕심과 비열함이 사람을 죽인 장면임

바. 톰 시신 훼손과 생존 신호

ㅇ(시신 훼손) 본과 애니는 죽은 톰의 배를 갈라 피를 비닐봉지에 담고, 이를 신호탄에 묶어 얼음벽 틈으로 올려 위치를 알리는 데 사용함

ㅇ(인간 존엄의 붕괴) 톰은 동료도, 죽은 자로서 존중받아야 할 사람도 아니게 되고, 단지 생존 신호를 위한 재료처럼 취급됨

ㅇ(본의 완전한 타락) 본은 톰을 죽인 뒤 그 시신까지 이용함으로써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완전히 넘어섬

ㅇ(애니의 책임) 애니가 톰 살해를 사전에 알았는지는 불분명하나, 톰의 시신을 이용한 생존 신호에 함께 얽힌 이상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움

ㅇ(진실 고백의 필요성) 애니가 진짜 도덕성을 가진 인물이라면 살아 내려온 뒤 본의 톰 살해, 시신 훼손, 자신의 가담 또는 방조 여부를 솔직히 밝혔어야 함

ㅇ(법적 심판의 필요성) 본이 살아 돌아갔다면 살인과 시신 훼손에 대해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하며, 애니 역시 시신 훼손 가담 또는 방조 여부를 조사받아야 함

ㅇ(핵심 평가) 애니의 생환은 구조의 완성이 아니라, 톰의 죽음과 시신 훼손에 대한 진실 고백과 법적 책임의 시작이어야 했음

3. 생존자 및 사망자 명단

가. 주요 생존자

ㅇ(피터 개럿) 애니를 구하기 위해 구조대에 참여하고 최종 생존함

ㅇ(애니 개럿) 조난자 중 최종 생존자이나, 톰의 시신 훼손과 관련해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음

ㅇ(모니크 오베르틴) 구조대원 중 생존자로, 마지막까지 피터와 애니의 생환 과정에 관여함

ㅇ(스킵 테일러) 베이스캠프에서 구조작전을 지원하는 인물로 생존함

ㅇ(라술 소령·아미르 살림 대령 등 파키스탄군 인물) 구조 지원에 관여하나, 영화 속에서는 주체적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라기보다 서구 주인공들의 구조극을 떠받치는 배경처럼 처리됨

나. 주요 사망자

ㅇ(로이스 개럿) 피터와 애니의 아버지로, 초반 사고에서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희생함

ㅇ(톰 맥라렌) 하산을 주장했던 인물로, 본의 무리한 등반 때문에 조난당하고 결국 본에게 살해당함

ㅇ(엘리엇 본) 무리한 등반을 밀어붙이고, 덱스를 독차지하며, 톰을 살해하고 시신까지 이용한 인물임. 마지막에 윅과 함께 추락해 사망함

ㅇ(몽고메리 윅) 본과 함께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피터와 애니를 살리는 방향으로 이어짐. 그의 죽음은 복수와 희생이 뒤섞인 결말임

ㅇ(시릴 벤치) 모니크와 한 조로 구조에 나섰으나, 경솔한 행동과 니트로글리세린 폭발 이후 눈사태로 사망함

ㅇ(말콤 벤치) 카림과 한 조로 구조에 나섰으나, 니트로글리세린 폭발로 사망함

ㅇ(카림 나지르) 말콤과 함께 구조에 나섰으나, 새는 니트로글리세린 용기와 햇빛 노출로 인한 폭발에 휘말려 사망함

ㅇ(알리 나지르) 정상 등반대에 참여했다가 눈사태와 조난 과정에서 사망한 인물로, 카림 나지르가 구조대에 참여하는 개인적 이유가 됨

ㅇ(윅의 아내) 4년 전 본이 속한 등반대의 가이드로 참여했다가 덱사메타손 문제와 조난으로 사망함. 시신은 얼음 속에서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됨

ㅇ(기타 등반대원) 본의 K2 등반대 중 일부는 눈사태와 조난 과정에서 사망함

4. 핵심 비판 1: 파키스탄 묘사와 서구 중심적 시선

ㅇ(파키스탄의 배경화) 영화는 K2와 파키스탄군을 주요 배경으로 삼지만, 파키스탄이라는 공간과 현지 구조체계를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주체로 다루지 않음

