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 ㅣ 정원그라피아 캐논 EOS 시리즈
임프레스 재팬 지음, 정원그라피아 편집부 옮김 / 정원그라피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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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사진에세이]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와 함께한 R6 Mark II 1년 반
― 미러리스로 넘어와 세계를 돌고, 결국 또 자동모드로 사진 찍기까지


EOS 5D Mark IV 이후 내 사진생활의 중심을 미러리스로 옮겨준 카메라. 약 1년 반 동안 중국과 일본, 튀르키예를 함께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진을 남겼다. 책에서 배워야 할 기능은 더 많아졌다. 하지만 카메라도 그만큼 훨씬 똑똑해졌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다 할 필요가 있나. 여행 현장에서는 똑똑해진 카메라를 믿고 자동모드에 맡겼다. 결국 이번에도 자동이었다. ㅎㅎ


들어가며 ― 카메라를 목에 걸고 현장으로

내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사진 한 장이 있다.

내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이제는 작고하신 정수일 교수님께서 캐논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답사하고 계신 모습이다. 그 사진은 오래전부터 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

노구에도 직접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찾아다니시며 문명의 흔적을 확인하시고, 그곳에서 직접 보고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문명을 읽고 해부해 나가셨다.

내가 정수일 교수님처럼 문명이론을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직접 현장을 걷고, 내 눈으로 보고, 카메라에 남긴 뒤 돌아와 다시 그 기록을 들여다보는 그분의 답사 방식에는 내가 오래도록 닮고 싶었던 태도였다.

그래서 내게 카메라는 단순히 예쁜 사진을 찍는 기계만은 아니다.

내가 그곳에 있었고, 직접 보았다는 것을 남기는 답사의 기록도구다.

아마 그래서 여행을 떠날 때마다 카메라를 챙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카메라가 무겁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들고 나선다. 그렇게 찍힌 사진들은 여행이 끝난 뒤 다시 그 장소와 사람, 역사와 문명을 불러내는 기록이 된다.

2024년 6월 1일, 그런 내 여행의 새로운 기록도구로 EOS R6 Mark II를 구입했다.

당시 구형 카메라를 반납하면 새 카메라를 할인해 주는 행사가 있었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EOS 60D를 반납했다. 60D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내 카메라 역사를 처음부터 되짚을 때 다시 하기로 한다. 여기서는 그렇게 오래된 DSLR 한 대를 떠나보내고 Canon RF24-105mm F4 L IS USM과 함께 EOS R6 Mark II를 손에 넣었다는 것만 기록해 둔다.

EOS 5D Mark IV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지만, 무거운 DSLR과 렌즈를 들고 여행하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카메라 시장 역시 이미 미러리스 중심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R6 Mark II의 구입은 내게도 미러리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새 카메라가 생기면 나는 또 책을 찾는다.

이번에 고른 책은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였다.


1. 두 대의 미러리스를 함께 다루는 완벽가이드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는 EOS R6 Mark II와 EOS R8의 주요 기능과 활용법을 다루는 책이다. 기본 조작에서부터 AF와 피사체 검출·추적, 셔터 방식과 연사, 화질 설정, 뷰파인더와 모니터, 버튼과 다이얼의 사용자 설정 등 미러리스 카메라의 다양한 기능을 폭넓게 설명한다.

이 책 역시 오막포 때 읽었던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사용설명서가 아니다. 여러 촬영 상황을 실제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어떤 기능과 설정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새 카메라를 샀으니 이번에도 책을 잘 읽고 기능을 익혀 제대로 활용해 보겠다는 마음이었다.

마음은 늘 그렇다.


2. 오막포 완벽가이드와는 달라진 미러리스의 세계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를 읽다 보면 전에 읽었던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와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두 책 모두 카메라의 기능과 실제 촬영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아마추어 사용자인 내가 받아들인 느낌은 조금 달랐다.

EOS 5D Mark IV는 광학식 뷰파인더와 전용 AF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DSLR이었다. AF 포인트를 어디에 둘 것인지, 측광과 노출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등 사진가가 카메라를 직접 다루는 감각이 강했다.

반면 EOS R6 Mark II로 넘어오자 카메라가 스스로 해주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사람이나 동물을 알아보고, 눈을 찾아 초점을 맞추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가는 기능도 훨씬 발전했다. 카메라가 장면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 자체가 오막포 시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똑똑해진 것이다.

그래서 두 책을 읽는 느낌도 달랐다.

오막포의 완벽가이드에서는

‘내가 카메라를 어떻게 조작할 것인가.’

를 배우는 느낌이 강했다면,

R6 Mark II의 완벽가이드에서는

‘이 똑똑해진 카메라가 어디까지 해줄 수 있고, 나는 무엇을 정해주면 되는가.’

를 배우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알아야 할 것은 오히려 많아졌다.

AF 영역이 어떻고, 피사체 검출이 어떻고, 트래킹이 어떻고, 전자셔터가 어떻고, 고속 연사가 어떻고….

책을 읽을 때는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인다.

“아하, 이런 기능도 있구먼.”

문제는 여행 현장이다.


3. 카메라는 더 똑똑해졌다. 그러니 이번에도 자동이다

오막포 완벽가이드를 읽을 때 나는 생각했다.

“아, 이거 엄청 복잡하구먼. 이걸 다 알고 어떻게 사진을 찍나?”

그때 자동모드는 어느 정도 ‘에라이, 모르겠다’에 가까웠다.

그런데 R6 Mark II는 조금 다르다.

책에서 배워야 할 기능은 더 많아졌지만, 카메라 자체도 그만큼 훨씬 똑똑해졌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다 할 필요가 있나.

여행은 사진만 찍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고, 눈앞의 사람들은 계속 움직이며, 빛도 변한다. 함께 간 사람들을 세워놓고 카메라 메뉴를 들여다볼 수도 없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중요한 장면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히려 마음 편하게 카메라를 믿었다.

자동모드.

오막포 때의 자동이

“에라이, 니가 알아서 해라.”

였다면,

R6 Mark II의 자동은

“니가 나보다 똑똑하니 니가 해라.”

에 조금 더 가까웠다. ㅎㅎ

두 완벽가이드에는 공통된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다.

책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문제는 독자가 나였다는 것이다.

열심히 읽고, 열심히 감탄한다.

그리고 여행 현장에서는 자동으로 찍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그리 미안하지도 않다. 카메라가 그만큼 똑똑해졌으니 말이다. ㅎㅎ


4. 또 하나의 치명적인 약점 ― 렌즈를 사고 싶게 만든다

두 완벽가이드에는 또 하나의 위험한 점이 있다.

책 뒤쪽의 렌즈 소개다.

이 렌즈들의 가격은 어마무시하다.. 무서울정도다. 그런데,,

여러 렌즈의 특징과 그 렌즈로 찍은 실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이 렌즈로 찍으니 이런 사진이 나오는구먼.”

“이것도 하나 있으면 좋겄는디….”

렌즈 하나를 보고 있으면 또 다른 렌즈가 눈에 들어온다.

완벽가이드의 잘못은 아니다.

