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화초들이 잘 자라면 그만큼 화초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버리기 쉽다는 점을 밝혀둬야겠다. 화초들은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더라도 도망가버리는 경우가 없으며 듣기 싫은 음악을 연주하거나 이상한 소리를 낸다거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는 법도 없다. 화초들은 패션모델처럼 그냥 우두커니 서서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며 쑥쑥 자랄 뿐이다. 화초들이 이렇게 마음에 들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62p
아마도 내가 화초에 푹~ 빠져버린 이유도 이것이 아니었나 싶다.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며칠에 한 번 물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날부터인가 (그 전까지는 그렇게 죽어버리던 화초들이) 놀랄 정도로 자라기 시작했다. 관심도 없던 화초들이 정말 이뻐보였다. 왠지 내게 애정을 기대하는 것 같아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러자 화초들은 더욱 놀라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그게 시작이다. 그렇게 한 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다.
화초들은 모두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비록 사람들이 붙여준 의미이든 아니든 그 의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온 것이라 아주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곤 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핫하우스 플라워>>는 "화초"에 대한 소설이다. 하지만 조용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아닌, 신비하고 놀랍고 끈적끈적하고 사악한 기운이 넘치는 소설이다. ^^ 사악하다니...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다.
세상에는 아홉 가지 욕망을 나타내는 화초가 있다고 전해진다. 사랑, 불멸, 재물, 출산과 여성의 성, 생명, 마법, 자유와 모험을 나타태는 아홉 가지 화초를 모두 가지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다 이루고 가질 수 있다고. 그리고 또 하나. 그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열 번째 화초가 있다. 소설은 이 화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혼녀 릴라는 뉴욕의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이다. 하지만 사랑에 상처를 받고 아파하던 중 한 노점상에서 "극락조화"를 구입하며 화초와 처음 연을 맺게 된다. 또 그 노점상의 주인 엑슬리와도. 동시에 릴라는 신비한 화초들로 가득한 빨래방의 주인 아르망과도 친분을 맺게 되는데 그에게는 이 전설의 아홉 가지 화초가 있다. 릴라가 보고 싶어하던 그 아홉 가지 화초는 릴라의 어이없는 실수에 의해 사라지게 되고, 릴라는 아르망을 도와 아홉 가지 화초를 구하기 위해 멕시코로 떠난다. 그리고 펼쳐지는 끝없는 모험!
멕시코의 밀림과 화초들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가 정말 멋지다. 다소 허황된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화초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왠지 그 아홉 가지 화초를 찾아 멕시코로 떠나고 싶어지지 않을까? 릴라는 엑슬리의 배신을 통해, 그리고 아르망과의 지속된 관계를 통해 매우 평범한 뉴욕의 여성에서 조금씩 눈뜨게 된다.
"마법과 특별한 능력, 주술사의 아들과 같은 이상에 반하지 말라고. 스스로 능력을 키워. 그래야 진짜 자기 능력이 되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지니고 있는 것들에 반하지 말게."...230p
남성에게 기대는 삶을 살아왔던 릴라에게는 이혼이라는 아픔이 견딜 수 없을만큼 큰 상처였고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사랑에 빠지려고 했다. 마치 엑슬리가 자신의 영혼의 동물 방울뱀에게 벗어나지 못하는것처럼. 멕시코 밀림을 탐험하고 욕망의 아홉 가지 화초를 찾는 모험을 하며 릴라는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핫하우스 플라워>>는 현재 줄리아 로버츠의 연출과 주연으로 영화화되고 있다고 한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이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표현해낼 수 있을지 무척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