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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평점 :
**네이버 카페 책을좋아하는사람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밤을 이어 새벽이 찾아 오는 시간을 경험해 본 일들을 생각해 보면 어둠이라는 밤의 시간을 세상의 불편한 시선이나 시공간 또는 틀이라 지칭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밤을 넘어 희붐한 새벽으로 내 달리는 시간을 맞이하면 보일듯 말듯 드러나는 진실의 모습들이 새벽의 틈새를 통해 우리는 가시화된 나, 우리의 삶으로의 기회로 사유해 볼 수 있는 일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실의 우리 사회, 세계는 공평과 평등을 외치는 세계이지만 역설적으로 공평하지 않고 평등하지 않기에 그러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음을 생각하면 이 세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이다.
그것이 불편한 것은 남성이 아닌 여성들의 삶이기에 더더욱 깊게, 몸서리치게 느낄 수 있는 현실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가질 수 있는 꿈이자 희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여성들의 삶은 나다운 삶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게 되는 상황을 목도할 수 밖에 없다.
태어날 때와 마지막 순간은 모두 똑같을 수 밖에 없는데 왜 삶의 과정에서는 그토록 다른 모습으로의 삶을 강요하게 되는지, 여성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불안에 대해 마주하고 이해해 볼 수 있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새벽의 틈새" 는 우리가 말하는 여성의 삶에 대해 반문해 보며 어쩌면 지금껏 우리가 알아 왔던 여성의 삶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 같은 의식이 잘못된 것이고 나답게 사는 일에 있어 배척된 체계들이 존재함을 일깨워 주며 그러한 여성들의 삶의 불편과 불안함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 우리의 의식 속에서 다르지 않은 '같음'을 공감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소설의 주 무대가 독특하게도 '게시미안'이라는 장례 전문 업체이고 주인공 '사쿠나 마나'는 사자들의 죽음의 길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녀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와 불편과 불안을 적층하듯 드러내는 것에서 우리는 그녀와 나의 존재를 바꿔 생각하는 의식을 통해 적잖은 슬픔과 분노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삶과 죽음은 존재와 부재라는 극과 극의 대치이지만 그 과정 모두가 하나의 정서적 연대를 이룰 수 있는 계기로 마나의 의식을 통해 분노와 슬픔으로의 상황들을 살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과거 여성들의 삶을 말하면 고리타분하다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과거의 여성에 대한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라 할 수 있다.
보호와 억압의 대상으로의 여성이라는 존재를 생각하면 왜? 라는 반발심이 섞인 궁금증이 일어난다.
또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부귀와 빈천에 따른 직업이 없다는 말이지만 그러한 의식 속에는 평등 사상이 도사리고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직업에 귀천이 없는것이 아니라 지극히 귀천을 따지는 사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시미안'은 가족 전문 장례업체지만 여성이 하기에는 마뜩치 않은 시선을 느끼게 된다.
마나의 연인 조차도 마나가 그러한 일을 하는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듯 이해할 수 없는 이들과 관계를 정리하는 마나의 행보는 주체적인 자기 삶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읽혀진다.
나다운 나의 삶, 사실 진정으로 나 스스로 나의 삶, 나다운 삶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닦아 놓고 계획해 놓은 삶의 길들을 따라 지금 여기 까지 왔다는 생각을 해 보면 온전히 나의 삶은 나다운 삶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에 놓이게 된다.
나의 삶을 위해 주체적인 고민을 해 본적이 있는가 하는 물음을 마나를 통해 확인하고 그녀의 행보가 그러한 방향성을 내보이고 있음에 어쩌면 우리는 대리만족이라는 감정적 고양을 맛볼 수 있을지 모른다.
여성에게 여성다움을 강요한다? 그것이 여성에게 합당한가? 하는 물음에의 대답은 호불호가 달라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성별을 구분치 않는 것이 평등이며 평등한 존재로의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성이라 할 수 있다.
마나의 고민과 그녀의 행보는 그런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슬픔과 분노로 점철된 시간들을 결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성의 구분이 아닌 능력에 따라 자신의 삶이 판가름 나는 시대가 되었다.
새벽의 틈새는 차별과 강요, 여성에게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새로운 세상으로 재편하는 기회를 우리의 의식에서 부터 시작해야 함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