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네치아에 가 본 적은 없다. 베네치아에 살고 있는 듯 관련 글을 생산하는 분은 팔로잉 중에 한 명 있다. 한국학과가 성장 중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제프 베조스 사건도 알고 있고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도 기후위기로 인해 수면이 높아져 도시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대한 제방을 세우려 하지만 비싸서 못 시행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세계에는 베네치아에 꼭 가보고 싶은 사람이 많고 여전히 사람들이 많은 돈을 써서 가고 있다.

나는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쯤 미술관에 가볼 생각은 있지만 오지 말라는 곳에 굳이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산 마르코 성당의 일몰은 유투브로 봐도 족하다. 물론 대부분 풍경이 그렇지만 절대 스크린에 다 담기지 않는 현지만의 아우라가 있겠지만 말이다.


https://www.quora.com/Which-city-is-the-most-overrated/answer/Peter-Wade-5?ch=10&oid=1477743869747119&share=ea9809b7&srid=uU2ZF&target_type=answer


그런데 이 쿠오라의 글에서 현지인의 시선에서 보는 비낭만화, 인스타그램적이지 않은 민낯의 도시 사진을 올려준 건 특이했다.


제주도도 펜션과 성산일출봉과 여러 아름다운 사진이 있지만 동시에 쓰레기가 쌓여있는 지역도 있고 사진으로 전해지지 않는 한경에서 풍겨 내려오는 애월 가는 길의 축산 농가 악취도, 몰래 버리는 폐수도 있다

모든 도시가 그럴거다. 뉴욕도 할렘이나 지하철도 충격적이고 파리도 빈대에 소음에. 보고 싶고 보고 싶어하는 모습도 있고 안 보고 안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있다.

삶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창업, 기업운영, 육아, 예술활동, 공부 일견 쉬워보이고 반짝이는 결과물만 진열하지만 이르는 과정은 숱한 투쟁이다.

마치 도시에도 음양이 있듯 사람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의 음양이 있기 마련

돈이 많은 재벌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편견이 있지만 운용금액이 큰 만큼 더 큰 빚에 부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셀렙은 사람의 관심을 받지만 또한 어딜가든 따라오는 사람에게 너무 치이고 감정대로 말할 수 없다

이들이 결핍된 것은 이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보통의 마음들에게 있는 화목 평화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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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8-05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달에 2025 건축비엔날레 보러 베네치아 다녀왔어요. 얼마나 덥던지ㅠㅠ

글을매일씁니다 2025-08-05 11:59   좋아요 0 | URL
와! 정말 수고하셨어요 좋은 경험되셨어요? 추천해주신 대전 카이스트 미술관은 아직도 못 갔어요 예산과 시간 부족이 있어서요 미안해요! 아 그리고 이동 중 무선키보드로 쓰면 알라딘에는 글이 길게 안 올라가서 스레드에 올리고 있어요 일본 관련 답사기는 스레드에서 확인부탁드려요
https://www.threads.com/@sagawasser
 

https://www.instagram.com/p/DMU6BaipePB/


최하나 작가 특이함

원자응용공학부에 현재 재학중이라는 것도 특이



한 사람이 한 전공, 한 직업도 잘하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이렇게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으나

살면서 여럿 봤다.

일단 안철수씨도 의대와 컴공과 기업과 정치인을 넘나 들었고

불문학 박사를 받고 로스쿨에 들어간 사람도 있고

변호사를 하다가 통역사를 한 사람도

국제기업에서 근무하다가 한의학을 한 사람도

과학기술 고위공무원인데 불교에 정통한 사람도

건축계 원로가 구약성서에 정통하다못해 학위과정에 들어간 사람도.

직업 뿐 아니라 한 직업의 특수성 상 다루는 일감, 프로젝트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컨설턴트, 창업가, 대행사, 검경계통이 특히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

한 가지 일만 하는 사람도 멀티태스크하는 사람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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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지적독자시점 보고 왔다.


원작팬들은 원작에 대한 예우가 없다 반발하고 중요한 설정이었던 배후성 시스템을 대거 들어내고 이지혜를 스나이퍼 캐릭터로 바꾼데 마상을 입은 모양이다. 나는 전독시 소설 세트를 샀지만 아직 읽지는 않았다. 영화를 봤으니 이제 읽어 보려고 한다.


원작을 모르고 영화를 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형적인 액션신을 잘 뽑아냈다고 생각했고 편의점 볼록 반사경을 사용하거나 카메라 워킹이 특이한 연출은 있었다. 2시간을 그래도 이해시키면서 지루하지 않게 데리고 갔다고 생각한다. 


사실 모든 레퍼런스는 새롭지 않다. 연출과 스토리가 모두 참신해야 인구에 회자되는 대작이 되는데 지금은 투자자들에게 선례라고 만족시키기에 합당한 레퍼런스로만 구성되었다.


