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의 레시피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계모 오토미는 아버지와 자식을 낳지 않고 2주 전 아침에 일흔 한 살로 이 세상을 떠났다.(7p.) 

책에 자주 나오는 '쓸쓸하다'는 표현.
새로운 정의 '쓸쓸하다 = 자식이 없다' 

오토미는 쓸쓸하다.  

쓸쓸한 여자 오토미가 웃는다.
쓸쓸한 아내 오토미가 요리한다.
쓸쓸한 엄마 오토미가 그림을 그린다. 

쓸쓸한 오토미가 살다 간 집 사람들 이야기,
『49일의 레시피』 

 

띵동-  

- 누구세요? 

- 택뱁니다. 택배 왔어요. 

뜻밖이다. 가끔 이렇게 뜻밖의 택배를 받는다. 대부분 책이다.
'뭐지?' 얇다리한 책 한권. 「초이스도서 당첨을 축하합니다」라고 씌여있다.
[보내는분 (주)제이에이치커뮤니케이션] ?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책이니까 읽고 본다.
전화벨 울리면 일단 받고 보듯이,
초인종 울리면 일단 "누구세요?" 하고 인터폰 화면을 들여다보듯이. 

그러는 동안에 식사를 포함해 모든 일들이 귀찮아졌다. 하루 걸러 배달되는 우유만 마시며 이 방에서 일주일 넘게 지내고 있었다. 이대로 끼니를 끊으면 오토미를 뒤좇아 갈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배가 못 견디게 고파지면 어느새 우유를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그런 자신이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죽을 배짱도 없다니까." (13p.)

푸우.. 말이냐 막걸리냐. 죽을 배짱?
세상에나 죽을 배짱이래 죽을 배짱!  

이해는 간다. 나도 그랬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다 했다.
죄책감이 들었다. 어째서 눈물은 계속 흐르지 않고 어째서 배는 고픈지 어째서 잠은 오는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말이다.  

잠깐 그때 생각을 했나 싶었는데 순식간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순식간에. 

그리고 순한 양이 되어 잠 들었다.
푹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이었다. 

오토미는 쓸쓸하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쓸쓸한 오토미 이야기를 읽은 나는 지금 참 따뜻하다.
그러니 나는 이렇게 말해야겠다.  

쓸쓸함은 따뜻함을 부른다.  

 

^ ^재밌는 대목 하나 옮기고 리뷰 끝-  

"주인과 의논해 보고 사올게요. 그런데 아쓰타 아저씨, 미타라시단고와 풀빵, 크레이프 먹을래요?" 

"어이구, 그렇게 많이 먹냐?" 

어이가 없어서 이모토를 보았다. 먹어요, 라며 이모토는 힘차게 대답하고 웃었다. 

"단 건 먹는 배가 따로 있어요."(68p.)

흐흐. 술 배 따로 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단 거 먹는 배가 따로 있단 말은 또 처음이네.
그런데 그거 맞다 맞어. 단 거 먹는 배는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커진다는게 문제지만.
ㅋㅋ

 

1.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쓸쓸한 분,
2. 쓸쓸하면서 따뜻한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한 분, 

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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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4-17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밖의 선물이란 제목에 리뷰를 읽어보니 중의성이 담긴 제목이네요.
쓸쓸한 오토미의 음식이야기를 읽고 따뜻함을 느끼는 포핀스님~
술배와 더불어 단 거 먹는 배도 따로 있군요.^^

2011-04-18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8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가방 2011-04-1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버지 장례식...
저도 아버지 장례식때 정말 배가 고프더라구요..ㅜ.ㅠ;;
미혼인 친구에게 맡겨놓은 돌도 안된 큰아이 걱정이 슬픔보다 더 크더라는..
그래서 그뒤로 오래오래 아버지께 죄송했다는..아직까지도 그때 생각하면 여전히 죄송하다는..

2011-04-18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4-17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왠지 최루성일 것 같아서 쟁여두고만 있어요.

어떤 남편은 바빠서 당시에 챙기지 못한 지인을 추모한다고, 아내가 간 장례식장에 따라가 실컷 울고 오는 것도 봤어요.

잘잘라 2011-04-18 01:33   좋아요 0 | URL
저는 책 읽으면서 울진 않았어요.
조금 멍-때리긴 했지만요.ㅎㅎ

2011-04-18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4-19 01:47   좋아요 0 | URL
넹, 울 남편 맞아요~^^
코가 빨개질 때까지 울었다지요~

hnine 2011-04-1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거 먹는 배 따로 있는거 모르셨어요? 에이~~~ ^^
'쓸쓸함은 따뜻함을 부른다' 이거 어디다 적어놔야겠어요.

잘잘라 2011-04-18 01:35   좋아요 0 | URL
밥 배 따로 술 배 따로, 이 말만 죽어라 외쳐대는 친구가 있어서요.
흐흣

마녀고양이 2011-04-1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거나 속상하거나 외로와서 식욕은 없는데,
배는 죽도록 고픈 날 있잖아요. 그런 날은.... 참... ^^

따스한 책이군요, 오늘 봄볕도 참 따스하던데. (그러나! 바람은 무지하게 추웠어요, 덜덜)

잘잘라 2011-04-18 01:41   좋아요 0 | URL
그런 날은 난이도 있는 요리를 해 먹으면 좀 낫던데요.
^ ^

감기 조심하세요 마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