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1~23 박스 세트 - 전23권 (완결)
고토게 코요하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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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2] 귀멸의 칼날 전투 양상에 따른 조직 역량 및 리더십 분석

1. 개요

가. 분석 목적

ㅇ(진영 비교) 『귀멸의 칼날』에 나타난 귀살대와 상현 혈귀의 전투 방식을 비교하여 두 진영의 조직 운영과 리더십 차이를 살펴본다.

ㅇ(승리 원인 분석) 상현의 압도적인 개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귀살대가 최종적으로 승리한 원인을 조직적 협력과 가치 계승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나. 핵심 분석 결과

ㅇ(개인 능력 의존) 상현 혈귀들은 개별 전투력에서는 귀살대의 柱를 능가했으나, 서로 협력하지 않고 각자의 힘에 의존하였다.

ㅇ(역할 분담과 계승) 귀살대는 柱와 일반 대원, 지휘부와 후방지원 조직이 역할을 분담하고, 먼저 쓰러진 사람이 남긴 기회와 뜻을 다음 사람이 이어받았다.

ㅇ(조직 역량의 승리) 귀살대의 최종 승리는 개인의 무력을 뛰어넘는 조직의 시스템적 지속가능성과 가치 계승에서 비롯되었다.

2. 진영별 조직 운영과 전투 방식

가. 귀살대

1) 공동목표에 따른 결속

ㅇ(공동목표) 귀살대원들은 저마다 다른 상처와 사연을 지녔지만, 사람을 지키고 무잔을 쓰러뜨린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결속하였다.

ㅇ(신뢰 형성) 우부야시키 카가야는 구성원들을 공포로 통제하지 않고 각자의 성품과 능력을 이해하며 신뢰를 형성하였다.

2) 역할 분담과 릴레이식 협공

ㅇ(역할 분담) 柱와 일반 대원들은 상대의 능력과 전투 상황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였다.

ㅇ(코쿠시보전) 무이치로와 겐야가 코쿠시보의 움직임과 재생을 막고, 교메이와 사네미가 공격을 완성하였다.

ㅇ(도우마전) 시노부가 목숨을 걸고 독을 남긴 뒤 카나오와 이노스케가 최종 공격을 이어받았다.

3) 지속 가능한 조직체계

ㅇ(지휘체계 계승) 카가야가 사망한 뒤에도 키리야를 중심으로 지휘체계가 이어졌으며, 꺾쇠까마귀와 카쿠시, 타마요와 유시로까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ㅇ(조직의 지속성) 핵심 지도자와 주력 전력이 쓰러진 뒤에도 조직의 목표와 기능이 유지되었다는 점에서 귀살대는 지속 가능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나. 무잔과 혈귀

1) 공포와 복종에 의한 통제

ㅇ(도구적 관계) 무잔은 혈귀들을 동료가 아닌 자신의 목적을 수행하는 도구로 취급하였다.

ㅇ(공포 통제) 임무에 실패한 하현들을 직접 숙청하고, 나키메가 유시로에게 조종당하자 즉시 제거하는 등 공포를 통해 조직을 통제하였다.

2) 각자도생식 전투

ㅇ(경쟁 관계) 상현들은 같은 진영에 속해 있으면서도 서로를 동료보다 경쟁자로 인식하였다.

ㅇ(상호지원 부재) 굣코와 한텐구가 함께 도공 마을에 투입되고도 각자의 장소에서 따로 싸운 것처럼, 상현 사이에는 역할 분담이나 상호지원이 거의 없었다.

3) 무잔 1인 중심의 조직 한계

ㅇ(권력 집중) 혈귀의 힘과 지위, 임무와 생존 여부가 모두 무잔의 판단에 좌우되었다.

ㅇ(대체체계 부재) 모든 권력과 의사결정이 무잔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도자를 대신하거나 다른 구성원의 빈자리를 채울 조직적 기반이 존재하지 않았다.

3. 종합 분석 및 시사점

가. 승패를 가른 조직적 차이

ㅇ(혈귀의 고립) 혈귀들은 제각기 압도적인 힘을 지녔지만 서로를 믿지 못했고, 자신의 전투를 다른 혈귀에게 맡기거나 이어 주지 못하였다.

ㅇ(귀살대의 협력) 귀살대원들은 개인의 힘으로 상현을 이기기 어려웠으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먼저 쓰러진 사람이 남긴 기회와 역할을 이어받았다.

ㅇ(유기적 연결) 결국 승패를 가른 것은 개인의 강함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는가의 차이였다.

나. 리더십 측면의 의미

ㅇ(공포형 리더십의 한계) 무잔의 공포형 리더십은 구성원의 복종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신뢰와 자발적 헌신을 만들지 못하였다.

ㅇ(가치 중심의 리더십) 우부야시키 카가야의 리더십은 구성원들에게 공동의 목적과 지켜야 할 가치를 제시하고, 지도자가 사라진 뒤에도 그 뜻이 이어지도록 하였다.

ㅇ(시스템적 지속가능성) 귀살대의 승리는 특정 영웅 한 사람의 압도적인 능력이 아니라, 개인의 무력을 뛰어넘는 조직의 시스템적 지속가능성과 가치 계승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ㅇ(조직의 진정한 힘) 이는 조직의 진정한 힘이 가장 뛰어난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고 공동의 가치를 다음 사람과 다음 세대에 이어 주는 데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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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1] 주요 인물 및 세력 소개

※ 인물명은 한글 표기 뒤에 한자와 한자의 한국식 음독을 병기하였다. 이름 일부가 히라가나 또는 가타카나로 표기된 경우에는 해당 부분을 한글로 적었다.

1. 귀살대 지휘부

가. 우부야시키 카가야(産屋敷耀哉, 산옥부요재)

귀살대의 제97대 당주로, 대원들은 그를 ‘어르신’이라 부른다. 몸이 약해 직접 전투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온화한 성품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개성이 강한 주들을 하나로 이끈다. 최종결전에서는 자신의 목숨과 저택을 미끼로 삼아 무잔의 움직임을 묶는다.

나. 우부야시키 아마네(産屋敷あまね, 산옥부 아마네)

카가야의 아내로, 병약한 남편을 보좌하며 귀살대의 운영을 돕는다. 최종결전 직전까지 남편 곁을 지키며 무잔을 맞는다.

다. 우부야시키 키리야(産屋敷輝利哉, 산옥부휘리재)

카가야의 아들로, 아버지가 죽은 뒤 어린 나이에 귀살대 당주를 이어받는다. 무한성전과 무잔전에서 대원들의 위치와 전황을 파악하며 전체 전투를 지휘한다.

라. 우부야시키 쿠이나·카나타

ㅇ 우부야시키 쿠이나(産屋敷くいな, 산옥부 쿠이나)

ㅇ 우부야시키 카나타(産屋敷かなた, 산옥부 카나타)

키리야의 여동생들로, 오빠의 곁에서 전황을 지도에 표시하고 정보를 정리한다. 유시로의 부적을 붙인 꺾쇠까마귀를 통해 전달되는 무한성 내부의 상황을 지도에 옮기며 지휘를 보조한다.

2. 아홉 명의 주(柱)

주는 귀살대의 최고 계급에 오른 검사들을 말한다. 각자는 한 가지 호흡을 대표하며, 일반 대원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지만 상현과의 싸움에서는 동료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가. 수주(水柱) 토미오카 기유(冨岡義勇, 부강의용)

물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이다. 탄지로와 네즈코를 처음 만났으며, 혈귀가 된 네즈코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고 두 남매를 우로코다키 사콘지에게 보낸다. 무한성에서는 탄지로와 함께 아카자를 상대하고, 최종결전까지 살아남는다.

나. 염주(炎柱) 렌고쿠 쿄쥬로(煉獄杏寿郎, 연옥행수랑)

화염의 호흡을 사용하는 밝고 강직한 검사이다. 무한열차에서 승객들을 지킨 뒤 상현 3 아카자와 홀로 싸우다가 치명상을 입고 사망한다. 그의 정신과 말은 이후 탄지로 일행이 싸움을 계속하는 힘이 된다.

