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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엉터리 딸기잼
프란츠 홀러 지음,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김경연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0월
평점 :
조금 큰 책인데, 두께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표지 그림이 영~ 낯설지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어디서 봤는데~'하고 들여다보니... 역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인 <엘리베이터 여행>의 일러스트 작가이다. 아주 정교하며 섬세한 그림이 언제나 감탄을 자아낸다.
표지 그림과 제목, 그리고 이 그림들을 보면... 뭔가 이상할 것이다. 전혀 공통점이 없으니~^^ 그렇다. 이 책 단편 모음집이다. 작가가 평생 써 온 작품들 중 가장 의미있다고 판단된 것들을 골라 다시 펴낸 것이라고.
<<거인의 엉터리 딸기잼>>을 읽는 동안 다른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온 느낌이다. 그냥 판타지라고 하기엔... 그보다 훨씬 더 엉뚱하다. 이를테면... 위의 그림처럼 의자를 비롯해 무좀약, 쿠키, 고기압과 저기압, 나사, 바위나 굴뚝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의인화되기 때문이다. 무생물이 의인화 되는 이야기를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읽을 때마다 기가 막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무생물들의 의인화는 대부분 옛날 이야기에서 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교훈을 주려는 구전동화 이외의 이야기(소설이나 동화를 포함하여 모두)를 제외하고는 무생물의 의인화가 무척 생소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상상력에 감탄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이야기들을 비꼬고 뒤집고 거침없이 바꾸어 놓는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를 패러디하는가 하면, 삼형제 중 막내가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의 슬픈 결말의 다양한 버전이나 공주를 구하는 왕자 이야기의 다른 결말도 제시하고 있다. <평등하지 않은 싸움>에선 무좀약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일상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야기로 끌어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작가에겐 상상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로 재탄생되는 듯하다.
하지만 이야기들이 그저 비판하고 뒤집는 것에만 한정되어 있지는 않다. 이야기들을 잘 읽어보면 철저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머문 것을 알 수 있다. 어릴 때 우리도 다양한 사물들로 마음껏 이야기를 만들고 끝없는 상상의 세계에 빠졌던 적이 기억나지 않는지. 작가는 바로 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간혹 아이들이 원하는 세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른들은 때때로 이해력이 없어 인생에, 특히 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232p
너무 어이없어 웃음이 나거나 우리가 농담처럼 주고받던 이야기를 진짜 이야기로 구성한 것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마데 인 홍콩>의 마데라는 풍뎅이 애벌레 이야기는 절대 잊지 못할 듯. 또하나 '푸하하하'하고 웃음을 자아냈던 단편을 하나 소개하고 끝마치려 한다.
"The End"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