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는 완전히 멸망하여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그것을 제명여제는 이 무덤 속에 누워서 슬퍼하고 있을 것이다. - P1
잃어버린 왕국3 백제여, 백제여 제1장 백제의 최후 제2장 왕국의 멸망 제3장 백제의 이름이 끊겼다 제4장 이젠 배 저어 떠나자 제5장 그대의 눈이여 제6장 제명 안녕 - P3
"옛 사람 노자(老子)가 우리에게 이르기를 ‘아름다운 색채는 사람의 눈을 현란케 하고, 아름다운 음악은 사람의 귀를 어지럽게 하고, 맛있는 음식은 사람의 입을 버려놓는다. 말을 달리고 사냥하는 일은사람의 마음을 열광시키고, 얻기 어려운 보배는 사람의 행동을 정상에서 벗어나게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 P62
되었다." 계백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뱉었다. "너는 나를 따를 것이 아니라, 오늘 밤 안으로 아내를 데리고 사비성을 떠나거라. 나는 네 얼굴에서 이미 생사를 초월하지 못한 인간의 고뇌와 번민을 함께 읽었다. 가거라, 다신부, 사람에게는 각자가야 할 길이 따로 있는 법이다. 네가 내 길을 따르지 않고 아내와 이왕도를 떠난다고 해서 그 누구도 너를 비겁하다, 용렬하다 비웃지는않을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있어야 후세에 온갖 말들을 전할 수있지 않겠느냐. 살아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이제 잠시 후면타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참담한 왕국의 영광을 전해줄 수 있지않겠느냐" - P83
"너는 아마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다신부, 나는 내 손으로 내 처들과 아이들을 베고 그들을 먼저 죽인 후에 출정하려고 마음을 굳히고있었다. 이제야 너는 내가 어째서 경각(刻)을 다투는 이 시기에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사(私)를 베려 한다. 사를 버림으로써 생사에서 초월하려 한다. 또한나는 내가 죽고 나라가 멸망한 후 나의 아내들과 자식들이 조롱받고발길에 채이면서 노비로 팔려다님을 원치 않는다. 아내도 아이들도나의 뜻을 알고 있어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피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죽는 것을 다행으로알고 있으며, 남의 손에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남편과 아버지의손에 죽임을 당함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너도 내뜻을 알겠느냐." - P85
다신부의 얼굴에서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다신부가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내렸다. 계백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젊은 다신부를 보면서낮은 소리로 말하였다.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부끄러운 일은아니다. 자, 이제 떠나자. 우린 너무나 많은 시간을 지체하였다.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군사들은 벌써 초조히 지쳐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지금 이 순간 적들은 사방에서 노도와 같이 밀어닥치고 있을 것이다. 가자, 다신부" - P87
계백 장군은 싸움터에 나오기 전에 아내와 자식들을 자신의 손으로 베었다. 그는 그 가장 소중한 처자들을 벰으로써 사사로운 정과연을 완전히 끊어버린줄 알았다. 이를테면 그는 살인도의 칼을 든셈이었다. 그러나 장군 계백은 그것이 헛됨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모른다. 마음의 번뇌는 사사로운 연을 끊어버림으로써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음일까. 그는 자신을 죽이러 온 적의 장수를 죽이지 아니하고 도로 살려 보내고 있다. 아아. 자신의 처자를 자신의 칼로 직접 죽였던 그 계백이 어린 적장을 살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마침내 활인(活人)의 길을터득한 것일까. - P133
니기다스에서 배를 타려고 달뜨기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바닷물도 알맞게 차오르도다. 자! 이젠 배 저어 떠나자꾸나. - P231
그대의 눈이여 그리워하는 그대의 눈이여. 이제는 멀리 떨어져 있어 이와 같이 사랑하노라. 그대의 눈 그대의 눈을 - P316
제명천황월지강상릉(齊明天皇越智岡上陵). - P335
그 하나는 무릇 사기는 자기 나라와 민족의 위대성을 역사로써 정립하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사대주의에 빠져 있다는 점이요, 남은 또 하나는 지나치게 신라 위주의 역사서를 기술함으로써형평의 원칙을 잃고 있는 점일 것이다. - P339
다치바나(橘)는 각각의 가지에서 따로이 열리고 있지만 구슬(玉)처럼 꿰려 할 때에는 같은 실에 나란히 꿰어지네.
이 노래를 듣는 동안 제명여제는 이 노래가 암시하는 의미를 재빠르게 감지하였다. - P349
말하자면 귤은 여러 개의 가지에서 각각 따로이 열리고 있지만 열매를 따서 말리려고 꿰려 할 때에는 한 가닥의 같은 실에 나란히 꿰어진다는 내용으로, 결국 과일은 수천 개로 피어나고 열매 맺지만그 나무는 결국 하나의 귤, 하나의 뿌리, 하나의 나무에 불과하다는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액전의 노래는 그러므로 백제와 왜는따로따로 태어난 국가처럼 보이지만, 결국 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 P349
나는 묵묵히 귤의 껍질을 벗겨서 그 속의 알맹이를 찢어 입 안에털어넣었다. 몹시 지었으므로 입 안에 침이 괴고 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나는 시디신 귤을 한약처럼 먹으면서 멀어져가는 어둠을 향해 중얼거렸다. "제명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 P353
백제가 멸망하였단 말인가. 백제의 이름이 이제끊겼단 말인가.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제 어떻게 하여 조상들의 무덤과 묘소를 참배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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