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아포리아 14
롤랑 바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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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님 덕분에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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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신간 나왔다.


철학자의 난해한 글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이는 마치 제분 기술이 조악하던 전근대 유럽에서 거친 겨가 섞인 곡물을 바탕으로 장기 보관을 위해 수분을 날려 바게뜨를 딱딱하게 만들었기에 일반인은 저작과 소화가 힘들어지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런 글을 다루는 번역자는 존중받아야 할 2차 창작자로서 흡사 어미 강아지가 그 돌덩이 같은 빵을 턱뼈가 으스러지고 어금니뼈가 닳도록 오물조물 씹어 죽으로 만들어 아기 댕댕이 입에 아 하고 넣어주는 것과 같다.


역자의 생각과 해설이 풍부해서 좋은 독서였다. 저녁 내내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사진3의 각주에서 바르트가 사용한 figure는 윤곽선이나 형상뿐 아니라 안색, 문체를 뜻하기도 한다는 해설이 좋았다.





이렇게 번역가만 제공할 수 있는 친절한 해설은 독자의 이해를 한 층 더 풍요롭게 하고 글을 선명한 해상도로 읽도록 해준다. (얘네 나빼고 혼자 재밌는거 읽고 있었네!)


나는 앞으로 현대 예술전이나 유럽 회화전에서 드로잉을 보면 이것이 예술가의 윤곽선이자 안색이자 문체구나 하고 바르트를 경유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고마운 번역자. 누군가에게 당연하고 사소한 용어겠지만 무지한 빠가야로인 나에게는 맹인이 눈을 뜨는 것과 진배없는 일이다. 교육의 신성함이여 지식의 낙수효과여


첫 도입부는 사진과 겸한 인스타 감성의 글로 배치되었고 중반부 이후부터가 곱씹어 음미할 글이지만 기승전결이 있는 일관적인 네러티브라기보다 초역 부처의 말처럼 글 꼭지별로 분절된 옴니버스식 아이디어 모음집이다. 숏츠형 글쓰기나 글자수가 제한된 스레드 글감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나는 그 글자수를 무시하고 길고 긴 글을 아무렇지 않게 투척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통을 주고 있지만 말이다. 아직도 한참 남았다! 정상까지 분발하자!


바르트의 글맛은 지속력이 있고 발칙한 생각의 밀도는 조밀한데 부피는 독자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가지런히 잘려져 있는 것이 마치 발칙한 빌브라이슨의 만연체를 쑹텅쑹텅 나이프로 잘라놓은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런 잘 커팅된 글의 예시는 앞 부분에 아페리티프(식욕을 돋우는 식전주)로 제공된 인스타형 사진 포함 에세이인데 개중 맛있는 부분은 사진2의 두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름답고 파리출신의 할머니와 착하고 지방사람의 할머니


착하고 귀족가문출신이라는 점에서 일드 <화려한 일족((華麗なる一族카레나 이찌조쿠>의 교토 구 화족 가문 출신(公家華族) 만표 야스코(万俵寧子)가 생각난다.


사회적 화술에 민감해 수도원 학교에서 배운 접속법 반과거 시제를 고수했다고 한다. 패션과 더불어 언어는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인지하고 있던 것일테다.


프랑스어의 접속법 반과거와 비슷한 감각을 우리말 속에서 찾아보자면

조선배경 사극 대사체의 하옵니다, 하옵건대, 하시옵소서 같이 현대 일상표현과 다른 시간적 거리와 사회적 위계감을 주는 표현이나

20세기 개화기의 국한문 혼용체의 오등은 자에 .. 선언하노라,  같은 고풍스러운 느낌과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신춘이 세계에 래하야 만물의 회소(回蘇)를 최촉(催促)하는도다.. wow! amazing하도다



접속법 반과거 le subjontif imparfait라고 말은 듣는 순간

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적으로

두졔스으에스, 두졔스이오엔에스, 두졔스이으제

같은 나지막한 읊조림과 싷콩플렉스가 껴있는 다른 그룹에서 빌려온 모음과

위 위스 위스 아벡 에스아라팡 위 위시옹 위시에 위스 같은 가톨릭의 연도(litany)같은 타령이 나온다.


바르트가 자주 사용했고 자신만의 의미로 새롭게 정립한 정신분석학적 용어는 perversion(페르베르시옹)인데 사전적 의미는 비뚤어짐, 변태, 전도... 지만 성적 일탈의 병리적 현상이 아니라 언어적 질서를 어긋나게 하는 힘으로 새로 정의했고 나아가 규범적 독해를 거부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독서법으로 확장해서 사용했다.


이 책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글이 바르트 자신이 정의한 탈규범적 독해에 대한 예시라고 할 만하다. 그러니까 태권도 사범처럼 기술을 설명하고 시범도 보인 것이다.

앞서 말했던 역자의 좋은 해설 중에 수학 용어인 탄젠트의 어원 설명과 단어의 외연 확장이 있다. 희랍어 뉘앙스와 이를 미술사와 종교와 문학에 자주 나오는 놀리 메 탄제레(라:탄게레, 스:탄헤레)와 연결하고 오디세우스까지 확장해 단어의 이미지를 풍윤하게 부풀렸다.(사진4)


소개하고 싶은 구절은 산더미같고 무릎을 탁 치며 하이라이트칠만한 표현은 한 다스 있지만 다 언급할 수 없으니 개별적인 구매를 권한다.



