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화행사는 빨리 보면 볼수록 좋은데

왜냐하면 그 이후에 여러 매체에서 쏟아지는

리뷰와 인사이트를 동시적으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취하면 부익부 효과를 누리게 된다


전시에서는 피에르 위그, 조선민화, 마크브래드포드와 프리즈, 이강소, 이불, 샤갈, 힐마아프클린트 등이 그랬고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다

첫 날 봐서 다행이다


영화비평리뷰 iMDB, screen rant 등에서 글이 나오고 있고

스레드에서도 생각이 쏟아지고 있으며

방금 유투브 채널 이동진, 백수골방 연속으로 리뷰가 올라왔다


이동진의 생각에서 배울 점은 다음과 같다


1. 할아버지의 2만마리 돼지 매립의 아버지의 대량해고는 같다


2. 나무를 자르는 것과 직장에서 짤리는 것 수염을 자르는 것은 같다

재취업하면서 수염을 기른다


3. 가족과 취업과 집이라는 세 층위에서 해피엔딩이지만

아내는 정황을 알고 아들은 진실을 봤고 딸은 첼로연주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족에게서 배제된 가장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naRMazLFHQ


4. 엔딩에서 소등 장면을 보면 그 역시 직업을 잃고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5. 아내는 제지기계로 비유된다. 이 모든 서사를 거쳐 온 가장은 발전이 없다


6. 과연 어쩔 수가 없을가? 핑계나 변명은 아닐까? 변명하는 자들의 지옥은 아닌가


백수골방은 전체적으로 아쉬움 지적 위주인데 이는 원작 <액스>에 대한 비판과 섞여있다.


그의 말 중 유념해볼 부분은 전혀 어쩔 수 없지 않고 충분히 다른 부분을 선택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제목과 연관된 내용이기도 하고 관객에 대한 설득부분이기도 하다.


정말 살인 이외에 다른 선택은 안되는 불가항력적 부분인가?

꼭 하향산업인 제지공장 재취업이어야 하냐, 음악까페나 이사는 안되냐


금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던 논리적 이유미비와 윤리적 비판


특히 박찬욱 모든 필모에서 블랙코미디 시퀀스가 잘 뽑혔으나

구범모(이성민)의 자기 정당화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한다


https://youtu.be/mSqOXyqTC74?si=UqKwQlUOGFBZTq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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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가도 생애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력와 인구구조에 따른 나라 분위기가 좌우한다.


아프리카는 유아

인도는 초등학생

베트남은 중고등학생

중국은 대학생

인도네시아는 청년

일본은 장년

유럽은 노년


한국은.. 고속노화 장년정도?


각 국가의 사회문화에 맞는 산업이 있기에 투자자는 유념이 필요하다


유럽영화제에서 수상한 노년의 성, 이혼과 불륜을 다룬 작품은 삶의 스산함과 먹먹함을 다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지만

우리 영화 <7번방의 선물> 같은 신파가 대중적 지지를 얻는 인도네시아에서는 흥행하기 어렵다


젊은 인구가 증가하면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 유통, 여행과 같은 분야가 적절하다. 스포츠로 국가적 자신감 고양시키는 일도 조다. 공중장소에서 끊임없이 떠들고 나는 쟤 알아 어 너도 왔어? 우리 사촌의 친척이 말이야 하면서 학생들처럼 시끌벅적하다


일본 같이 버스내 통화는 민폐인 조용한 분위기에서는 상상못할 일이다


전략 중에 하나는 인구성장하는 국가를 예측해서


미리 투자하는 것이다


베트남에 경남기업이나 롯데가 투자가 공장, 부동산 등에 투자한 것도 적절하고


인도 여행 티켓 B2B에 투자해 4000억 받고 엑싯한 결정도 적절하다


재물을 활용한 투자뿐 아니라


인정욕, 명예를 자극하는 투자도 좋다


문화산업이 융성하는 한국도 이제 이 부분에 대한 심화된 이해가 필요하다


백남준, 정명훈, 정경화, 조성진 등 문화예술계 인사는


실력과 동시에 그 실력을 유럽의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의 인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유명하다.


마치 나이 든 이가 자라나는 청년에게 잘했다고 인정하는 것과 같다.


카드를 주며 밥 사먹어 할 수도 있지만 (재물)


너의 삶과 노력이 옳았다고 긍정해주는 것도 (인정)


다르지만 같은 방식으로 욕구를 자극하고 결핍을 채우는 것이다.


