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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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5월
평점 :
우리나라가, 안좋은 쪽으루다가, OECD 가입국에서 상위에 드는 순위가 몇 가지 있다. 이혼율, 저출산, 교통사고 사망율, 음주량, 소득불평등, 자살율, 노동시간... 그 중에 이혼율을 찝어서 얘기해보자. 이혼 사유로 제일 많은 게 '성격 차이'라고 한다. 그럼 미리 좀 알아보고 결혼하면 될거 아닌가!
-바보! 다른 사람 성격 아는게 그렇게 쉬운줄 알아? 사람들은 자기 성격도 잘 몰라. 결혼은 둘이 하쟎아. 그러니까 한 사람 성격 파악하기도 힘든데, 두 사람 성격을 다 파악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겠어. 게다가 두 성격이 맞는지 안맞는지 대보는 일도 만만챦을텐데 말이지! 그러니까 빨리빨리~ 성격 급한 한국사람들, 우성 결혼부터 하고 보는 거지. 사실 성격이 다른건 별 문제가 아니야. 성격이 다른 건 당연하지! 안그러겠어? 문제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인격이랄까, 수양이랄까, 시간적 여유,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문제인거지!
그래.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책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나 보다. 이런 책 읽으면서 자기 성격도 파악하고 다른 사람은 어떤지 알아보는 방법도 좀 알아보려고 말이지. 나도 그렇다. <설득의 심리학>부터 시작해서 다른 사람의 심리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언급한 책을 만나면 도저히 그냥 무시해버릴 수가 없다. '그게 그거네, 베꼈네, 별로네.' 그러면서 시들해졌다가도 '혹시나'하면서 집어드는게 이런 책이다.
<스눕>, '상대방을 직접 만나지 않고 단지 생활하는 장소나 소지품을 보는 것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 즉 '스누핑(snooping)'을 소개하는(6p.)' 책. (사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맥이 빠졌다. '그렇게 알아서 뭐하게? 탐정소설이라도 쓰게? 아는게 뭐 대수라고. 관계가 중요한거잖아?' 이러면서...)
내가 이런 생각할 줄 알았다는 듯이 곧 '안다는 것'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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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을 지하철이나 버스, 공원 등의 공공장소에서 읽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살짝 책장 너머로 낯선 사람들을 살펴보자. 낯선 사람이란 여러분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분명히 그 사람을 잘 아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 사람이 자상한 아버지이자 사랑스러운 남편이고 헌신적인 친구일 것이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낯선 타인에서 친구가 되기까지는 무엇이 필요한 걸까? (chapter03 스누핑이 필요한 순간_10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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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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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의 주된 메시지를 깨달은 뒤 나는 잭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느꼈다. 나는 그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었다. 어떤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처음 안면을 튼 단계에서 그 다음 단계로 건너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아 장시간 여행을 했다든지 하는 피상적인 차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성격의 다른 차원들에 대해 가장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심리학자는 내 학문적 우상인 댄 맥애덤스이다. (chapter03 스누핑이 필요한 순간_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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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답을 준 건 아니지만, 그래, 이 정도면 내가 답을 찾아갈만한 안내서는 되겠군.' 그러면서 계속 읽었다. 트위터 시작한지가 며칠 안되서(푹 빠졌다는 얘기@.@) 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리뷰를 쓰는 이 순간조차! (그렇다고 책도 안 읽고 리뷰를 쓰는 건 아니다. 3분의 2 이상 성실하게 읽었고 나머지도 대략 훑어보긴했다. 그러다 운좋게 책 말미에서 반전과 여운을 느꼈으니까 너무 실망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주시길!)
아무튼! 책 읽다가 자꾸 딴 생각이 나는걸보면, 이 책이 트위터보다 재미없는건 확실하다.(트위터할땐 배고픈줄도 모른다. 그리고 책 내용보다 트위터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의 bio가 훨씬 훨씬 재밌다. 생생하다. 흥미롭다!) 그래도 참고 읽었더니 드디어 막장(chapter11 스누핑의 진정한 매력_355p.)에서 반전과 여운을 느낀다.
처음에 나는 삐딱선을 탔다. '「다른 사람에 대해 아는 방법」을 알아서 뭐하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 관계를 발전시키는 법」 이런거라면 몰라도 말야.' 이러면서 말이다. 삐딱선 타기를 잘했다. 삐딱선이 정지선은 아니었으니까. 삐딱선이라 삐딱하게 온건지는 몰라도, 암튼 책에서 '성격을 반영한 공간 설계'라는 화두를 얻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결과다. 그래서 '반전'이라는 거다. 물론 답은 없다. 화두로 받았으니 좀 더 연구해서 길을 찾아봐야겠지. 그게 '여운'이라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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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여기서 끝이다. 변명같지만 한마디 붙인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6기 활동이 끝나간다. 신간평가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나는 또 7기 모집에 응모했다. 이유는 하나다. 나는 '소속감'이 필요하다. 소속감은 자부심과 연결되고 자부심은 책임-자신감-즐거움으로 이어진다. 긴 리뷰를 싫어했는데 신간평가단에서 받은 책 리뷰는 다 길다. 그만큼 진지하게 읽고 썼다는 얘기다. 7기에 다시 평가단으로 선정된다면 '진지함을 기본으로 쓰되 좀 더 짧고 명확한 리뷰'를 쓰고 싶다. 재미까지 더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 생각하기, 글쓰기에 훌륭한 훈련장이 되어준 신간평가단에 고마운 마음을 더하며...2010.6.19. 울산 숙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