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힘! 지혜! 가치!」

지금, 여기, 이 순간은 내 기억에 소중한 추억으로 저장될 순수한 행복의 순간이야.

두 분은 정신의 힘을 이용해 시간을 구부리는 기술을 구사하는 거예요. 한마디로 〈구부러진 시간temps plié〉을 만드는 거죠.

죽음은 끝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죽는다는 것은 문을 지나 다른 시간으로 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대는 죽지 않고도 이것을 알 수 있다.

차분히 앉아 눈을 감기만 하면 된다.

그 상태에서 다섯 칸의 계단을 올라가 정신의 문에 이르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그 문을 지나면 번호가 매겨진 문들이 쭉 이어져 있는 복도가 보일 것이다.

거기가 바로 궁극의 지식에 접근하는 문이다.

그것이 바로 성전의 가장 귀한 보물이다.

그대 혼자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수호천사의 목소리만 듣는 게 아니라 실물을 보고 싶다고, 천사와 마주 보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소원을 빌기만 하면 된다.

그 소원을 비는 순간 그대에게 그 만남의 특권이 주어질 것이니.

르네는 지하 성전의 모습을 다시 떠올린다. 로마 제국에서 대부분 유대인이었던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하기 위해 카타콤을 만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린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어.

매일 잔칫상 같은 식사를 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지.

땅이 우리에게 채소와 과일을 주고 동물은 우유와 꿀과 자신의 살을 내어 주는데 우리는 고마운 줄도 몰라.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한다.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그들은 몰랐다. 그래서 그 일을 하게 됐다…….」

지구 온난화가 꿀벌 실종의 간접적인 원인이라는 얘기야.

알렉산드로스왕은 전투 때마다 수적 열세를 전략으로 만회한 뛰어난 지략가였다. 그의 군대에는 호플리테스라는 용맹한 보병들이 있었다. 이들은 달려오는 적군의 말들에 긴 창을 던져 순식간에 전투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그는 외교술 또한 남달랐다. 패퇴시킨 적군의 왕을 죽이지 않고 살려 두어 자신의 신하로 삼았다. 그가 다리우스왕의 딸과 혼약을 맺은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었다. 알렉산드로스왕은 동쪽으로는 (오늘날의 파키스탄 영토인) 인더스강까지 진격했고, 남쪽으로는 페니키아와 이스라엘까지 공략해 이집트 땅에 입성하고 나서 스스로를 파라오라 칭하기도 했다. 위대한 건설자이기도 했던 그의 이름을 딴 도시가 스무 개 넘게 생겨나게 되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323년 6월 11일, 아라비아반도 침공을 준비하던 중 바빌론에서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서른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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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여기뿐이다.
이 좁고 밀폐된 공간이 마치요새처럼 안전하게 느껴진다.

「꿀벌의 실종이 이 모든 것의 발단이네. 공식 기록에 따르면 2047년 7월에 살아 있는꿀벌이 마지막으로 관찰됐다고 해. 그 후로 꿀벌은 자취를 감췄네. 널리 알려진 말처럼4년 동안은 세상이 버텼지. 그런데 4년이 지나자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일으킨다는 <나비 효과>와는 급이 다른 <꿀벌 효과가 나타나더군. 한 생물종의 멸종이지금 자네가 본 결과를 초래한 거야.」

결국 식량 부족이 전쟁을 초래한 거군요?

어쨌든 서아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세계가 두 진영으로 나뉘었어. 한쪽은 러시아와 중국을 위시해 베네수엘라, 북한까지 가세한 이란  지지 세력이고, 다른 쪽은 미국을 주축으로 유럽과 이스라엘, 한국 등을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하는 진영이지. 그런데 양쪽 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단 말이야!

늘어나는 핵무기가 언젠가는 이렇게 한번 쓰일 줄 알았네. 결국 핵전쟁이 일어나고 말더군. 세계 인구가 워낙 많다 보니 각국의 수도와 대도시가 대부분 파괴되고 나서도 중소 도시와 온갖 벽지에서 전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네. 세계는 지금 한창 제3차 세계 대전 중일세. 2053년 12월에 말이야! 어디 전쟁뿐인가. 이 겨울에 다들 무더위로 고생하고 있어.  식수가 부족해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네!

「내가 기억하는 건 제목뿐이야. <꿀벌의 예언>이라는.」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억지로 읽게 하면 시금치처럼 반감부터 생기지. 베샤멜소스와 같이 주면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나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과거의 나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는 걸 그때깨달았지.

