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의 레슨 -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우치다 다쓰루 지음, 박동섭 옮김 / 유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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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 출판사 우치다 다쓰루는 다 있고 읽어서 한 책도 거를 수 없는 노예의 몸이 되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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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강물 에디션 활판인쇄 한정판)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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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판인쇄로 꾸꾹 눌러 한정판으로 제작한 소설집, 김영하의 신간 단 한 번의 삶 읽었다. 박희병이 엄마의 마지막 말들처럼 엄마 투병기로 시작하는데 을목들의 특징인지 이런저런 말을 두런두런 주절주절하면서 사람의 시선을 고정시키는데 능하다. 둘 다 한 호흡에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읽어지는 에세이

결국 퍼스널 네러티브가 답이다.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는 글이 인간적이고 읽을 만하며 페이지를 끝까지 넘기는 흡입력이 생긴다

반영구적인 매체에 너무 자신의 내밀한 정보를 공개한다는 부담과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영상과 사진으로 자신의 얼굴과 외양과 스타일을 다 드러내는 인플루언서도 마찬가지. 작가는 자기 경험과 기억을 드러내고 배우는 모습을 드러내는데 어떤 위대한 작가는 숨기고 싶은 모든 모습과 트라우마까지 다 공개하고 어떤 연예인은 올레드 스크린의 고해상도에 모공까지, 사적공간인 방이나 가족까지 다 드러낸다. 다 보여줄수록 어텐션도 모이고 그 관심어린 시선 속엔 안티도 팬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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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 언박싱프로젝트가 하반기 가장 지적으로 흥미로운 전시 중 하나였고 곧 끝난다고 하는데 너무 생각이 많아 쓸 시작도 못하고 있다.

참여 작가 태반이 다른 갤러리에서 한 두 번 봤던 사람들이어서 더 재밌었는지도 모르겠다.

학부4년 배운 이들의 졸전이 아니라 현직으로 활동하고 있고 실제로 작품도 팔리는 중량감 있는 작가들의 대형 졸업작품 전시회같은 느낌이었는데

흑백요리사나 더인플루언서 같은 경연 프로그램의 첫 방송 때 어 이 사람도? 이 사람이? 하는 느낌이었다고 하면 좀 비슷하려나

그러나 토너먼트가 아니고 수상자 선정하며 우열관계가 나뉘는게 아니라 감상은 편했다. 만약 스타트업이었다면 이 PM 너무 날로 먹는거 아냐? 하며 이윤이라는 공동목표 속에 노력의 정도를 상호 비판하고 그랬을텐데 그런 점에서도 자유롭다. 누구는 1시간만에 완성할 수도 누구는 상당한 시간을 들였을 수 있지만 의미가 없다. 모두 같은 크기와 물성이 고정된 상태에 그 작가가 무엇을 하고 시그니쳐가 무엇인지 각인이 되면 그만이니까. 다만 그동안 풀었던 유형이 모두 종합적으로 랜덤하게 나오는 파이널 모의고사같기에 이 전시로 공부를 스타트하기엔 무리고 지난 몇 년간 이 작가군을 직간접적으로 개인전 단체전을 통해 접해왔어야 지적 호기심 배가된다

단 한 명도 같은 방식으로 목재를 사용하고 디스플레이한 작가가 없었다

기억컨대 합판이 주제가 되기도 형식이 되기도 작은 캔버스로 쓰기도 자석을 붙여 퍼즐로 만들기도 아이패드를 넣기도 고정대로 쓰기도 비즈나 종이를 넣어 보내 훨씬 부피가 큰 설치미술이 되기도 합판을 잘게 자르기도 장작과 함께 세워놓기도 경첩을 이어 병풍처럼 만들기도 적층하기도 적층하며 나무로 잇기도 기하학 주제를 드러내기도 2판을 모아 영상을 쏘는 스크린으로 활용하기도 4판으로 쓰기도 전혀 다른 알루미늄 물성을 덧입히기도 오브제를 넣기도 그리기도 포장이 되기도 작품의 일부가 되기도 편지가 있기도 작품을 올려놓는 받침대가 되기도 기계가 들어있기도 화면이 비틀리며 삐어져나오기도 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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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시골마을 숲 건너편 거대한 집 두 채에 살던 가족이 서로 싸우는 걸 더러 코리아라고 하는 걸 들었던 아이는 베를린자유대, 듀크대를 거쳐 일본에서 교편을 잡으며 국중박, 국현미 과천을 종종 방문해 이인성, 김병기 등의 아카이브를 연구한다. 마그달레나 코워제이다.