p206에 바르트가 좋아하는 것을 나열한 부분이 있는데 싸이월드 감성 같기도 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촘촘히 나열된 명사의 모음을 가지고 있는 끊임없이 갱신하는 자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홀로 있는 독개인의 정체성을 성립하며 남과 차별화하는 과정중의존재라고 할 수 있으니 앞으로 무엇이든 자신있게 할 수 있고 누구에게든 정확히 기억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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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요네즈 켄시(米津玄師)의 Lemon - (자동으로 드라마 언네츄럴과 이시하라 사토미가 소환됨)

유우리(優里)의 베텔기우스(ベテルギウス)

아이묭의 마리골드(マリーゴールド)

츠키(tuki)의 만찬가(晩餐歌) - (일본에서는 타치츠테토라서 트가 없고 tu는 츠다)


이런 대중적인 음악도 있지만


김장훈식 성대 긁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취향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곳이다


한일 일장일단이 있다. 일극형 모델로 취향이 대동단결하고 답안지 참고해서 프랜차이즈화하는 한국의 음악시장은 다양성은 적어도 완성도가 있기 때문. 특이 취향은 생존이 힘들다.


<러브레터> 감독 이와이 슌지(岩井俊二)의 키리에의 노래(キリエのうた, 2023)에서

아이나 디 엔드(본명 이이타니 아이나 飯谷愛菜)가 부른 노래나


https://www.youtube.com/watch?v=BI4zNteRP7E


역시 같은 감독의 일관적인 노래 취향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발견할 수 있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スワロウテイル, 1996)에서

챠라(본명 와타비키 미와 綿引美和)가 부르는 My Way는


박정현이 비긴어게인3에서 부른 것에 비하면 성량이나 발성이나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배역의 질곡진 삶에 설득되어(이묵돌의 초월처럼)


챠라의 이런 My Way 음악도


상처받고 부족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더듬어 가는 구불구불한 길이라는 깊은 의미가 느껴진다


박정현

https://www.youtube.com/watch?v=yt0ryG0kJLw&list=RDyt0ryG0kJLw&start_radio=1


키리에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BI4zNteRP7E


스왈로우테일 챠라

https://youtu.be/pVyQqnuVQco?si=PUcwXQNFKvJkA3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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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휴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막 올라온 돌고래유괴단 광고에 노윤서 등장


옛날에 영화 <청설>보고 영화 전체가 노윤서를 돋보이게 해

여배우 넥스트 아이콘으로 등용시키기 위한

거대한 트레일러같다 생각했는데


https://blog.aladin.co.kr/797104119/16256847


패션에 적절한 피팅 모델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강아지상 얼굴은 클로즈업하는 광고에서는 매우 적절하다


그래서 이 광고는 잘 뽑혔다 MZ세대 느낌 잘 살렸다


박해수와 윤경호의 캐스팅도 좋다.

늘 등장하던 멤버 중 한 두명만 배경에 등장시키고

새로운 페이스 3명을 전면에 부각시켜 비주얼적 신선함을 추구했다.


웨일즈어로 음유시인의 노래와 이야기를 뜻하는 마비노기지만

역시나 돌고래유괴단. 마음 비우며 놀기로 바꿨다.


포맷은 20년 전 유행한 일본 환타광고와 비슷해보이나

각 반의 다양성이 아니라(수평 비교)

1교시부터 쭉 이어진는 시계열을 따라(수직 진행)

결국 다운로드 받는 서사다

볼레로 음악이 킹받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KsFjFAqoW4M


https://www.youtube.com/watch?v=EQPw0BqZ_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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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한겨레를 동시에 본다. 남성향 웹툰과 여성향 웹소를 동시에 보고 버핏과 바루크와 칼 폴라니와 맑스를 병렬독서하는 이유와 같다.


자신을 읽는 독자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조선기사는 새는 돈, 구조문제, 키워놓았는데 배신, 오랫동안 일궈놓은 것의 붕괴, 새로 바뀌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와 어쨌든 발 맞춰나가기 위한 배움, 저출산고령화 같은 데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치성향, 연령대, 배경, 직업이 짐작된다. 한경과 매경 같은 신문을 제외하고 경제섹션이 잘되어있다.


한겨레 기사는 국제 노동 인권 기후에 특화되어있다. 안보와 경제도 없지 않은데 논조가 다르다.


조선 독자는 대개 100억, 10억을 벌면서 100만원, 10만원 자잘한 돈 나가는 것은 신경쓰지 않는 자들로 적절한 투자기회 상실, 정치문제, 시스템 분배, 제도와 규제같은 거시적 이슈로 집단과 업계전체가 큰 돈을 손실하는 것에 분노한다.


한편 한겨레는 당장의 가처분 소득 10만원 100만원이 이번 주 치맥을 


하느냐 못하느냐 같은 삶의 질 향상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둔다.


대개 미시적 삶의 불공정 불평등에 특화되어있다. 국제문제에서도 중후장대형 산업의 미시적 영향을 다루는 편이다.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한 여러 다채로운 사례를 이해하려고 한다. 동물권 AI같은 미래에 관심을 두는 한겨레의 기사가 조선에서는 당장 먹고사는 데 어떻게 응용될지 추이로 전환된다. 한겨레는 여성인권, 조선은 여성출산이다. 조선은 거시적이긴 하되 테마와 접근방식이 제한적이라면, 한겨레는 사례의 다양성과 네트워크적 영향관계, 제도변화의 일상적 영향에 주목한다.


중앙일보 한국일보 모두 전문가 인터뷰, 사설 섹션이 좋다. 중앙일보가 지면을 큼지막하게 허락하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 한편 경향신문은 다소 필진이 서울대 교수진 위주다. 그러나 읽는 신문이 너무 많으면 감당이 안되어서 중앙 한국 경향까지 읽을 시간이 없다.


조선 한겨레 코리아타임즈 뉴욕타임즈 정도로 줄여야 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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