이 책은 육신이 파괴된 사자의 영혼이 거치는  여정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 영혼이 물질에서 분리돼 나온다.
두 번째 단계: 사자가 환생에 임할 준비를 마치면 그는 자신의 <본래 영혼의 이름>을 되찾게  된다.
세 번째 단계: 사자는 마침내 존재의 정수를 깨달아 궁극적인 앞에 도달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위인가?」

「오늘날에는 역사를 조금 다르게도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역사는 전문가들의 공식 버전들과 인터넷에서 재생산되는 음모론들 사이 에서 찾아지는 절충점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  절충점을 결정하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의 <좋아요> 수일 겁니다.」학생들이 재밌어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렉상드르가 슬쩍 르네에게 눈짓을 보내 주변 테이블들을 쳐다보게 한다. 음식을 앞에 놓은 학생들이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일행이 있는데도 다들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있다. 눈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야기꾼의 역할뿐이야……………」

러시아에서는 혁명으로 2천만 명, 중국에서는  6천만 명이 죽은 걸로 추정돼! 미치광이 독재자들이 공산주의 이상을 실현한답시고 대학살을 자행했는데 그걸 진보라 부르니참………….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또다시 우렁찬 소리가 들려온다.

나 참, 선수를 치는 놈들 때문에 최전선에 다가가 보지도 못하고 뒤에서 조바심치며 기다리는 기사의 심정을 과연 누가 알까?

이게 진정 신께서 바라시는 일일까?

아무래도 때를 잘못 골라 온 것 같아.

신은 그것을 바라시지 않아. 그걸 바라신다면 사랑을 베푸시는 신이 아니지.

세상사라는 게 그래. 누구의 불행이 다른 사람에겐 행복이 되지.

그는 1099년 7월 15일, 예루살렘 함락에 참여한 실존 인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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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이제 눈을 감으세요……. 심호흡을 하시면서…… 몸의 긴장을 푸세요. 술을 드시고 오셨거나 평소 뇌 질환 약이나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시는 분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울증이나 화병이 있으신 분도 이번 명상은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다.

「그 사람, 다시 말해 미래의 여러분은 지금의 여러분에게는 없는 지혜를 가지고 있어요. 그걸 느껴 보세요…….」

나이가 더 많은 상대를 향해 저절로 입에서 존댓말이 나온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저한테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요?」

「운동을 해서 복부 근육을 강화하게.」

지금처럼 계속 미래에 관심을 가지게. 저 나무가 시간을 상징한다고 한번 생각해 봐. 뿌리는 과거를, 줄기는 현재를, 가지는 미래에 해당한다고 말이야. 과거는 땅에 묻혀 있어 보이지 않지. 그래서 우리가 실제로 보는 대상이 아니라, 머릿속에만 떠올리는 대상인 거야.

과거는 땅속 깊이 뻗어 있는 긴 뿌리들 속에 흩어져 있어. 이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단단하고 선명하지. 하나의 줄기 속에 들어 있거든. 미래는 나뭇잎이 달린 무수한 가지들로 이루어져 있어. 실현 가능한 미래의 시나리오를 의미하는 무성한 나뭇잎들은 서로 경쟁하듯 자라나.

그러다가 햇빛과 수액이 부족한 나뭇잎은 말라 죽게 되지. 나뭇가지 전체가 꺾여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건 어떤 미래의 방향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지. 하지만 하나뿐인 줄기에서 뻗어 나와 살아남은 다른 나뭇가지들은 눈에 보이는 단단하고 통합된 현재의 연장선에서 계속 자라게 되네. 나무는 계속 자라나. 하지만 이 미래의 나뭇가지들은 굵고 단단해질 수도, 가늘어져 꺾일 수도 있네.

정신적 경험을 공유하는 데는 웃음만 한 게 없어. 앞으로 공연할 때 이 점을 명심해야겠어. 관객들이 진지하기보다 편안해지는 게 더 중요해. 스스럼없이 농담을 섞어 가며 자기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겠어.

〈인구 폭발 시대. 과연 어디가 끝인가?〉 그 밑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이미 150억을 돌파한 세계 인구가 여전히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구가 과연 이 많은 수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검사의 지적이 전적으로 틀린 건 아니야. 최면사들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건 큰 문제야. 그들은 최면이 누구에게나 1백 퍼센트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싶어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지 않아. 성공 확률은 50퍼센트야. 그 이상은 절대 불가능해. 하지만 최면사들은 이런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하지.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설명〉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화를 내는 것일 뿐이야. 입으로 한참 떠들고 나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애초의 생각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은 채 내가 옳다는 걸 이제 상대가 깨달았으려니 하면서 얘기를 끝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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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믿기 어렵고 기막힌 일의 사정을 성에 알리는 경위서를 쓰실 때에."

