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캐논 EOS 5D Mark Ⅳ 완벽가이드 ㅣ 정원그라피아 캐논 EOS 시리즈
임프레스 재팬 지음, 정원그라피아 편집부 옮김 / 정원그라피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독서사진에세이]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와 함께한 오막포 10년
― 오막포를 배우고, 들고 여행하고, 결국 자동모드로 사진 찍기까지
EOS 5D Mark IV의 수많은 기능을 배우게 해 준 책이자, 오막포와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수많은 사진을 남긴 내 DSLR 시대의 한 기록. 정작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자동모드였지만 말이다. ㅠㅠ
들어가며 ― 카메라는 떠났지만 책은 남았다
10년 전인 2016년, EOS 5D Mark IV가 출시되었을 때 이 카메라를 구입했다. 당시에는 캐논을 대표하는 최신 풀프레임 DSLR이었고, 제대로 한번 써보고 싶은 마음에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오막포의 여러 기능과 촬영방법을 익혔고, 이후 카메라를 들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수많은 사진을 남겼다.
그러나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카메라의 시대도 바뀌었다. DSLR이 카메라 시장의 중심이던 시절은 저물고 어느새 미러리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나 역시 2026년 3월, 오랫동안 함께했던 EOS 5D Mark IV를 중고로 처분했다. 한때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입했던 카메라를 아쉬운 가격에 떠나보내야 했던 것도 섭섭했지만, 무엇보다 수많은 여행을 함께했던 카메라를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카메라는 내 곁을 떠났지만, 그 카메라를 배우기 위해 읽었던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는 아직 남아 있다. 오막포와 함께했던 거의 10년의 시간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쳐본다.
1. EOS 5D Mark IV를 위한 전문 활용서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는 2016년 출시된 캐논의 풀프레임 DSLR EOS 5D Mark IV의 기능과 활용법을 집중적으로 다룬 기종별 전문 가이드북이다. 단순한 제품 사용설명서라기보다 카메라의 주요 기능과 설정 방법, 피사체별 촬영법, 렌즈의 특성과 실제 촬영 결과까지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실전 활용서에 가깝다.
EOS 5D Mark IV는 약 3,040만 화소의 풀프레임 CMOS 센서를 탑재하고 듀얼 픽셀 CMOS AF, 터치 패널, DPRAW 등 당시 캐논의 새로운 기술을 담은 카메라였다. 이 책은 이러한 기능을 설명하는 한편 EOS 5D Mark II·Mark III·Mark IV를 비교하여 5D 시리즈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도 보여준다.
나는 EOS 5D Mark IV가 출시된 해에 이 카메라를 구입했다. 따라서 이 책은 관심 있는 카메라를 구경하기 위해 읽은 책이 아니라, 실제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기능을 제대로 알고 활용하기 위해 읽은 책이었다.
2.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기능을 가진 카메라
책을 펼쳐보면 EOS 5D Mark IV라는 카메라 한 대 안에 얼마나 많은 기능이 들어 있는지 새삼 알게 된다. AF 영역과 초점 방식, 측광, 노출 보정, ISO 감도, 셔터속도와 조리개, 화이트밸런스, 픽처스타일, 연속촬영, 사용자 설정 등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조절할 수 있는 요소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
특히 단순히 메뉴의 기능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촬영 상황에서 어떤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예제사진과 함께 설명한다는 점이 좋다. 카메라 사용설명서만 읽어서는 쉽게 와닿지 않는 기능도 실제 결과물과 함께 보면 그 기능이 사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결 이해하기 쉽다.
풍경·인물·야경·철도 등 피사체와 상황에 따라 카메라를 어떻게 설정하고 운용할 것인지 보여주는 구성도 실용적이다. EOS 5D Mark IV의 기능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능력을 갖춘 기계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책이었다.
3. 나무에서 바닷속까지, 사진으로 보여주는 촬영법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풍부한 예제사진이다. 나무와 꽃 같은 일상의 피사체에서부터 기차, 바다와 바닷속 풍경, 산, 도시와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면을 실제 사진으로 보여준다.