다. 충주(蟲柱) 코쵸우 시노부(胡蝶しのぶ, 호접 시노부)

벌레의 호흡과 독을 사용하는 검사이다. 혈귀의 목을 벨 완력이 부족한 대신 등나무꽃 독을 이용해 싸운다. 무한성에서는 도우마에게 흡수되지만, 자신의 몸에 축적해 둔 독으로 도우마를 약화시킨다.

라. 음주(音柱) 우즈이 텐겐(宇髄天元, 우수천원)

소리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로, 과거에는 닌자였다. 유곽에서 탄지로·젠이츠·이노스케와 함께 규타로와 다키를 쓰러뜨린다. 이 전투에서 왼팔과 왼쪽 눈을 잃고 주에서 은퇴하지만 이후 귀살대 훈련과 경계를 돕는다.

마. 하주(霞柱) 토키토 무이치로(時透無一郎, 시투무일랑)

안개의 호흡을 사용하는 천재 검사로, 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주가 되었다. 도공 마을에서는 상현 5 굣코를 홀로 쓰러뜨린다. 무한성에서는 코쿠시보에게 치명상을 입지만, 마지막까지 공격을 이어가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바. 연주(恋柱) 칸로지 미츠리(甘露寺蜜璃, 감로사밀리)

사랑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로,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한 근육과 유연한 몸을 지녔다. 도공 마을에서 한텐구의 분신 조하쿠텐을 막아 탄지로가 본체를 추적할 시간을 번다. 최종결전에서 무잔과 싸우다 입은 부상으로 사망한다.

사. 사주(蛇柱) 이구로 오바나이(伊黒小芭内, 이흑소파내)

뱀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로, 목에 감고 다니는 뱀 카부라마루와 함께 싸운다. 엄격하고 냉정한 성격이지만 칸로지 미츠리에게 깊은 마음을 품고 있다. 무잔전에서 끝까지 싸운 뒤 미츠리와 함께 최후를 맞는다.

아. 풍주(風柱) 시나즈가와 사네미(不死川実弥, 불사천실미)

바람의 호흡을 사용하는 거친 성격의 검사이다. 혈귀를 끌어당기는 희귀한 피를 지녔으며, 동생 겐야를 위험에서 떼어 놓기 위해 일부러 차갑게 대한다. 코쿠시보전과 무잔전에서 큰 부상을 입지만 살아남는다.

자. 암주(岩柱) 히메지마 교메이(悲鳴嶼行冥, 비명서행명)

바위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로, 주들 가운데 가장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뛰어난 청각과 육체 능력으로 쇠도끼와 철구를 사용한다. 코쿠시보 격파를 이끈 뒤 무잔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사망한다.

3. 탄지로와 동료들

가. 카마도 탄지로(竈門炭治郎, 조문탄치랑)

혈귀가 된 여동생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리고 가족을 죽인 무잔을 쓰러뜨리기 위해 귀살대에 들어간다. 물의 호흡과 가문에 전해진 히노카미 카구라를 사용한다. 뛰어난 후각과 공감 능력으로 동료들을 이어 주며 여러 협동전투의 중심에 선다.

나. 카마도 네즈코(竈門禰豆子, 조문녜두자)

탄지로의 여동생으로, 무잔의 피에 의해 혈귀가 된다. 사람을 먹는 대신 잠으로 힘을 회복하며, 혈귀이면서도 인간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도공 마을에서 햇빛을 극복한 뒤 무잔의 표적이 되고, 최종결전 중 타마요가 만든 약의 힘으로 인간으로 돌아온다.

다. 아가츠마 젠이츠(我妻善逸, 아처선일)

번개의 호흡을 사용하는 검사이다. 겁이 많고 소란스럽지만 청각이 뛰어나며, 번개의 호흡 제1형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무한성에서는 자신의 사형 카이가쿠를 독자적으로 만든 제7형 화뢰신으로 쓰러뜨린다.

라. 하시비라 이노스케(嘴平伊之助, 취평이지조)

산에서 멧돼지에게 길러진 검사로, 자신이 만든 짐승의 호흡을 사용한다. 경쟁심이 강하고 거칠지만 탄지로와 젠이츠를 동료로 받아들이면서 점차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알게 된다. 무한성에서는 카나오와 함께 도우마를 쓰러뜨린다.

마. 츠유리 카나오(栗花落カナヲ, 율화락 카나오)

코쵸우 시노부의 츠구코로, 꽃의 호흡을 사용한다. 어린 시절의 학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지만 탄지로와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시노부가 남긴 독을 이용해 이노스케와 함께 도우마의 목을 벤다.

바. 시나즈가와 겐야(不死川玄弥, 불사천현미)

풍주 사네미의 동생으로, 호흡을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혈귀의 살점을 먹어 일시적으로 그 능력을 얻는다. 코쿠시보전에서는 혈귀술로 코쿠시보의 움직임과 재생을 방해한다. 싸움이 끝난 뒤 형과 마음을 확인하지만 치명상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4. 귀살대를 도운 인물들

가. 타마요(珠世, 주세)

무잔의 지배에서 벗어난 혈귀이자 의사이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소량의 피만으로 살아가며 혈귀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연구한다. 시노부와 함께 무잔을 약화시키는 약을 완성하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무잔의 몸에 약을 주입한다.

나. 유시로(愈史郎, 유사랑)

타마요가 혈귀로 만든 청년으로, 타마요를 깊이 존경하고 따른다. 자신의 부적을 붙인 사람이나 사물의 모습을 감추고 시야를 공유하는 혈귀술을 사용한다. 무한성에서는 나키메의 정신에 침투해 무한성의 지배권을 빼앗고 귀살대를 돕는다.

다. 꺾쇠까마귀(鎹鴉)

귀살대원들에게 임무와 정보를 전달하는 전령이다. 대원마다 한 마리씩 배정되며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 최종결전에서는 유시로의 부적을 붙이고 무한성 내부의 위치와 전황을 지휘부에 전달한다.

라. 카쿠시(隠, 은)

전투가 끝난 뒤 부상자를 이송하고 현장을 수습하는 귀살대의 후방지원 조직이다. 직접 혈귀와 싸우는 검사는 아니지만 치료, 연락, 운반 등으로 귀살대의 활동을 뒷받침한다. 무잔전에서는 부상자를 구조하고 차량과 장비를 동원해 전투를 지원한다.

5. 혈귀의 시조

가. 키부츠지 무잔(鬼舞辻無惨, 귀무십무참)

모든 혈귀의 시조이자 작품 전체의 적이다. 천 년 이상 살아오면서 죽음과 햇빛을 두려워하고, 햇빛을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혈귀로 만든다.

무잔은 혈귀들을 동료로 보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취급한다. 실패한 하현들을 직접 죽이고, 나키메가 유시로에게 조종당하자 곧바로 제거한다. 혈귀들에게 피를 나누어 힘을 주지만 서로를 믿고 협력하는 관계는 만들지 못한다.

최종결전에서는 타마요와 시노부의 약으로 급속히 노화하고 재생력이 약해진다. 귀살대가 해가 뜰 때까지 도주를 막은 끝에 햇빛을 맞고 소멸한다.

6. 상현의 혈귀

가. 상현 1(上弦の壱) 코쿠시보(黒死牟, 흑사모)

인간 시절 이름은 츠기쿠니 미치카츠(継国巌勝)로, 해의 호흡 검사 츠기쿠니 요리이치(継国縁壱)의 쌍둥이 형이다. 동생의 재능을 넘어서려는 집착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혈귀가 되었다.

달의 호흡과 혈귀술을 결합해 싸우며 상현 가운데 가장 강하다. 무한성에서 교메이·사네미·무이치로·겐야와 싸우고, 네 사람의 협공으로 소멸한다.

나. 상현 2(上弦の弐) 도우마(童磨, 동마)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혈귀이다. 종교집단의 교주로 활동하며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시노부의 언니 코쵸우 카나에(胡蝶カナエ)를 죽였으며, 이노스케의 어머니 하시비라 코토하(嘴平琴葉)도 죽였다.

무한성에서 시노부를 흡수하지만 그녀의 몸에 축적된 독에 의해 약해진다. 이후 카나오와 이노스케의 협공으로 목이 잘려 소멸한다.

다. 상현 3(上弦の参) 아카자(猗窩座, 의와좌)

무술을 숭배하고 강자와 싸우는 것을 즐기는 혈귀이다. 인간 시절 이름은 하쿠지(狛治)로, 병든 아버지와 자신을 거두어 준 스승, 약혼자 코유키(恋雪)를 잃은 비극을 지녔다.