좋은 렌즈를 제대로 소개했을 뿐이다.

문제는 또 독자다. ㅎㅎ

그러나 실제 여행은 책 속 렌즈 소개와는 조금 다르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도 바쁜데 여러 렌즈를 가지고 다니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좋은 장면이 나타날 때마다 가방을 열어 렌즈를 갈아 끼우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내 여행사진의 대부분은 결국 Canon RF24-105mm F4 L IS USM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24mm 광각에서 105mm 준망원까지 한 렌즈로 사용할 수 있으니 풍경과 도시, 사람과 역사유적을 계속 오가며 찍는 내 여행에서는 활용도가 가장 높았다.

사실상 내 여행의 주력렌즈다.

밤에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조금 더 넓은 화각이 필요할 때는 Canon RF15-35mm F2.8 L IS USM을 사용했다.

특히 야간에는 F2.8의 밝은 조리개가 좋다. 어두운 거리에서 F4보다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 셔터속도를 확보하거나 ISO를 지나치게 올리지 않는 데 유리하다. 넓은 화각까지 더해지니 밤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찍기에 좋았다.

Canon RF70-200mm F4 L IS USM도 가지고 있다.

망원 영역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분명 좋은 렌즈지만 실제 여행에서는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았다.

무게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RF24-105mm F4 L IS USM보다 가볍다.

문제는 활용도였다.

도시와 자연, 역사유적을 계속 이동하며 찍는 내 여행에서는 24mm부터 105mm까지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RF24-105mm F4 L IS USM이 훨씬 활용도가 높았다. 70mm 이상의 망원이 꼭 필요한 장면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고, 그 몇 장을 위해 여행 중 렌즈를 바꿔 끼우는 일도 번거로웠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세 렌즈 가운데 RF70-200mm F4 L IS USM은 가장 사용 빈도가 낮았다.

책은 수많은 렌즈를 보여준다.

그러나 여행이 내게 가르쳐준 답은 점점 단순해졌다.

기능은 많지만 똑똑한 카메라를 믿고 자동모드. ㅎㅎ
렌즈는 세 개지만 대부분 RF24-105mm F4 L IS USM.


5. 짧았지만 진하게 함께한 1년 반

EOS R6 Mark II와 함께한 시간은 오막포에 비하면 길지 않았다.

2024년 6월에 구입했고,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에 들고 나간 것은 같은 해 9월 중국 귀주 여행부터였다.

하지만 그 뒤 약 1년 반 동안 정말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가. 2024년 9월 중국 귀주 ― R6 Mark II 여행의 시작

R6 Mark II를 처음 본격적으로 들고 나간 해외여행은 중국 귀주였다.

만봉림에서는 밥공기를 수없이 엎어놓은 것처럼 둥글둥글한 봉우리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름 그대로 수많은 봉우리가 숲을 이룬 듯한 풍경이었다.

마령하 대협곡에서는 깊게 패인 협곡과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폭포들이 이어지는 장관을 만났고, 묘족성시에서는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묘족 여성들의 공연도 카메라에 담았다.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황과수폭포도 만났다.

그리고 직금동.

지금까지 내가 들어가 본 동굴 가운데 최고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규모와 풍경이 압도적이었다.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운 종유석과 석순, 기기묘묘한 지하의 풍경을 바라보며 R6 Mark II의 셔터를 계속 눌렀다.

R6 Mark II는 그렇게 귀주에서 본격적인 내 여행카메라가 되었다.


나. 2024년 10월 일본 규슈

한 달 뒤에는 일본 규슈로 향했다.

구마모토를 지나 아소산의 거대한 화산지형을 바라보았고, 유후인의 한적한 풍경을 걷고, 벳푸에서는 지옥온천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귀주의 거대한 자연과는 또 다른 일본의 화산과 온천 풍경이었다.


다. 2025년 1월 나고야와 시라카와고

2025년 1월에는 나고야를 거쳐 시라카와고를 찾았다.

눈 덮인 합장촌과 갓쇼즈쿠리 가옥은 오래 보고 싶었던 풍경이었다.

하얀 눈 속에 자리 잡은 전통가옥들을 바라보고, 실제 생활공간과 가옥의 구조를 살펴보며 사진을 남겼다.

눈과 오래된 집이 만들어낸 시라카와고의 겨울 풍경은 R6 Mark II와 함께한 여행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다.


라. 2025년 12월 중국 윈난 ― 대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

2025년 12월에는 중국 윈난성으로 향했다.

차마고도를 걸으며 오래전 말과 사람, 차와 물자가 오가던 길을 따라갔고, 호도협에서는 거대한 협곡 사이를 거칠게 흘러가는 물줄기와 깎아지른 산세 앞에 섰다.

리장에서는 만년설을 머리에 인 옥룡설산의 장엄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상여강〉 공연을 보았다.

화려한 공연이었지만 내게 오래 남은 것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었다.

소수민족의 전통의상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 속에는 높은 산과 깊은 협곡, 척박한 고원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함께 담겨 있었다.

차마고도를 오가던 마방의 고단한 삶과, 거대한 자연에 순응하는 듯하면서도 그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때로는 극복하며 자신들의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강인함이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눈앞의 옥룡설산이 대자연의 위엄을 보여주었다면, 〈인상여강〉은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연에 맞서기만 한 것도, 그저 자연에 자신을 내맡긴 것도 아니었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그 안에 삶의 방식을 만들고, 어려운 환경에는 적응하며, 필요한 순간에는 그것을 극복해온 사람들.

그래서 그날 R6 Mark II에 담긴 것은 설산의 아름다움만이 아니었다.

그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사람들의 고단함과 강인함도 함께 남았다.

이후 리장고성의 오래된 골목을 걷고, 더 높은 고원의 샹그릴라를 지나 쿤밍의 석림까지 이어갔다.

윈난 여행은 차마고도와 협곡, 설산과 고성, 소수민족의 삶이 한데 이어진 여행이었다.


마. 2025년 12월 도쿄와 후지산

같은 달에는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도쿄의 도시풍경을 찍고, 왕인박사와 사이고다카모리의 흔적과 관련된 장소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후지산을 찾아 나섰다. 후지노미야의 시라이토 폭포도 찾았고, 하루종일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는 후지산의 하얀이마를 마주했다.

그리고 이 시라이토 폭포는 훗날 R6 Mark II를 떠나보낸 뒤 다시 펼쳐본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에서 뜻밖에 다시 만나게 된다.


바. 2026년 2월 튀르키예 ― R6 Mark II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

R6 Mark II와 함께한 마지막 해외여행은 2026년 2월 튀르키예였다.

카파도키아의 괴레메에서는 기암괴석 사이로 이어지는 독특한 풍경을 담았고, 파샤바에서는 마치 스머프들이 살 것 같은 버섯 모양의 요정 굴뚝들을 만났다.

콘야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시 「여인숙」을 쓴 수피 시인 루미가 잠들어 있는 메블라나를 찾았다.

오래전 글로 만나왔던 한 사람을 직접 찾아간 순간이었다.