같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도 렌즈와 촬영방법, 피사체와 빛의 조건에 따라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 설명만 읽는 것보다 사진을 먼저 보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를 따라가다 보면 카메라와 렌즈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렌즈 소개 역시 초점거리와 밝기, 무게 같은 제원만 나열하지 않는다. EOS 5D Mark IV와 함께 사용할 만한 여러 EF렌즈를 실제 촬영사진과 연결해 보여주면서 이 렌즈를 사용하면 어떤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광각과 표준, 망원렌즈가 각각 어떤 장면에서 힘을 발휘하는지, 같은 피사체라도 화각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렌즈 선택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4. 유독 기억에 남은 시부야 스크램블 사진
수많은 예제사진 가운데 유독 내 눈에 오래 남은 한 장이 있다. EF 16-35mm F2.8L III USM을 소개하면서 실린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의 사진이다.
수많은 사람이 횡단보도를 오가고 그 뒤로 빌딩과 대형 전광판, 네온사인이 가득 들어찬 장면이다. 넓은 화각 안에 사람과 거리, 건물과 빛을 한꺼번에 담아내어 초광각렌즈의 특성과 시부야라는 도시 공간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나는 훗날 2025년 크리스마스에 실제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찾았다. 책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소에 직접 서보니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횡단보도 한가운데 잠시 서 있기도 쉽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여유 있게 구도를 잡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 보였다. 직접 가본 뒤 다시 이 사진을 보니 당시 사진가가 저 장면을 잡아낸 것 자체도 새롭게 느껴졌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이 사진을 오래 기억하는 데에는 사진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 가운데를 걸어가는 두 젊은 여성 가운데 검은 상의에 짧은 흰 치마를 입고 가방을 들고 가는 한 사람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고 뒷모습만 남아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사진을 다시 볼 때면 지금도 가끔 같은 생각이 든다.
‘앞모습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별것 아닌 궁금증이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그 여성의 앞모습은 지금까지도 이 책 속에 남아 있는 나만의 작은 미스터리다.
옆에 함께 걷고 있던 분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그분까지 궁금하지는 않았다. ㅋㅋ
5. 책에서 배운 기능을 들고 여행을 떠나다
이 책에서 EOS 5D Mark IV의 여러 기능과 촬영방법을 익힌 뒤 오막포는 오랫동안 내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다.
캐나다에서는 밴쿠버 스탠리파크의 바다와 숲, 빅토리아 부차트 가든의 아름다운 정원을 렌즈에 담았다. 캐나다 로키에서는 레이크 루이스·모레인 레이크·스피릿 아일랜드·휘슬러스 피크의 웅장한 산과 호수를 오막포에 담았고, 옐로나이프에서는 그토록 기대했던 오로라를 만났다. 아쉽게도 하늘 전체를 뒤덮는 오로라의 장관까지는 만나지 못했고, 맛보기 정도의 오로라만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롬바드 스트리트를 렌즈에 담았다. 영화 『더 록』의 숨 가쁜 자동차 추격전이 펼쳐졌던 러시안힐 일대를 걷다 보니 영화 속 샌프란시스코의 장면들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새크라멘토에서는 골드러시 시대 광산지역의 보급과 교역 중심지이자, 훗날 대륙횡단철도의 서부 출발점이 된 미국 서부개척사의 흔적도 만날 수 있었다.
이어 찾은 요세미티에서는 거대한 화강암 절벽과 계곡을 오막포에 담았다. ‘요세미티’라는 이름에는 이곳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의 역사도 숨어 있다. 계곡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을 ‘아와니’라 불렀지만, 오늘날의 이름은 주변 미워크족이 그들을 가리키던 말에서 유래했다. 아름다운 풍경 뒤에 오래전부터 이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까지 겹쳐 있는 곳이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삿포로·노보리베츠를 거쳐 오타루의 겨울 풍경도 렌즈에 담았다. 특히 오타루는 내가 각별히 좋아하는 영화 『러브레터』의 도시다. 눈 덮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첫사랑과 지나간 시간을 불러내던 영화의 정서와, 설원을 향해 외치던 그 유명한 한마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오겡키 데스카.”
영화로 오래 마음에 품었던 오타루를 실제로 찾아와 오막포로 사진에 남긴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각별한 경험이었다.