우리가 아직도 노벨상이나 프리츠커상에 목을 매는 것도 권위 인증서를 외부에서, 정답지를 외부에서 구해왔던 오랜 역사가 있기 때문인데


그만큼 유럽이 참가자를 줄 세워서 평가하는 문화적 제도를 얼마나 잘 이용하는지 방증하는 예시이기도 하다.


미술 패션 음악 모든 범위에서 그런 협회의 인증서가 있다. 이는 문화산업의 기본재의 성격을 띄고 있따.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 일부는 복권 당첨처럼 금을 파내어 횡재했지만 구조적으로는 한탕을 노리고 몰려 든 인파에게 탄광 노동을 해도 헤어지지 않을 정도로 질긴 텐트를 꿰어 만든 청바지를 판매한 업자가 돈을 벌었다.


전국에 까페가 우후죽순 생길 때 일부의 자영업자는 돈을 벌었지만 그보다 이 산업 전체에 기본재를 판매한 정수업체 브리타, 커피머신 도매업자가 돈을 벌었다.


AI 시대에 수많은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달려들어 996으로 초과근무해 앱서비스를 만들 때 GPU를 제공하는 엔비디아가 돈을 벌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느 신동이 성장할 때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기술이 아니라


자기를 알아봐 줄 선생의 인정인데


왜냐하면 잘하는 프로는 너무 많고 예술은 범위가 무한정이라


자칫 잘못하면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동네 피아노선생이 인정해주어야 하고


자라면서는 예중예고 선생님이, 진학해서는 교수님이


프로가 되어서는 심사위원이 인정해주어야한다


한국문화산업도 이런 인증을 글로벌로 넓혀서 할 수 있어야 하고


인구성장 국가의 일부 신동을 입도선매해서 인정해주면


이는 장기투자가 된다 


그 영재가 자기 국가의 수많은 인구로 부터 받는 주목에 힘입어 상의 권위도 단단해지게 될 것이다.


예컨대 프리츠커상 수상자 중 최초의 아프리카인(부르키나 파소) 프란시스 케레는 독일에서 교육받고 아프리카에 돌아가 활동을 했는데


시기상으로 조선의 끝자락에서 이승만이나 서재필이 아이비리그를 나온 것과 비슷하거


아직 유아 단계인 아프리카가 청년이 되면 이들의 존재는 전설적인 랜드마크가 될테다


우리에겐 남부 수단 톤즈의 이태석 신부가 있다


그외에 만해상도 있고 여럿 있다


케이팝이 우리 것이냐 아니냐 왜 우리는 못 만들었냐 논란이 많다


그러나 K는 누구나 진입 가능한 시스템이어야하고


출신 위주여서는 안된다 유럽과 미국은 이를 예술사를 통해 이해하고 있었다


시계열로 되어있는 미술사 교과서가 현대예술로 넘어오면


더이상 플랑드르 회화, 남부유럽, 북부르네상스하는 식으로 지역으로 구분되지 않고


개념어휘로 구분된다


팝아트, 장소특정적 미술, 추상표현주의, 디지털예술 등등


이런 예술을 하는 작가는 이 예술의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자기의 작품을 만들면 된다 출신성분이 중요하지 안흐다


만약 이 현대예술을 하는 사람의 진입장벽을 만들어서


미국사람만 팝아트를 할 수 있다라고 한다든가 하면


지금과 같은 사회문화적 파급력은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한 예술이 특정 지역의 특정 엘리트 문화향유층에게서 열정적인 반향을 얻어 크게 확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가의 진입장벽을 출신으로 제한하지 않고 이론적으로는 글로벌하게 열려있었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의미를 취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판에 비서구권 인물을 포함해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보면 이득이었다


비서구권 나라에서도 자신들의 문화가 전파되고 작가들의 전시도 하고 작품과 티켓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원주민, 쿠르드, 소수민족의 예술같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케이는 시스템이어야한다. 댄스영재 발굴, 육성, 데뷔, 프로듀싱, 광고, 배우, 2차시장까지


케이팝을 한국인만 할 수 있다고 허들을 닫아놓으면 지속은 쉽지 않다


1차로 태국인 리사의 존재가 케이팝을 전세계적으로 흥행시켰다고 생각한다


아 케이팝은 코리안들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도, 우리도 될 수 있구나


하이브의 캣츠아이나


인도네시아 출신이 걸그룹으로 데뷔할 때 출신국 팬덤이 똘똘 뭉쳐 자랑스러워한 기사를 통해 마치 EPL 이적시장과 닮은 점이 보였다


우리가 손흥민이나 박찬호 같이 세계무대에서 뛰는 선수를 자국출신이라고 응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스템 운영은 영국의 것