안탈리아에서는 푸른 지중해를 바라보았고, 파묵칼레에서는 하얀 석회붕이 계단처럼 이어지는 풍경을 걸었다. 그 위에 남아 있는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의 흔적을 지나고, 에페수스에서는 거대한 고대도시의 폐허 속을 걸으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마지막 이스탄불에서는 다시 풍경의 성격이 바뀌었다.

보스포러스 해협 유람선에 올라 유럽과 아시아 사이를 흘러가며, 그 옛날 골든혼에 울려퍼지던 오스만 투르크군의 피리소리와 대포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톱카프궁전과 아야소피아, 돌마바흐체궁전을 찾아 오스만제국의 영광을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

피에르 로티 언덕에서는 골든혼을 내려다보았고, 이스탄불의 박물관들을 돌아보며 오랜 제국과 문명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괴레메의 바위산에서 지중해의 푸른 바다로, 다시 그리스·로마의 고대도시를 지나 보스포러스 해협까지.

R6 Mark II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은 참으로 많은 풍경을 보여주었다.

2024년 9월 귀주에서 시작된 이 카메라와의 해외여행은 그렇게 2026년 2월 이스탄불에서 막을 내렸다.

오막포가 거의 10년에 걸쳐 천천히 쌓아 올린 여행의 기록이었다면, R6 Mark II는 약 1년 반 동안 숨 가쁘게 몰아친 여행의 기록에 가까웠다.

시간은 짧았지만 남긴 사진과 기억은 결코 적지 않았다.


6. 카메라를 떠나보낸 뒤 책에서 다시 만난 시라이토 폭포

R6 Mark II를 떠나보낸 뒤 아쉬운 마음으로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를 다시 펼쳐보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가 낯익은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후지노미야의 시라이토 폭포였다.

“어? 여기 내가 갔던 데잖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몰랐다.

그때는 새로운 카메라의 AF가 어떻고, 셔터가 어떻고, 설정이 어떻고 하는 기능을 익히느라 책 속의 수많은 예제사진 가운데 하나로 그냥 지나쳤던 모양이다.

그런데 2025년 12월에는 내가 실제로 그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 손에는 바로 R6 Mark II가 있었다.

폭포 앞에서 나 역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를 떠나보낸 뒤 책을 다시 펼쳐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그 사진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오막포 완벽가이드에서는 시부야 스크램블의 사진을 책에서 먼저 보고 훗날 내가 직접 그곳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R6 Mark II를 들고 시라이토 폭포를 직접 다녀온 뒤, 카메라까지 떠나보내고 나서야 책 속에서 그 장소를 다시 발견했다.

카메라는 이미 내 곁을 떠났는데, 책 속에는 그 카메라와 함께 다녀온 여행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처음 읽을 때는 기능을 배우는 책이었다.

다시 펼쳐보니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 되어 있었다.


7. 좋은 카메라였지만 끝까지 마음에 걸렸던 2,420만 화소

EOS R6 Mark II에 큰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약 1년 반 동안 여러 여행을 함께하면서 상당히 만족스럽게 사용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는 것이 하나 있었다.

화소수였다.

R6 Mark II는 약 2,420만 화소의 풀프레임 센서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사진 촬영에 부족한 화소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내게는 조금 아쉬웠다.

왜냐하면 그전에 거의 10년을 사용한 EOS 5D Mark IV가 이미 약 3,040만 화소였기 때문이다.

더 오래된 DSLR보다 훨씬 새로운 미러리스인데도 숫자만 놓고 보면 오히려 화소가 줄어 있었다.

물론 화소수가 사진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은 나도 안다.

R6 Mark II는 AF와 연사, 손떨림 보정과 여러 편의기능을 포함하면 오막포보다 훨씬 발전한 카메라였다.

그런데 다음 카메라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나는 카메라를 2~3년 쓰고 계속 바꾸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막포처럼 앞으로 또 10년을 바라보고 오래 사용할 카메라를 생각하니 2,420만 화소라는 숫자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아이패드의 큰 화면으로 여행사진을 다시 보고, 때로는 사진의 일부를 잘라 쓰기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조금 더 여유 있는 해상도를 가지고 싶었다.

결국 R6 Mark II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했을 때 남아 있던 작은 아쉬움 하나.

그것이 화소였다.


8. 2026년 3월, R6 Mark III의 시대로

2026년 2월 튀르키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3월, R6 Mark II를 떠나보냈다.

1년 반 동안 수많은 여행을 함께한 카메라였으니 이것 역시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오막포를 처분할 때에도 그랬지만, 카메라는 단순한 전자제품만은 아닌 모양이다.

여행지에서 내가 보았던 풍경을 함께 바라보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겨준 물건이니 떠나보낼 때마다 조금씩 마음이 남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소수에 대한 아쉬움을 더 이상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EOS R6 Mark III로 넘어갔다.

이번 카메라는 가능하면 오래 함께하고 싶다.

오막포처럼 10년을 바라보고, 더 욕심을 내자면 내 사진생활의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은 카메라다.

R6 Mark III를 손에 넣은 뒤에는 곧바로 새로운 여행도 시작되었다.

2026년 5월과 7월, 두 차례 일본 북알프스를 찾았다.

5월에는 가나자와에서 윤봉길 의사님의 순국기념비와 암장지를 찾아 소주한잔에 절을 올렸고,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와 구로베협곡을 돌아보았다.

7월에는 다시 북알프스로 향해 가미코치를 걸었고 노리쿠라다케에도 올랐다.

R6 Mark II가 튀르키예에서 자신의 마지막 여행을 마쳤다면, R6 Mark III는 그렇게 일본 북알프스에서 새로운 여행의 기록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아직 『EOS R6 Mark III 완벽가이드』가 나오지 않았다.

카메라는 이미 내 손에 들어왔는데 공부할 교과서가 아직 없는 셈이다.

언젠가 그 책이 나오면 아마 또 사서 읽을 것이다.

AF가 어떻고, 셔터가 어떻고, 새로운 기능이 어떻고….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한번 써보겠다고 또 열심히 읽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 현장에 나가면?

아마 또 자동모드일 것이다.

ㅎㅎ


9. 돌아보며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는 DSLR에서 미러리스로 넘어온 내게 새로운 카메라를 이해하게 해준 책이었다.

처음에는 기능을 배우기 위해 펼쳤지만, 이제 R6 Mark II가 내 곁을 떠난 뒤 다시 생각하면 이 책에는 그 카메라와 함께했던 1년 반의 시간이 겹쳐 있다. 카메라는 바뀌었지만 그때 찍은 사진과 여행의 기억은 그대로 남았다.

