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일기 레인보우 북클럽 21
루트비히 토마 지음, 김희상 옮김, 홍살구 그림 / 을파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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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인생에서 가장 교만한 나이가 열네 살이라고 했단다. 아이에서 벗어나 이제 조금씩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나이. 또... 어른들의 온갖 부정과 비리, 거짓된 삶이 눈에 보여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싶은 나이의 시작이 바로 열네 살이 아닐까!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잘 넘어야만 어른이 될 수 있지만 때로는 내 주장이 강하고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구분하다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더욱 혹독하게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인정하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들을 더욱 모서리로 몰아넣었을지도 모른다. 

<<악동 일기>>를 처음 접한 느낌은 막상 책을 모두 다 읽고난 후의 느낌과 많이 달랐다. 우리가 생각하는 "악동"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장난기가 아주 심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고, 일러스트 또한 한몫한 듯하다. 재미있게도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와 같은 이름인 "루트비히 토마"이다. 때문에 아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읽는동안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었는데 지금의 독일을 생각할 때 아무리 악동이라도 아이에게 어른들이 너무나 심한 언행을 한다는 점이었다. 그 의문점은 책의 뒷부분 <작품 깊이 보기>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이 작가가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당시 사회가 얼마나 조용하고 정숙한 분위기를 원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뭐...지금의 우리나라도 그다지 다르지는 않지만.

소설은 딱히 시간순을 따르고 있지는 않는다. 루트비히가 벌인 온갖 악동 짓(그에게는 복수나 재미있는 사건이었을 테지만..)을 벌인 사건을 중심으로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루트비히의 악동 짓보다는 권위와 명예만 내세우는 어른들의 행동이 더욱 부각되곤 한다.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 루트비히의 행동은 어느 어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루트비히는 학교 감방에 갇히고 벌을 선다. 옳은 행동이었다는 것이 밝혀져도 누구하나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어른도 없다. 원래 그랬으니 넌 괜찮을 거라는 식이다. 때문에 루트비히의 악동 짓이 객관적으로 좀 심하다 싶어도 어른들의 다음 행동으로 인해 결국은 루트비히를 동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루트비히의 반격에 조금은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루트비히는 악동 짓을 일삼으면서도 계속해서 반성한다. 그건 자신을 꾸짖는 어른들로 인한 것이 아닌, 한결같은 사랑으로 자신을 감싸주는 어머니 때문이다. 자신 대신 곤욕을 치르고 대신 죄를 비는 어머니를 보며 루트비히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앞으로는 엄마 말씀도 잘 듣고, 다시는 속을 썩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정말이지 눈물이 쏙 빠질 만큼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으며 속이 메슥거렸다. 한가득 토해 놓은 모자를 들고 있는 대신, 호주머니에 좋은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면 하는 후회에 엄청 가슴이 쓰라렸다."...149p

거짓처럼 보이는 어른들보다 자신들이 더 어른일 것이라 생각한 루트비히와 프리츠는 술을 마시고 시가를 피웠지만 바로 그로인한 고통으로 인해 진정한 어른으로 한걸음 내딛게 된다. 이런 호된 신고식을 치렀으니 적어도 루트비히는 자신이 비웃었던 어른은 되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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