ㅇ(현지 군의 허술한 묘사) 니트로글리세린처럼 열·충격에 민감한 위험물을 고산 구조대에 넘기는 장면은 파키스탄군을 위험물 관리의 기본도 모르는 집단처럼 보이게 함

ㅇ(새는 용기 설정) 특히 니트로글리세린이 용기에서 새어 나오고, 햇빛에 노출되어 폭발하는 설정은 파키스탄군을 지나치게 허술하고 무식한 조직처럼 묘사함

ㅇ(서구 주인공 중심의 구성) 파키스탄군과 현지 인력은 구조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서구 인물들의 구조극을 가능하게 하는 보조 장치처럼 배치됨

ㅇ(비서구권에 대한 낮은 시선) 이는 서구 영화가 비서구권 국가를 정교한 사회와 전문성을 가진 공간으로 보기보다, 서구 인물들이 모험하고 지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무대로 소비하는 태도를 드러냄

ㅇ(동양권·비서구권 개무시) 영화는 파키스탄을 K2의 주권적 공간으로 다루지 않고, 서구 인물들의 모험을 위한 위험하고 허술한 무대로 소비함

ㅇ(현지 인물의 소모) 카림 등 현지 인물은 독립적 인격과 서사를 가진 인물이라기보다, 서구 주인공들의 구조극을 위해 희생되는 인물로 처리됨

ㅇ(핵심 평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파키스탄과 현지 군을 물로 보는 듯한 태도임. 이는 서구권 영화가 동양권·비서구권 국가를 얼마나 쉽게 낮춰 보고 소비하는지를 보여줌

5. 핵심 비판 2: 생존자의 비인간성

ㅇ(생존 명분의 한계) 영화는 생존의 절박함을 내세우지만, 동료를 죽이고 시신까지 이용하는 행위는 생존 본능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

ㅇ(본의 살인) 본은 덱사메타손을 차지하기 위해 톰을 살해함. 이는 극한상황의 판단이 아니라 명백한 살인임

ㅇ(본의 시신 훼손) 본은 살해한 톰의 시신까지 생존 신호의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도리를 완전히 상실함

ㅇ(애니의 문제) 애니는 본처럼 톰을 직접 죽인 인물은 아니지만, 톰의 피를 이용한 신호에 함께 얽힌 이상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음

ㅇ(진실 고백의 필요성) 애니가 진짜 도덕성을 가진 인물이라면 살아 내려온 뒤 본의 톰 살해, 시신 훼손, 자신의 가담 또는 방조 여부를 솔직히 밝혔어야 함

ㅇ(법적 책임) 본은 살인 및 시신 훼손, 애니는 시신 훼손 가담 또는 방조 여부에 대해 조사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함

ㅇ(핵심 평가) 이 영화는 생존자를 영웅처럼 보여주려 하지만, 실제로는 생존자의 비인간성과 인간 존엄의 붕괴를 보여주는 불편한 영화임

6. 산악구조와 액션 설정의 비현실성

가. 급조된 구조대

ㅇ(구조의 출발부터 문제) 구조대는 충분한 계획과 안전대책보다 피터의 감정과 주변 인물의 압박 속에서 급하게 꾸려짐

ㅇ(남의 가족 문제) 피터가 자기 동생을 구하려는 마음은 이해되나, 그 과정에서 남의 가족인 구조대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림

ㅇ(구조대 희생의 의미) 그러나 구조대원들은 조난자를 살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 사람들로, 이들의 희생은 본과 애니가 보여준 생존 집착과 대비되는 숭고한 행위임

ㅇ(핵심 평가) 문제는 구조대원들의 숭고함이 아니라, 애초에 그 숭고한 사람들을 무리한 구조 상황으로 몰아넣은 영화의 설정과 조난자들의 비인간적 행동에 있음

나. 니트로글리세린 설정

ㅇ(폭발물 운반의 무리수) 구조대는 니트로글리세린을 들고 고산지대를 오르지만, 열·충격·마찰에 민감한 폭발물을 구조대가 들고 산을 오른다는 설정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움

ㅇ(새는 용기) 니트로글리세린이 새는 용기에 담겨 있다는 설정은 폭약 관리 상식과 맞지 않음

ㅇ(햇빛 폭발) 니트로글리세린이 햇빛에 노출되어 폭발하고 구조대원을 죽이는 장면은 긴장감을 만들기 위한 설정이지만, 파키스탄군과 현지 체계를 허술하게 보이게 만듦