무한열차에서 렌고쿠 쿄쥬로(염주)를 죽인다. 무한성에서 탄지로와 기유에게 목이 잘린 뒤 인간 시절의 기억을 되찾고 스스로 재생을 포기한다.

라. 상현 4(上弦の肆) 한텐구(半天狗, 반천구)

겁이 많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혈귀이다. 궁지에 몰리면 자신의 감정을 형상화한 여러 분신을 만들어 싸운다. 본체는 매우 작으며 분신 뒤에 숨어 도망치는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도공 마을에서 미츠리·겐야·네즈코가 분신을 상대하는 동안 탄지로가 본체를 찾아 목을 벤다.

마. 상현 5(上弦の伍) 굣코(玉壺, 옥호)

항아리 안에서 이동하며 사람의 죽음과 훼손을 예술이라 여기는 혈귀이다. 여러 생물을 뒤섞은 기괴한 괴물과 물고기를 만들어 공격한다.

도공 마을을 습격하여 도공들을 죽이려 하지만 반점이 발현된 토키토 무이치로(하주)에게 일대일로 패배한다.

바. 상현 6(上弦の陸) 규타로(妓夫太郎, 기부태랑)

다키의 오빠로, 가난과 멸시 속에서 살아온 인간 시절의 기억을 지녔다. 마른 몸과 낫을 사용하며, 낫에 묻은 강한 독과 혈귀술을 이용해 싸운다.

유곽에서 우즈이 텐겐(음주)과 탄지로를 상대한다. 탄지로에게 목이 베이며 다키와 동시에 참수되어 소멸한다.

사. 상현 6(上弦の陸) 다키(堕姫, 타희)

규타로의 여동생으로, 유곽에서 오이란으로 숨어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허리띠를 이용해 사람을 가두거나 공격한다. 혼자서는 진정한 상현의 힘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빠 규타로와 함께 상현 6의 자리를 공유한다.

유곽전에서 젠이츠와 이노스케에게 목이 베이며, 규타로와 동시에 참수되어 소멸한다.

7. 후임 상현

가. 신 상현 4(上弦の肆) 나키메(鳴女, 명녀)

비파를 연주해 무한성의 방과 통로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혈귀이다. 한텐구가 죽은 뒤 상현 4가 된다.

무한성에서 귀살대원들을 서로 떨어뜨리고 전장을 조종하지만 유시로에게 정신을 지배당한다. 무한성의 지배권이 넘어갈 것을 우려한 무잔이 직접 죽인다.

나. 신 상현 6(上弦の陸) 카이가쿠(獪岳, 회악)

젠이츠와 같은 스승 밑에서 번개의 호흡을 배운 검사였으나, 살기 위해 코쿠시보의 피를 받아 혈귀가 된다. 번개의 호흡 제1형을 사용하지 못했으며 젠이츠를 줄곧 무시했다.

무한성에서 젠이츠와 싸우다가 젠이츠가 만든 번개의 호흡 제7형 화뢰신에 목이 베여 소멸한다.

8. 하현의 혈귀

가. 하현 1(下弦の壱) 엔무(魘夢, 염몽)

사람에게 행복한 꿈을 보여 준 뒤 정신의 핵을 파괴하는 혈귀이다. 무잔이 하현들을 숙청할 때 살아남아 더 많은 피를 받고 강해진다.

무한열차 전체와 몸을 융합하지만 이노스케가 급소를 찾아내고 탄지로가 기관부의 목뼈를 베어 소멸시킨다.

나. 하현 2(下弦の弐) 로쿠로(轆轤, 녹로)

무잔에게 더 많은 피를 달라고 요구했다가 무잔의 분노를 사 죽는다. 하현 숙청 과정에서 제거된 혈귀 중 하나이다.

다. 하현 3(下弦の参) 와쿠라바(病葉, 병엽)

무잔이 하현들을 죽이기 시작하자 도망치려 하지만 곧바로 붙잡혀 목이 잘린다.

라. 하현 4(下弦の肆) 무카고(零余子, 영여자)

주와 마주치면 싸우기보다 달아날 생각을 품고 있었다. 무잔에게 그 마음을 간파당해 죽는다.

마. 하현 5(下弦の伍) 루이(累, 루)

거미줄을 사용하는 어린 모습의 혈귀이다. 인간 시절 잃어버린 가족관계를 흉내 내기 위해 나타구모산의 혈귀들에게 역할을 강요하며 가짜 가족을 만든다.

탄지로와 네즈코를 몰아붙이지만 뒤이어 나타난 토미오카 기유(수주)에게 목이 베여 소멸한다.

바. 하현 6(下弦の陸) 카마누에(釜鵺, 부야)

무잔의 말에 속으로 불만을 품었다가 생각을 읽힌다. 하현 숙청 과정에서 가장 먼저 무잔에게 죽는다.

사. 전 하현 6(元下弦の陸) 쿄우가이(響凱, 향개)

장구를 두드려 방의 방향과 위치를 바꾸는 혈귀이다. 한때 하현 6이었지만 사람을 충분히 먹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해 무잔에게 계급을 빼앗겼다.

장구저택에서 탄지로에게 목이 베인다. 죽기 직전 자신의 혈귀술과 글을 인정받으며 위안을 얻는다.

9. 인물 구도의 의미

귀살대에는 주와 일반 대원뿐 아니라 당주와 어린 지휘관들, 꺾쇠까마귀, 카쿠시, 타마요와 유시로까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인물들이 연결되어 있다. 직접 칼을 들지 않는 인물도 정보 전달과 치료, 연구와 지휘를 통해 같은 목표에 힘을 보탠다.

반면 무잔과 혈귀들은 강한 힘을 가졌지만 공포와 서열로 묶여 있다. 규타로와 다키처럼 혈연으로 연결된 예외는 있으나, 대부분 서로의 전투를 돕거나 희생을 이어받지 않는다.

이 인물 구도는 본문의 주제인 ‘협력하는 인간과 각자도생하는 혈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준다. 혈귀는 제각기 강했으나,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함께 싸우는 인간을 끝내 이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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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분석 보고서]

귀멸의 칼날, 협력하는 인간과 각자도생하는 혈귀
― 혈귀는 강했으나, 함께하는 인간을 이기지 못했다

※ 원작 만화 완결 기준으로 무한성편과 최종결전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

1. 개요

『귀멸의 칼날』에서 상현의 혈귀들은 주 한 명보다 월등히 강하다. 렌고쿠 쿄쥬로(염주)는 아카자에게 패하고, 코쵸우 시노부(충주)는 도우마에게 흡수되며, 토키토 무이치로(하주) 역시 코쿠시보에게 치명상을 입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승리한 쪽은 귀살대이다. 귀살대는 한 사람이 쓰러지면 다른 사람이 그 뜻과 공격을 이어받지만, 혈귀들은 자신의 힘만 믿고 대부분 홀로 싸웠기 때문이다.

2. 柱와 주요 혈귀의 최후

가. 사망한 柱

ㅇ 렌고쿠 쿄쥬로(염주, 炎柱), 무한열차편에서 아카자에게 입은 치명상으로 사망
· 하현 1 엔무가 소멸한 직후 나타난 상현 3 아카자와 홀로 맞섰다.
· 아카자의 팔이 복부를 관통한 상태에서도 해가 뜰 때까지 붙잡으려 했으나, 아카자가 팔을 끊고 달아난 뒤 탄지로 일행에게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ㅇ 코쵸우 시노부(충주, 蟲柱), 무한성편에서 도우마에게 흡수되어 사망
· 언니 카나에를 죽인 상현 2 도우마와 싸우다가 패배하여 몸째 흡수되었다.
· 그러나 자신의 몸에 축적해 둔 등나무꽃 독으로 도우마를 약화시켰으며, 카나오와 이노스케가 그의 목을 벨 수 있는 길을 열었다.

ㅇ 토키토 무이치로(하주, 霞柱), 무한성편에서 코쿠시보에게 입은 치명상으로 사망
· 상현 1 코쿠시보에게 한쪽 팔이 잘리고 몸이 절단되는 치명상을 입었다.
· 죽기 직전 붉어진 일륜도를 코쿠시보의 몸에 깊이 박아 재생을 방해했으며, 교메이와 사네미가 공격을 완성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발판을 만들었다.

