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강연금의 작가 아라카와 히로무가 그린 자서전적 픽션 <은수저>는 홋카이도 농고의 삶을 그린다


입시명문중에서 농고로 입학한 주인공은 친구들이 중학교 수준의 수학과 영어도 못해서 내신성적을 잘 받을 수 있겠다 안도하지만 이내 대학수준의 전문적인 생물학 지식에 압도당하고 만다.


교육이라는 행위는 보편적이나 무엇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지 내용과 과정은 나라별로 다르다. 가르침은 인류 기원 이래로 늘 중요했지만 총론보다는 각론이 변화대상이다.


예컨대 서울대 역사학과나 고고미술사학과를 가려고 해도 수학1등급을 받아야 수월한 우리나라의 제너럴리스트 입시구조와,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서 하나만 전문적으로 연구한 흔적을 바라는 교육문화는 차이가 있다.


일본 예능방송에 등장했던 러시아 오타쿠 동경대생이나 2008년 EBS다큐 민사고편에 등장한 주식투자 텍사스 중질유 학생이 후자에서 바라는 학생상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교육기관이 위신 상승 및 부와 계급 재생산과 연관이 되어있으면서 입시제도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한편 외국은 세분화된 학문의 깊이를 더 파내려갈 수 있는 연구중심형 학생을 바란다.




영국 옥스포드나 캠브릿지는 A*AA의 자격요건은 바라지만 필수과목은 없고 입학프로세스 과정에 내신성적을 제출하는게 아니라 합격 후에 제출한다. 물론 학교 리포트가 안좋으면 불리하지만, 입학에서 관건은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에세이와 학과별 입학고사다. 고전학의 라틴어시험, 고대학의 역사시험, 앵글로색슨켈트학의 시험의 난이도는 정말 높다. 대학수준공부를​ 중고등학교 때부터 요구하는 것이다. 그만큼 학문이 심화되어서 대학 내내 파도 도저히 다 파기 쉽지 않을 정도로 깊다.


몇 달 전에 진행된 2025년 프랑스 바칼로레아(대입시험) 미술사 문제를 보자. 이 역시 쉽지 않다.

https://www.education.gouv.fr/reussir-au-lycee/bac-2025-les-sujets-des-epreuves-ecrites-de-specialite-450514



다음 셋 중 택1하시오 (3시간 반)


1. 자료 분석형 작문

Q. 20세기 전반기 동안 파리가 예술적 교류의 장이 되었음을 설명하시오.


(답안은 제시된 모든 자료(5개)를 활용하고, 아울러 수험생의 개인적 지식을 보태어 서술할 것)

-아래 사진 / 자료 5번은 음악


2. 논술

"건축물을 복원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수하거나, 수리하거나, 재건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한 시점에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을 수도 있는 완전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을 뜻한다"


에제네 에마뉘엘 비올레-르-뒤크, 「복원」, 『11세기에서 16세기까지의 프랑스 건축 사전』 제8권, 파리, B. 반스, 1866, p.14.


Q. 이 인용문이 비올레-르-뒤크의 작업과 그가 불러일으킨 논쟁을 어떻게 잘 보여주는지 논하시오.


3. 논술

Q. 여성 예술가들은 여성성에 대한 특별한 관점을 제시하는가?


자료 1

폴 엘뤼아르(1895~1952)와 만 레이(1890~1976), 〈독서〉, 만 레이의 그림에 엘뤼아르의 시를 곁들인 작품, 『자유로운 손들』, 1937, 파리, 갈리마르 시집, p.39.


시: 〈독서〉 중에서

파리의 한가운데서

수줍음은 몽상을 하고 있었다

구름 없는 하늘의 꽃다발이

검은 집들의 화병에 꽂혀 있었다

그녀가 시간이 없을 때

그녀는 오히려 더 아름다웠다

배움에는 끝이 없었다

하늘은 창을 닫고

태양은 천장을 숨겼다


자료 2

로베르 봉피스(1886~1971), 〈파리 1925 국제 장식미술 및 산업미술 박람회〉, 1925년 4~10월, 57.9×38.5cm, 상공부 의뢰 포스터, 석판화(채색), 파리 까르나발레 박물관.



자료 3

피에르 시카르(1900~1980), 〈르 피갈〉, 1925, 유화, 126×229cm, 파리 까르나발레 박물관.

자료 4

마리 로랑생(1883~1956), 〈아폴리네르와 그의 친구들〉(제2판), 1919, 유화, 130×194cm, 파리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거트루드 스타인, 기욤 아폴리네르, 파블로 피카소, 마리 로랑생 등).