R6 Mark II는 짧게 함께했지만 참 많은 곳을 보여준 좋은 카메라였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카메라를 배우기 위해 산 활용서에서, 어느새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한 권의 기록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찍은 사진 속에는 지난 1년 반 동안 내가 직접 보고 걸었던 세계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거면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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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EOS 5D Mark Ⅳ 완벽가이드 ㅣ 정원그라피아 캐논 EOS 시리즈
임프레스 재팬 지음, 정원그라피아 편집부 옮김 / 정원그라피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독서사진에세이]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와 함께한 오막포 10년
― 오막포를 배우고, 들고 여행하고, 결국 자동모드로 사진 찍기까지


EOS 5D Mark IV의 수많은 기능을 배우게 해 준 책이자, 오막포와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수많은 사진을 남긴 내 DSLR 시대의 한 기록. 정작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자동모드였지만 말이다. ㅠㅠ


들어가며 ― 카메라는 떠났지만 책은 남았다

10년 전인 2016년, EOS 5D Mark IV가 출시되었을 때 이 카메라를 구입했다. 당시에는 캐논을 대표하는 최신 풀프레임 DSLR이었고, 제대로 한번 써보고 싶은 마음에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오막포의 여러 기능과 촬영방법을 익혔고, 이후 카메라를 들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수많은 사진을 남겼다.

그러나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카메라의 시대도 바뀌었다. DSLR이 카메라 시장의 중심이던 시절은 저물고 어느새 미러리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나 역시 2026년 3월, 오랫동안 함께했던 EOS 5D Mark IV를 중고로 처분했다. 한때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입했던 카메라를 아쉬운 가격에 떠나보내야 했던 것도 섭섭했지만, 무엇보다 수많은 여행을 함께했던 카메라를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카메라는 내 곁을 떠났지만, 그 카메라를 배우기 위해 읽었던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는 아직 남아 있다. 오막포와 함께했던 거의 10년의 시간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쳐본다.


1. EOS 5D Mark IV를 위한 전문 활용서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는 2016년 출시된 캐논의 풀프레임 DSLR EOS 5D Mark IV의 기능과 활용법을 집중적으로 다룬 기종별 전문 가이드북이다. 단순한 제품 사용설명서라기보다 카메라의 주요 기능과 설정 방법, 피사체별 촬영법, 렌즈의 특성과 실제 촬영 결과까지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실전 활용서에 가깝다.

EOS 5D Mark IV는 약 3,040만 화소의 풀프레임 CMOS 센서를 탑재하고 듀얼 픽셀 CMOS AF, 터치 패널, DPRAW 등 당시 캐논의 새로운 기술을 담은 카메라였다. 이 책은 이러한 기능을 설명하는 한편 EOS 5D Mark II·Mark III·Mark IV를 비교하여 5D 시리즈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도 보여준다.

나는 EOS 5D Mark IV가 출시된 해에 이 카메라를 구입했다. 따라서 이 책은 관심 있는 카메라를 구경하기 위해 읽은 책이 아니라, 실제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기능을 제대로 알고 활용하기 위해 읽은 책이었다.


2.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기능을 가진 카메라

책을 펼쳐보면 EOS 5D Mark IV라는 카메라 한 대 안에 얼마나 많은 기능이 들어 있는지 새삼 알게 된다. AF 영역과 초점 방식, 측광, 노출 보정, ISO 감도, 셔터속도와 조리개, 화이트밸런스, 픽처스타일, 연속촬영, 사용자 설정 등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조절할 수 있는 요소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

특히 단순히 메뉴의 기능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촬영 상황에서 어떤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예제사진과 함께 설명한다는 점이 좋다. 카메라 사용설명서만 읽어서는 쉽게 와닿지 않는 기능도 실제 결과물과 함께 보면 그 기능이 사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결 이해하기 쉽다.

풍경·인물·야경·철도 등 피사체와 상황에 따라 카메라를 어떻게 설정하고 운용할 것인지 보여주는 구성도 실용적이다. EOS 5D Mark IV의 기능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능력을 갖춘 기계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책이었다.


3. 나무에서 바닷속까지, 사진으로 보여주는 촬영법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풍부한 예제사진이다. 나무와 꽃 같은 일상의 피사체에서부터 기차, 바다와 바닷속 풍경, 산, 도시와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면을 실제 사진으로 보여준다.

같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도 렌즈와 촬영방법, 피사체와 빛의 조건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 설명만 읽는 것보다 사진을 먼저 보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를 따라가다 보면 카메라와 렌즈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렌즈 소개 역시 초점거리와 밝기, 무게 같은 제원만 나열하지 않는다. EOS 5D Mark IV와 함께 사용할 만한 여러 EF렌즈를 실제 촬영사진과 연결해 보여주면서 이 렌즈를 사용하면 어떤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광각과 표준, 망원렌즈가 각각 어떤 장면에서 힘을 발휘하는지, 같은 피사체라도 화각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렌즈 선택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4. 유독 기억에 남은 시부야 스크램블 사진

수많은 예제사진 가운데 유독 내 눈에 오래 남은 한 장이 있다. EF 16-35mm F2.8L III USM을 소개하면서 실린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의 사진이다.

수많은 사람이 횡단보도를 오가고 그 뒤로 빌딩과 대형 전광판, 네온사인이 가득 들어찬 장면이다. 넓은 화각 안에 사람과 거리, 건물과 빛을 한꺼번에 담아내어 초광각렌즈의 특성과 시부야라는 도시 공간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나는 훗날 2025년 크리스마스에 실제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찾았다. 책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소에 직접 서보니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횡단보도 한가운데 잠시 서 있기도 쉽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여유 있게 구도를 잡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 보였다. 직접 가본 뒤 다시 이 사진을 보니 당시 사진가가 저 장면을 잡아낸 것 자체도 새롭게 느껴졌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이 사진을 오래 기억하는 데에는 사진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 가운데를 걸어가는 두 젊은 여성 가운데 검은 상의에 짧은 흰 치마를 입고 가방을 들고 가는 한 사람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고 뒷모습만 남아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사진을 다시 볼 때면 지금도 가끔 같은 생각이 든다.

‘앞모습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별것 아닌 궁금증이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그 여성의 앞모습은 지금까지도 이 책 속에 남아 있는 나만의 작은 미스터리다.

옆에 함께 걷고 있던 분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그분까지 궁금하지는 않았다. ㅋㅋ


5. 책에서 배운 기능을 들고 여행을 떠나다

이 책에서 EOS 5D Mark IV의 여러 기능과 촬영방법을 익힌 뒤 오막포는 오랫동안 내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다.

캐나다에서는 밴쿠버 스탠리파크의 바다와 숲, 빅토리아 부차트 가든의 아름다운 정원을 렌즈에 담았다. 캐나다 로키에서는 레이크 루이스·모레인 레이크·스피릿 아일랜드·휘슬러스 피크의 웅장한 산과 호수를 오막포에 담았고, 옐로나이프에서는 그토록 기대했던 오로라를 만났다. 아쉽게도 하늘 전체를 뒤덮는 오로라의 장관까지는 만나지 못했고, 맛보기 정도의 오로라만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롬바드 스트리트를 렌즈에 담았다. 영화 『더 록』의 숨 가쁜 자동차 추격전이 펼쳐졌던 러시안힐 일대를 걷다 보니 영화 속 샌프란시스코의 장면들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새크라멘토에서는 골드러시 시대 광산지역의 보급과 교역 중심지이자, 훗날 대륙횡단철도의 서부 출발점이 된 미국 서부개척사의 흔적도 만날 수 있었다.