ㅇ 히메지마 교메이(암주, 岩柱), 최종결전에서 무잔에게 입은 치명상으로 사망
· 코쿠시보전에서 큰 부상을 입은 상태로 무잔과의 최종전에 참여했다.
· 무잔의 공격으로 한쪽 다리를 잃고도 해가 뜰 때까지 싸움을 이어 갔으며, 무잔이 소멸한 직후 치료를 사양하고 숨을 거두었다.

ㅇ 칸로지 미츠리(연주, 恋柱), 최종결전에서 무잔에게 입은 치명상으로 사망
· 무잔의 공격으로 전신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전선에서 이탈했으나 다시 돌아와 끝까지 싸웠다.
· 무잔이 소멸한 뒤 이구로의 품에서 다음 생에는 부부가 되자고 약속하고 숨을 거두었다.

ㅇ 이구로 오바나이(사주, 蛇柱), 최종결전에서 무잔에게 입은 치명상으로 사망
· 무잔의 공격으로 시력을 잃고 전신에 치명상을 입었지만, 뱀 카부라마루의 도움을 받아 탄지로와 함께 마지막까지 싸웠다.
· 무잔이 소멸한 뒤 미츠리를 품에 안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후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사망했다.

나. 생존한 柱

ㅇ 토미오카 기유(수주, 水柱), 아카자전과 무잔전에서 오른팔을 잃었으나 생존
· 탄지로와 함께 상현 3 아카자를 상대한 뒤 무잔과의 최종전에도 참여했다.
· 전투 중 오른팔을 잃고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를 받아 살아남았다.

ㅇ 시나즈가와 사네미(풍주, 風柱), 코쿠시보전과 무잔전에서 중상을 입었으나 생존
· 무한성에서 코쿠시보와 싸운 뒤 중상을 입은 상태로 무잔전까지 참여했다.
· 죽음 직전까지 몰렸으나 끝내 살아남아 기유와 함께 최종결전 이후까지 생존한 현역 柱가 되었다.

ㅇ 우즈이 텐겐(음주, 音柱), 유곽편에서 왼팔과 왼쪽 눈을 잃고 은퇴하였으나 생존
· 규타로의 독에 중독된 상태에서도 탄지로·젠이츠·이노스케와 함께 규타로와 다키를 쓰러뜨렸다.
· 이후 柱에서 은퇴했지만 합동 강화 훈련과 귀살대 본부의 경계를 맡아 후방에서 최종결전을 지원했다.

다. 상현을 쓰러뜨린 인물

ㅇ 상현 1 코쿠시보, 무한성편에서 교메이·사네미·무이치로·겐야의 협공으로 소멸
· 무이치로의 붉은 일륜도와 겐야의 혈귀술이 코쿠시보의 움직임과 재생을 방해했다.
· 그 틈을 이용해 히메지마 교메이(암주, 岩柱)와 시나즈가와 사네미(풍주, 風柱)가 목과 몸을 파괴하여 네 사람의 협공으로 쓰러뜨렸다.

ㅇ 상현 2 도우마, 무한성편에서 시노부의 독과 카나오·이노스케의 협공으로 소멸
· 코쵸우 시노부(충주, 蟲柱)를 흡수한 뒤 그녀의 몸에 축적된 등나무꽃 독으로 급격히 약화되었다.
· 재생 능력이 무너진 틈을 타 츠유리 카나오와 하시비라 이노스케가 협공하여 목을 베었다.

ㅇ 상현 3 아카자, 무한성편에서 탄지로·기유에게 패배한 뒤 스스로 재생을 포기하여 소멸
· 카마도 탄지로와 토미오카 기유(수주, 水柱)의 협공을 받았으며, 탄지로에게 목이 베인 뒤에도 머리를 재생하려 했다.
· 그러나 인간 시절의 기억과 약혼자 코유키를 떠올린 뒤 스스로 재생과 전투를 포기했다.

ㅇ 상현 4 한텐구, 도공 마을편에서 탄지로가 본체를 참수하여 소멸
· 칸로지 미츠리(연주, 恋柱)가 강력한 분신 조하쿠텐을 막고, 겐야와 네즈코가 다른 분신들을 상대했다.
· 그 사이 탄지로가 몸을 작게 만들어 숨어 달아나던 본체를 추적하여 목을 베었다.

ㅇ 상현 5 굣코, 도공 마을편에서 토키토 무이치로에게 참수되어 소멸
· 굣코는 무이치로를 물감옥에 가두고 도공들을 공격했지만, 무이치로가 기억과 감정을 되찾으면서 반점이 발현되었다.
· 토키토 무이치로(하주, 霞柱)가 안개의 호흡 제7형으로 굣코를 압도하고 일대일로 목을 베었다.

ㅇ 상현 6 규타로와 다키, 유곽편에서 탄지로·젠이츠·이노스케의 동시 참수로 소멸
· 규타로와 다키는 두 혈귀의 목을 동시에 베어야만 소멸하는 구조였다.
· 우즈이 텐겐(음주, 音柱)이 규타로를 붙잡은 사이 탄지로가 규타로의 목을 베었고, 동시에 젠이츠와 이노스케가 다키의 목을 베었다.

상현들은 각자 柱 한 명을 압도할 정도로 강했지만, 실제 전투에서는 대부분 홀로 귀살대를 상대했다. 반면 귀살대는 柱와 대원들이 역할을 나누고, 먼저 쓰러진 사람이 남긴 공격과 기회를 다음 사람이 이어받으며 상현을 격파했다.

3. 함께 싸우는 귀살대

귀살대원들은 저마다 가족을 잃고 혈귀를 원망하는 사연을 지녔지만, 사람을 지키고 무잔을 쓰러뜨린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움직였다.

코쿠시보전에서는 무이치로가 일륜도를 몸에 박고, 겐야가 움직임을 묶었으며, 교메이와 사네미가 공격을 완성했다. 도우마전에서는 시노부가 목숨을 걸고 독을 남긴 뒤 카나오와 이노스케가 그의 목을 베었다.

무잔전에서도 타마요와 시노부가 만든 약, 주들의 공격, 탄지로 일행의 저항, 일반 귀살대원들의 희생이 차례로 이어졌다. 귀살대의 승리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먼저 쓰러진 사람의 뜻과 역할을 다음 사람이 이어받은 결과였다.

4. 홀로 싸우는 혈귀

가. 공포로 유지된 조직

무잔은 혈귀를 동료로 대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 실패한 하현들을 직접 죽였으며, 나키메가 유시로에게 조종당하자 망설임 없이 제거했다.

귀살대가 믿음과 보호로 이어진 조직이라면, 무잔과 혈귀의 관계는 공포와 복종으로 유지된 관계였다. 서로를 위해 희생하거나 등을 맡길 신뢰가 생길 수 없는 구조였다.

나. 힘과 서열에 따른 경쟁

상현들은 같은 편이면서도 서로를 동료보다 경쟁자로 여겼다. 서열은 힘으로 정해졌고, 혈귀들은 다른 혈귀를 깔보거나 적대했다.

무잔 역시 상현들을 하나의 부대처럼 운용하지 않고 각자에게 임무를 맡긴 뒤 결과만 요구했다. 굣코와 한텐구가 함께 도공 마을에 왔지만 서로 돕지 않고 각자의 장소에서 따로 싸운 것이 대표적이다.

다. 협력의 예외

규타로와 다키는 함께 싸웠지만 친남매이자 하나의 상현 자리를 공유하는 특수한 경우였다. 한텐구의 분신들 역시 별개의 동료가 아니라 한텐구의 감정과 혈귀술에서 갈라져 나온 존재였다.

결국 혈귀에게는 귀살대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목적을 공유하고 역할을 나누는 협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5. 인간으로 돌아온 네즈코

네즈코는 도공 마을편에서 햇빛을 극복한 최초의 혈귀가 되어 무잔의 최우선 목표가 된다. 이후 타마요가 만든 인간화 약을 복용하고, 최종결전이 벌어지는 동안 점차 기억과 인간의 모습을 되찾는다.

