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믿기 어렵고 기막힌 일의 사정을 성에 알리는 경위서를 쓰실 때에."
――이 문서 한 마디 한 구절에, 나카노무라 마을과 하뉴다무라 마을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네.
내 말로 영주님의 마음을 움직이고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그 생각을 하면 붓끝이 떨려 글씨를 쓸 수가 없다.
"문서의 맺음말,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라는 문장 위에 땀이 떨어져 버려서 두 번이나 새로 썼다고, 훗날 면목없다는 듯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아, 그랬구나.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무사의 모습이 아닐지.
도미지로는 혼자 흑백의 방에 남았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배가 고프다. 오치카도 배 속 아기도 배가 고프겠지. 좋아, 이걸 그리고 나면 쌀과자를 들고 만나러 갈까.
하뉴다무라 마을은, 에자키 번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옥 같은 광경 그대로 이 세상에 존재할까. 알 수 없다. 알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점이 있는 인물이지만 저는 가도야 몬자에몬 씨를 싫어할 수가 없네요" 하고 도미지로는 말했다. "정말로 큰 마을로 나가 돈놀이로 집안을 세웠나요?"
"돌이켜보면 그쪽에서는 ‘인간이 아닌 자’의 재앙이 없었다고 해도 연공 징수에 쫓기고 있었지요. 그것만으로도 이쪽으로 도산해 오기를 잘했다며."
괴물과 나쁜 정치, 사람의 목숨을 뿌리째 베어 내는 것으로는 똑같은 해악이다.
"다시 말해, 그분들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결단에서 옳은 쪽을 고르신 겁니다."
에자키 번 영지민으로서의 인생은 끝났다. 모두 한 번 죽은 셈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구자키 번 우도노쇼에서 다시 태어났다.
"연못 저편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다는 당신의 생각은 옳았어요. 그 무사의 도마루 갑옷에 새겨져 있는 동그라미에 삼나무 잎은, 기노 번의 문장입니다."
"저는 마을로 돌아가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동생을 어깨에 좀 실어 주십시오."
"‘인간이 아닌 자’의 지옥은, 이제 이 영지 내만이 아닌 거지요. 마을 사람들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쓰네키치는 떠나갔다. 비틀거리면서 가끔 멈추어 서서 동생의 몸을 다시 짊어지며 흙먼지가 춤추는 들길 저편으로, 하뉴다무라 마을로.
도마루 갑옷胴丸鎧 보병용 갑옷의 일종으로, 통처럼 몸을 감싸고 등에서 끌어당겨 묶었다. 무게가 가벼워 활동하기 편한 것이 장점
노바카마 옷자락에 넓게 테두리를 댄 무사들의 여행용 바지
"맨 뒤는 저예요. 그 정도는 제 체면을 세워 주세요, 할아버지."
"우리 집의 당주는 아버지예요. 그렇게 벌써 저한테 맡기시면 곤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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