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김홍도미술관에 다녀왔다.


3전시실에 표암 강세황이 제발을 단 8폭 병풍이 있다. 스승의 해석이 후각 청각 등 감각적 깊이를 더해주어 그림과 평론이 함께 짝을 이루어 보는 맛이 좋다. 3D렌더링도 특이하다.



과교경객

놀란 나그네


아래 해석을 읽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적으로 놀라는 애니메이션이 보인다.

교저/수금/경기어(라제성)

라/경어(수금지비) 인/경어(라지경)

모상 입신

표암 평


다리(교) 아래(저)

수금(물새)가

노새(라) 발굽(제) 성(소리)에 놀라고(놀랄 경 일어날 기 어조사 어 at)

노새(라)는 물새의 날아오름(수금지비)에 놀라고

사람(인)은 노새의 놀람(나지경)에 놀라는데

모상(놀라는 모양새가) 입신(입신의 경지다)

표암 평(표암 강세황이 평하다)


1. 교저수금 경기어 (라제성)

다리아래 물새는 놀란다 / 노새발굽소리에

2. 라 경어 (수금지비)

노새가 놀란다 / 물새의 날아오름에

3. 인 경어 (라지경)

사람이 놀란다 / 노새의 놀람에

차동훈, 거리풍정, 3D영상, 각 4분, 2016


김홍도 그림, 강세황 글, 행려풍속도병, 1778년, 비단에 엷은 색, 각 폭 90.9cmx42.7cm, 국립중앙박물관


행려풍속도병 중 오른쪽에서 네번째 폭 놀란 나그네(과교경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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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예술창작터에 다녀왔다.


이 두 사진의 메시지로 내용을 갈음한다.


사랑을 회복하는 일

사랑이 있는 시대


자기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는 일의

존귀함. 그것이 바로 나를 구원함으로써 세계를 회복하는 일




자살율 1위라는, 2위에 비해서도 2배 높다는 비통한 오이시디 통계. 1일 평균 38명이 자살한다는 이 나라에서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보통의 마음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모두가 저리고 아프다. 조여지고 조인트까이고 망가지고 망가뜨리며 하루를 보낸다.

밀려 오르는 분노와 걷잡을 수 없는 짜증과

들들볶임과 무기력과 우울을 달래느라

아침에는 까페인 오후에는 니코틴 저녁에는 알코올에 의지하고

맴맴 시끄러운 소리가 불청객처럼 침입하는 나날에

아무리 잘해보려고 애써도 말짱 도루묵. 가만히 있었더니 벼락거지. 조용히 있었더니 존내무시. 드러내지 않았더니 계급차별

고통이

습기처럼 숨이 턱턱 막히고

한기처럼 뼈까지 애린다

사랑이 없다면 이날을 어찌 버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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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바톤에 다녀왔다. 로팍, 바톤, PBG, 두아르트, 핌, 필의 갤러리와 타르틴 한남이 있는 대사관 언덕길이다.


지난 겨울 마곡 스페이스K에서 개인전을 했던 최민영 작가가 여름에는 한남동 바톤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다. 그때 봤던 펭귄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도서관 그림도 있다.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 같은 느낌이다. 독일 사람들의 상상계에 지하 책 도시가 있는 듯해 픽션과 아트에서 많이 드러난다. 이 작품을 독일사람들이 애정할 것 같다.


어제 평창 갤러리 세줄 손정기전 리뷰하면서 소형 그림은 대형 회화의 가성비 있는 미니어쳐가 아니고 큰 그림은 작은 그림의 픽셀 확장이 아니라, 각각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소형에서 보여준 모티프를 느슨하게 양과 종류만 느슨하게 확장해서 화면을 채우는게 아니라 사람의 시선의 범위를 계산해서 눈길이 닿는 부분별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게 관객입장에서는 더 재밌다. 어느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다가 옆을 보거나 다른 화폭 같고 작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다가 뒤로 걸어가 전체를 인식하게 되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전체를 보다가 앞으로 걸어가 부분부분을 뜯어 보게 되면 각기 다른 맛이 느껴지게 하는게 대형화의 재미다.