무잔이 소멸하기 직전 탄지로를 혈귀로 만들자, 인간으로 돌아온 네즈코는 오빠를 끌어안고 끝까지 놓지 않는다. 카나오가 인간화 약을 주입하면서 탄지로도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

전투가 끝난 뒤 남매는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다. 네즈코가 끝내 인간성을 되찾은 과정 역시 탄지로와 동료들이 그녀를 혈귀가 아닌 가족으로 믿고 지켜 준 결과였다.

6. 승패를 가른 힘

우리 옛이야기 가운데 아버지가 아들들을 모아 놓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뭇가지 하나는 쉽게 부러지지만, 여러 개를 한데 묶으면 쉽게 꺾이지 않는다.

『귀멸의 칼날』의 귀살대와 혈귀도 이와 같다.

상현의 혈귀들은 제각기 압도적인 힘을 지녔지만, 자신의 힘을 믿고 홀로 싸웠다. 귀살대원들은 개인의 힘만으로 상현을 이기기 어려웠지만, 서로를 보호하고 먼저 쓰러진 사람의 공격과 뜻을 이어받았다.

무이치로와 겐야가 남긴 공격은 교메이와 사네미의 승리로 이어졌고, 시노부의 죽음은 카나오와 이노스케가 도우마를 벨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름 없는 귀살대원들까지 목숨을 걸고 무잔의 도주를 막았기 때문에 마지막 햇빛을 맞게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귀살대의 모습은 현대의 조직관리와 리더십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우부야시키 카가야는 구성원들을 힘으로 지배하지 않고 각자의 상처와 능력을 이해하며 하나의 목적 아래 결속시켰다. 그가 죽은 뒤에도 지휘체계와 공동의 목표가 무너지지 않았으며, 키리야와 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이어 갔다.

이는 귀살대의 승리가 특정 영웅 한 사람의 압도적인 무력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무력을 뛰어넘는 조직의 시스템적 지속가능성과 가치 계승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 준다. 지도자가 사라지고 뛰어난 전력이 쓰러져도 정보 전달, 후방지원, 연구, 전투와 지휘가 계속 이어지는 조직이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싸울 수 있었다.

반면 무잔의 조직은 모든 힘과 판단이 무잔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혈귀들은 명령에는 복종했지만 서로를 신뢰하지 않았고, 무잔이 세운 공포와 서열 외에는 함께 지켜야 할 가치도 남기지 못했다. 강력한 개인들이 모여 있었지만, 지도자의 힘을 대신하거나 서로의 빈자리를 채울 조직적 기반은 없었던 것이다.

혈귀는 강했으나 서로를 믿지 않았고, 인간은 약했으나 서로의 빈자리를 채웠다. 결국 귀살대의 승리는 한 사람의 끝을 다음 사람이 이어 가고, 한 세대의 뜻을 다음 세대가 계승하는 조직의 힘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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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탐심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
박종진 지음 / 틈새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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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기 - 특별기고 3]

후지산의 구름이 만년필에 머물다 ― 플래티넘 #3776 센추리 후지운케이 네 자루


이번 후지산 여행에서 새삼 눈에 들어온 것이 하나 있었다.

구름이었다.

신칸센 창밖으로 처음 만난 후지산도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고, 타누키호에서도 후지산은 커다란 구름에 가려졌다가 다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반복했다.

산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데 구름이 어떻게 지나가느냐에 따라 후지산의 표정은 계속 달라졌다.

어떤 순간에는 정상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조금 뒤에는 구름 속으로 반쯤 숨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플래티넘도 그 구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2023년, 후지산과 그 주변을 흘러가는 구름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을 주제로 새로운 #3776 센추리 시리즈를 시작했다.

후지운케이(富士雲景, ふじうんけい, Fuji Unkei) 시리즈.

‘雲景’.

말 그대로 구름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2023년 우로코구모(鱗雲, うろこぐも, Urokogumo)에서 시작해 2026년 운카이(雲海, うんかい, Unkai)까지 모두 네 자루가 나왔다.

첫 번째는 2023년 우로코구모(鱗雲, うろこぐも, Urokogumo).

두 번째는 2024년 카스미(霞, かすみ, Kasumi).

세 번째는 2025년 키누구모(絹雲, きぬぐも, Kinugumo).

그리고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 2026년 운카이(雲海, うんかい, Unkai)다.

구름이라는 것은 잡을 수도 없고 한곳에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

생겼다가 사라지고, 모였다가 흩어지고, 몇 분 사이에도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변한다.

플래티넘은 그런 순간의 구름을 만년필에 붙잡아두었다.

鱗雲.

霞.

絹雲.

雲海.

하늘에서는 잠시 나타났다 사라질 풍경이지만 만년필 안에서는 그대로 머문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다시 들여다보니 만년필의 색과 무늬보다 오히려 실제 풍경이 궁금해졌다.

저 만년필에 담긴 구름을 후지산에서 직접 만나려면 언제 가야 할까.

그리고 어디에서 기다려야 할까.


1. 우로코구모(鱗雲, うろこぐも, Urokogumo) ― 비늘처럼 펼쳐진 구름

2023년 첫 번째 작품.

鱗은 비늘이다.

鱗雲은 작은 구름들이 하늘에 촘촘하게 늘어서 물고기의 비늘처럼 보이는 구름을 말한다.

우리말로 하면 비늘구름이다.

플래티넘은 후지산 주변 하늘에 펼쳐진 이 불규칙한 비늘구름을 표현하기 위해 이전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규칙적인 무늬와 달리 일부러 불규칙한 패턴으로 몸체를 가공했다.

몸체의 오목한 절삭면에 빛이 들어오면서 복잡하게 투과되고 반사되도록 만든 것이다.

첫 작품부터 상당히 공을 들였다.

그런데 만년필보다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실제 후지산 위에 저런 비늘구름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려면 언제 가야 할까.

비늘구름은 일본에서도 흔히 가을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구름이다.

따라서 노린다면 9월에서 11월 무렵이 좋다.

특히 공기가 맑아지고 후지산의 윤곽이 선명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높은 하늘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장소를 고른다면 후지산과 넓은 하늘을 함께 볼 수 있는 가와구치호 북안이나 오이시공원 같은 곳이 먼저 떠오른다.

호수와 후지산을 함께 두고 그 위로 넓게 펼쳐진 하늘을 볼 수 있으니, 비늘구름이 제대로 떠준다면 鱗雲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름은 호수가 아니다.

“오늘 鱗雲을 보러 왔습니다.”

한다고 기다려주는 녀석이 아니다.

그날 하늘이 허락해야 한다.

후지산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위에는 비늘구름이 펼쳐져야 한다.

벌써 난이도가 높다.

그래도 눈앞의 후지산 위로 비늘처럼 촘촘한 구름이 한꺼번에 펼쳐진다면 기다린 보람은 충분할 것 같다.


2. 카스미(霞, かすみ, Kasumi) ― 봄날 흐릿하게 번지는 후지산

2024년 두 번째 작품.

霞.

카스미다.

우리말로 옮기면 안개나 아지랑이처럼 먼 풍경이 희미하게 보이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봄 풍경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로 사용해왔다.

플래티넘은 옛 그림 두루마리나 병풍에서도 볼 수 있는 ‘카스미몬(霞文, かすみもん)’이라는 전통적인 안개무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몸체에 작은 원형의 절삭을 이어가면서 안개가 길게 흘러가는 듯한 모습을 표현했다.

이 만년필이 재미있는 이유는 우리가 보통 후지산 여행에서 피하려고 하는 풍경을 오히려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데 있다.

후지산을 보러 갔는데 산이 희뿌옇게 보이면 보통은 아쉽다.

“아이고, 오늘 시야가 왜 이래.”

그런데 霞를 보러 간 여행이라면 이야기가 반대다.

후지산이 살짝 흐릿해야 제맛이다.

이 풍경을 노린다면 봄이다.

3월에서 5월 무렵.

겨울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풀리고, 따뜻해진 공기 속에서 먼 후지산의 경계가 희미해질 때다.

봄철 가와구치호 북안에서 호수 너머로 살짝 흐려진 후지산을 만난다면, 이번 겨울에 보았던 또렷한 후지산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일 것이다.

산이 쨍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성공인 여행.

생각해보면 그것도 재미있다.

“오늘은 후지산이 흐릿해서 잘 봤다.”