ㅇ(구멍 폭파 장면) 얼음벽을 뚫을 정도의 폭발이 일어났는데도 그 아래 조난자들이 멀쩡한 것은 지나치게 편의적인 설정임

ㅇ(핵심 평가) 영화는 폭발의 위력은 필요할 때만 크게 쓰고, 그 피해는 필요 없을 때 지워버림

다. 황당한 액션 장면

ㅇ(피터의 절벽 점프) 피터가 두 개의 아이스액스를 들고 절벽 사이를 뛰어넘어 반대편 얼음벽에 찍고 매달리는 장면은 사실상 산악판 스파이더맨 장면에 가까움

ㅇ(시릴의 절벽 탈출) 시릴이 낭떠러지에 매달렸다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다시 올라오는 장면 역시 현실성이 크게 떨어짐

ㅇ(헬기 투입 장면) 고산에서 헬기가 무리하게 접근하다가 대원이 위험에 처하는 장면은 구조작전 자체가 얼마나 무모했는지를 보여줌

ㅇ(하산 과정 생략) 애니를 찾아내는 장면은 크게 보여주지만, 폐수종과 탈진 상태의 애니를 어떻게 험한 K2 지형에서 안전하게 내려왔는지는 거의 설명하지 않음

ㅇ(핵심 평가) 비현실적인 액션 장면이 반복되면서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거시기한 느낌을 줌

7. 그나마 인정할 만한 점

ㅇ(설산 풍경) 영화 속 히말라야와 K2의 설산 풍경은 압도적임

ㅇ(자연의 위압감) 인간이 점처럼 보일 만큼 거대한 설산은 왜 사람들이 산에 매혹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줌

ㅇ(산의 매력) 쉴트호른이나 일본 알프스도 아름답지만, 영화 속 히말라야 설산은 그보다 더 거대하고 위압적인 느낌을 줌

ㅇ(수미상관 구조) 초반 아버지의 희생과 마지막 윅의 희생은 영화 구조상 분명한 대칭을 이룸

ㅇ(윅의 살신성인) 윅은 복수심에서 출발했지만, 마지막에는 줄을 자르며 자신은 죽고 나머지를 살리는 선택을 함

ㅇ(구조대의 숭고함) 구조대원들은 여러 비현실적 설정 속에서 희생되지만, 조난자를 살리기 위해 산에 오른 마음 자체는 숭고하게 평가해야 함

ㅇ(본과 윅·구조대의 대비) 본은 남을 죽여서라도 살려는 인물이고, 윅과 구조대원들은 자신이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남을 살리려는 인물들로 대비됨

8. 종합 의견

ㅇ(첫 번째 핵심) 이 영화는 파키스탄과 현지 군을 주체로 보지 않고, 서구 인물들의 모험과 구조극을 위한 허술한 배경으로 소비함

ㅇ(두 번째 핵심) 이 영화는 생존의 절박함을 보여준다기보다, 생존자들이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얼마나 쉽게 넘는지를 보여줌

ㅇ(본의 평가) 본은 무리한 등반을 밀어붙이고, 윅의 아내를 죽음으로 몰고, 톰까지 살해하고, 시신까지 이용한 최악의 인물임

ㅇ(애니의 평가) 애니는 구조받은 피해자로만 볼 수 없음. 무리한 등반 판단, 톰의 시신 훼손 과정, 생환 이후 진실 고백 문제에서 도덕적 책임이 남음

ㅇ(윅의 평가) 윅은 복수와 진실 확인이라는 개인적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을 희생해 피터와 애니를 살리는 인물로 마무리됨

ㅇ(구조대의 평가) 구조대는 비록 허술한 계획과 무리한 장비, 급박한 상황 속에서 출발했지만, 조난자를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걸고 K2에 오른 숭고한 사람들임

ㅇ(구조대 희생의 의미) 구조대원들의 희생은 본과 애니가 보여준 살인, 시신 훼손, 생존 집착과 대비되며, 이 영화에서 그나마 인간의 도리와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부분임

ㅇ(영화의 불편함) 사람을 살리는 영화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훼손하고, 비서구권 국가를 낮춰 보는 장면들이 뒤섞인 매우 불편한 영화임

ㅇ(개인적 감상) 이 영화는 2001년 1월 국내 개봉 당시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함께 본 영화라 개인적으로는 추억이 있는 작품임. 당시에는 젊었고, 설산 배경의 액션영화로 단순하게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음

