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키스하라 - 젊은 직장인들에게 보내는 라이프 레슨
수브로토 바그치 지음, 안진환 옮김 / 멜론 / 2010년 5월
절판


|프롤로그|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병원에 들렀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가만히 그러쥐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오랜 세월의 고랑이 새겨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어머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어머니가 조금은 냉정한 어조로 물으셨다.
"추무 키아노 칵초 Chumu hyano khaccho, 어째서 내게 입을 맞추는 거니?"
"카보나 키아노 Khabona kyano, 그러면 안되나요?"
"자오, 자갓 타 케 추무 카오Jao, jagat ta ke chumu khao. 가렴, 나가서 세상과 키스하렴."

이 말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을 이끄는 좌우명이 되었다. -9쪽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때는 세 살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이후 지금껏 나는 마치 사진가와도 같은 예리한 시선으로 나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삶이란 설사 우리가 그 한가운데 있을지라도 관조적인 시선으로 관찰할 수만 있다면 무척 매혹적이다. 내 삶의 기록이 보관되어 있는 아카이브archive를 거닐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길이 하나 나타난다. 그 길에는 심하게 굴곡진 곳이 두 군데 있다. 한 곳은 내가 20대 시절, 그리고 다른 한 곳은 내가 40대에 접어들었을 때다. 주변을 둘러보고 수많은 젊은 직업인들(의사, 엔지니어, 경찰, 교사)의 인생을 살펴볼 때마다 나는 이것과 똑같이 급격히 휘어지는 굽이들을 발견하곤 한다. 인간의 삶은 대게 단절된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12쪽

우리의 인생은 참으로 아름다운 선물이다. 오직 나에게만 주어지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 당신은 이 세상 어느 누구와도 다른 존재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내 인생 그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중요한 것은 단신 스스로가 그것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설사 내가 주는 교훈 가운데 일부가 흥미롭거나 또는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진정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당신의 과거를 비추어 보고 자신의 교훈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없다. 단순히 인생을 살아가는 것보다 더욱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15쪽

8년 동안 학교를 다섯 번이나 옮겨 다녔다는 사실은 내가 '이동'과 특별한 인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집안 자체가 그렇다. 내 할아버지는 서벵골에서 비하르로 이주했고, 아버지는 오리사에서 직장을 얻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델리로 향했고, 거기서 콜카타로, 벵갈루루로, 그리고 캘리포니아 새너제이를 거쳐 뉴저지로, 그리고 다시 벵갈루루로 돌아왔다. 2008년까지 28년에 걸친 결혼생활 동안 아내 수스미타와 나는 무려 열네 번이나 이사를 했다.
나의 인생은 단순히 물리적인 이동에만 그치지 않았다. 나는 또한 끊임없이 내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경영학 석사도 아니요, 공학을 공부하지도 않았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정보기술IT 산업계에서 보냈다. 개인회사에서 일했고, 국제 업무를 담당했고, 궁극적으로 나만의 비즈니스를 설립해 '기업공개'까지 해냈다.-28쪽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방랑벽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동이 흔히 전진의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중요하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들은 내가 이동을 상당히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수영장의 물은 정체되어 있다. 물은 흐를 때만 활기를 띤다. 우주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우주에 움직임이 없는 순간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직업인들이 물리적인 이동을 상상하면 벌벌 떨면서도 빠른 승진과 성장은 갈구한다.-28~29쪽

쉼 없이 이동할 때 친구들을 쉽게 사귈 수 있다. 낯선 곳에서는 높은 기대를 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인생의 수많은 기복에 직면했을 때에도 좌절하기보다는 유쾌한 놀라움을 맛보게 된다.
당신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탐구하고 호기심을 발산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장소와 관습, 낯선 음식, 그리고 참신한 일 처리 방식들이 당신을 매혹시킬 것이다.
당신은 오직 지금, 현재를 위해서 스스로의 힘만으로 생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생존하기 위해 재능을 발전시킨다.
당신은 낯선 이들을 신뢰하게 되고 그러면 그들도 당신을 신뢰할 것이다.

당신은 문제를 감지하는 직관력을 계발하고 그로써 언제 술집을 나와야 할지 알 수 있다!
당신은 또 흥미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줄 것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29쪽

세월이 흘러 수스미타와 내가 가정을 꾸리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사셨다. 퇴근을 하고 저녁 차를 마실 때면 나는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는 나와 수스미타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관심 있게 들으셨다. 어머니는 그녀가 아는 것과 매우 다른 세상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셨다. 어머니와 바깥세상 사이에는 실명과 낮은 교육 등 높은 벽들이 놓여 있었지만 어머니는 그런 장애물들을 쉽게 뛰어넘으셨다. 덕분에 나는 남들과 관계를 맺고 이해하는 능력이 교육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인간의 잠재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한하며 인간의 근본적인 조건은 지성이 아니라 포용이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말 그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포용한 삶을 사셨다. 어머니는 삶 그 자체였다. -42쪽

아버지는 그를 좌천시킨 관리에 대해 아무런 유감도 악의도 품지 않았다. 오리사에 머물게 됨으로써 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자녀들을 오리사에 있는 대학에 보내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레이븐쇼 대학에서 수학했고, 따라서 그의 아들들 역시 같은 학교를 졸업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한 목표에 비하면 그의 직위나 연공서열을 엉망으로 만든 좌천은 사소한 대가에 불과했다. 더구나 다다모니가 최우수 학생에 뽑혔으니 그것만으로도 흡족했다.

마칸 고팔 바그치는 자녀들이 높은 사람들을 두려워하거나 아부를 떨지 않고도 자신의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올곧고 정직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랐다. 그는 야망에 앞서 불굴의 끈기를 요구했고, 우리에게 삶의 가장 아래쪽에서부터 올라서기를 기대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은 결코 즐거운 경험이 아닐 터이고, 또 그럴 수도 없다. 그러한 고통의 순간에 우리는 단순한 고통뿐만이 아니라 홀로 되었다는 괴로움, '왜 하필 내가?'라는 질문에 집착한다.-51~52쪽

그러나 좀더 넓은 관점에서 볼 때 실제로 그 질문은 고통 자체와는 무관하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그러한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중 많은 이들은 그렇게 무거운 고통을 미래까지 지고 가는 것이 얼마나 무익한 일인지 미처 이해하지 못한다. 만일 내가 가시밭길 위를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가시들을 비난한다면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머무를 것이다. 때로는 기억이 새록새록 덮쳐와 삶을 인식하는 우리의 눈과 귀에 영향을 끼치고 색을 입힐 것이다. 인생의 고통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고통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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