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반세기 - 개정판
아름출판사 편집부 엮음 / 아름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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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를 못하면 시집을 못가요 아아 미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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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
앤서니 브라운.조 브라운 지음,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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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의 책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내 삶의 다른 부분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내 책들만큼이나 내 인생에서 큰 만족감을 주는 존재는 나의 두 아이이다. 아들 조와 딸 엘런 덕분에 나는 상상력과 독창성, 다양한 색상과 생기가 넘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두 아이가 내게 준 기쁨과 즐거움과 영감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내게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보다도 중요하다. 부모가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말은 전적으로 옳다. 나의 삶은 두 아이가 그 일부가 되면서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고양되었다.  

조와 엘런은 전반적으로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서도 더욱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아버지가 되면서 어린이들이 감수성 풍부하고 지적이고 흥미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책을 만들 때는 학교에서 대화를 나눈 어린이들의 반응과 나의 옛 기억에 의지해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러나 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어떤 의미로는 두 번째로 어린 시절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날의 두려움, 걱정, 기쁨, 판타지가 조와 엘런을 통해 갑자기 더욱 생생해졌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견해는 언제나 소중하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정직함과 지혜의 영향을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특권이다. 두 아이는 내게 통찰력과 용기를 주었다. 둘은 아주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이제는 둘 다 '어른'이 되었으니까)도 흥미롭고 언제나 내게 힘을 북돋워 준다. 나는 조와 엘런을 보며 그림책을 감상하는 데 나이 제한 따위는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둘은 어릴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늘 나의 책을 즐긴다. 책 읽기의 경험은 물론 달라졌지만 조와 엘런은 여전히 낵 한결같은 지지와 도움을 준다. 나 또한 자주 둘에게 조언을 구한다. 

아버지가 되고 나서 나는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나의 두 아이와, 내가 몇 해를 두고 대화를 나누었던 수천 명의 어린 학생들이 보여 준 명민함은 내 책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일부 비평가들의 말은 무시해도 좋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어린이들은 무척이나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한다. 내가 원래 품고 있던 어린이들에 대한 신뢰는 두 아이가 태어난 이래로 더더욱 공고해졌다. 오랫동안 내게 기쁨의 원천이 되어 준 두 아이가 지적이고 예술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231~233p.) 

 

 

"세상에는 천 갈래 만 갈래의 길이 있지만
길은 언제나 자식에게 향한다." 
라는 말을 들었다.
자식이 없는 내가 이런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내 자신이 내 부모님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저녁 먹을 준비를 하다 말고
급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 엄마!  

- 응. 뭐하냐?  

- 밥 먹을라고.  

- 으응. 그럼 어서 먹어. 

- 엄마는? 

- 여섯시 내고향 봤어. 인제 밥 먹어야지. 

- 근데 왜 엄마? 

- 으응 거시기. 내가 어제 양배추 김치를 해봤그든.
  근데 그게 디게 쉬워. 아침에 먹었는데 아주 맛있어.
  그러니까 너두 해 먹으라구. 

 

울엄마는 나물박사, 김치박사다.
엄마는 도전정신이 강하다. 엄마가 하는 음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엄마는 '늘 해오던 방식'만 고집하지 않는다.
어뜬 아줌마가 고추로 김치를 담그면 맛있다 그러면 방법을 물어서
꼭 그걸 해본다. 해봤는데 맛없으면 그만이고 맛있으면 계속 해 먹는다.
이번에는 어뜬 음식점에서 양배추 김치가 나왔는데 맛있더란다.
그래서 방법 묻지도 않고 그냥 집에 오는 길에 양배추 한 통 사가지고 와서
숭덩숭덩 썰어서 소금 좀 뿌려놨다가 한번 씻어 건졌다가
새우젓이랑 멸치액젓 조금 넣고 파 마늘 고춧가루 조금씩 넣어서 
버무렸다고 한다. 하루 있다가 먹었더니 음식점에서 먹었든거 보다
더 맛있더라고, 이렇게 쉬운 김치가 또 어디있겠냐면서
대신 고춧가루는 아주 조금만 흩뿌리듯 넣으라면서
신나서 전화를 하신거다. 후훗 
아무렴. 나도 엄마 딸인데,
당장 양배추 사다가 김치 담궈야지!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을 읽고 신났다.
울엄마는 생전 처음 담궈본 양배추 김치가 맛있어서 신나고,
나는 생판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외국인 이야기가 신난다.
왤까?  