이런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3. 키누구모(絹雲, きぬぐも, Kinugumo) ― 비단실처럼 하늘을 흐르는 구름

2025년 세 번째 작품.

絹은 비단이다.

따라서 絹雲은 비단처럼 얇고 가느다란 구름이라는 뜻이다.

보통 기상학에서 말하는 권운(巻雲, けんうん), 즉 cirrus를 가리킨다.

하늘 높은 곳에 가늘고 섬유처럼 길게 늘어지거나 깃털처럼 퍼지는 구름이다.

플래티넘은 그 모습을 ‘광선조각’과 ‘V날 조각’이라는 두 종류의 가공으로 표현했다.

몸체 전체를 무늬로 꽉 채우지 않고 일부러 조각하지 않은 부분도 남겨두어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떠 있는 듯한 공간까지 살렸다.

구름 하나 표현하려고 만년필 몸체를 여기까지 파고드는 걸 보면 참 집요하다.

이 풍경은 특정 계절 하나로 정하기 어렵다.

권운은 사계절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絹雲을 만나러 가는 여행은 달력보다는 하늘을 봐야 한다.

푸른 하늘이 열려 있고,

높은 곳에는 가느다란 비단실 같은 구름이 흐르고,

그 아래 후지산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날.

그 순간이 만년필 속 絹雲과 가장 비슷한 실제 풍경이 될 것이다.

이런 구름을 기다린다면 넓은 하늘과 후지산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가와구치호 주변이나,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전망지가 좋을 것 같다.

후지산만 잘 보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구름까지 예쁘게 걸려줘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구름 하나가 후지산의 모습을 완전히 가려버렸다가 다시 열어주는 것을 보았다.

산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데 구름이 움직일 때마다 풍경은 계속 달라졌다.

그 위에 가느다란 絹雲까지 걸린다면 같은 후지산이 또 얼마나 다르게 보일까.

이쯤 되면 관광이라기보다 기다림에 가깝다.


4. 운카이(雲海, うんかい, Unkai) ― 구름바다 위에 솟은 후지산

2026년 네 번째이자 후지운케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雲海.

우리말로도 그대로 운해다.

산 아래에 구름이 넓게 깔리면서 마치 바다처럼 보이는 풍경이다.

그리고 그 구름바다 위로 후지산이 우뚝 솟는다.

후지운케이라는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마지막 장면일지도 모른다.

플래티넘은 2023년 鱗雲에서 시작해 霞, 絹雲을 거쳐 2026년 이 雲海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이 녀석이 표현한 실제 풍경을 보는 것은 네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쉽지 않을 것 같다.

운해는 날짜를 정해놓고 찾아간다고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밤사이 지표면이 식고, 습한 공기가 낮은 곳에 머물면서 기온역전이 생기고, 그 위 높은 곳은 맑아야 한다.

전날 비가 내린 뒤 다음 날 아침 맑아지는 날도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계절로 보면 밤과 낮의 기온 차가 커지기 쉬운 봄이나 가을의 이른 아침을 노려볼 만하다.

장소는 호숫가보다 어느 정도 고도를 확보한 곳이 유리하다.

신도고개(新道峠)의 FUJIYAMA 트윈테라스처럼 높은 곳에서 후지산과 가와구치호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지도 후보가 될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일 뿐이다.

결국 자연이 허락해야 한다.

숙소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높은 전망대로 올라갔는데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반대로 어느 날 운 좋게 산 아래로 끝없는 구름바다가 펼쳐지고 그 위로 후지산이 떠 있는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본 것은 후지산 주변을 떠다니는 구름이었다.

그 구름 하나만으로도 산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산 아래를 통째로 구름이 뒤덮고 그 위로 후지산 정상만 솟아 있는 풍경이라면 어떨까.

사진으로 보는 것과 그 자리에 직접 서 있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그래서 네 풍경 가운데서도 雲海는 꼭 한번 직접 보고 싶다.


5. 구름 네 자루를 실제 풍경으로 만난다면

鱗雲, 霞, 絹雲, 雲海.

이 네 자루는 실제 풍경으로 만나기가 만년필을 보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

구름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우로코구모(鱗雲, うろこぐも, Urokogumo)는 가을 하늘을 노려야 한다.

카스미(霞, かすみ, Kasumi)는 봄날 먼 산이 부드럽게 흐려지는 시기가 잘 어울린다.

키누구모(絹雲, きぬぐも, Kinugumo)는 계절보다 그날 높은 하늘에 권운이 떠주는지가 중요하다.

운카이(雲海, うんかい, Unkai)는 봄이나 가을의 새벽, 습도와 기온역전 같은 조건까지 맞아야 가능성이 높아진다.

계절이 맞아야 하고,

시간이 맞아야 하고,

기온이 맞아야 하고,

습도가 맞아야 하고,

구름이 원하는 모양으로 떠줘야 한다.

거기에 후지산까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 가지라도 틀어지면 만년필 속 풍경과는 달라진다.

그래서 오히려 이 시리즈를 실제 여행으로 따라가 보는 것은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鱗雲을 만나러 간다.”

“이번에는 霞를 보러 간다.”

“오늘은 絹雲이 뜰까.”

“이번 여행에서는 雲海를 한번 기다려보자.”

후지산 하나를 앞에 두고도 여행 목적이 전부 달라진다.


6. 플래티넘은 어디까지 후지산을 우려먹을 셈인가

후지운케이 네 자루를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감탄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이 회사는 대체 후지산에서 어디까지 소재를 찾아낼 셈인가.’

이번에는 구름이었다.

비늘처럼 펼쳐진 구름을 찾아내고,

봄날의 흐릿한 안개를 찾아내고,

비단실 같은 권운을 찾아내고,

마지막에는 구름바다까지 끌어왔다.

구름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모양도 계속 변하는데, 그 짧은 순간을 골라 이름을 붙이고 만년필 한 자루의 색과 무늬로 만들어냈다.

이쯤 되면 후지산을 모티프로 만년필을 만든다기보다 후지산 주변에서 만년필 만들 구실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예쁘다.

그러니 수집가가 당한다.

욕은 그렇게 해놓고 신제품 사진이 뜨면 또 확대해서 보는 내 손가락도 문제다.

결국 회사만 탓할 일은 아니었다.


7. 내 책상 위에 모두 있었다면

가끔 상상해본다.

후지산을 소재로 만들어진 #3776들이 책상 위에 한 줄로 쫙 늘어서 있는 모습.

내가 가지고 있는 本栖, 精進, 西, 山中, 河口.

그리고 그 옆으로 내가 놓친 만년필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 가운데 本栖의 투명한 계보를 이어받은 忍野까지 한 자루 세워놓으면 제법 장관이었을 것이다.

전부 #3776.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산은 하나다.

후지산.

책상 위에 작은 후지산 세계 하나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물론 현실의 책상 위에는 그렇게 완성된 모습이 없다.

놓친 녀석들이 있다.

한정판이라는 것은 지나간 뒤에 더 아쉽다.

그때는 ‘다음에 사지 뭐’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다음이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 그 아쉬움만 들여다보고 있을 생각은 없다.

만년필이 없으면 풍경을 만나러 가면 된다.


8. 구름은 다시 온다

만년필은 한정판이다.

정해진 수량을 만들고 판매가 끝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구름은 다르다.

鱗雲은 어느 가을날 다시 후지산 위에 펼쳐질 것이다.

霞도 어느 봄날 후지산의 윤곽을 희미하게 만들 것이다.

絹雲도 어느 맑은 날 높은 하늘을 비단실처럼 흘러갈 것이고,

雲海도 어느 새벽 산 아래를 구름바다로 뒤덮을 것이다.

그날이 언제인지는 모른다.

내가 그곳에 있을 때 나타나준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그것이 오히려 재미있다.

실제 후지산으로 가면 된다.

가을에는 가와구치호 주변에서 비늘구름을 기다리고,

봄에는 霞 속에 흐릿하게 떠 있는 후지산을 바라보고,

푸른 하늘이 열린 날에는 絹雲이 흐르는 순간을 기다리고,

운해를 노리는 날에는 높은 전망지에서 새벽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다.

한 번 간다고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다.

두 번 가도 못 볼 수 있다.

그러면 또 가면 된다.

그것도 여행이다.