이어 찾은 요세미티에서는 거대한 화강암 절벽과 계곡을 오막포에 담았다. ‘요세미티’라는 이름에는 이곳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의 역사도 숨어 있다. 계곡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을 ‘아와니’라 불렀지만, 오늘날의 이름은 주변 미워크족이 그들을 가리키던 말에서 유래했다. 아름다운 풍경 뒤에 오래전부터 이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까지 겹쳐 있는 곳이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삿포로·노보리베츠를 거쳐 오타루의 겨울 풍경도 렌즈에 담았다. 특히 오타루는 내가 각별히 좋아하는 영화 『러브레터』의 도시다. 눈 덮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첫사랑과 지나간 시간을 불러내던 영화의 정서와, 설원을 향해 외치던 그 유명한 한마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오겡키 데스카.”

영화로 오래 마음에 품었던 오타루를 실제로 찾아와 오막포로 사진에 남긴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각별한 경험이었다.

괌에도 이 카메라를 들고 갔고, 중국 장가계에서는 영화 『아바타』의 판도라를 떠올리게 하는 기암절벽과 수많은 봉우리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런데 지금도 유난히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 하나 있다. 2024년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알프스 여행이다. 그때는 오막포를 가져가지 않았다.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고, 나이도 들면서 무거운 장비를 하루 종일 메고 다니는 것이 기동에 방해가 되었다. 어깨도 아팠다. 결국 이번만큼은 가볍게 다녀보자며 오막포를 집에 두고 떠났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금세 후회가 밀려왔다. 루체른과 잘츠부르크·인스브루크를 지나 스위스 알프스의 쉴트호른과 뮈렌, 그리고 할슈타트의 풍경을 바라볼 때마다 ‘오막포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나보다 훨씬 연세가 들어 보이는 여행객이 DSLR처럼 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모습까지 보았다. 미러리스였을 수도 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겁다는 이유로 오막포를 두고 온 것이 더욱 아쉬웠다.

물론 그 여행에서도 사진은 많이 남겼다. 그러나 훗날 아이패드의 큰 화면으로 사진을 다시 볼 때면 그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루체른의 호수와 알프스, 뮈렌과 쉴트호른의 설산, 할슈타트의 호수와 마을을 오막포의 색감과 깊이로 남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무거워서 가져가지 않았던 단 한 번의 선택이 오히려 EOS 5D Mark IV로 찍은 사진이 내게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를 뒤늦게 깨닫게 해 주었다.

그렇게 여러 나라의 도시와 웅장한 자연을 여행하면서 EOS 5D Mark IV는 오랫동안 내 여행의 든든한 기록자가 되어주었다.

웅장한 자연풍경에서 도시의 거리와 사람들, 가족과 함께한 여행의 순간까지 수많은 장면을 EOS 5D Mark IV로 남겼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전문 사진가처럼 사진을 찍게 된 것은 아니지만, 카메라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고 상황에 따라 무엇을 조절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필요할 때는 책에서 익힌 기능과 설정을 활용했고, 그렇게 오막포로 많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는 찍어온 사진을 아이패드에 저장하고 여행 날짜와 지역별로 앨범을 만들어 정리해 두고 있다. 오래된 여행부터 최근 여행까지 나중에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고, 일정이 긴 여행은 다시 날짜와 여행일차별로 구분하여 정리한다. 사진이 수천 장씩 쌓이다 보면 이렇게 정리하지 않고서는 나중에 언제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다시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가끔 아이패드의 큰 화면으로 오래전 여행사진을 다시 넘겨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많은 사진을 찍지만, 내 눈에는 EOS 5D Mark IV로 찍은 사진이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색감이 더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풍경의 깊이나 그때의 분위기에서도 스마트폰 사진과는 다른 맛이 있다.

특히 로키의 산과 호수, 요세미티의 거대한 자연, 오타루와 홋카이도의 겨울 풍경 같은 사진을 큰 화면으로 다시 볼 때면 무거운 DSLR과 렌즈를 들고 여행지를 돌아다녔던 수고가 결코 아깝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2024년 알프스 여행사진을 볼 때면 오막포를 두고 간 아쉬움이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내게 여행사진은 찍는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와 날짜와 장소별로 정리하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꺼내보면서 그 여행을 되살리는 것까지가 하나의 과정이다. EOS 5D Mark IV는 그 과정에서 거의 10년 동안 수많은 장면을 남겨주었다.


6. 그런데 읽을수록 생긴 가장 큰 의문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감탄만은 아니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거 엄청 복잡하구먼. 이걸 다 알고 어떻게 사진을 찍나?”

조리개 하나만 알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셔터속도와 ISO, 측광방식, AF 방식과 초점 영역, 화이트밸런스, 노출 보정에 피사체의 움직임과 빛의 상태까지 생각해야 했다. 각각의 기능을 하나씩 읽을 때는 이해가 되는데, 이것을 실제 촬영 현장에서 동시에 판단하고 자유자재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특히 여행에서는 사진만 찍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다. 걷다가 좋은 풍경이 나타나고 사람이 움직이고 빛이 변한다. 그 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카메라 설정을 하나씩 따지고 있는 사이 찍고 싶었던 장면이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그렇게 많은 기능을 공부했음에도 실제로 EOS 5D Mark IV를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이용한 것은 결국 자동모드였다.

참으로 허탈한 결론이다. ㅠㅠㅠ

그렇다고 이 책을 읽은 것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자동모드로 찍더라도 카메라가 무엇을 판단하고 있는지 알고 맡기는 것과 아무것도 모른 채 셔터만 누르는 것은 다르다. 특정 상황에서는 책에서 배운 기능을 직접 꺼내 사용할 수도 있었다.

결국 나에게 이 책은 모든 기능을 항상 직접 조작하기 위해 읽은 책이라기보다, 내가 가진 카메라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게 해 준 책이었다.

오막포의 기능은 책으로 배웠다.
그리고 여행에서는 상당 부분 오막포에게 맡겼다. ㅋㅋ


7. 거의 10년을 함께한 오막포와의 이별

2016년 출시 당시 구입한 EOS 5D Mark IV는 그렇게 거의 10년 동안 나와 함께했다.

그동안 카메라 시장은 크게 변했다. DSLR이 카메라의 중심이던 시대가 저물고 미러리스가 빠르게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때 캐논을 대표했던 풀프레임 DSLR인 EOS 5D Mark IV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2026년 3월 오막포를 중고로 처분했다.

구입할 당시에는 상당한 금액을 주고 산 최신 카메라였지만 DSLR의 시대가 지나가면서 중고 가격도 많이 떨어져 아쉬운 가격에 떠나보내야 했다. 기계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거의 10년 동안 여러 나라를 함께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진을 남긴 카메라였던 만큼 섭섭한 마음까지 없을 수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2024년 알프스 여행에서 오막포를 집에 두고 떠났던 일은 어쩌면 그 이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지도 모른다. 좋은 사진을 얻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를 온종일 들고 다니는 일이 예전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DSLR이 가진 장점만큼이나 그 무게와 크기도 점점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더구나 아이패드에 연도와 여행별로 정리해 둔 사진들을 넘겨보다 보면 그 카메라가 어디를 함께 다녔는지가 고스란히 보인다. 한 대의 카메라는 떠났지만 그 카메라가 바라보았던 풍경은 수많은 사진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도 남았다.

