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 정원그라피아 캐논 EOS 시리즈
임프레스 재팬 지음, 정원그라피아 편집부 옮김 / 정원그라피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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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사진에세이]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와 함께한 R6 Mark II 1년 반
― 미러리스로 넘어와 세계를 돌고, 결국 또 자동모드로 사진 찍기까지


EOS 5D Mark IV 이후 내 사진생활의 중심을 미러리스로 옮겨준 카메라. 약 1년 반 동안 중국과 일본, 튀르키예를 함께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진을 남겼다. 책에서 배워야 할 기능은 더 많아졌다. 하지만 카메라도 그만큼 훨씬 똑똑해졌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다 할 필요가 있나. 여행 현장에서는 똑똑해진 카메라를 믿고 자동모드에 맡겼다. 결국 이번에도 자동이었다. ㅎㅎ


들어가며 ― 카메라를 목에 걸고 현장으로

내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사진 한 장이 있다.

내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이제는 작고하신 정수일 교수님께서 캐논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답사하고 계신 모습이다. 그 사진은 오래전부터 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

노구에도 직접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찾아다니시며 문명의 흔적을 확인하시고, 그곳에서 직접 보고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문명을 읽고 해부해 나가셨다.

내가 정수일 교수님처럼 문명이론을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직접 현장을 걷고, 내 눈으로 보고, 카메라에 남긴 뒤 돌아와 다시 그 기록을 들여다보는 그분의 답사 방식에는 내가 오래도록 닮고 싶었던 태도였다.

그래서 내게 카메라는 단순히 예쁜 사진을 찍는 기계만은 아니다.

내가 그곳에 있었고, 직접 보았다는 것을 남기는 답사의 기록도구다.

아마 그래서 여행을 떠날 때마다 카메라를 챙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카메라가 무겁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들고 나선다. 그렇게 찍힌 사진들은 여행이 끝난 뒤 다시 그 장소와 사람, 역사와 문명을 불러내는 기록이 된다.

2024년 6월 1일, 그런 내 여행의 새로운 기록도구로 EOS R6 Mark II를 구입했다.

당시 구형 카메라를 반납하면 새 카메라를 할인해 주는 행사가 있었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EOS 60D를 반납했다. 60D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내 카메라 역사를 처음부터 되짚을 때 다시 하기로 한다. 여기서는 그렇게 오래된 DSLR 한 대를 떠나보내고 Canon RF24-105mm F4 L IS USM과 함께 EOS R6 Mark II를 손에 넣었다는 것만 기록해 둔다.

EOS 5D Mark IV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지만, 무거운 DSLR과 렌즈를 들고 여행하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카메라 시장 역시 이미 미러리스 중심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R6 Mark II의 구입은 내게도 미러리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새 카메라가 생기면 나는 또 책을 찾는다.

이번에 고른 책은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였다.


1. 두 대의 미러리스를 함께 다루는 완벽가이드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는 EOS R6 Mark II와 EOS R8의 주요 기능과 활용법을 다루는 책이다. 기본 조작에서부터 AF와 피사체 검출·추적, 셔터 방식과 연사, 화질 설정, 뷰파인더와 모니터, 버튼과 다이얼의 사용자 설정 등 미러리스 카메라의 다양한 기능을 폭넓게 설명한다.

이 책 역시 오막포 때 읽었던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사용설명서가 아니다. 여러 촬영 상황을 실제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어떤 기능과 설정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새 카메라를 샀으니 이번에도 책을 잘 읽고 기능을 익혀 제대로 활용해 보겠다는 마음이었다.

마음은 늘 그렇다.


2. 오막포 완벽가이드와는 달라진 미러리스의 세계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를 읽다 보면 전에 읽었던 『캐논 EOS 5D Mark IV 완벽가이드』와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두 책 모두 카메라의 기능과 실제 촬영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아마추어 사용자인 내가 받아들인 느낌은 조금 달랐다.

EOS 5D Mark IV는 광학식 뷰파인더와 전용 AF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DSLR이었다. AF 포인트를 어디에 둘 것인지, 측광과 노출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등 사진가가 카메라를 직접 다루는 감각이 강했다.

반면 EOS R6 Mark II로 넘어오자 카메라가 스스로 해주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사람이나 동물을 알아보고, 눈을 찾아 초점을 맞추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가는 기능도 훨씬 발전했다. 카메라가 장면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 자체가 오막포 시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똑똑해진 것이다.

그래서 두 책을 읽는 느낌도 달랐다.

오막포의 완벽가이드에서는

‘내가 카메라를 어떻게 조작할 것인가.’

