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받은 부고 문자 아홉 개, 그 중 아는 이는 둘, 고인은 대부분 누구누구의 모친, 부친, 장인, 장모다. 나이들어가니 부고를 더 많이 듣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20일 사이에 아홉 명이나 돌아가셨다니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 탓이 크겠고, 불볕더위도 한몫 했으리라.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인이 ˝죽을까봐 무섭다.˝는 말을 했다. ˝사람이면 안 죽고 베겨?˝하니, ˝죽으면 내가 없어질까봐 무섭다.˝길래, ˝죽었는데 안 없어지는 게 무서운 거 아닌가?˝ 하니, ˝내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공포감이 들어.˝라며 진짜로 사색이 되는 걸 보았다.

이 대목에서 ‘코코‘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죽음조차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혼자 끝장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죽을 때 죽더라도, 없어질 때 없어지더라도, 잊혀질 때 잊혀지더라도, 오늘은 한 번 웃어야겠다 아니 두 번, 세 번, 백 번, 천 번이라도 웃고 즐겁게 살아야지.

나중에 언제 먹겠어. 오늘 먹자!
나중에 언제 보겠냐고. 오늘 만나자고!

이렇게 쓰고 보니 부쩍 어른이 된 것 같다.
이렇게 아이 때 마음으로 유턴하는 건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인가.
돌아가는 길이,
아직은 멀었으면.




[다른 사람보다도 나 자신이 언제나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_마르그리트 뒤라스, 《살림살이》 /《살림비용》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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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20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라스의 문장에 멈짓!

내 일이 아니니
크게 와 닿지 않고
바로 코 앞에 앞둔 일이 아니니
나는 아닐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 언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탕 7월의 무더위
잘잘라님
건강 잘챙기세요 ^ㅅ^

잘잘라 2021-07-20 21:42   좋아요 1 | URL
scott님 댓글 읽다가 이상은 노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이~ 헤어진 모습 이대에에에로오~~~‘ 열창했습니다. 🎵🎵 부르고 나니 속시원합니다.
scott님 덕분입니다. 🙏
scott님 건강하세요!!😄

thkang1001 2021-07-20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잘라 님의 글과 같은 생각입니다. 뒤라스의 말처럼 모든 죽음은 모든 생명체에게 두려움의 대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한 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그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저는 어차피 한 번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를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잘잘라 님 두서없는 글이 너무 길어진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를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잘잘라 2021-07-20 22:04   좋아요 1 | URL
˝오늘 하루 후회없이!!˝ 대찬성입니다!! thkang1001님^^

저는 여름에 강한 편인데 올여름은 우와아.. 감히 달려들 용기가 안 생기네요. 무리하지 않고, 실내 활동에 최선을 다하려구요. 오늘 저녁엔 우선 백신예약을 해야할텐데요. ㅎㅎ

thkang1001님 웃음 잃지 않는 여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

서니데이 2021-07-20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19와 날씨가 영향이 없진 않을 것 같아요. 나중에 언제가 될지 모를 일들을 미루지 않는 것 좋은 일이지만 조금은 슬프게 들렸어요.
잘잘라님 오늘 정말 덥습니다.
시원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잘잘라 2021-07-20 22:12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그렇겠죠. 음... 서니데이님이 올려주시는 샤랄라 샤리링 샤방샤방 캔디바를 먹고싶네요.

저는 지금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서비스 접속대기 중인데요. 아까 8시 10분에 접속했을 때 제 앞에 11만 명 있었는데 10시 10분 현재 4만3천 명 대로 줄었어요. 이 속도라면 오늘 안에 예약을 할 수 있을듯^^ 아싸아~ ^^

서니데이님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1-07-20 22:27   좋아요 1 | URL
예방접종 시스템 대기자 많다고 듣긴 했지만, 그래도 11만명에서 4만명이라니...
그래도 숫자가 줄고 있으니. 오늘 꼭 예약 성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잘라 2021-07-20 23:07   좋아요 1 | URL
방금 예약 했습니당. 주사는 한 달 뒤에~~ ㅎㅎ

서니데이님 굿나이트요^^

바람돌이 2021-07-21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새벽 5시에 예약하니까 대기 없이 되더군요. ㅎㅎ
저도 이번달에 두군데 장례식장을 다녀왔고, 부조금만 보낸건 2건.
날이 많이 춥거나 더울 때,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계절에 유난히 부고가 많아요. 어르신들이 날씨를 견디기 힘드셔서 그런듯하기도 하고요.

잘잘라 2021-07-21 21:11   좋아요 0 | URL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절입니다. 이와중에 오늘 복날이라고 수박도 먹고 참외도 먹고 과일을 많이 먹었어요. 이런 날, 멀리 사는 핏줄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사촌의 정을 느끼게 됩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알뜰한 정 나누며 살고 싶어요. 바람돌이님 아무쪼록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