1946년에 태어난 앤서니 브라운.
(울엄마랑 4년 차이군. 음~ 다행이다. 책에 공감해서 
 연애감정 느낄뻔했는데 울엄마 세대라니. 훗) 

영국에서 태어난 앤서니 브라운.
형이 있고 럭비를 좋아하고 킹콩을 좋아한 앤서니 브라운.
결혼을 하고 아들과 딸을 낳아 기르며 아버지가 된 앤서니 브라운.
그림을 좋아하고 그리기를 즐기고 그걸로 생계까지 이어가는
앤서니 브라운.
앞으로도 모양 상상 놀이를 계속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갈 앤서니 브라운.  

. . .  

알았다!
내가 신난 이유.
그가 그린 그림책이 많아서다.
내가 아직 보지 못한 그림책이 많아서다.
그림책으로 다시 만날 생각하니 신난거다.
그거다.  

바로 여기,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준 부분이 
내가 그에게 넘어간 지점이다.  

   
  어린이들이 내게 어떻게 그림책을 만드느냐고 물을 때면 나는 '누가 비디오카메라를 빌려 주면서 너희 하루를 영화로 만들어 보라'고 했다고 상상해 보자고 한다. 24시간 중 어느 순간이라도 괜찮다. 이 영화는 주어진 시간 동안 모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순간들을 담을 수 있다. 세끼 식사, 날마다 늘 하는 일, 신체적인 일, 사회적인 교류, 심지어는 여덟 시간의 잠까지. 아마도 열렬한 '빅 브라더(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독재자로, 이곳 주민들은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행동을 감시당함-옮긴이)'의 팬을 제외한다면 누구에게나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영화감독이 하는 일은 하이라이트만 보존하고 쓸모없는 것은 가차 없이 버리면서 적당한 분량으로 자르는 것이다.(158~159p.)  
   


어릴 때 자주 상상했던 장면 가운데 하나는 이렇다.
눈 쌓인 아침에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내가 걷는다. 얼마쯤 걷다가 뒤를 돌아본다.
내 발자국이 보인다. 내가 디딘 그 발자국 모양의 땅 만큼만 땅이고 나머지가 전부
허공이라면 나는 내가 걸어온 그 길을 똑같이 제대로 다시 걸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내가 걷는 이 길은 내가 디딜 딱 그만큼의 땅만 길이 아니라
내가 딛지 않는 다른 부분까지도 다 길인 것이다. 라는.. 

앤서니 브라운의 설명과 나의 상상을 연결하자면 이렇다.
그는 "누구에게나 지루하기 짝이 없을" 하루를 "하이라이트만 보존하고 쓸모없는 것은
가차 없이 버리면서 적당한 분량으로 자르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림책 작가가 그림책을 내는 것이나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이나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바로
내가 디딜 발자국 만큼의 땅만 땅이고 나머지가 모두 허공인,
(그림으로 그리면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겠구만.. ㅠㅠ)
그런 곳에서도 정확하게 걷거나 뛰어갈 수 있을 만큼
용기와 확신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실전에서 한번에 나락으로 나가 떨어지지 않으려면
충분한 연습과 준비가 필요하다. 
생계를 유지할 방법도.
당근. 

 

※ 

세상에는 천 갈래 만 갈래 길이 있지만
길은 언제나 자식을 향한다.

이 말을 좀 바꿔야겠다. 
안그러면 자식 없는 나는 언제나 천 갈래 만 갈래
헤매일테니. 

세상에는 천 갈래 만 갈래 길이 있지만
길은 언제나 내 앞에 놓인 한 길이다.  

쓸만한가?
쓸만하게 만들어야지. 누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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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28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킄 동네 마트에서 왠지 메리포핀스님스러운 분을 보면 "내가" 라고 외치고 싶어지네요.
물론 그런 일은 없을 듯 하지만 말이죠 ㅎ

잘잘라 2011-05-28 16:53   좋아요 0 | URL
바람 바람 바람결님^^~~

마녀고양이 2011-05-28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쓸만하게 만들어야죠, 내가. ^^

내가 디딘 땅은 적지만 나에게는 명확한 장소이지 않을까 하는 공상을 해봅니다.
가장 필요한 장소를, 내 속의 누군가가 알아서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구요.
그래서 자연스러운 삶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우, 레몬을 넣은 생수를 네컵을 마셨더니 위가 아파와요. 아우.