9. 만년필 하나가 또 여행을 만든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 나는 처음 후지산을 만났다.

신칸센 창밖으로 후지산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렇게 흥분했고,

시라이토 폭포에서는 무지개를 보았고,

타누키호에서는 흰 머리의 후지산을 질리도록 바라보았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후지산은 그날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책상 위의 만년필을 다시 꺼내게 했고,

오래전에 보았던 한정판들을 다시 찾아보게 했고,

이번에는 그 만년필들이 담고 있는 구름까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후지산을 소재로 한 #3776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모으지 못한 것은 천추의 한이다.

하지만 이제 그 아쉬움만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후지오호 다섯 자루는 언젠가 직접 들고 가면 된다.

모토스호(本栖湖, もとすこ)에서는 本栖를 들고,

쇼지호(精進湖, しょうじこ)에서는 精進을 들고,

사이호(西湖, さいこ)에서는 西를 들고,

야마나카호(山中湖, やまなかこ)에서는 山中을 들고,

가와구치호(河口湖, かわぐちこ)에서는 河口를 들고 사진을 한 장씩 찍는다.

그리고 또 다른 날에는 하늘을 기다려본다.

가을 하늘에 鱗雲이 펼쳐질 수도 있고,

봄날 霞 속에서 후지산의 윤곽이 희미해질 수도 있다.

푸른 하늘에 絹雲이 걸릴 수도 있고,

정말 운이 좋다면 어느 새벽 雲海 위로 솟은 후지산을 만날지도 모른다.

다음에는 어떤 후지산을 만나게 될까.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다음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못 산 만년필은 여전히 아쉽다.

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풍경이 이렇게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

하늘의 구름은 흘러가지만 플래티넘은 그 순간을 만년필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그 만년필들은 다시 나를 후지산으로 가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만년필 한 자루가 만들어내는 여행도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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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6-07-30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년필을 저런 멋진 감성으로 만든다니 만년필에 관심없는 저 같은 사람도 흔들리네요.
왠지 저런 멋진 감성을 가진 만년필이라면 보고만 있어도 행복할 거 같으네요.

대장정 2026-08-01 10:59   좋아요 1 | URL
네. 일본애들의 완전한 강점인거 같아요, 멀 하나 만들어도, 감성있게.. 부러워요.
 
만년필 탐심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
박종진 지음 / 틈새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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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기 - 특별기고 2]

후지산의 계절을 만년필에 담다 ― 플래티넘 #3776 센추리 후지슌케이 다섯 자루


플래티넘 #3776 센추리 후지오호(富士五湖) 시리즈의 첫 자루를 사고 난 뒤부터 문제가 생겼다.

시리즈라는 것이 그렇다.

하나만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두 자루가 되고 세 자루가 되기 시작하면 나머지가 자꾸 눈에 밟힌다.

“시리즈는 모아야 맛이지.”

결국 本栖, 精進, 西, 山中, 河口까지 다섯 자루를 모두 모았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플래티넘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2016년 후지오호 시리즈를 끝내자 이듬해부터는 후지산이 계절마다 보여주는 풍경을 새로운 만년필에 담기 시작했다.

후지슌케이(富士旬景, ふじしゅんけい, Fuji Shunkei) 시리즈.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다시 다섯 자루였다.

슌교(春暁, しゅんぎょう, Shungyo)
쿤푸(薫風, くんぷう, Kumpoo)
롯카(六花, ろっか, Rokka)
시운(紫雲, しうん, Shiun)
킨슈(錦秋, きんしゅう, Kinshu)

참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회사다.

플래티넘은 이 시리즈를 후지산이 만들어내는 계절의 풍경과 아름다운 일본어를 만년필 전체에 표현하려는 기획으로 만들었다.

나라고 이 녀석들을 책상 위에 다섯 자루 나란히 올려놓고 싶지 않았겠는가.

당연히 갖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돈이다.

이놈의 돈.

만년필 한 자루 살 때는 그럭저럭인데, 한정판 시리즈가 해마다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벌이는 시원찮고 만년필에 들어가는 돈은 끝이 없다.

그래서 후지슌케이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진을 들여다보며 몇 번이나 망설였다.

살까.

말까.

또 봤다.

장바구니에 넣어놓고도 결제를 못 했다.

그런데 참 웃기는 일이었다.

플래티넘 한정판 몇 자루를 놓고는 비싸다고 고민하던 내가, 그 무렵에는 이미 다른 녀석들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몽블랑이었다.

어린왕자 르그랑 한정판이 눈에 들어오고,

「80일간의 세계일주」 르그랑 한정판이 또 눈에 들어오고,

145 두에와 145 레진, 솔리테어 르그랑에 이어 작가 오마주 시리즈까지 하나둘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플래티넘을 보면서는

‘아이고, 이것까지 사면 돈이 또 얼마나 깨지는 겨.’

하고 망설이던 사람이,

몇 배나 더 비싼 몽블랑 앞에서는 또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다.

가격을 보고,

사진을 확대해 보고,

다른 사람의 실물 사진까지 찾아보고,

어느새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하다.

플래티넘은 돈이 아까워 참으면서 그보다 몇 배 비싼 몽블랑은 하나둘 모셔왔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몽블랑을 산 것이 후회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도 책상 위에 어린왕자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꺼내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문제는 사람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쪽을 얻으면 다른 한쪽을 놓친 것이 또 아쉽다.

결국 후지슌케이 다섯 자루는 사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그렇게 많이 들여다봤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만년필을 하나씩 사들이면 택배가 온다.

한 번 오고,

또 오고,

며칠 있다 또 온다.

그러면 아무리 내 취미라 해도 마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 마님이 착하다.

내가 술도 안 하고 담배도 안 하니 만년필 사는 것 정도는 그냥 모른 척 눈감아주는 것 같다.

말은 안 해도 그런 것 같다.

마님 하나는 잘 모시고 온 셈이다.

그래서 나도 어느 정도는 참아야 했다.

그렇게 후지슌케이는 결국 화면 속 만년필로만 남았다.

문제는 한정판이라는 것이다.

그때 안 사면 나중에는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당시에는

‘다음에 사지 뭐.’

했는데 그 ‘다음’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돈이 생겼을 때는 물건이 없고,

어쩌다 물건이 나오면 상태나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생각하면 그때 하나씩 사둘 걸 하는 미련이 남는다.

本栖, 精進, 西, 山中, 河口 옆에

春暁, 薫風, 六花, 紫雲, 錦秋까지 쫙 늘어서 있었다면 얼마나 보기 좋았을까.

시리즈는 역시 모아야 맛이다.

그렇다고 이미 지나간 만년필만 붙들고 아쉬워할 수는 없다.

만년필은 놓쳤어도 그 만년필들이 담아낸 후지산의 계절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궁금해진다.

春暁, 薫風, 六花, 紫雲, 錦秋.

이 다섯 풍경을 실제 후지산에서 만나려면 언제 가야 할까.


1. 슌교(春暁, しゅんぎょう, Shungyo) ― 봄날 새벽의 후지산

2017년 첫 번째 작품.

春暁는 ‘봄날의 새벽’을 뜻한다.

겨울의 추위가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이른 봄 새벽, 햇빛이 퍼지면서 붉게 물드는 하늘과 검은 실루엣처럼 서 있는 후지산을 표현했다.

붉은 몸체와 불규칙한 가는 선, 무광 가공으로 새벽 하늘을 표현했고 캡 꼭대기에는 후지산을 형상화한 부분도 넣었다.

세계 3,776자루 한정.

후지산의 높이 3,776m와 정확히 맞춘 숫자다.

이 풍경을 실제로 보고 싶다면 언제 가야 할까.

이름부터 春暁다.

봄날 새벽.

따라서 3월에서 4월 무렵, 해가 뜨기 전부터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새벽이다.

해가 높이 뜬 뒤가 아니라 동쪽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후지산은 아직 검은 실루엣으로 남아 있는 짧은 시간.

그 순간을 만나야 슌교의 풍경에 가까워진다.

이번 여행에서는 겨울 아침의 후지산을 처음 만났지만, 언젠가는 봄날 새벽에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후지산도 한번 보고 싶다.

검은 산의 윤곽 뒤로 붉은 빛이 번지기 시작하는 순간.