K팝도 개별 멤버는 동남아 국가에서 발굴해도 시스템 운영은 한국의 일로


국한하고


인증서 발급을 한국에서 한다면 유럽 영화제, 미술시장 노벨상 EPL 같은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같은 일이 된다


오히려 이이제의처럼 두 국가를 경쟁시키면서 중간의 이득을 취할 수도 있겠다 제국을 경영해 본 나라만 할 수 있는 전략이다


하나의 큰 울타리 내부에 복수의 다양한 집단을 운영해 본 제국이 할 수 있는 운영법의 묘수다


11명으로 제한된 축구팀에, 5명으로 제한된 농구팀에 


이런 인종의 이런 배경의 사람을 넣었다가 뺐다가


년1회 제한이지만 부문이 여러 개인 영화제에


이런 아이디어의 이런 배경의 이런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이런 모든 정치적인 운용술


시작은 주관적인 문화는 인증해서 시작한다는 아이디어다


그 인증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유지하면서 (마치 미용협회가 정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업계의 신뢰를 높여 컷트비 인상까지 해내 것처럼)


대상을 글로벌하게 넓혀 우리의 운신의 폭을 넓히고


인구성장국가에도 주목을 함으로써 장기투자를 해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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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답답한 현실에 고충을 느끼며 해외로 가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시절이 누구나 있다.


사람들에겐 금전, 가족, 병환, 학업, 장애, 육아, 프로젝트, 대출 등 훌쩍 떠날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고 대개 론리플래닛이나 여행잡지, 다음여행자정보까페, 여행유투브를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아직 어깨 위에 책임이 적고 사회적으로 인정된 공식유예기간인 대학생 때 배낭여행, 졸업 후에는 워킹홀리데이이나 취업준비를 빙자한 어학연수 혹은 아예 유학이나 이민 등 여러 고난을 뚫고 결국 해외진출에 성공하기도 한다.


먼저 갔던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장밋빛 환상을 쌓아간다. 그러나 여행은 출국장까지만 즐겁고 그 이후엔 달콤한 노동이라고 누가 그랬던가(바로 내가). 상상만 하던 판타지월드에서 삶이 시작되는 순간 그동안 한 번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시차 기후 물갈이 적응 세금 은행 카드 인종차별 등등


인생살이는 본래 고단하고 삶은 부조리한 법


한 곳에서의 문제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깔끔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돈이 없어서 사업을 못했다고 외국에 간다고 돈이 생기지 않고 오히려 더 고생을 할 수 있는데 혹여 가서 돈을 벌었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벌었을 수 있다. 사람, 기회 모든 점에서 적용되는 일인 것 같다.


그저 내가 감당가능한 고난이냐 이정도는 감수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봐야한다. 장강명 원작의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은 그런 대차대조표의 분석 끝에 떠난 것이다. 물론 주연배우 고아성은 한국의 삶에 만족하며 떠나고자 하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답답한 친척관계가 누군가에게는 친밀한 사람들의 따뜻한 교류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 명절 때 오지랖이 간섭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호의와 관심일 수 있다


현상 자체로 선악은 없고 대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적절하냐 부적절하냐만 있을 뿐이다


수족냉증으로 몸이 차게 태어난 이는 적도 부근 나라에서 살면 행복하지만

몸에 열이 많은 이는 환경자체가 고역이기에 반대로 아침 쌀쌀함에 벌벌 떠는 이가  일상생활을 힘들어하는 북반구에 살아야 하는 것처럼


또한 외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면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억울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는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사람의 태도의 문제가 크다. 경우에 따라 어떤 나라와 어떤 지역에서는 부적절한 언사와 행동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아서 좋지 않은 경험을 확률이 더 많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라이더들의 위험운전, 위협, 폭언, 칼치기, 갑질, 진상손님의 하대, 지하철 성추행 등을 당할 수 있기에 한국에서는 이런 일은 없었는데 한다면 이는 그동안 좋은 사람을 만나왔던 행운의 반증이다. 일면식도 없는 손님인 내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편의점 알바생, 승무원, 가게 사장의 호의는 사실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칭챙총 하며 놀리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만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미소로 환대를 베풀어주는 사람도 충분히 만날 수 있다.