ㅇ(현재의 재평가) 그러나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이 영화는 단순한 산악 액션영화로 넘기기 어려운 문제점이 많음. 파키스탄과 현지 군을 허술하게 묘사하는 서구 중심적 시선, 생존을 명분으로 동료를 죽이고 시신까지 이용하는 비인간성,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액션 장면들이 계속 눈에 걸림

ㅇ(최종 평가) 2001년 국내 개봉 당시에는 재미있는 산악 액션영화로 보였지만, 지금 다시 보니 설산 풍경만 장엄할 뿐 인간과 국가를 다루는 태도는 매우 불편함

ㅇ(한줄 평가) 2001년에는 재미있게 봤지만, 지금 다시 보니 설산풍경만 좋고 인간과 국가를 다루는 방식은 개 같은 영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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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에 골몰합니다. 아마 이것은 고쿠가쿠[국학]8 학파가 그 뿌리일 것입니다.

한국인들 역시 유럽이나 다른 먼 민족이 아닌 자기 나라의 시골 생활이나 민간 풍속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세세한 사실들의 목록을 다량 수집하고,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기록된 문서에 누락되어 있거나 불충분한 것들을 보충하며, 어떤 작은 집단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상상하면서 현재를 사는 방식을 알아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마침내 하나의 독창적인 유형의 자료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인용하자면 야나기타 구니오가 ‘분카가쿠文化学’, 즉 문화학이라 부른 것에 진입한 것입니다. 문화학,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인류학입니다.

인류학의 첫 번째 야망은 ‘객관성objectivité’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인류학이 주장하는 객관성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관찰 대상인 어떤 사회의 고유한 가치들을 객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회를 바라보는 사고방식도 객관화하는 것입니다.

보어는 1939년 이렇게 썼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들 간에는 전통적인 차이들이 있는데, ······ [이것도] 물리학적 실험의 결과들을 묘사하는 다양한 방식들에 상응해 묘사할 수 있다."

인류학의 두 번째 야망은 ‘전체성totalité’입니다. 사회생활의 모든 양상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하나의 체계를 보자는 것입니다.

잠시 자리를 비울 때(우체국에 편지를 부치러 가거나, 신문을 사러 가거나, 담배를 사러 잠시 나갈 때), 일본인은 이렇게 말한다는 겁니다. ‘다녀오겠습니다行って参ります.’ 그러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다녀오세요行ってらっしゃい.’ 비슷한 상황에서 서양 말은 나가겠다는 결정에 강조점을 두지만, 일본에서는 곧 돌아오겠다는 의도에 강조점을 둡니다.

독립적이고 이미 구성된 전체로서의 ‘나’로부터 출발하는 대신, 일본 사람들은 모든 게 바깥에서부터 출발하여 이어 나로 옵니다. 일본의 ‘나’는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나’에 도달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 밖으로 나갔다가 ‘나’를 향해 돌아온 결과물처럼 보입니다.

서양의 정신세계와 일본의 정신세계를 도식화하면, 구심적 운동성과 원심적 운동성으로 대조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도식은 두 문명 간의 상호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인류학자의 연구 가설로도 쓰입니다.

우리 근현대사회에서 타자와의 관계는 우연적이고 파편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이 방식이 우선은 주체들끼리 서로를 파악하게 하는 전체적이고 총괄적인 경험에 기초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촘촘히 이어져 있는 작은 공동체에는 상당한 항상성이 있다. 이것은 문명화된 나라의 매우 개발된 공동체에도 해당하고, 원시의 야생 마을의 공동체에도 해당한다."

"그러므로 영향을 받아 교란될 위험이 높은 대도시 집단이 원시 마을의 작은 집단보다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덜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모든 공동체가 인간적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류학을 아주 멀리 혹은 아주 가까이에 아직 살아남아 있는 잔재를 찾아 연구하는 것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존 형태에 대한 고고학이 아니라, 이 생존 형태들 간의 차이 또는 그 형태들과 우리의 생존 형태들 간의 차이입니다.

독자에게 인류학적 고찰의 이중적 본질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였죠. 하나는 관찰자의 문화와 매우 다른 문화를 아주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관찰자 스스로가 마치 다른 문화에 소속된 것처럼 자신의 문화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택한 제목이 《멀리서 보는 시선Le Regard éloigné》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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