그 풍경을 실제로 보고 나면 春暁라는 이름도 지금과는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2. 쿤푸(薫風, くんぷう, Kumpoo) ― 신록 사이로 부는 초여름 바람

2018년 두 번째 작품.

薫風은 초여름 신록 사이로 불어오는 향기로운 바람을 뜻한다.

플래티넘은 햇빛을 받은 신록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반투명한 터키석빛 몸체에 담았다.

신록 사이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푸른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풍경이 이 만년필의 모티프다.

이걸 실제로 보려면 초여름이다.

대략 5월 하순에서 6월 무렵.

눈 녹은 후지산 기슭의 나무들이 연두색에서 짙은 초록으로 바뀌고, 파란 하늘 아래 신록이 가장 싱싱할 때다.

다만 여름으로 갈수록 후지산은 구름에 가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니 이 풍경을 만나려면 아침 일찍 후지산 앞에 서는 편이 낫다.

산 아래 신록이 바람에 흔들리고 그 뒤로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내준다면, 만년필 속 薫風이 실제 풍경이 되는 셈이다.

겨울의 흰 후지산을 먼저 본 나로서는 초록빛으로 가득한 계절의 후지산이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하다.

같은 산인데 주변의 색 하나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3. 롯카(六花, ろっか, Rokka) ― 눈과 얼음의 후지산

2019년 세 번째 작품.

六花.

글자 그대로 보면 ‘여섯 개의 꽃’이다.

하지만 여기서 꽃은 눈 결정이다.

육각형으로 이루어진 눈 결정을 꽃에 비유한 옛 표현이다.

플래티넘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후지산의 깨끗한 풍경을 이 만년필에 담았다.

몸체에도 눈 결정이 이어지는 듯한 정밀한 가공을 넣었다.

빛을 받으면 여러 면에서 반사되며 눈 결정처럼 반짝인다.

이 풍경은 비교적 명확하다.

겨울이다.

12월부터 2월.

눈을 뒤집어쓴 후지산을 볼 가능성이 높고, 공기가 건조해 산의 윤곽도 선명하게 보이는 시기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후지산도 12월 27일의 겨울 후지산이었다.

신칸센 창밖에서 처음 만났고, 시라이토 폭포를 지나 타누키호에 이르기까지 흰 머리의 후지산을 질리도록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에서 내가 직접 만난 후지산은 후지슌케이 다섯 풍경 가운데 六花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었다.

책상 위에는 六花 만년필이 없었지만, 그 만년필이 표현하려 했던 겨울의 후지산은 내 눈으로 직접 본 셈이다.


4. 시운(紫雲, しうん, Shiun) ― 보랏빛 구름에 감싸인 후지산

2020년 네 번째 작품.

紫雲.

보랏빛 구름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길조로 여겨진 구름이기도 하다.

플래티넘은 후지산 주변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구름과 그 사이로 비치는 빛을 정밀한 렌즈컷으로 표현했다.

세계 3,776자루 한정이었다.

이 녀석이 표현한 실제 풍경을 찾아가는 것은 조금 어렵다.

春暁처럼 ‘봄에 가면 된다’, 六花처럼 ‘겨울에 가면 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랏빛 구름은 계절보다 빛과 구름의 조건이 중요하다.

해가 뜨기 직전이나 해가 진 직후, 낮은 각도의 햇빛이 구름을 붉고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순간을 만나야 한다.

맑기만 해서도 안 된다.

후지산은 보여야 하지만 그 주변에는 빛을 받을 적당한 구름도 있어야 한다.

결국 이 풍경은 기다려야 한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후지산은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숨기를 반복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구름 하나가 후지산의 표정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느꼈다.

그 구름이 어느 저녁 보랏빛으로 물들기까지 한다면 또 얼마나 다른 후지산이 될까.

어쩌면 다섯 풍경 가운데 가장 만나기 어려워서 더 보고 싶은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5. 킨슈(錦秋, きんしゅう, Kinshu) ― 단풍으로 물든 후지산의 가을

2021년 마지막 작품.

錦秋.

‘비단 같은 가을’이라는 뜻이다.

산과 들이 단풍으로 붉고 노랗게 물든 모습을 금실과 은실로 짠 비단인 錦에 비유한 이름이다.

플래티넘은 불타는 듯한 가을 단풍을 붉은 몸체와 정밀한 커팅으로 표현했다.

후지슌케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이 풍경을 만나려면 당연히 가을이다.

후지오호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대체로 10월 하순부터 11월 무렵이 좋다.

특히 가와구치호(河口湖, かわぐちこ) 일대처럼 단풍과 호수, 후지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에서 가을빛을 기다려보고 싶다.

붉은 단풍 아래 호수.

그 뒤로 솟은 후지산.

정상에는 흰 눈.

겨울 타누키호에서 보았던 후지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春暁가 하루의 시작을 담았다면 錦秋는 한 해의 깊어진 계절을 담은 듯하다.

언젠가 실제로 한번 보고 싶은 풍경이다.


6. 다섯 자루의 만년필을 실제 풍경으로 만난다면

春暁, 薫風, 六花, 紫雲, 錦秋.

만년필은 다섯 자루지만 결국 모두 하나의 후지산이다.

계절과 시간, 빛이 달라졌을 뿐이다.

春暁를 만나려면 봄날 새벽에 가야 한다.

薫風을 만나려면 신록이 가장 싱싱한 초여름의 아침이 좋다.

六花를 만나려면 눈 덮인 겨울의 후지산을 찾아가야 한다.

紫雲은 계절보다 일출이나 일몰 무렵의 빛과 구름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錦秋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늦가을이 제격이다.

후지오호 시리즈와는 여기서 차이가 난다.

모토스호(本栖湖, もとすこ), 쇼지호(精進湖, しょうじこ), 사이호(西湖, さいこ), 야마나카호(山中湖, やまなかこ), 가와구치호(河口湖, かわぐちこ)는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호수는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후지슌케이는 그렇지 않다.

계절이 맞아야 하고,

시간이 맞아야 하고,

빛이 맞아야 한다.

그날 후지산이 구름 속으로 숨어버리지도 않아야 한다.

그러니 만년필에서 모티프를 얻은 바로 그 풍경을 직접 만나려면 한 번의 여행으로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것이 재미있다.

봄에는 春暁.

초여름에는 薫風.

겨울에는 六花.

어느 날의 일출이나 일몰에는 紫雲.

가을에는 錦秋.

같은 후지산을 보러 가는데도 여행의 목적과 풍경이 전혀 달라진다.

이쯤 되면 단순히 ‘후지산을 보러 간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어떤 후지산을 만나러 가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7. 만년필은 놓쳤어도 풍경까지 놓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아직 남은 것이 있다.

만년필은 놓쳤지만 그 만년필이 담았던 실제 후지산의 풍경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봄날 새벽의 春暁.

초여름 신록의 薫風.

눈 덮인 六花.

보랏빛 구름의 紫雲.

가을 단풍의 錦秋.

그 풍경들은 지금도 후지산 어딘가에서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다시 나타난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 가운데 겨울의 六花에 가까운 후지산을 만났다.

다음에는 다른 얼굴의 후지산을 만나러 가도 좋겠다.

“이번에는 春暁를 만나러 간다.”

“이번에는 錦秋의 후지산을 보러 간다.”

그렇게 하나의 만년필 이름을 여행의 목적처럼 정해놓고 떠나는 것이다.

언제 다시 후지산으로 가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단순히 후지산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절의 후지산을 만나러 가는지부터 정해보고 싶다.

봄날 새벽의 붉은 하늘일 수도 있고,

초여름 신록일 수도 있고,

가을 단풍 너머의 흰 후지산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 후지오호 다섯 자루를 들고 실제 다섯 호수를 하나씩 찾아가는 여행까지 한다면 더 좋겠다.

만년필은 책상 위에만 있는 물건이지만, 그 만년필 하나 때문에 알게 된 이름이 실제 여행지가 되고, 그 속에 담긴 색과 무늬 때문에 어느 계절의 풍경을 찾아가게 된다.

다음에는 어떤 후지산을 만나게 될까.

아직 보지 못한 풍경이 남아 있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꽤 즐거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플래티넘이 만들어놓은 것은 만년필만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나한테는 아직 가보지 않은 여행지가 또 이렇게 생겨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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