공간을 바꾼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든 사람 나름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겪은 어려움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정보 인식 정도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말이 잘 안통하고 관습과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나라에서 부적절한 대우를 당하면 하소연할 사람도 없고 구제 방법도 익숙하지 않다. 선진국의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있을 것 같으나 생각보다 인맥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런 인적 네트워크에서 유리된 이방인은 불편함과 불합리함을 고스란히 감수한다. 한국같았으면 경찰에도 찾아가고 국민신문고에도 올릴 일들을 내 안에 꾹 묵혀서 상처와 한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치고 마음 아픈 경험 한 두 번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으랴


대개 그 하소연을 SNS에 풀고, 비슷한 경험을 한 영상, 보도 등에 댓글을 달지만 말끔하게 해소되지는 않는다. 가해자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끼리 모여 장터를 여는 것은 신내림 없는 굿판 같은 것이다.


누가 그랬지 사람으로 얻은 상처는 사람으로 해결해야한다고 (일단 나는 아님)




예컨대 인종차별로 인한 아픔이 해결되려면 셋 중 하나여야한다

가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받거나

그 나라의 다른 어른 같은 사람으로부터 환대를 받거나

아니면 내가 어른이 되어 만나는 외국인에게 잘해주는 것이다

상처받은 치료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 나는 이런 이런 어렵고 아픈 일을 겪었어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

하면서

한국에 있는 다문화 이주민이나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에게 값없는 환대를 베풀어 주는 것이다


쉽지 않다 인격 수양이 필요한 일이다

잘해주려고 해도 으레 하아.. 그래 봤자지 뭐

나만큼 심하게 당한 사람이 어딨어

그리고 나한테 이득이 뭐가 있겠어 하며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내가 외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한국어로 SNS에 올려 고민상담했듯이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자국어로 SNS에 올려 불편하고 억울한 경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공감에 이른다

하여 개별적인 사안을 큰 카테고리로 승화해서 메타적으로 사고하게 되고

공간이나 개인의 문제라는 케이스에 침몰된 나의 좁은 관점이

한 인간의 다른 인간에 대한 적대적 태도라는 범위로 넓어진다.


물론 매순간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개인이 대처할 수는 없다.


허나 한인들이 미국에서 받은 차별, 중국에서 한국유학생이 받은 학교폭력을 한국사람이 스리랑카 노동자 묶어서 괴롭히는 문제와 함께 한 테이블에 놓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끔찍한 경험과 라이따이한, 코피노와 입양아의 인권문제를 더불어 논의할 수 있게 되며

멕시코 애니깽 노동자와 지적장애인 염전노동자의 사실상 감금문제를 엮어서


시공간을 월경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슈를 생각해 개별적 처방이 아닌 거시적 구조에 대해 인식할 수 있게 되니


인간이란 무엇이고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어떻게 대해야하며 왜 전쟁과 폭력은 없어지지 않는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모두 함께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전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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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아포리아 14
롤랑 바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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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님 덕분에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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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신간 나왔다.


철학자의 난해한 글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이는 마치 제분 기술이 조악하던 전근대 유럽에서 거친 겨가 섞인 곡물을 바탕으로 장기 보관을 위해 수분을 날려 바게뜨를 딱딱하게 만들었기에 일반인은 저작과 소화가 힘들어지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런 글을 다루는 번역자는 존중받아야 할 2차 창작자로서 흡사 어미 강아지가 그 돌덩이 같은 빵을 턱뼈가 으스러지고 어금니뼈가 닳도록 오물조물 씹어 죽으로 만들어 아기 댕댕이 입에 아 하고 넣어주는 것과 같다.


역자의 생각과 해설이 풍부해서 좋은 독서였다. 저녁 내내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사진3의 각주에서 바르트가 사용한 figure는 윤곽선이나 형상뿐 아니라 안색, 문체를 뜻하기도 한다는 해설이 좋았다.





이렇게 번역가만 제공할 수 있는 친절한 해설은 독자의 이해를 한 층 더 풍요롭게 하고 글을 선명한 해상도로 읽도록 해준다. (얘네 나빼고 혼자 재밌는거 읽고 있었네!)