괌에도 이 카메라를 들고 갔고, 중국 장가계에서는 영화 『아바타』의 판도라를 떠올리게 하는 기암절벽과 수많은 봉우리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런데 지금도 유난히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 하나 있다. 2024년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알프스 여행이다. 그때는 오막포를 가져가지 않았다.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고, 나이도 들면서 무거운 장비를 하루 종일 메고 다니는 것이 기동에 방해가 되었다. 어깨도 아팠다. 결국 이번만큼은 가볍게 다녀보자며 오막포를 집에 두고 떠났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금세 후회가 밀려왔다. 루체른과 잘츠부르크·인스브루크를 지나 스위스 알프스의 쉴트호른과 뮈렌, 그리고 할슈타트의 풍경을 바라볼 때마다 ‘오막포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나보다 훨씬 연세가 들어 보이는 여행객이 DSLR처럼 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모습까지 보았다. 미러리스였을 수도 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겁다는 이유로 오막포를 두고 온 것이 더욱 아쉬웠다.
물론 그 여행에서도 사진은 많이 남겼다. 그러나 훗날 아이패드의 큰 화면으로 사진을 다시 볼 때면 그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루체른의 호수와 알프스, 뮈렌과 쉴트호른의 설산, 할슈타트의 호수와 마을을 오막포의 색감과 깊이로 남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무거워서 가져가지 않았던 단 한 번의 선택이 오히려 EOS 5D Mark IV로 찍은 사진이 내게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를 뒤늦게 깨닫게 해 주었다.
그렇게 여러 나라의 도시와 웅장한 자연을 여행하면서 EOS 5D Mark IV는 오랫동안 내 여행의 든든한 기록자가 되어주었다.
웅장한 자연풍경에서 도시의 거리와 사람들, 가족과 함께한 여행의 순간까지 수많은 장면을 EOS 5D Mark IV로 남겼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전문 사진가처럼 사진을 찍게 된 것은 아니지만, 카메라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고 상황에 따라 무엇을 조절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필요할 때는 책에서 익힌 기능과 설정을 활용했고, 그렇게 오막포로 많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는 찍어온 사진을 아이패드에 저장하고 여행 날짜와 지역별로 앨범을 만들어 정리해 두고 있다. 오래된 여행부터 최근 여행까지 나중에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고, 일정이 긴 여행은 다시 날짜와 여행일차별로 구분하여 정리한다. 사진이 수천 장씩 쌓이다 보면 이렇게 정리하지 않고서는 나중에 언제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다시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가끔 아이패드의 큰 화면으로 오래전 여행사진을 다시 넘겨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많은 사진을 찍지만, 내 눈에는 EOS 5D Mark IV로 찍은 사진이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색감이 더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풍경의 깊이나 그때의 분위기에서도 스마트폰 사진과는 다른 맛이 있다.
특히 로키의 산과 호수, 요세미티의 거대한 자연, 오타루와 홋카이도의 겨울 풍경 같은 사진을 큰 화면으로 다시 볼 때면 무거운 DSLR과 렌즈를 들고 여행지를 돌아다녔던 수고가 결코 아깝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2024년 알프스 여행사진을 볼 때면 오막포를 두고 간 아쉬움이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내게 여행사진은 찍는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와 날짜와 장소별로 정리하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꺼내보면서 그 여행을 되살리는 것까지가 하나의 과정이다. EOS 5D Mark IV는 그 과정에서 거의 10년 동안 수많은 장면을 남겨주었다.
6. 그런데 읽을수록 생긴 가장 큰 의문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감탄만은 아니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거 엄청 복잡하구먼. 이걸 다 알고 어떻게 사진을 찍나?”
조리개 하나만 알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셔터속도와 ISO, 측광방식, AF 방식과 초점 영역, 화이트밸런스, 노출 보정에 피사체의 움직임과 빛의 상태까지 생각해야 했다. 각각의 기능을 하나씩 읽을 때는 이해가 되는데, 이것을 실제 촬영 현장에서 동시에 판단하고 자유자재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특히 여행에서는 사진만 찍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다. 걷다가 좋은 풍경이 나타나고 사람이 움직이고 빛이 변한다. 그 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카메라 설정을 하나씩 따지고 있는 사이 찍고 싶었던 장면이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그렇게 많은 기능을 공부했음에도 실제로 EOS 5D Mark IV를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이용한 것은 결국 자동모드였다.