처음에는 새로 산 카메라의 기능을 배우기 위해 펼쳤던 책이었지만, 이제는 오막포를 처음 손에 넣었던 때와 그 카메라를 들고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던 시간, 그리고 DSLR의 시대가 저물면서 결국 카메라를 떠나보낸 순간까지 함께 떠올리게 하는 책이 되었다.


8. 종합 평가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는 EOS 5D Mark IV라는 한 기종의 성능과 기능을 깊이 이해하고 실제 촬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충실한 전문 가이드이다. 기능 설명과 실제 촬영사진을 연결하고, 다양한 피사체와 렌즈의 특성을 풍부한 예제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 특히 좋다.

나에게도 실제로 도움이 된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오막포의 여러 기능을 알게 되었고, 필요할 때는 배운 기능을 활용하면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많은 사진을 남겼다.

물론 책을 다 읽고도 결국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자동모드였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이 책을 읽고 카메라를 오랫동안 사용해 본 사람으로서 내릴 수 있는 솔직한 결론이다. 전문적인 기능을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서 책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카메라 한 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다룬다는 것이 생각보다 깊고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아이패드에서 오막포로 찍은 여행사진을 꺼내보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는 또 다른 색과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카메라를 중고로 떠나보낸 것은 아쉽지만,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던 시간까지 아쉽지는 않다. 그때 찍은 사진들이 지금도 여행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막포를 가져가지 않았던 알프스 여행의 사진을 볼 때면 여전히 조금 아쉽다. 루체른과 쉴트호른·뮈렌·할슈타트의 풍경을 이 카메라로 남겼다면 어떤 사진이 되었을까. 이제는 다시 확인할 수 없는 장면이다. 그래서 오막포로 찍어놓은 수많은 사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의 수많은 멋진 예제사진 가운데 아직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시부야 스크램블의 한 장이다.

넓은 화각, 화려한 도쿄의 밤, 밀려드는 사람들.

그리고 아직까지도 앞모습을 알 수 없는, 검은 상의와 흰 치마의 그 처자.

그 미스터리는 그냥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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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ㅣ 유럽 도시 기행 2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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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2』

1. 개요
• 도서명 : 유럽 도시 기행 2
• 부제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 저자 : 유시민
• 저자소개 : 1959년 경북 경주 출생.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음. 제16·17대 국회의원과 제44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후 정치 활동을 접고 작가와 방송인으로 활동해 왔음
• 출판사 : 생각의길
• 출판년도 : 2022년 7월 9일
• 분량 : 316쪽
• 판형 : 145×210mm
• 작품 성격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네 도시를 직접 여행하며 합스부르크 제국과 중부유럽, 동유럽의 역사와 문화, 예술과 인간의 삶을 함께 읽어 내는 인문기행서

2. 책의 기본 내용
• 공간적 범위 :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체코 프라하, 독일 드레스덴 네 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됨

• 전개의 방식 : 도시의 거리와 광장, 궁전과 성당, 박물관과 미술관을 따라 걸으며 그곳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 예술과 인간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냄

• 빈 :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였던 빈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제국의 흥망, 음악과 미술, 프로이트와 비엔나 커피하우스 문화 등을 함께 살핌

• 부다페스트 : 헝가리의 독립과 민족주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도나우강을 따라 형성된 도시의 역사와 현대 헝가리의 모습을 함께 바라봄

• 프라하 :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 프라하의 봄과 벨벳혁명, 체코의 역사와 문화, 중부유럽 특유의 분위기를 도시 공간과 연결하여 설명함

• 드레스덴 :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다시 복원된 도시의 역사를 통해 전쟁과 파괴, 복원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게 함

• 핵심 흐름 : 네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제국의 흥망과 민족의 독립, 전쟁과 복원이라는 중부유럽의 역사를 도시의 공간과 함께 읽어 냄

3. 책의 특징
• 중부유럽 중심의 시선 : 서유럽보다 오스트리아·헝가리·체코·동독 지역에 집중하여 중부유럽의 역사와 정체성을 조명함

• 제국과 민족의 역사 : 합스부르크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유산, 민족주의와 독립운동, 사회주의 체제와 민주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함

• 도시와 인간의 이야기 : 음악가와 예술가, 정치가와 사상가 등 도시를 만든 인물들의 삶을 함께 소개하여 역사에 생동감을 더함

• 기행과 인문해설의 결합 : 여행 동선을 따라가면서도 관광정보보다 역사와 문화, 정치와 인간에 대한 해석에 더 큰 비중을 둠

• 주유형·부유형 : 기행문(紀行文)을 주유형(主類型)으로 하고 여행기(旅行記)를 부유형(副類型)으로 볼 수 있음. 도시의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해설한다는 점에서는 답사기의 성격도 일부 함께 지님

4. 읽어볼 만한 이유
• 중부유럽의 역사 이해 : 합스부르크 제국에서 냉전과 민주화에 이르는 역사를 네 도시를 통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

• 도시와 역사의 만남 : 거리와 광장, 건축물 하나에도 오랜 역사가 녹아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함

• 여행 이상의 즐거움 : 단순히 어디를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왜 그 도시가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줌

• 저자 특유의 해설 : 역사적 사실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인간과 사회를 함께 생각하게 하는 유시민 특유의 서술이 돋보임

• 여행 전후 모두 유익 :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배경지식이 되고, 다녀온 사람에게는 기억을 다시 정리하게 해 주는 책임

5. 종합 평가
• 평가 : 『유럽 도시 기행 2』는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을 통해 중부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풀어낸 인문기행서임

• 인상 : 화려한 제국의 흔적과 전쟁의 상처, 그리고 민주화를 향한 시민들의 노력을 네 도시의 역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어 중부유럽을 새롭게 바라보게 함

• 판형에 대한 개인적 인상 : 1권과 마찬가지로 145×210mm의 비교적 작은 판형은 휴대성은 좋지만 사진과 도시의 공간을 넉넉하게 감상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음

• 한줄 정리 : 빈에서 드레스덴까지 네 도시를 따라 걸으며 중부유럽의 역사와 문화, 인간의 삶을 함께 읽어 내는 도시 인문기행서임


<유럽 도시 기행 2> 네 도시를 걸으며 중부유럽의 시간을 읽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2』는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네 도시를 직접 걸으며 그곳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 예술과 인간의 삶을 함께 읽어 내는 인문기행서이다. 화려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 빈에서 시작하여 도나우강의 도시 부다페스트, 중부유럽 특유의 정취를 간직한 프라하, 전쟁의 폐허를 딛고 다시 일어선 드레스덴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저자는 도시를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책처럼 풀어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중부유럽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유럽 현대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무대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유산과 민족주의, 사회주의 체제와 민주화, 전쟁과 복원이라는 굵직한 역사적 흐름이 도시의 거리와 건축물, 박물관과 광장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앞서 정리한 여행기록문의 분류에 따르면, 『유럽 도시 기행 2』 역시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하고 여행기를 부유형으로 두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다만 1권과 마찬가지로 종이책의 작은 판형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145×210mm의 크기는 휴대하기에는 편리하지만, 사진과 도시의 공간을 시원하게 감상하기에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다. 정수일의 ‘○○를 가다‘ 시리즈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넉넉한 판형의 인문기행서를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물성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중부유럽 네 도시를 통해 유럽의 역사와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읽어 내는 저자의 시선은 충분히 인상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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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1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ㅣ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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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1』