나는 앞으로 현대 예술전이나 유럽 회화전에서 드로잉을 보면 이것이 예술가의 윤곽선이자 안색이자 문체구나 하고 바르트를 경유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고마운 번역자. 누군가에게 당연하고 사소한 용어겠지만 무지한 빠가야로인 나에게는 맹인이 눈을 뜨는 것과 진배없는 일이다. 교육의 신성함이여 지식의 낙수효과여


첫 도입부는 사진과 겸한 인스타 감성의 글로 배치되었고 중반부 이후부터가 곱씹어 음미할 글이지만 기승전결이 있는 일관적인 네러티브라기보다 초역 부처의 말처럼 글 꼭지별로 분절된 옴니버스식 아이디어 모음집이다. 숏츠형 글쓰기나 글자수가 제한된 스레드 글감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나는 그 글자수를 무시하고 길고 긴 글을 아무렇지 않게 투척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통을 주고 있지만 말이다. 아직도 한참 남았다! 정상까지 분발하자!


바르트의 글맛은 지속력이 있고 발칙한 생각의 밀도는 조밀한데 부피는 독자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가지런히 잘려져 있는 것이 마치 발칙한 빌브라이슨의 만연체를 쑹텅쑹텅 나이프로 잘라놓은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런 잘 커팅된 글의 예시는 앞 부분에 아페리티프(식욕을 돋우는 식전주)로 제공된 인스타형 사진 포함 에세이인데 개중 맛있는 부분은 사진2의 두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름답고 파리출신의 할머니와 착하고 지방사람의 할머니


착하고 귀족가문출신이라는 점에서 일드 <화려한 일족((華麗なる一族카레나 이찌조쿠>의 교토 구 화족 가문 출신(公家華族) 만표 야스코(万俵寧子)가 생각난다.


사회적 화술에 민감해 수도원 학교에서 배운 접속법 반과거 시제를 고수했다고 한다. 패션과 더불어 언어는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인지하고 있던 것일테다.


프랑스어의 접속법 반과거와 비슷한 감각을 우리말 속에서 찾아보자면

조선배경 사극 대사체의 하옵니다, 하옵건대, 하시옵소서 같이 현대 일상표현과 다른 시간적 거리와 사회적 위계감을 주는 표현이나

20세기 개화기의 국한문 혼용체의 오등은 자에 .. 선언하노라,  같은 고풍스러운 느낌과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신춘이 세계에 래하야 만물의 회소(回蘇)를 최촉(催促)하는도다.. wow! amazing하도다



접속법 반과거 le subjontif imparfait라고 말은 듣는 순간

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적으로

두졔스으에스, 두졔스이오엔에스, 두졔스이으제

같은 나지막한 읊조림과 싷콩플렉스가 껴있는 다른 그룹에서 빌려온 모음과

위 위스 위스 아벡 에스아라팡 위 위시옹 위시에 위스 같은 가톨릭의 연도(litany)같은 타령이 나온다.


바르트가 자주 사용했고 자신만의 의미로 새롭게 정립한 정신분석학적 용어는 perversion(페르베르시옹)인데 사전적 의미는 비뚤어짐, 변태, 전도... 지만 성적 일탈의 병리적 현상이 아니라 언어적 질서를 어긋나게 하는 힘으로 새로 정의했고 나아가 규범적 독해를 거부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독서법으로 확장해서 사용했다.


이 책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글이 바르트 자신이 정의한 탈규범적 독해에 대한 예시라고 할 만하다. 그러니까 태권도 사범처럼 기술을 설명하고 시범도 보인 것이다.

앞서 말했던 역자의 좋은 해설 중에 수학 용어인 탄젠트의 어원 설명과 단어의 외연 확장이 있다. 희랍어 뉘앙스와 이를 미술사와 종교와 문학에 자주 나오는 놀리 메 탄제레(라:탄게레, 스:탄헤레)와 연결하고 오디세우스까지 확장해 단어의 이미지를 풍윤하게 부풀렸다.(사진4)


소개하고 싶은 구절은 산더미같고 무릎을 탁 치며 하이라이트칠만한 표현은 한 다스 있지만 다 언급할 수 없으니 개별적인 구매를 권한다.



p206에 바르트가 좋아하는 것을 나열한 부분이 있는데 싸이월드 감성 같기도 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촘촘히 나열된 명사의 모음을 가지고 있는 끊임없이 갱신하는 자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홀로 있는 독개인의 정체성을 성립하며 남과 차별화하는 과정중의존재라고 할 수 있으니 앞으로 무엇이든 자신있게 할 수 있고 누구에게든 정확히 기억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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