소형보다 대형 캔버스를 더 잘 그리는 작가가 있을까? 그게 바로 손정기였고 최민영이다.



전체적으로 차가운데 따뜻한 기묘한 느낌이다. 거대 설산 앞의 창도 없는 까페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포니테일한 여자의 모습에서 특히 비현실적인 풍경 속의 현실적인 일상이 보인다. 있기 힘든 경관에 있을 법한 모습이다. 걸려있는 작품에서 반복되는 테마로 으스스하지만 언캐니하지만 위협과 공포는 결여된 동물 세 마리 혹은 조형물 세 개가 있는데 두 마리는 쌍이고 한 마리는 다른 계열이다. 조각도 그렇다. 강물 속에는 알 수 없는 얼굴이나 생명체가 부유한다.


대형화폭의 부엉이에서 보이는 거대한 붓의 스트로크감과 방향이 남다르다. 이 그림을 보고 소형보다 대형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어둠 속 조그마한 새들의 눈을 형광 민트 옐로우 계열색으로 붓질 하나에 끝냈다. 일필휘지다. 화룡점정이 따로 없다.


치타나 새 등의 동물이 휘리릭하고 휘날리는 스트로크가 인상적이다


중국 남북조시대 梁(양)나라의 저명한 화가 張僧繇(장승요)가 금릉에 있는 安樂寺(안락사)라는 절에서 하얀 용 네 마리의 눈동자만 빼고 벽에 그려서 사람들이 왜 그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눈동자를 그리면 용이 하늘로 날아가버린다" 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자 용 두 마리에 눈동자를 찍어 넣었더니 하늘로 날아갔고 지금은 두 마리만 남아 있다고 한다.

최민영 작가도 필시 새 세 마리가 아니라 여섯 마리 그렸을텐데 세 마리는 눈을 그려넣자마자 날라가버렸을 것이다. 어떤 작가는 눈을 망막의 혈관까지 극사실적으로 그리는데 단 한 붓질에 이리 생동감있는 눈을 그리다니. 부엉부엉!


펭귄들이 삼삼오오 노니는 것에 집중해서 요리조리 탐색해보면 윌리를 찾아서 같은 느낌이라 대형 작품을 보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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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코리아타임즈 1면 하단에 울주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고 떴다. 축하한다. (누구에게?) 물론 국내 다른 신문도 다 속보를 냈다.

https://www.koreatimes.co.kr/lifestyle/koreanheritage/20250712/koreas-7000-year-old-petroglyphs-gain-unesco-world-heritage-status


기사는 사실 전달용으로 무미건조한 글인데 지금 검색되는 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관련 한국발 영자신문 기사는 좋은 매거진 라이팅에서 보이는 글맛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작은 대충 이렇다.


1) 나열에 두운이나 각운 등 라임 활용해서 시적 리듬을 주기 2) 1층에 들어가 2층에서 나오는 듯 풍부한 뉘앙스가 담긴 명사 쓰기 3) 다양한 동의어 활용해서 외연을 확장하기 4) 마치 실제로 방문한 것 같은 감각적인 자연,배경묘사(문학소설 많이 봐야함)


비판만 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해야하니

조금 더 원어민스럽게 이렇게 쓰고 싶다.


일단 고래는 sea's titan이 좋겠고 해양생물 marine life와 함께 있는 역사 기록을 memory, myth로 라임을 잡고 새겨진 이미지에서 시각+촉각이 함께 느껴진다는 점에서 시촉각 visuotactile immediacy, 만져지는 Palpable imagery 같은 말을 써보고 싶다.


유네스코 유산 리스트를 나열할 때 A의 두운을 살려 나열할 때 joining a canon that spans Angkor Wat to Altamira이런 말도 재밌지 않을까


암각화와 시촉각성에 대한 생각은


지난 봄 동국대 박물관에 반국대 암각화 탁본전시와

올해 북서울 라이벌전, 양구 박수근, 종로5가 두산의 홍이현숙 전시 세 개에서 석벽을 아주 꼼꼼히 만지고 일상 속의 정치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퍼포먼스 홍이현숙의 작품테마를 보고 생각한 것이다. 석벽에 새겨진 암각화에 대한 시촉각적 감각. 그런데 박수근 미술상을 받으 홍이현숙 작가(1958)의 양구 박수근 리뷰도 해야하는데.. 꽤 많이 북서울 라이벌전 1층에서 본 작품이지마 3전시실에는 2025년 새로 만든 작품도 있었다. 진짜 멀리있는 곳인데 정말 가 볼만하다. 추천.