잘잘라 2011-05-28 16:55   좋아요 0 | URL
아우, 레몬
생각만해도 침이 고이는, 레몬
어쩐지 마고님과 어울리는
아우, 레몬^^

아이리시스 2011-05-30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기발하네요. 포핀스님 페이퍼들 보기 전에 저는 그림책에 전혀 한톨의 관심도 없었어요. 앤서니 브라운이 이렇게 나이가 많은 줄도 이제 알았네요. 이름은 많이 익숙한데..^^

우리 길을 열심히 쓸만하게 만들어요. 만들어야죠. 만들 수 있어요!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
앤서니 브라운.조 브라운 지음,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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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군. 이 책 읽었더니 그의 책을 모조리 쟁여두고 보고싶어져.. 우짜믄 좋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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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품절


(설경구) 이 감독님은 아마 또 그렇게 찍을 걸? 사람을 쫄게 하는, 일부러 극한 상황에 몰고 가는 그런 게 있거든. 이 감독님은 또 OK를 안 하셔. 왜 안 하시냐고 그러면 세상에 OK가 어디 있냐고 하시지. '야, 된것 같다'라거나 '뭐가 더 나오겠냐' 이러시지. <오아시스> 때는 캐릭터를 개에다 비유해 설명하시더라고. '암만 때리고 발로 차도 결국 주인 눈치 보며 슬금슬금 와서 꼬랑지 흔들어. 그게 홍종두야.' 설명 정말 죽이지? (정말 죽이네..) -188쪽

(설경구) 어떤 인물에 빠져 촬영하고 나면 그 인물이 나에게 찌꺼기처럼 남아 있을 때가 있어. 그래서 작품을 할수록 변태가 되나봐. 원래의 나와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가 버무려져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거지. 우리 어머니는 영화하면서 애 다 버렸다고 하셔. 변뎍도 심해졌고.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순한 아이였는데. 잘 모르겠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뭔가를 표현하고 사는 직업인데 정작 내 감정은 어떻게 표현하고 살아야 할지 말이야.-188쪽

ㆍ『태백산맥』을 읽으면서 한 권 한 권 줄어들 대마다 아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5권부터는 이제 반밖에 안 남았네 싶어 불안하더라니까요. 돈이 떨어졌는데 담배 몇 개비 안 남은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조정래) 『태백산맥』이랑 『아리랑』『한강』을 쓰고 났을 때 독자들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게 공통적인 독후감이었어요. 작가의 큰 기쁨이지.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려고 의도했던 건데 바람직한 결과로 나타났으니까요. 마흔에 시작해서 대하소설 세 편 끝내고 나니 60이에요. 내 중년이 어디론가 증발한 듯 허무함도 있었지만 그래도 보람이 있었지요. -193쪽

ㆍ『태백산맥』은 집필하시면서도 수많은 협박과 공갈에 시달리셨잖아요. 게다가 영화화되면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로 고발 당하시고....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게다가 오백 몇 십 가지 죄목이라뇨?

(조정래) 사법사상 가장 긴 고발장이었다지요 아마. 검찰에서 100여 가지로 줄이기는 했지만 그 죄목 하나하나에 객관적 자료를 못 대면 처벌받는다고 했어요. 결국 100% 다 객관적인 자료를 댔고 2005년에야 무혐의가 됐지요. 그전까지 빨갱이나 사회주의자, 빨치산은 흡혈귀다, 인간이 아니다, 악마다 이렇게 가르쳤잖아요. 내가 문학을 통해 가장 강력하게 하고 싶었던 말은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 그걸 인정하고 시작하자는 것이지요. 소하와 정하섭이 연애하는 것이 『태백산맥』의 첫 시작입니다. 남로당 간부 정하섭은 이런 애끓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죠. 소설 덕분에 악마로 생각했던 대상이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중요해요. -193쪽

(조정래) 소설가 김훈 씨는 소화랑 정하섭의 연애 이야기를 따로 놓고 보면 『춘향전』을 능가한다고 썼던 적이 있어요. 내 소설엔 여성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해요. 그건 남녀가 함께 역사를 짊어지고 간다는 의미지. 『태백산맥』맨 마지막에 누가 살아남는지 알아요? 하대치와 외서댁이에요. 마찬가지 의미죠. 그런데 이걸 독자들이 알아채주길 바라는 거지. 내가 괄호 열고 설명을 써놓을 순 없잖아요. 소설은 상징과 생략의 미학이거든. -198-199쪽

ㆍ그런데 선생님은 어쩜 그렇게 여자의 마음을 잘 아세요? 감정선을 묘사해 놓으신 걸 보면 그 사람 속에 들어갔다 나오시는 것 같다니까요.