1. 개요
• 도서명 : 유럽 도시 기행 1
• 부제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 저자 : 유시민
• 저자소개 : 1959년 경북 경주 출생.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음. 제16·17대 국회의원과 제44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후 정치 활동을 접고 작가와 방송인으로 활동해 왔음
• 출판사 : 생각의길
• 출판년도 : 2019년 7월 9일
• 분량 : 324쪽
• 판형 : 145×210mm
• 작품 성격 : 아테네·로마·이스탄불·파리 네 도시를 직접 여행하며 역사와 정치, 종교, 예술, 건축과 도시의 기억을 함께 읽어 내는 인문기행서

2. 책의 기본 내용
• 공간적 범위 : 1권은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네 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됨

• 전개의 방식 : 도시별로 대표적인 거리와 광장, 유적과 박물관, 건축물을 따라가면서 그 공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삶을 함께 풀어냄

• 아테네 : 고대 민주주의와 그리스 문명의 형성,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을 비롯한 고대 유적을 통해 유럽 문명의 출발점을 살핌

• 로마 : 공화정과 제정, 기독교와 교황권, 고대 로마의 유산이 후대 유럽에 남긴 영향을 함께 바라봄

• 이스탄불 : 비잔티움·콘스탄티노폴리스·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꾸며 이어진 도시의 역사를 통해 동서 문명이 만나는 공간의 성격을 살핌

• 파리 : 프랑스혁명과 근대 정치, 도시 개조, 예술과 지식인의 활동을 통해 근대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을 읽어냄

• 핵심 흐름 : 네 도시를 각각 독립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럽 문명이 어떻게 태어나고 팽창하며 근대로 이어졌는지를 도시의 역사와 공간을 통해 연결해 보여줌

3. 책의 특징
• 도시 중심의 역사 읽기 : 국가 단위의 역사를 설명하기보다 도시의 거리와 건축물, 유적과 예술품을 중심으로 역사를 풀어냄

• 역사와 개인 서사의 결합 : 사건 자체뿐 아니라 그 사건을 만든 사람들의 생애와 선택을 함께 다룸

• 기행과 인문해설의 결합 : 여행 동선은 분명하지만 관광 정보보다 역사와 문화, 정치와 인간에 대한 해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함

• 네 도시의 상징성 : 아테네는 고대 문명의 출발점, 로마는 제국과 기독교, 이스탄불은 동서 문명의 교차점, 파리는 근대와 혁명의 도시라는 식으로 각각의 성격이 비교적 뚜렷하게 제시됨

• 주유형·부유형 : 기행문(紀行文)을 주유형(主類型)으로 하고, 여행기(旅行記)를 부유형(副類型)으로 볼 수 있음. 도시의 현장과 유적을 직접 찾아가 해설한다는 점에서는 답사기의 성격도 일부 함께 지님

4. 읽어볼 만한 이유
• 유럽사의 큰 흐름 : 고대 그리스에서 로마와 비잔티움, 근대 프랑스에 이르는 유럽사의 흐름을 네 도시를 통해 압축적으로 볼 수 있음

• 공간과 역사의 연결 : 이미 알고 있던 역사적 사건을 실제 도시 공간과 연결해 이해하게 해줌

• 저자 특유의 시선 : 역사적 사실을 단순하게 나열하기보다 정치와 인간, 사회와 문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함께 따라가게 함

• 여행 전후의 활용 : 해당 도시를 여행하기 전 읽으면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고, 다녀온 뒤 읽으면 이미 본 장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함

• 사진과 공간 해설 : 각 도시의 건축과 공간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어 글만으로 읽는 역사책보다 현장감이 있음

5. 종합 평가
• 평가 : 『유럽 도시 기행 1』은 아테네·로마·이스탄불·파리라는 네 도시를 통해 유럽 문명의 형성과 변화 과정을 읽어 내는 인문기행서임

• 인상 : 도시의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공간에 겹겹이 쌓인 역사와 인간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임

• 판형에 대한 개인적 인상 : 내용과는 별개로 종이책 판형이 145×210mm로 비교적 아담하여, 넉넉한 판형의 인문기행서를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음. 실제로 소장본은 중고로 처분함

• 한줄 정리 : 아테네에서 파리까지 네 도시의 공간과 기억을 따라 걸으며 유럽 문명의 탄생과 변화를 읽어 내는 도시 인문기행서임


<유럽 도시 기행 1> 네 도시를 걸으며 유럽 문명의 시간을 읽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은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네 도시를 직접 걸으며 그곳의 역사와 정치, 종교와 예술을 함께 읽어 내는 인문기행서이다. 아크로폴리스와 포로 로마노, 이스탄불의 역사 공간과 파리의 거리 같은 실제 장소에서 출발하지만, 글은 곧 고대 민주주의와 로마제국, 비잔티움과 오스만, 프랑스혁명과 근대 유럽의 이야기로 넓어진다. 저자는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역사책처럼 읽으며, 거리와 건축물에 남아 있는 시간의 층위를 끌어낸다.

이 책의 장점은 네 도시를 관광지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테네에서는 유럽 문명의 출발을, 로마에서는 제국과 기독교의 유산을, 이스탄불에서는 동서 문명의 교차를, 파리에서는 혁명과 근대의 형성을 살핀다. 그래서 여행의 동선은 분명하지만 중심은 여행 자체보다 그 도시를 통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있다. 앞서 정리한 여행기록문의 분류에 따르면, 기행문을 주유형으로 하고 여행기를 부유형으로 두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다만 내용과 별개로 종이책의 작은 판형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145×210mm라는 크기는 휴대하기에는 좋지만, 사진과 도시의 공간을 넉넉하게 보며 읽는 인문기행서로서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다. 결국 책은 중고로 처분했지만, 아테네에서 파리까지 네 도시를 따라 유럽 문명의 흐름을 읽어 내는 구성과 저자의 시선은 오래 남았다. 특히 정수일의 ‘○○를 가다’ 시리즈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판형 자체가 독서 경험을 넉넉하게 받쳐주는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이 책의 내용과 별개로 물성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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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견문 3 -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ㅣ 유라시아 견문 3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책소개] 이병한 『유라시아 견문 3』