자료 5

다리우스 미요, 발레-마임극 〈지붕 위의 황소〉(Op.58), 1920년,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초연. 발췌: 얀 파스칼 토르텔리에 지휘, 얼스터 오케스트라 연주, 1992년 녹음(1분 08초).

〈지붕 위의 황소〉는 전간기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바레(무도곡) 중 하나의 이름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VZLfIKYg0Pg



아래는 영국 옥스포드 캠브릿지 입시요건 관련과 


학과별 입학고사 문제지 샘플이다.


그러니까 한국은 80년대식으로 문과도 화학, 국민윤리 포함 사탐 11과목 다  전과식으로 공부해서 뷔페식으로 다 준비된 학생을 길러내는데


어떤 나라는 네가 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건 정말 제대로 하길 바라는 것이다



https://www.classics.ox.ac.uk/sitefiles/ahcaat-sample-1.pdf




미국처럼 아이비리그입학하기 위해 사실상 문과라도 AP 환경과학, 통계학을 공부하는 경우도 물론 있기에 한국만 제너럴리스트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경쟁 때문이다. 명문대 지원자가 많을 경우 다 엇비슷한 포트폴리오면 뭐라도 하나 더 내역이 있는 애를 뽑는 것


이것저것 다 준비했어 vs 이거 하나는 제대로 했어


의 차이다


프랑스는 시청각, 연극과 같은 바칼로레아도 있는 반면

영국은 선택범위가 넓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입학고사 준비하려면 일반학교에서는 어림도 없고 입시명문고를 가서 학과출신 투터에게 준비받아야해서 인맥이 필요하다


일장일단이 있다



https://www.undergraduate.study.cam.ac.uk/courses/anglo-saxon-norse-celtic-ba-h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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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의 잔 (인터랙티브 에디션)
J.K. 롤링 지음, 칼 제임스 마운트퍼드 그림, 강동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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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연히 추수한 세렌디피티는 조선 후기 문신 이운영(李運永, 1722~1794)이 쓴 야담집 영미편이다.


문집 번역의 어려움에 부들부들 떨며 분노하는 친구의 글에 책 나오면 읽겠다고 했더니 이미 나온 책을 추천해주어서 바로 구매하긴 했는데 목차를 보니 너무 재밌을 것 같아 현기증이 나서 도저히 주말 배송을 기다릴 수 없었다.


요모조모 찾아보니 단행본은 고전번역학 박사논문의 72페이지 이하를 편집한 듯하여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는 해적루트 riss를 순항해 다운받아 프린트해서 읽었다. 아이 꿀잼이어라


300년 후 한반도인이 조상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법조문, 수능문제집, 한글 공문서만 읽는다면 이해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블라인드 같은 커뮤니티나 스레드의 매일의 일화와 유머와 촌철살인에서 그 시대 풍속을 더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조선 야담을 읽는다는 건 그런 것이다.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토록 재밌는 에피소드를 수고를 들여서 번역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모른다. 게다가 경이로운 한문실력이다. 역시 삼천배를 경험한 이는 뒷심이 강하다. 번역자는 복 많이 받으소서!


상권 과거시험 34꼭지 중 나는 특히


1번 거벽을 통해 합격한 소년

6번 두 응시생의 눈치 싸움

31번 기녀의 편지 한 통

이 재밌었다.


6번의 일화는


서울 응시생이 시험관에게 뇌물을 얌냠 먹여서 가장 마지막에 제출한 시험지를 합격시키기로 잘 합의봤는데


지방 응시생이 어 이놈 봐라 다 썼는데도 꾸물 대는거 보니까 뭐가 있네 하고 버팅기다 제출시간은 다가오고 밤이 늦자


서울애랑 지방애랑 짜증나서 토목공이야 학질놈아 하고 투닥거리다가 결국 서로 시험지 바꿔들고 달려서 내기로 한다.


그러니까 남의 시험지를 들고 있는 내가 젖먹던 힘을 다해 빨리 달려서 먼저 내야지 내 시험지를 들고 있는 상대가 늦게 내서 내 시험지가 원하는대로 최말축에 내게 되는 셈


그런데 지방응시생이 자빠져서 서울응시생의 답안지는 젖고.. 푸하하!