(조정래) 문학은, 특히 소설은 인간에 대한 탐구잖아요. 인간끼리 얽혀야 사건이 생기고 그게 쌓여 이야기가 진행되는 거예요. 개개인의 마음, 미세한 차이를 다 발견해야 하는 거지. 그러려면 정말 사람마다 가진 차이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반 관상쟁이나 마찬가지예요. 내가 쓴 세 개의 대하소설에 나오는 인물만 1200여 명인데 다 달라요. 집사람은 나더러 귀신이래. -199쪽

(조정래) 어찌 보면 이 시대가 가장 불행해요. 일본 식민지 때 타인에 의해 말을 잃어버렸는데 지금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말을 천시해요. 바깥을 나가보면 죄다 외국어를 우리말 발음으로 써놨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광화문 세종대왕상 뒤에 있는 꽃밭 이름이 '플라워 카펫'이래요. 이런 얼빠진 놈들이 있나. 스스로 식민언어정책을 펼치면서 식민지를 자초하고 있다니까.-200쪽

ㆍ요즘 노래는 좀 아세요?

(신영복) 못 따라가겠어요. 노래보다 춤이 우선인 것 같기도 하고, 가사를 들어보면 대부분 인간관계가 파탄된 것 같기도 해요. 뭐더라? '네가 떠나갔을 때 내가 울고 있을 줄 알았지? 착각하지 마.'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공감은 잘 안 돼요.


ㆍ예전 노래에는 감정이입이 그대로 됐잖아요.

(신영복) 노래 없는 세월을 살면서 팝, 재즈 가사집만 봤어요. 비틀즈 노래만 해도 엄청나잖아요. 변혁적이고 깊이도 있고요.-288쪽

ㆍ『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보면서 나는 이런 세월을 견디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20년 하고도 20일, 억울하고 분하지 않으셨어요?

(신영복) 그런 질문도 들어봤죠. 그런데 어느 시대나 역사적 격랑 속에 희생된 사람이 상당히 많아요. 지금도 이집트, 리비아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지요. 크게 보면 민족의 운명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민족, 특정인에 대한 분노는 온당치 않아요. 20년을 견디는 힘은 하루하루 찾아오는 깨달음이었어요. 그래서 그 시절을 '나의 대학 시절'이었다고도 술회하지요. 뭔가를 깨닫는 삶은 견디기 쉬워요. 감옥에서 보면 나가는 날만 기다리는 단기수들이 더 괴로워했어요. 나 같은 무기수는 시간이 지난다고 빨리 나가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하루하루가 의미가 있었어요. 우리 삶도 그래야 해요. 성과, 속도, 효율…… 뭔가에 자꾸 도달하려고 하는데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거죠. 삶과 인생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 싶어요. -288-289쪽

ㆍ함께 뜻을 모아 가면 그 뒤가 길이라는 말씀이시네요. 역사의 결정권자 역시 언제나 민중이라는 것이고요. 그나저나 선생님 말씀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늘 직접적이거나 자극적인 단어가 없어요. 그런데 어떤 격한 말보다 훨씬 깊이 와 닿아요.

(신영복) 아녜요. 제동 씨처럼 행가늬 의미를 읽어주는 분이 많지 않아요. 전 제동씨의 그런 점이 돋보인다고 생각해요. 제동 씨 <토크콘서트> 가서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몰라요. 나는 학교 선생이라 개념적인 언어를 벗어나기 힘든데 제동 씨는 내가 하지 못하는 엄청난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토크콘서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92-293쪽

ㆍ전에 선생님께서 자유의 의미를 말씀하시길, 자기의 이유로 사는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신영복) 반 에덴이 쓴 동화 이야기를 자주 예화로 들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길섶에 있는 버섯을 가리키며 '이게 독버섯이다'라고 말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독버섯이 충격을 받아 쓰러지죠. 옆에 있던 친구 버섯이 위로하는 말을 들어보세요.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일 뿐이야. 식탁에 오를 수 없다, 먹을 수 없다는 자기들의 논리일 뿐인데 왜 우리가 그 논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우리 자신이 갖는 인간적 이유, 존재의 의미를 가져야죠. 신자유주의적 가치와 질서에 포획당한 환경에서 투철한 자기 이유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293쪽

ㆍ자기 이유를 가지면 개인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신영복) 견딜 수 있는 힘, 자기 삶을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거죠.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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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4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5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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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쐬주파요. 좌로 보나 우로 보나 앞으로나 뒤로나 역시 쐬주가 최고여~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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