1. 개요
• 도서명 : 유라시아 견문 3
• 부제 :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 저자 : 이병한
• 저자소개 : 1978년 11월 경남 거제도 출생.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여 「중화세계의 재편과 동아시아 냉전: 1945~1991」로 박사학위를 받음. 이후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학교 국제학대학원, UCLA 한국학연구소, 베트남 하노이 사회과학원, 인도 네루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등에서 공부하고 연구했으며, 유라시아 각지를 직접 답사하며 역사와 문명, 국제질서를 함께 연구하고 있다.
• 출판사 : 서해문집
• 출판년도 : 2019년 1월 10일
• 소장본 : 초판 1쇄
• 분량 : 672쪽
• 작품 성격 : 서유럽에서 동유럽, 러시아와 시베리아를 거쳐 동북아시아까지 직접 답사하며 유럽과 러시아, 동아시아를 하나의 유라시아 문명권으로 바라보는 현대 견문록이자 인문기행서

2. 책의 기본 내용
• 공간적 흐름 :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바티칸,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를 거쳐 발칸반도와 동유럽, 러시아, 카자흐스탄, 시베리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하얼빈과 선양, 삿포로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횡단 여정을 담고 있음

• 서유럽의 재해석 : 리스본과 산티아고 순례길, 바티칸, 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셀 등을 돌아보며 대항해시대와 계몽주의, 종교개혁, 유럽연합의 성립과 오늘날 유럽이 직면한 한계를 함께 살핌. 서유럽을 세계사의 중심이라기보다 유라시아 역사의 한 축으로 다시 바라보려는 시각이 드러남

• 발칸과 옛 유고슬라비아 : 사라예보, 베오그라드, 자그레브, 코소보를 차례로 찾아가 유고슬라비아 해체와 발칸전쟁의 상처를 되짚는다. 민족과 종교, 냉전과 국제정치가 복합적으로 얽혀 형성된 오늘날의 발칸을 단순한 분쟁지역이 아니라 유럽 현대사를 이해하는 핵심 공간으로 해석함

• 동유럽의 변화 : 폴란드, 헝가리, 그리스, 우크라이나 등을 통해 사회주의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들이 겪은 민주화와 시장경제, 유럽연합 편입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나타난 새로운 갈등과 정체성 문제를 함께 살핌

• 러시아와 유라시아주의 :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카잔, 바이칼호를 지나며 러시아를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거대한 축으로 바라본다. 혁명과 소비에트, 정교회, 푸틴 시대의 러시아를 함께 다루며 러시아가 다시 유라시아 국가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을 설명함

• 중앙아시아와 극동 :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시베리아 횡단철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하얼빈과 선양, 삿포로까지 이동하며 러시아 극동과 동북아시아가 하나의 생활권이자 문명권으로 이어져 있음을 보여 줌

• 귀착점 : 마지막에는 유라시아의 동쪽 끝에서 다시 동아시아를 바라보며, 서유럽에서 출발한 여정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유라시아 순환 구조로 이어짐을 제시함

3. 책의 특징
• 유럽 중심 역사관의 재검토 : 유럽을 독립된 문명권으로 보지 않고, 오랫동안 아시아와 연결되어 성장한 유라시아의 서쪽 공간으로 바라봄

• 발칸의 비중 : 사라예보와 베오그라드, 자그레브, 코소보 등을 통해 유고슬라비아 해체와 발칸 현대사를 깊이 있게 다루며, 냉전 이후 유럽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로 제시함

• 러시아의 재발견 : 러시아를 단순한 유럽 국가나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유라시아 전체를 연결하는 핵심 축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이 두드러짐

• 현장과 사상의 결합 : 도시와 유적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지역의 역사와 정치, 종교, 국제질서를 함께 설명하며 현장 답사와 인문학적 해설을 결합함

• 시대성을 함께 읽을 필요 : 책이 집필된 당시에는 푸틴과 러시아를 유라시아 질서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이후 국제정세가 크게 변화한 만큼 오늘날에는 당시 시대적 배경을 함께 고려하며 읽을 필요가 있음

• 3부작의 완성 :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다룬 1권, 남아시아와 이슬람 세계를 다룬 2권에 이어, 유럽과 러시아를 유라시아라는 하나의 시야 속으로 통합하면서 3부작의 큰 흐름을 완성함

4. 읽어볼 만한 이유
• 유럽을 새롭게 바라봄 : 서유럽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가 오랫동안 하나의 유라시아 공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이해하게 함

• 발칸 현대사의 이해 : 유고슬라비아 해체와 발칸전쟁을 단순한 민족분쟁으로 설명하지 않고, 제국의 붕괴와 냉전, 국제정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바라보게 함

• 러시아에 대한 입체적 시각 : 러시아를 단순히 서방과 대립하는 국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역사적 공간으로 이해하게 함

•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시야 :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따라가며 유럽과 러시아,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역사와 문명권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음

• 현장감 있는 견문 : 각 도시를 직접 걸으며 만난 사람과 풍경, 역사와 현재를 함께 기록하여 일반적인 세계사 서적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현장성을 전해 줌

5. 종합 평가
• 평가 : 『유라시아 견문 3』은 서유럽과 동유럽, 러시아와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유라시아 문명권으로 연결하여 바라보며 3부작을 완성하는 책이다.

• 인상 : 특히 발칸과 옛 유고슬라비아를 다루는 부분은 유럽 현대사의 상처를 깊이 있게 되짚으며, 러시아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려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 주유형·부유형 : 견문록(見聞錄)을 주유형(主類型)으로 하고 기행문(紀行文)을 부유형(副類型)으로 볼 수 있음. 직접 여러 나라를 답사하며 현장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여행기의 성격도 함께 지님.

• 한줄 정리 :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어지는 길 위에서 유럽과 러시아,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유라시아 문명권으로 다시 읽어 내는 현대 견문록이다.


<유라시아 견문 3> 유럽의 끝에서 다시 동방을 바라보다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3』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출발해 스페인과 프랑스, 바티칸과 네덜란드를 거쳐 발칸반도와 러시아, 시베리아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와 하얼빈, 선양, 삿포로에 이르는 긴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유럽을 독립된 문명권으로 보지 않고, 오랫동안 아시아와 연결되어 발전해 온 유라시아의 서쪽 공간으로 바라보며 3부작의 마지막 여정을 이어 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발칸과 옛 유고슬라비아를 다루는 대목이다. 사라예보와 베오그라드, 자그레브, 코소보를 차례로 찾아가 유고슬라비아 해체와 발칸전쟁의 상처를 되짚으며, 민족과 종교, 제국과 냉전이 만들어 낸 복잡한 현대사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이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카잔과 바이칼호를 지나며 러시아를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바라보고, 유라시아라는 공간을 더욱 넓은 시야에서 이해하도록 이끈다.

『유라시아 견문』 3부작은 동아시아에서 시작해 남아시아와 이슬람 세계를 거쳐 유럽과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 전체를 하나의 역사와 문명권으로 바라보려는 저자의 문제의식을 완성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3권은 서유럽과 동유럽, 발칸과 러시아를 다시 유라시아 속에 위치시키며, 유럽 중심 세계관을 넘어 보다 넓은 시야로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인문 견문록으로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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