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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의 초상
주요한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9월
평점 :

과거는 역사로 잠들어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는 엄연히 현재와 이어져 있고 또 현재는 미래와 이어져 있음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그런바로 생각하면 과거와 현재, 미래는 어쩌면 하나로 이어진 또 다른 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양자역학이 보여주는 다중 세계의 모습과 같다 하면 이해가 될까?
지금까지의 물리학으로는 다중세계에 대한 이해는 할 수 없었다면 양자역학을 통해 선택이 되든 되지 않든 다중 세계의 존재가 유의미한 사실로 받아들여 지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생각하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진 하나의 길이자 서로 다른 길임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세상의 삶을 살면서 무엇이든 우리의 욕망에 따른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이 바로 다중세계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이 된다면, 또한 근원이 아니라면 선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는 일이다.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이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고 보면 우리의 선택의 여부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선택하든 하지 않든 엄연히 선택을 받을 세계는 존재함을 인식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한 의미로 보면 양자역학과 타임슬립이라는 두가지 장치만으로 멋진 서사를 펼쳐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담아낸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10.26의 초상" 은 아이러니하게도 명량해전,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암살과 궁정동 안가의 사태가 교묘히 맞물려 마치 어떤 인연의 끈이 작용하듯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의 심리적 상황과 서사를 교묘히 그려내고 있어 마치 실제하는 듯한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소설은 타임슬립이라는 상상적 요소와 양자역학이라는 최신 기술적 상황을 교묘히 조합해 인간의 선택에 의해 지금껏 삶의 현장인 이 세계가 구축되어 왔음을 깨닫게 한다.
물론 선택되었기에 과거로 남은 기억속에서 우리는 역사를 떠 올리고 현재의 선택으로 인해 미래를 유추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적 여부에 따라 파생되는 세계가 단일함이 아닌 다중세계의 존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면 아마도 우리의 선택은 오늘 달라질 수 있고 , 달라져야 한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소설적 상황에서는 명량해전, 하얼빈 저격사건, 궁정동 안가의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사건이라는 세 꼭지점은 우리 역사에서 커다란 변곡점으로 꼽힌다.
아마도 그러한 시기에 그러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땟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 머리가 복잡해 진다.
하지만 저자의 소설적 상황을 통해 펼치는 주장에 따르면 선택하든 하지 않든 다중세계의 존재로 펼쳐진 세계라 그 누구도 과거와 현재, 미래의 변화된 상황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단 하나 선택의 결정권자는 바로 오늘의 나, 우리라는 사실이다.
그 사실만이 변곡점으로 자리한 역사의 시간을 쫓아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많은 시간여행에 관한 소설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작품과는 차원이 다른 소소한 이야기들이 맥락을 이루고 있어 흥미위주의 이야기로만 읽고 넘어간 수준이었다면 저자의 작품은 우리 역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하는 세 사건을 타임슬립과 양자역학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최고봉을 조합함으로써 새로운 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는 문을 열였다고 평할 수 있다.
그 길을 가 보든 가보지 않든 우리의 선택이지만 여전히 두 갈래 혹은 무수히 많은 의미를 부여한 갈래가 존재하듯 그에 따른 다중 세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면 현재의 무엇이 나, 우리에게 옳고, 그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십분 고민하고 실천하며 사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아름다움을 꿈꾸지만 나, 우리의 존재가 무뇌충도 아니고 보면 인간의 지식과 지성, 지혜를 통해 선택하는 현실은 우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신께서 놓아준 다리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것 같다.
작중 인물 수녀(나리)의 해석처럼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더욱 신을 향해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고...그러한 길들이 모두 제 각각이지만 그 모두의 길들이 하나의 세계이자 선택된 올바른 길이라면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선택한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는 최선의 길이자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소설이지만 생각과 느낌이 많은 문장들이 넘쳐난다. 사유가 즐거워 지는 책이다.
**출판사 바른북스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