를 배우는 느낌이 강했다면,

R6 Mark II의 완벽가이드에서는

‘이 똑똑해진 카메라가 어디까지 해줄 수 있고, 나는 무엇을 정해주면 되는가.’

를 배우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알아야 할 것은 오히려 많아졌다.

AF 영역이 어떻고, 피사체 검출이 어떻고, 트래킹이 어떻고, 전자셔터가 어떻고, 고속 연사가 어떻고….

책을 읽을 때는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인다.

“아하, 이런 기능도 있구먼.”

문제는 여행 현장이다.


3. 카메라는 더 똑똑해졌다. 그러니 이번에도 자동이다

오막포 완벽가이드를 읽을 때 나는 생각했다.

“아, 이거 엄청 복잡하구먼. 이걸 다 알고 어떻게 사진을 찍나?”

그때 자동모드는 어느 정도 ‘에라이, 모르겠다’에 가까웠다.

그런데 R6 Mark II는 조금 다르다.

책에서 배워야 할 기능은 더 많아졌지만, 카메라 자체도 그만큼 훨씬 똑똑해졌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다 할 필요가 있나.

여행은 사진만 찍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고, 눈앞의 사람들은 계속 움직이며, 빛도 변한다. 함께 간 사람들을 세워놓고 카메라 메뉴를 들여다볼 수도 없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중요한 장면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히려 마음 편하게 카메라를 믿었다.

자동모드.

오막포 때의 자동이

“에라이, 니가 알아서 해라.”

였다면,

R6 Mark II의 자동은

“니가 나보다 똑똑하니 니가 해라.”

에 조금 더 가까웠다. ㅎㅎ

두 완벽가이드에는 공통된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다.

책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문제는 독자가 나였다는 것이다.

열심히 읽고, 열심히 감탄한다.

그리고 여행 현장에서는 자동으로 찍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그리 미안하지도 않다. 카메라가 그만큼 똑똑해졌으니 말이다. ㅎㅎ


4. 또 하나의 치명적인 약점 ― 렌즈를 사고 싶게 만든다

두 완벽가이드에는 또 하나의 위험한 점이 있다.

책 뒤쪽의 렌즈 소개다.

이 렌즈들의 가격은 어마무시하다.. 무서울정도다. 그런데,,

여러 렌즈의 특징과 그 렌즈로 찍은 실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이 렌즈로 찍으니 이런 사진이 나오는구먼.”

“이것도 하나 있으면 좋겄는디….”

렌즈 하나를 보고 있으면 또 다른 렌즈가 눈에 들어온다.

완벽가이드의 잘못은 아니다.

좋은 렌즈를 제대로 소개했을 뿐이다.

문제는 또 독자다. ㅎㅎ

그러나 실제 여행은 책 속 렌즈 소개와는 조금 다르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도 바쁜데 여러 렌즈를 가지고 다니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좋은 장면이 나타날 때마다 가방을 열어 렌즈를 갈아 끼우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내 여행사진의 대부분은 결국 Canon RF24-105mm F4 L IS USM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24mm 광각에서 105mm 준망원까지 한 렌즈로 사용할 수 있으니 풍경과 도시, 사람과 역사유적을 계속 오가며 찍는 내 여행에서는 활용도가 가장 높았다.

사실상 내 여행의 주력렌즈다.

밤에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조금 더 넓은 화각이 필요할 때는 Canon RF15-35mm F2.8 L IS USM을 사용했다.

특히 야간에는 F2.8의 밝은 조리개가 좋다. 어두운 거리에서 F4보다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 셔터속도를 확보하거나 ISO를 지나치게 올리지 않는 데 유리하다. 넓은 화각까지 더해지니 밤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찍기에 좋았다.

Canon RF70-200mm F4 L IS USM도 가지고 있다.

망원 영역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분명 좋은 렌즈지만 실제 여행에서는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았다.

무게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RF24-105mm F4 L IS USM보다 가볍다.

문제는 활용도였다.

도시와 자연, 역사유적을 계속 이동하며 찍는 내 여행에서는 24mm부터 105mm까지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RF24-105mm F4 L IS USM이 훨씬 활용도가 높았다. 70mm 이상의 망원이 꼭 필요한 장면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고, 그 몇 장을 위해 여행 중 렌즈를 바꿔 끼우는 일도 번거로웠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세 렌즈 가운데 RF70-200mm F4 L IS USM은 가장 사용 빈도가 낮았다.

책은 수많은 렌즈를 보여준다.

그러나 여행이 내게 가르쳐준 답은 점점 단순해졌다.