도깨비는 365MC 지방흡입 캐릭터 같다. 상태창은 나혼렙과 댓글부대 등에서 썼다. 충무로역 화룡은 엑스맨 센티넬 같다. 스나이퍼 이지혜는 일본문화의 전투미소녀 구조를 따왔고, 최근 수상한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도생각난다. 성좌 후원 시스템은 아프리카TV와 결을 같이하고 이미 넷플 드라마 마스크걸에서 다루었다.


배우의 기용은 전형적이어서 지루하다. 국회의원 빌런 표리부동한 정성일, 쿨한 척 하는 시니컬한 주인공 이민호, 소프트함을 담당하는 채수빈 등등


지수의 배우적 활용이 아쉽다. 차라리 <천박사 퇴마연구소>에서 선녀로 나온 신스틸러가 더 좋았다. 미스 에이 수지가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나왔을 때랑 비슷하게 연기력이 부족하고 대사 전달이 잘 안된다.


채수빈을 포함한 조연들이 차라리 연극적이면서 대사전달을 잘하고 자기 역할을 잘 소화한 편.


그외는 모두 VFX의 힘이다. VFX와 그 연출방식은 감독과 스튜디오가 고심한 듯하다.


원작 논란은 차치하고 이 영화의 스토리 얼개에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초월적 메시아가 등장해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한국형 스토리 구조가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보아하듯 미국은 DIY로 수술할 정도로 자기 문제는 알아서 각자 해결한다.유럽 영화는 사회의 모순과 개인의 심리를 다루는데 구조의 탓으로 문제를 돌려도 해결은 개인의 몫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 스토리는 내가 고통받고 있으면, 혹은 노력하고 있으면 거대한 힘을 가진 누군가가 돌봐준다는 프레임이 많다.


이는 부분적으로 한국의 내전이 미국이라는 패권국에 의해 종결이 되고, 산업화도 정부주도로 이루어지고, 대기업 수출로 국가경제가 견인되고, 인격화된 유일신인 기독교 인구가 널리 확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모두 내 힘이 아니라 상위의 존재가 문제를 해결해주고 개인은 이를 따라가면 되는 식으로 문화적 문법이 성립한다.v나혼렙을 비롯한 회빙환 웹툰에서 이러한 메시아적 망딸리떼(심상구조, 멘탈리티)는 시스템 관리자로 구현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시스템의 특혜와 은혜를 입어 행운을 얻고 레벨업을 한다. 사실상 형평적이지 않고 민주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커뮤니티 안에서 논의하며 문제를 진득하게 해결을 보는게 아니라 상위 개체가 시스템에 혼란을 주어 나만 이득을 보는 시스템이다 각자도생의 한국사회안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스토리가 범람하는 것은 사회문제가 픽션으로 발현된 증상이다. 징후다.


또한 전체 시나리오를 아는 상태로 다시 리플레이하는 듯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은, 수능 과목을 다시 준비하는 재수 삼수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6모까지 기본, 심화과정 9모까지 문제 몇 개 하는 식으로 1년을 디자인해서 시험을 치르는 것은 현생에서 한 번 fail한 게임을 리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명문대 입학 후에는 CPA나 고시같은 자격증 준비에서 활용되어 이 심상구조가 여전히 활약하고 전세대에 널리 퍼진다. 아, 이런 식으로 살면 되는구나 하면서


아울러 다른 방식으로는 아이 양육할 때도 적용된다.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트랙을 정한 뒤 그대로 밟게하는 루트인데 성인이 되어서 보니 이런 식으로 했었더라면 더 학벌 시스템의 이득을 봤을 것이라는 체념어린 판단이 이 집착을 강화한다.




전독시 뿐 아니라 회빙환계 즉 리플레이형 픽션에 메시아인 시스템 관리자의 구원와 은혜도 동반되는 것이 보편적으로 확인된다. 다시 해서 성공해서 열매의 단맛을 맛보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자기 문제를 강대국이 패권국이 정부가 시스템관리자가 해결해준다는 믿음이 강화되면 사람들은 현실에서 도피해 이세계에 침윤되고 현실도피적, 무정치적 태도가 강화될 것이다. 이에 깨어있는 시민의식이나 보통의 마음, 중산층은 사라지고 소수의 래디컬이 대중을 호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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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역 근처 마이아트뮤지엄에 다녀왔다.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19세기 컬렉션 : 나폴리를 거닐다를 하고 있다. 전시기간은 11월 30일까지로 넉넉하지만 월요일에 여는 미술관이 별로 없어 월요일에 방문하기 좋다. 보통 국중박을 방문하지만 지금 조선전기미술 마지막 남은 9점 교체중이고 내일부터 5일간 무료라서 오늘은 적절한 날이 아니다. 이외에 곧 열릴 롯데뮤지엄 옥승철전을 월요일에 가면 좋을 것 같다. 월요일에 여는 곳은 따로 봐두었다가 그때 가야한다.