이런 일화를 읽으면 옛날 사람의


삶이 오늘날과 그리 다르지 않구나 하는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


31번의 이야기는


제술은 강한데 경전 외는 것는 약한 응시생이


시험전 점사를 보고 점쟁이가 알려주는대로 외웠다가


6개 그대로 다 나와서 앗싸 하고 있었는데


한 문제가 잘 안 풀리자 끙끙대다 똥간 허락 받고 감독관 군졸과 함께 갔는데


하필 그 군졸이 자기가 옛날에 책방에서 일할 때 살던 지역출신이라 통성명하던 중


엉엉 보고 싶어요 정말 그리워요 하는 정분나눈 기녀의 애절한 편지를 전해받고 감상에 잠시 젖던 중


감독관이 응시생에게 종이를 건내는 장면에


치팅한다고 생각한 총 시험감독이 (그러니까 똥간은 오픈되어 있고 그걸 보고 있던 거다)


소리치자 놀라서 편지를 황급히 밤톨로 만들어 씹어 먹으니


감독관이 이전 시험문제지를 인정안하고 바꿔서 보게했는데


공교롭게 점쟁이가 일러준 문제라서


일필휘지로 작성해서 합격했다는 일화다


이런 야담을 읽으면 조선사람들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고 살아 숨쉬는 인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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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더글로리> 이후 특히 느끼기 시작했는데 특정 구간에 유행했던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 사람들의 대화에서 소외되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레퍼런스, 밈, 패러디에서 유리된다.

나는 2010년에 유행했던 <마블> 시리즈는 영화관에서 안 보고, 2020년이 되서야 그동안 개봉했던 20여 편 남짓을 OTT로 다 보고나서야 그동안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 결과 깨달은 것은

매년 순위권의 영상물은 숙제처럼 소비해야 그 시공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심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10년 단위로 싸이클이 바뀌었다. 70년대 배삼룡 서영춘 구봉서, 80년대 하희라, 나훈아, 이덕화와 홍콩 영화, 90년대 서태지, HOT, 김건모, 김희선, 신승훈.. 과 같이.

디지털 시대가 되며 콘텐츠 유통과 소비속도가 빨라지더니 이제는 매년 업데이트되어서 러닝머신 위를 10km/h로 달리는 느낌이다.

올해의 남은 숙제는 싱어게인4, 다이루얼질지니

-

영화는 프레데터, 아바타 정도가 있고


안했다면 수업 후 남아서 해야하는 2025년 미진한 숙제는

드라마는 넷플 기준으로

폭군의셰프

소년의시간

은중과상연

트리거

미지의서울

오겜3

폭싹속았수다

소년의시간

웬즈데이

중증외상센터

케데헌

귀칼 극장판

좀비딸

썬더볼츠

판4

F1

쥬라기월드

승부

미임파

하얼빈

미키17

어쩔수가없다

위키드

정도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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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화행사는 빨리 보면 볼수록 좋은데

왜냐하면 그 이후에 여러 매체에서 쏟아지는

리뷰와 인사이트를 동시적으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취하면 부익부 효과를 누리게 된다


전시에서는 피에르 위그, 조선민화, 마크브래드포드와 프리즈, 이강소, 이불, 샤갈, 힐마아프클린트 등이 그랬고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다

첫 날 봐서 다행이다


영화비평리뷰 iMDB, screen rant 등에서 글이 나오고 있고

스레드에서도 생각이 쏟아지고 있으며

방금 유투브 채널 이동진, 백수골방 연속으로 리뷰가 올라왔다


이동진의 생각에서 배울 점은 다음과 같다


1. 할아버지의 2만마리 돼지 매립의 아버지의 대량해고는 같다


2. 나무를 자르는 것과 직장에서 짤리는 것 수염을 자르는 것은 같다

재취업하면서 수염을 기른다


3. 가족과 취업과 집이라는 세 층위에서 해피엔딩이지만

아내는 정황을 알고 아들은 진실을 봤고 딸은 첼로연주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족에게서 배제된 가장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naRMazLFHQ


4. 엔딩에서 소등 장면을 보면 그 역시 직업을 잃고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5. 아내는 제지기계로 비유된다. 이 모든 서사를 거쳐 온 가장은 발전이 없다


6. 과연 어쩔 수가 없을가? 핑계나 변명은 아닐까? 변명하는 자들의 지옥은 아닌가


백수골방은 전체적으로 아쉬움 지적 위주인데 이는 원작 <액스>에 대한 비판과 섞여있다.


그의 말 중 유념해볼 부분은 전혀 어쩔 수 없지 않고 충분히 다른 부분을 선택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제목과 연관된 내용이기도 하고 관객에 대한 설득부분이기도 하다.


정말 살인 이외에 다른 선택은 안되는 불가항력적 부분인가?

꼭 하향산업인 제지공장 재취업이어야 하냐, 음악까페나 이사는 안되냐


금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던 논리적 이유미비와 윤리적 비판


특히 박찬욱 모든 필모에서 블랙코미디 시퀀스가 잘 뽑혔으나

구범모(이성민)의 자기 정당화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한다


https://youtu.be/mSqOXyqTC74?si=UqKwQlUOGFBZTq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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