기능은 많지만 똑똑한 카메라를 믿고 자동모드. ㅎㅎ
렌즈는 세 개지만 대부분 RF24-105mm F4 L IS USM.


5. 짧았지만 진하게 함께한 1년 반

EOS R6 Mark II와 함께한 시간은 오막포에 비하면 길지 않았다.

2024년 6월에 구입했고,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에 들고 나간 것은 같은 해 9월 중국 귀주 여행부터였다.

하지만 그 뒤 약 1년 반 동안 정말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가. 2024년 9월 중국 귀주 ― R6 Mark II 여행의 시작

R6 Mark II를 처음 본격적으로 들고 나간 해외여행은 중국 귀주였다.

만봉림에서는 밥공기를 수없이 엎어놓은 것처럼 둥글둥글한 봉우리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름 그대로 수많은 봉우리가 숲을 이룬 듯한 풍경이었다.

마령하 대협곡에서는 깊게 패인 협곡과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폭포들이 이어지는 장관을 만났고, 묘족성시에서는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묘족 여성들의 공연도 카메라에 담았다.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황과수폭포도 만났다.

그리고 직금동.

지금까지 내가 들어가 본 동굴 가운데 최고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규모와 풍경이 압도적이었다.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운 종유석과 석순, 기기묘묘한 지하의 풍경을 바라보며 R6 Mark II의 셔터를 계속 눌렀다.

R6 Mark II는 그렇게 귀주에서 본격적인 내 여행카메라가 되었다.


나. 2024년 10월 일본 규슈

한 달 뒤에는 일본 규슈로 향했다.

구마모토를 지나 아소산의 거대한 화산지형을 바라보았고, 유후인의 한적한 풍경을 걷고, 벳푸에서는 지옥온천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귀주의 거대한 자연과는 또 다른 일본의 화산과 온천 풍경이었다.


다. 2025년 1월 나고야와 시라카와고

2025년 1월에는 나고야를 거쳐 시라카와고를 찾았다.

눈 덮인 합장촌과 갓쇼즈쿠리 가옥은 오래 보고 싶었던 풍경이었다.

하얀 눈 속에 자리 잡은 전통가옥들을 바라보고, 실제 생활공간과 가옥의 구조를 살펴보며 사진을 남겼다.

눈과 오래된 집이 만들어낸 시라카와고의 겨울 풍경은 R6 Mark II와 함께한 여행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다.


라. 2025년 12월 중국 윈난 ― 대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

2025년 12월에는 중국 윈난성으로 향했다.

차마고도를 걸으며 오래전 말과 사람, 차와 물자가 오가던 길을 따라갔고, 호도협에서는 거대한 협곡 사이를 거칠게 흘러가는 물줄기와 깎아지른 산세 앞에 섰다.

리장에서는 만년설을 머리에 인 옥룡설산의 장엄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상여강〉 공연을 보았다.

화려한 공연이었지만 내게 오래 남은 것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었다.

소수민족의 전통의상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 속에는 높은 산과 깊은 협곡, 척박한 고원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함께 담겨 있었다.

차마고도를 오가던 마방의 고단한 삶과, 거대한 자연에 순응하는 듯하면서도 그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때로는 극복하며 자신들의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강인함이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눈앞의 옥룡설산이 대자연의 위엄을 보여주었다면, 〈인상여강〉은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연에 맞서기만 한 것도, 그저 자연에 자신을 내맡긴 것도 아니었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그 안에 삶의 방식을 만들고, 어려운 환경에는 적응하며, 필요한 순간에는 그것을 극복해온 사람들.

그래서 그날 R6 Mark II에 담긴 것은 설산의 아름다움만이 아니었다.

그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사람들의 고단함과 강인함도 함께 남았다.

이후 리장고성의 오래된 골목을 걷고, 더 높은 고원의 샹그릴라를 지나 쿤밍의 석림까지 이어갔다.

윈난 여행은 차마고도와 협곡, 설산과 고성, 소수민족의 삶이 한데 이어진 여행이었다.


마. 2025년 12월 도쿄와 후지산

같은 달에는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도쿄의 도시풍경을 찍고, 왕인박사와 사이고다카모리의 흔적과 관련된 장소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후지산을 찾아 나섰다. 후지노미야의 시라이토 폭포도 찾았고, 하루종일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는 후지산의 하얀이마를 마주했다.

그리고 이 시라이토 폭포는 훗날 R6 Mark II를 떠나보낸 뒤 다시 펼쳐본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에서 뜻밖에 다시 만나게 된다.


바. 2026년 2월 튀르키예 ― R6 Mark II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

R6 Mark II와 함께한 마지막 해외여행은 2026년 2월 튀르키예였다.