문득 크리스탈 하나 킴의 할머니를 모티브로 한 50년대 한국 소설 <네가 나를 떠나면>, 줄리아 리의 성장 회고담 <주인의 손을 물어야하지니>, 교육의 허위와 기만에 대해 일갈하는 롭 킴 헨더슨의 <산산조각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나는가>

그리고 국현미 서도호전까지 모두 디아스포라를 다루는데, 유학에 수반되는 교육 목적의 이주를 곁들인 디아스포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 끈은 길어지며 화려해지는데, 하나같이 상당한 학벌을 자랑한다. 마치 디아스포라를 논하려면 좋은 학력이 필수인 듯이. 어떤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대학이 제공하는 자유로운 학습분위기와 팍스 아메리카나에 뿌리를 둔 자유무역 시스템이 허락한 예외적인 상황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이 자유로운 시민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맞지만 그 구성원은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 냉전시대 구소련체제의 대학가는 전반적인 사회에 비해 자유로운 비판과 논의가 가능했겠지만, 오늘날만큼은 아닌 부분도(혹은 더 그런 부분도) 있을테니

어쨌든 서도호는 서울대 동양화 학석,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과 예일대, 크리스탈 하나 킴은 컬럼비아 학석, 줄리아 리는 프린스턴 학사, 하버드 박사, 롭 킴 헨더슨은 예일대를 거쳐 케임브릿지 박사다.

이런 학벌 인플레가 모든 디아스포라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육 디아스포라가 아닌 다른 이주경험에는 예컨대 노동에 의한 모빌리티, 전쟁(파병) 혹은 기관복무에 의한 이주 등이 있고 국경을 넘은 사람의 이동은 동일하지만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닐 것이다.

그럼에도 가르침과 토론과 글쓰기가 일반적인 교육 디아스포라의 특징 때문에 담론이 활자화되어 널리 확산되어 과잉 대표될 수도 있다. 수고스런 일본편의점 노동에 대해 인도인이, 아프간파병의 끔찍한 PTSD에 대해 미국인이 이야기를 할 플랫폼이 부족하고 또한 그런 이야기는 어떤 커뮤니티 안에서만 맴돌 것이다.

오래 전 부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마치 대다수의 한국인 관광객이 자주가는 휴양지 유럽 일본 태국에 대한 지식정보를 한국어 소셜미디어(카페, 스레드, 블로그 등등)에서 유통, 소비하고 현지인이 현지어로 말하는 이야기는 잘 전해지지 않는 것처럼, 한국 산단이나 조선소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은 한국어가 아니라 자기에게 익숙한 언어로 지식정보를 쌓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고 할 거란 것이다. 요컨대 김사장님은 웃으며 형님이라고 하고 같이 술 마시면 좋아하는 헤픈 남자야, 라는 말을 김사장님은 알아듣지 못하는 스리랑카어로 이야기하고 노트에 적어 자기들끼리 유통할 거라는 말.

이런 맥락에서 학문 공동체 안에서 디아스포라 세미나는 쉬이 찾을 수 있고 짧게라도 국제 경험, 이주 경험이 없는 학생이 없으니(아니 일단 외국대학을 진학했다는 자체가 디아스포라인이 된 거 아닌가) 디아스포라인끼리 모여 디아스포라를 말하고 쓰고 물고 뜯고 맛보고 자시고(?) 하기는 쉬운 일이다. 더욱이 대학은이 말하고 글쓰기를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니 더더욱

반면 말하고 글쓰는게 주업무가 아닌 자들. 아까 말했던 국제이주노동자들, 예컨대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핫했던 이슈인 필리핀 이모(돌봄노동자)의 경우, 글쓰고 말하는 시간을 따로 내야하고 따로 배워야하니 그들의 경험이 이렇게 책으로 정갈하게 나오는 건 드문 일이다. <나의 엄마는 거리의 청소부입니다>처럼 엄마의 이야기를 딸이 대신 전해주지 않는 한. 위안부 할머니들도 자신의 경험을 제대로 언어화하는 것이 어려워 한을 가슴 속에 쌓아둔 것처럼. 총쏘고 보급하고 연락하는 일을 하는 파병 군인도 마찬가지

그래서 교육 디아스포라는 과잉 대표된 측면이 있다. 읽고 쓰는 이들 사이에서 유통되기에 적합하다. 접근성이 좋다고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직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가 있는 셈

https://artguide.kr/column/24205?redirecte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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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이윤 리 지음, 정혜윤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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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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