한글제목은 나폴리를 대리 체험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지만 영어 제목 culture and society in the 19th... 은 그림을 통해 당대 문화와 사회의 변화상 읽기라는 의도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전시는 여성 초상화에서 각종 사회계급의 초상화를 지나 일상의 풍경으로 넘어가는 간단한 구도를 취하고 있다. 이전 마이아트에서 했던 무하 로트렉 스웨덴 등에 비해 작품 수가 적어 금방 둘러볼 수 있다.


한국에는 유럽회화 원화가 없고 다 비싼 보험 들어서 들여와야하기에 긴 호흡의 전시를 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 눈을 낮추면 외국에 돈과 시간을 들여 나가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


전시 사진을 한꺼번에 올리지 말고 캡션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해석하면서 하나씩 올리는 게 좋지 않을까? 저작권은 1950년 이전은 문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시 가장 마지막 회화인 아틸리오 프라텔라Attilio Pratella(1856-1949)의 1890년 유화, <아침에(in the morning)>을 다뤄보자.

캡션은 프라텔라가 생계를 위해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운을 떼고 이 그림이 작가가 젊은 시절 근무했던 마달레나 다리 근처 도자기 공장의 창밖 풍경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likely라서 ~듯하다는 추정의 뉘앙스다.



In the morning likely depicts the view from a window of the ceramics factory near the Maddalena Bridge, where he worked in his youth.


이 설명이 아니었으면 전혀 창밖의 풍경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작가약력 문헌조사와 풍경에 대한 필드워크는 이 분야에 전문성을 키운 학예사의 영역이다. 역사가의 핍진한 사료분석이 곁들여져야 비로소 더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이어서 시각적 분석은 이렇게 설명한다. "옅은 하늘빛 아래 우뚝 솟은 플라타너스 나무, 그물망처럼 얽힌 그림자, 화면 속 작은 인물들은 도시 풍경에 생기를 더한다"


한글번역에서 영어설명을 약간 잘라먹을 부분이 있어서 더 풍부하게 서술해본다.


그냥 옅은 하늘빛이 아니라 옅은 아침 하늘빛이다. 시간성을 더해야 그림이 확 산다. 칙칙한 겨울 아침이구나. 앙상한 나뭇가지와 인물들의 긴 옷차림을 보아 유럽의 칙칙한 겨울녘일 거다.


towering은 타워, 탑처럼 우뚝 솟았다는 말이므로 회화에 수직성을 더하는 나무에서 확인할 수 있다.

web-like play of shadows는 그물망처럼 얽힌 그림자일 수도 있지만, tree and web-like..이므로 수직으로 우뚝 솟은 나무와 그 나무 가지들이 만들어내는 그물망 같은 그림자로 시선의 위치가 나무->나무가지->아래로 내려와서 땅바닥의 그림자로 이동한다


영어 한 문장이지만 핵심적이고 간결한 문장으로 시각적 분석과 효과, 의미를 다 품었다.

1) Under a pale morning sky,

2) a towering plane tree and the web-like play of shadows

3) create a rhythmic composition,

4) while the small figures scattered throughout the scene bring life to the urban landscape


1) 전치사+명사(시간) : 옅은 아침 하늘 아래

2) 명사 주어 :우뚝 솟은 나무와 그 아래 그림자가 (수직 기둥, 수평 가지들, 아래 그림자로 시선이동)

3) 동사+목적어 : 리듬감있는 조형을 만들고 (효과)

4) 접속사 부문장 : while.. 조그만 인물들이 도시 풍경에 생기를 더한다 (의미)

- 여기에서도 명사 주어(small figures)에 주동사(bring..) 전 분사구 붙어서(scattered through the scene) 그냥 화면 속 조그만 인물들이 아니라 양옆으로 풍경 속에 퍼져있는 인물들이라 시각을 좌우로 수평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준다.


그림 중간에 먼 거리 풍경을 긴 지평선으로 담는 기법은 풍경화에서 자주 보인다. 가까이에 있는 사물은 크게 담고 먼 거리에 있는 건물, 산, 자연 등 지형지물을 작게 그리는데 종종 강가의 도시를 그려 라인 두 세개로 그림에 깊이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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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8-05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그림 보자마자 저를 끌어 당기는걸요.
국립중앙박물관 새나라 새미술, Mana Moana 각각 다른 날 보고 왔는데, 학생들 방학이라 북적북적 하더라고요.

글을매일씁니다 2025-08-05 12:14   좋아요 0 | URL
무료인데다가 학습지 회사가 그렇게 유도를 한다고 하네요
아시아1위, 세계 6위인데는 상설전 무료입장이 이유 중 하나라는 해석도 있구요
 

쉬빙

없는 한자 만들기


https://ucca.org.cn/en/exhibition/xu-bing-thought-and-method/?fr=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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