카파도키아의 괴레메에서는 기암괴석 사이로 이어지는 독특한 풍경을 담았고, 파샤바에서는 마치 스머프들이 살 것 같은 버섯 모양의 요정 굴뚝들을 만났다.

콘야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시 「여인숙」을 쓴 수피 시인 루미가 잠들어 있는 메블라나를 찾았다.

오래전 글로 만나왔던 한 사람을 직접 찾아간 순간이었다.

안탈리아에서는 푸른 지중해를 바라보았고, 파묵칼레에서는 하얀 석회붕이 계단처럼 이어지는 풍경을 걸었다. 그 위에 남아 있는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의 흔적을 지나고, 에페수스에서는 거대한 고대도시의 폐허 속을 걸으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마지막 이스탄불에서는 다시 풍경의 성격이 바뀌었다.

보스포러스 해협 유람선에 올라 유럽과 아시아 사이를 흘러가며, 그 옛날 골든혼에 울려퍼지던 오스만 투르크군의 피리소리와 대포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톱카프궁전과 아야소피아, 돌마바흐체궁전을 찾아 오스만제국의 영광을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

피에르 로티 언덕에서는 골든혼을 내려다보았고, 이스탄불의 박물관들을 돌아보며 오랜 제국과 문명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괴레메의 바위산에서 지중해의 푸른 바다로, 다시 그리스·로마의 고대도시를 지나 보스포러스 해협까지.

R6 Mark II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은 참으로 많은 풍경을 보여주었다.

2024년 9월 귀주에서 시작된 이 카메라와의 해외여행은 그렇게 2026년 2월 이스탄불에서 막을 내렸다.

오막포가 거의 10년에 걸쳐 천천히 쌓아 올린 여행의 기록이었다면, R6 Mark II는 약 1년 반 동안 숨 가쁘게 몰아친 여행의 기록에 가까웠다.

시간은 짧았지만 남긴 사진과 기억은 결코 적지 않았다.


6. 카메라를 떠나보낸 뒤 책에서 다시 만난 시라이토 폭포

R6 Mark II를 떠나보낸 뒤 아쉬운 마음으로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를 다시 펼쳐보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가 낯익은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후지노미야의 시라이토 폭포였다.

“어? 여기 내가 갔던 데잖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몰랐다.

그때는 새로운 카메라의 AF가 어떻고, 셔터가 어떻고, 설정이 어떻고 하는 기능을 익히느라 책 속의 수많은 예제사진 가운데 하나로 그냥 지나쳤던 모양이다.

그런데 2025년 12월에는 내가 실제로 그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 손에는 바로 R6 Mark II가 있었다.

폭포 앞에서 나 역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를 떠나보낸 뒤 책을 다시 펼쳐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그 사진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오막포 완벽가이드에서는 시부야 스크램블의 사진을 책에서 먼저 보고 훗날 내가 직접 그곳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R6 Mark II를 들고 시라이토 폭포를 직접 다녀온 뒤, 카메라까지 떠나보내고 나서야 책 속에서 그 장소를 다시 발견했다.

카메라는 이미 내 곁을 떠났는데, 책 속에는 그 카메라와 함께 다녀온 여행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처음 읽을 때는 기능을 배우는 책이었다.

다시 펼쳐보니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 되어 있었다.


7. 좋은 카메라였지만 끝까지 마음에 걸렸던 2,420만 화소

EOS R6 Mark II에 큰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약 1년 반 동안 여러 여행을 함께하면서 상당히 만족스럽게 사용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는 것이 하나 있었다.

화소수였다.

R6 Mark II는 약 2,420만 화소의 풀프레임 센서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사진 촬영에 부족한 화소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내게는 조금 아쉬웠다.

왜냐하면 그전에 거의 10년을 사용한 EOS 5D Mark IV가 이미 약 3,040만 화소였기 때문이다.

더 오래된 DSLR보다 훨씬 새로운 미러리스인데도 숫자만 놓고 보면 오히려 화소가 줄어 있었다.

물론 화소수가 사진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은 나도 안다.

R6 Mark II는 AF와 연사, 손떨림 보정과 여러 편의기능을 포함하면 오막포보다 훨씬 발전한 카메라였다.

그런데 다음 카메라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나는 카메라를 2~3년 쓰고 계속 바꾸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막포처럼 앞으로 또 10년을 바라보고 오래 사용할 카메라를 생각하니 2,420만 화소라는 숫자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아이패드의 큰 화면으로 여행사진을 다시 보고, 때로는 사진의 일부를 잘라 쓰기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조금 더 여유 있는 해상도를 가지고 싶었다.

