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에게 외국 그림책이 익숙하지만 느낌이 전혀 새로운, 자주 볼 수 없었던 나라의 이미지가 풍기는 그림책은 조금 더 눈길을 끕니다. 우리와 비슷한 피부, 얼굴이지만 낯선 이름과 분위기에서 그러한 이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지요. <<금빛 알에서 나온 소녀>>가 그래요. "아흐메드"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이 주인공이죠. 서커스나 유랑 극단들은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집단이자 장소인데... 이 그림책 속의 유랑 극단은 그렇지 못해요. 아주 고약한 성질을 가진 살렘이라는 부인이 아흐메드를 심하게 부려 먹죠. 부모가 누구인지 왜 아흐마드가 이 유랑 극단에 속해 이렇게 부림을 당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아흐메드가 얼마나 괴로울 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어요. 어느 날, 아흐메드는 숲에서 금빛 알을 발견해요. 얼어버릴까 걱정이 되어 극단으로 가져와 둥지를 만들어주지만, 곧 살렘 부인에게 들키고 말죠. 탐욕스러운 살렘 부인은 금빛 알을 깨고 나온 사랑스러운 아우렐리아를 돈장사에 이용해요. 불쌍한 아우렐리아~! "아우렐리아를 자유롭게 해 줘야 해." 처음부터 쭉~ 지켜봐 온 아흐메드는... 아우렐리아에게 필요한 건 자유라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요. 너무나 고되었던 유랑 극단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우렐리아를 떠나보내고, 아흐메드는 살렘 부인을 이겨내며 잘 생활할 수 있을까요? 전체적인 분위가는 모호하고, 그렇기 때문에 몽환적입니다. 도대체 아우렐리아는 무엇이었을까요? 또 마지막에 아우렐리아의 손을 잡고 떠난 아흐메드는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극단을 떠난 것만으로도 행복하겠죠? 마지막장을 읽으며... <성냥팔이 소녀>와 <어린왕자>를 떠올렸습니다. 진짜로 아흐메드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의 상상에 맡겨지지만 어쩌면 위의 두 이야기에서처럼 이 공간을 떠나 다른 공간으로 행복을 찾은 두 주인공과 같은 결말을 맺은 것은 아닐까... 하고요. (어디까지나 저만의 상상이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애잔합니다. 기존의 그림책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무조건 밝고 맑고 깨끗한 분위기만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어두운 면도 부각시키면서 아이들의 상상에 맡기고 있으니까요. 때로는 삶의 어두운 부분도, 밝은 부분과 함께 한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