그러니까 대충 이렇게 써보고 싶다는 뜻



Whales in Stone: Korea’s Primeval Petroglyphs Earn Their Place on the World Stage


By the slow persistence of stone and water, Korea has etched itself once more into the ledger of human civilization. Along the sinuous curve of Bangucheon Stream in Ulsan, where the land breathes sea mist and time itself feels knotted in reeds and granite, a 7,000-year-old chronicle of marine life, myth, and memory has been recognized as a UNESCO World Heritage Site.  

The 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 the Bangudae Terrace and nearby Cheonjeon-ri, are now counted among the world’s most revered human legacies, joining a canon that spans Angkor Wat to Altamira.

What appears at first glance to be a humble cliff face—a quiet boulder scorched by summer heat and slick with monsoon residue—is, upon closer observation, a tactile and visual document of prehistory.  


Bangudae’s rock art sprawls across 10 meters of weather-worn stone and spans millennia: 312 sensuous images carved with the kind of attention to line and rhythm that defies the assumption that ancient equals primitive. Whales, in particular, breach across the cliff’s surface in stylized procession—humpbacks(혹등고래), orcas(범고래), and sperm whales(향유고래) rendered in profile and silhouette, traced with startling anatomical insight.  


These are not idle depictions. They are the earliest known visual records of whale hunting, crafted long before ink, paper, or metal tools, when knowledge was carved with flint and passed not through language but through image. The Bangudae engravings were first identified in 1971, and ever since, they’ve challenged the global archaeological imagination: How did Neolithic hunter-gatherers acquire such intimate familiarity with the sea's titans?  


What ceremonies accompanied these carvings, and to whom were they addressed?

Just two kilometers downstream, Cheonjeon-ri extends the visual narrative, not with mere repetition, but with chronological rupture. On its rock face are scenes that layer Bronze Age abstraction (circles, rhombi, and geometric grids) over late Neolithic fauna, and then overlay those with inscriptions from the Iron Age and Silla dynasty.  


The surface then becomes a palimpsest, layered not by design, but by centuries of aesthetically brilliant sediment of Korean spiritual evolution. Cheonjeon-ri is not simply ancient; it is diachronic, a rare visual genealogy of how people imagined their world over thousands of years.


이 다음에 이제 반구천의 구가 거북이라는데서 지명을 언급하고 일단 이 문단만 쓰고 밥이나 먹어야겠다


Resting within a turtle-shaped basin of stone, the petroglyphs possess a visuotactile immediacy, inviting not only contemplation but an embodied memory of gesture and granite. There is a palpable gravity in these carvings, as if each incision were pulled from the ribs of the earth itself. They seem less drawn than summoned—etched in such a way that vision alone feels insufficient. The eye follows, yes, but the body rememb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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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_archive의 7월 꼭 가봐야할 서울 전시회 추천 11곳

1. 더현대 달튼 브라운

2. PKM 구현모

3. PKM 서승원

4. 송은 피버아이

5. 성수 디뮤지엄 취향가옥2

6. 로팍 이강소

7. 국제 Next Painting

8. 국제 앋그한 오늘(박찬경)

9. 페로탕 다니엘 아샴

10. 아라리오 엄태정

11. 화이트큐브 저우리


다 가봤고 다 나쁘지 않았다

북촌 국제갤러리와 성수 디뮤지엄은 단체전이어서

여타 개인전과 체급이 맞지 않아 보이나

이강소, 엄태정, 다니엘 아샴은 메이저 작가고

저우리(화이트큐브), 권아람(송은), 달튼 브라운(더현대)는 작가는 인지도가 조금 떨어져도 화랑의 네임밸류 혹은 전시장 마케팅과 도심핵심위치라는 포지셔닝이 있어서 보완된다.

11곳 선택 적절하다. 큐레이션은 괜찮다. 덥다는 것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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