결국 R6 Mark II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했을 때 남아 있던 작은 아쉬움 하나.

그것이 화소였다.


8. 2026년 3월, R6 Mark III의 시대로

2026년 2월 튀르키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3월, R6 Mark II를 떠나보냈다.

1년 반 동안 수많은 여행을 함께한 카메라였으니 이것 역시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오막포를 처분할 때에도 그랬지만, 카메라는 단순한 전자제품만은 아닌 모양이다.

여행지에서 내가 보았던 풍경을 함께 바라보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겨준 물건이니 떠나보낼 때마다 조금씩 마음이 남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소수에 대한 아쉬움을 더 이상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EOS R6 Mark III로 넘어갔다.

이번 카메라는 가능하면 오래 함께하고 싶다.

오막포처럼 10년을 바라보고, 더 욕심을 내자면 내 사진생활의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은 카메라다.

R6 Mark III를 손에 넣은 뒤에는 곧바로 새로운 여행도 시작되었다.

2026년 5월과 7월, 두 차례 일본 북알프스를 찾았다.

5월에는 가나자와에서 윤봉길 의사님의 순국기념비와 암장지를 찾아 소주한잔에 절을 올렸고,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와 구로베협곡을 돌아보았다.

7월에는 다시 북알프스로 향해 가미코치를 걸었고 노리쿠라다케에도 올랐다.

R6 Mark II가 튀르키예에서 자신의 마지막 여행을 마쳤다면, R6 Mark III는 그렇게 일본 북알프스에서 새로운 여행의 기록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아직 『EOS R6 Mark III 완벽가이드』가 나오지 않았다.

카메라는 이미 내 손에 들어왔는데 공부할 교과서가 아직 없는 셈이다.

언젠가 그 책이 나오면 아마 또 사서 읽을 것이다.

AF가 어떻고, 셔터가 어떻고, 새로운 기능이 어떻고….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한번 써보겠다고 또 열심히 읽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 현장에 나가면?

아마 또 자동모드일 것이다.

ㅎㅎ


9. 종합 평가

『캐논 EOS R6 Mark II/R8 완벽가이드』는 DSLR에서 미러리스로 넘어온 내게 꽤 유용한 책이었다.

새로운 AF와 피사체 검출·추적, 셔터와 연사, 화질 설정, 사용자 설정, 상황별 촬영법과 다양한 RF 렌즈까지 미러리스 시대에 새롭게 알아야 할 것들을 실제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오막포의 완벽가이드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책을 통해 R6 Mark II가 어떤 카메라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만 내게 이 책의 진짜 의미는 기능 설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2024년 9월 중국 귀주의 만봉림과 마령하 대협곡, 황과수폭포와 직금동에서 시작해 일본 규슈의 아소산과 벳푸, 눈 덮인 시라카와고, 윈난의 차마고도와 호도협·옥룡설산·〈인상여강〉·샹그릴라, 후지산과 시라이토 폭포를 지나 2026년 2월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와 지중해, 고대도시와 이스탄불까지.

R6 Mark II는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보았다.

대자연도 보았고,
그 자연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도 보았고,
오래된 도시와 문명의 흔적도 보았다.

특히 카메라를 떠나보낸 뒤 다시 펼친 책에서 시라이토 폭포를 발견한 순간, 이 책은 단순한 카메라 활용서에서 조금 다른 책으로 바뀌었다.

한때 내가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배우기 위해 읽었던 책.

그리고 이제는 그 카메라와 함께했던 여행을 다시 불러내는 책.

오막포의 완벽가이드가 그랬듯, R6 Mark II의 완벽가이드도 결국 그렇게 내 책장에 남게 되었다.

물론 두 책 모두 공통된 문제가 있다.

기능을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독자가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책 뒤쪽의 멋진 렌즈들을 보고 있으면 이것저것 사고 싶어진다.

그래서 내 결론은 여전히 단순하다.

카메라는 훨씬 똑똑해졌다.
그러니 여행에서는 똑똑한 카메라를 믿고 자동모드. ㅎㅎ

렌즈는 세 개가 되었지만,
대부분 Canon RF24-105mm F4 L IS USM.

하지만 어떤 모드로 찍었고 어떤 렌즈를 사용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카메라를 들고 직접 그곳에 가서 내 눈으로 보았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든 것은 아니었다.

직접 본 세계를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정수일 교수님이 노구에도 카메라를 목에 걸고 현장을 찾으셨던 그 모습이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찍은 사진 속에는 지난 1년 반 동안 내가 직접 보고 걸었던 세계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거면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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