――이 문서 한 마디 한 구절에, 나카노무라 마을과 하뉴다무라 마을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네.

내 말로 영주님의 마음을 움직이고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그 생각을 하면 붓끝이 떨려 글씨를 쓸 수가 없다.

"문서의 맺음말,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라는 문장 위에 땀이 떨어져 버려서 두 번이나 새로 썼다고, 훗날 면목없다는 듯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아, 그랬구나.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무사의 모습이 아닐지.

도미지로는 혼자 흑백의 방에 남았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배가 고프다. 오치카도 배 속 아기도 배가 고프겠지. 좋아, 이걸 그리고 나면 쌀과자를 들고 만나러 갈까.

ご遠慮ください。

하뉴다무라 마을은, 에자키 번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옥 같은 광경 그대로 이 세상에 존재할까. 알 수 없다. 알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점이 있는 인물이지만 저는 가도야 몬자에몬 씨를 싫어할 수가 없네요" 하고 도미지로는 말했다. "정말로 큰 마을로 나가 돈놀이로 집안을 세웠나요?"

"돌이켜보면 그쪽에서는 ‘인간이 아닌 자’의 재앙이 없었다고 해도 연공 징수에 쫓기고 있었지요. 그것만으로도 이쪽으로 도산해 오기를 잘했다며."

괴물과 나쁜 정치, 사람의 목숨을 뿌리째 베어 내는 것으로는 똑같은 해악이다.

"다시 말해, 그분들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결단에서 옳은 쪽을 고르신 겁니다."

에자키 번 영지민으로서의 인생은 끝났다. 모두 한 번 죽은 셈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구자키 번 우도노쇼에서 다시 태어났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연못 저편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다는 당신의 생각은 옳았어요. 그 무사의 도마루 갑옷에 새겨져 있는 동그라미에 삼나무 잎은, 기노 번의 문장입니다."

"저는 마을로 돌아가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동생을 어깨에 좀 실어 주십시오."

"‘인간이 아닌 자’의 지옥은, 이제 이 영지 내만이 아닌 거지요. 마을 사람들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쓰네키치는 떠나갔다. 비틀거리면서 가끔 멈추어 서서 동생의 몸을 다시 짊어지며 흙먼지가 춤추는 들길 저편으로, 하뉴다무라 마을로.

도마루 갑옷胴丸鎧
보병용 갑옷의 일종으로, 통처럼 몸을 감싸고 등에서 끌어당겨 묶었다. 무게가 가벼워 활동하기 편한 것이 장점

노바카마
옷자락에 넓게 테두리를 댄 무사들의 여행용 바지

"맨 뒤는 저예요. 그 정도는 제 체면을 세워 주세요, 할아버지."

"우리 집의 당주는 아버지예요. 그렇게 벌써 저한테 맡기시면 곤란해요."

"아버지, 뭔가 생각이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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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2023-08-16 23:52   좋아요 1 | URL
아, 요즘 저도 미미님 책 다시 읽어보고있어요. 저 책은 안읽어 본책인데 읽어봐야겠군요!

대장정 2023-08-17 06:16   좋아요 1 | URL
이번달 새로나온 책인데 무려 576p. 하지만 술술 읽혀요. 좀비물입니다.

jenny 2023-08-17 06:58   좋아요 1 | URL
어쩐지 미미님 좀비물도 다정함이 있을것같아요.

대장정 2023-08-17 07:04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다정함. 이웃을 위한 배려랄까요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099년 7월 15일.

「공격 준비 태세를 갖추어라. 화염과 피와 영광의 순간이 곧 우리에게 펼쳐질 것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렵고 떨린다.

〈내일 거대한 운명에 맞설 마음의 준비를 하거라. 내가 너를 인도해 주마.〉

난데없이 불청객 하나가 등장한다. 꿀벌. 벌이 투구 앞을 오가며 왱왱거리더니 가로로 딱 하나 뚫려 있는 눈 구멍 위에 내려와 앉는다.

내가 꽃인 줄 알고 꿀을 빨러 왔어.

「진격하라!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하나밖에 없는 침을 잃은 꿀벌은 앞일을 궁금해한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므네모스: 존재의 세 가지 이유

우리가 태어나는 이유는 세 가지 때문이다.

1. 배우기 위해.

2. 경험하기 위해.

3.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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