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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우르술라 포차스키 지음, 이두나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주니어 김영사만의 "독자대상 표시"에는 초등 5학년 이상...이라고 씌여있다. 8살인 우리 아이에겐 조금 이를까? 라는 생각을 아주 조금 했으나... 워낙 아이가 좋아하는 풍의 표지이고, 왠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제목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긴 이 책을, "아직 너에겐 이를지도 몰라" 하며 말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두꺼운 책을 소화할 수 있다고 해도 아이들에겐 그들만의 정서가 있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만한 것을 억지로 쥐여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걱정스러웠던 것은... 앞표지에 적힌.."<비밀일기>의 2010년 소녀판!"이라는 글귀. 내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그렇게나 유행했던,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흠뻑 빠졌던 그 미묘한 비밀들을 아직 1학년인 내 아이에게 권해줘도 되는 걸까? 하지만 뭐....^^ 알게 될 것은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재미가 없어 내려놓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책을 다 읽고난 후, 아이의 반응은... "꼼짝할 수 없는" 상태였다. 뭐하냐...고 물어보니,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어 잠시 이러고 있어야겠다나.ㅋㅋ 아이가 꼽은 이 책의 대단한 점은 결과를 알 수 없도록 이렇게 저렇게 꼬아놓아 무지무지무지 흥분되고 긴장된다는 것이란다. 과연 니나는 짝사랑인 시몬과 연결될 수 있을지, 그럼 베프인 비키는 어떻게 되는지, 혹 새로 이사 온 디에몬과 연결될 것인지.... 온갖 상상과 추론 후에도 자신이 생각한 결론보다 더욱 이상적인 해피 엔딩을 맞고 무척이나 행복하단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하는 기대감을 안고 열심히 읽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가정 환경 속에서 새로운 환경을 맞아 조금씩 성장하여 자신의 자리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찾아내는 니나의 이야기이다. 아빠는 금개구리같은 애인과 떠나버리고 큰 집을 놔두고 좁아터진 공동 주택으로 이사오게 된 니나와 엄마는 도대체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여긴다. 게다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시몬은 자신의 베프인 비키의 남자친구로 둘은 니나 앞에서 시도때도 없는 애정행각을 보이니, 니나는 매일같이 마음이 너무 아프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이상적이지가 않다. 둘이 사귀다가 어느 날 한쪽의 사랑이 먼저 식어버리면 남은 한쪽은 울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 집의 경우 울어야 했던 건 엄마였고."...92p
니나는 천성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아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래의 솔직한 감정 표현대로 아빠에게 짜증내고, 그 애인에게 약도 올리는 깜찍함도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끝없이 추락하지는 않는다. 니나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남자친구를 소개해주려는 비키에게도, 멍청이 같은 남자애들에게도 니나는 언제난 당당하다. 그리고 결국, 그 당당함이 시몬의 눈길을 잡아끈 것이겠지.^^
"끓어오르는 내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주체를 못 해서 그러는 거지, 왜긴......."...178p
니나의 솔직한 속마음에 웃음이 난다. 사랑하지만 우정 때문에 포기하려 했던 시몬에 대한 감정은, 겉모습 뿐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열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당차고 발랄하고 긍정적인 아이의 이야기 덕분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사실... 우리 아이 말대로 구성이 그렇게 복잡하진 않았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비밀 일기>를 읽으면 느낄 감정과 같지 않을까. 역시, 아이들에겐 아이들만의 감성이 있다. 그리고 그런 감성을 채워줄 책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