참으로 허탈한 결론이다. ㅠㅠㅠ
그렇다고 이 책을 읽은 것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자동모드로 찍더라도 카메라가 무엇을 판단하고 있는지 알고 맡기는 것과 아무것도 모른 채 셔터만 누르는 것은 다르다. 특정 상황에서는 책에서 배운 기능을 직접 꺼내 사용할 수도 있었다.
결국 나에게 이 책은 모든 기능을 항상 직접 조작하기 위해 읽은 책이라기보다, 내가 가진 카메라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게 해 준 책이었다.
오막포의 기능은 책으로 배웠다.
그리고 여행에서는 상당 부분 오막포에게 맡겼다. ㅋㅋ
7. 거의 10년을 함께한 오막포와의 이별
2016년 출시 당시 구입한 EOS 5D Mark IV는 그렇게 거의 10년 동안 나와 함께했다.
그동안 카메라 시장은 크게 변했다. DSLR이 카메라의 중심이던 시대가 저물고 미러리스가 빠르게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때 캐논을 대표했던 풀프레임 DSLR인 EOS 5D Mark IV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2026년 3월 오막포를 중고로 처분했다.
구입할 당시에는 상당한 금액을 주고 산 최신 카메라였지만 DSLR의 시대가 지나가면서 중고 가격도 많이 떨어져 아쉬운 가격에 떠나보내야 했다. 기계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거의 10년 동안 여러 나라를 함께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진을 남긴 카메라였던 만큼 섭섭한 마음까지 없을 수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2024년 알프스 여행에서 오막포를 집에 두고 떠났던 일은 어쩌면 그 이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지도 모른다. 좋은 사진을 얻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를 온종일 들고 다니는 일이 예전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DSLR이 가진 장점만큼이나 그 무게와 크기도 점점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더구나 아이패드에 연도와 여행별로 정리해 둔 사진들을 넘겨보다 보면 그 카메라가 어디를 함께 다녔는지가 고스란히 보인다. 한 대의 카메라는 떠났지만 그 카메라가 바라보았던 풍경은 수많은 사진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도 남았다.
처음에는 새로 산 카메라의 기능을 배우기 위해 펼쳤던 책이었지만, 이제는 오막포를 처음 손에 넣었던 때와 그 카메라를 들고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던 시간, 그리고 DSLR의 시대가 저물면서 결국 카메라를 떠나보낸 순간까지 함께 떠올리게 하는 책이 되었다.
8. 종합 평가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는 EOS 5D Mark IV라는 한 기종의 성능과 기능을 깊이 이해하고 실제 촬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충실한 전문 가이드이다. 기능 설명과 실제 촬영사진을 연결하고, 다양한 피사체와 렌즈의 특성을 풍부한 예제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 특히 좋다.
나에게도 실제로 도움이 된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오막포의 여러 기능을 알게 되었고, 필요할 때는 배운 기능을 활용하면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많은 사진을 남겼다.
물론 책을 다 읽고도 결국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자동모드였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이 책을 읽고 카메라를 오랫동안 사용해 본 사람으로서 내릴 수 있는 솔직한 결론이다. 전문적인 기능을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서 책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카메라 한 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다룬다는 것이 생각보다 깊고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아이패드에서 오막포로 찍은 여행사진을 꺼내보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는 또 다른 색과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카메라를 중고로 떠나보낸 것은 아쉽지만,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던 시간까지 아쉽지는 않다. 그때 찍은 사진들이 지금도 여행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막포를 가져가지 않았던 알프스 여행의 사진을 볼 때면 여전히 조금 아쉽다. 루체른과 쉴트호른·뮈렌·할슈타트의 풍경을 이 카메라로 남겼다면 어떤 사진이 되었을까. 이제는 다시 확인할 수 없는 장면이다. 그래서 오막포로 찍어놓은 수많은 사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의 수많은 멋진 예제사진 가운데 아직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시부야 스크램블의 한 장이다.
넓은 화각, 화려한 도쿄의 밤, 밀려드는 사람들.
그리고 아직까지도 앞모습을 알 수 없는, 검은 상의와 흰 치마의 그 처자.
그 미스터리는 그냥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