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하루 Travel & Photo
채지형.유호종 지음 / 웅진웰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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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이라는 단어는 모든 이들에게 늘 아름다운 추억의 한조각과 한 숨을 몰아쉴 수 있는 휴식을 느끼게 해준다. 이미 어딘가를 다녀온 후의 여행이라면 그 곳에서의 추억과 즐거움을 회상할 수 있게 되고, 아직 다녀오기 전의 여행이라면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을 느껴보리란 기대와 호기심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그 시작과 끝이 모두 즐겁고 아름다운 단어가 아닐까 싶다.

 

세계 곳곳의 즐거운 정보

<어느 멋진 하루>에는 세계 곳곳의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도 아기자기 하게 담겨있다. 작가 자신이 직접 다녀온 여행의 추억들을 토대로 작성되어 있기에 너무나 소소하고 작은 내용들까지 세세하게 담겨있는 추억의 모음집이랄까? 덕분에 유명한 명소 위주로 관광안내책자처럼 편집되어진 여행안내서라기 보다는 직접 여행을 다녀왔을때 기억에 남았던 명소부터, 개인적으로 추억을 만들었던 작은 카페나 시장 어귀의 책방까지 다른 여행책자들에서는 빠져 있던 내용들을 접할 수 있다. 또한 각 여행지를 효과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나, 소요시간, 그리고 주의해야할 것들을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들처럼 풀어놓음으로서 더욱 현실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기도 한다. 에세이 형식의 이야기들 마지막에는 앞에서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정리한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놓아 여행시에는 이 페이지들을 잠깐잠깐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싶었다는.. 또한 여행의 목적지를 이미 정했다면 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사전조사 자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나 영화, 드라마등으로 소개함으로서 좀 더 친밀하게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한 안내책자의 역할도 충실하게 하고 있다. 물론 사진작가의 아름다운 여행사진들도 그 곳을 미리 다녀온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만큼 정갈하게 실려 있다.

 

여행전에 읽어보고 밑줄 긋기.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할때 우리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여행사에 들러 여행정보 팜플릿을 뽑아들곤 한다. 그리고 팜플릿 속의 사진과 명소들을 기록하고 정리하여 친절한 가이드의 손에 이끌려 빡빡한 여행일정을 소화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한다. 물론 본전 뽑겠다는 일념으로 가이드들을 충실하게 따라 다니긴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나면 휴식과 여유를 즐기지 못했음이 못내 아쉬운 것은 사실. 만약 당신이 한가롭고 여유롭게 세상의 어느 곳에 잠시 머물다 오고 싶다면 가이드의 손에 이끌려 힘겨운 패키지 여행을 다니는 것 보다는 책 속에 등장하는 영화와 소설을 보며 여행을 준비하고 한가롭게 카페 한구석에서 커피 한잔쯤 마시며 그곳을 둘러보는 자유여행을 준비하는것이 어떨까? 그럴 때 이 책 <아주 멋진 하루>가 아마 충분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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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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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퓨쳐, 나비효과,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많은 문학작품과 소설들이 시간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초기에는 공상과학이나 판타지에서나 보았던 것 같은 이 시간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은 최근에는 한 사람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들로 그 분위기를 많이 바꾸었지만, 여전히 신비롭고 미지의 영역의 이야기인만큼 늘 사람들에게는 호기심과 다양한 반응들을 이끌어 내곤 한다. 아마도 그 많은 영역들 중 유일하게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로 받아들이는 몇 안되는 대상에 바로 그 문제의 '시간'이라는 것이 속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겐 잡고 싶으나 잡히지 않고 영원히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버려 야속하기까지 한 절대적인 대상이기도 하다.

 

시간을 여행하는 헨리와 미래를 만나며 살아온 클레어.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시간 이야기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있다. 제목에서도 너무나 선명하게 소재가 드러나는 이 이야기는 날아다니는 비행선이나 하얀머리 희끗이는 과학자는 없다. 그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그저 평범한 여인 클레어와 이유도 모른채 종잡을 수 없는 순간에 종잡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날아가 버리는 남자, 헨리. 그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이 바로 <시간여행자의 아내> 1편에 흐르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은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1편의 이야기가 바로 이 두 남녀가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첫번째 책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헨리를 만나며 이 설명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납득하는 과정의 클레어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마도 두번째 책에서는 자신과 함께 하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로 사라져 버리는 헨리를 남편으로 맞이한 클레어의 외로움과 공포, 혹은 절망과 무기력함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려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물론 이미 2권을 사두었으나 리뷰는 1권만을 읽고 작성하고 있는 중이기에 내용을 추측해보는 것이다.)

 

겪어 보지 못한 미래를 현재에 만나게 되는 여인.

이 책의 제목은 <시간여행자의 아내>이다. 굳이 주인공이 누구냐를 따지는데 큰 의미는 없겠지만 제목에서 보듯 책의 중심은 시간을 여행하는 시간 여행자 헨리의 아내 클레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여성이기에 여성의 감성이 훨씬 더 세밀하고 자세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에게 아직 닥쳐 오지 않은 미래의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와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여섯살의 클레어가 성장하며 헨리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듯 다른 누군가도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와 그녀는 시간조차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에 이미 묶여 있었을지도 모를일이다.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현재의 그를 만나기까지 그녀는 얼마나 깊은 기다림의 인내를 해야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와 그나 결혼을 했다. 책의 두번째 이야기 마지막을 덮기까지 그녀와 그 사이에 어떤 일 들이 더 일어나게 될지는 모르나 첫번째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생각해본다. 그녀였기에 그가 함께 했을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다시 두번째 책을 펴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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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의 비밀
폴 크리스토퍼 지음, 민시현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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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문명, 가려진 비밀,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고대의 보물. 어드벤처 무비나 같은 종류의 소설들을 떠올릴때 흔히 떠오르는 소재를 들어보라면 아마도 저 3가지 중 하나를 대답하는 사람이 70%는 넘지 않을까? 한때는 존재했으나 지금은 존재하지 않은, 그러나 우수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던 문명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 혹은 인간들의 욕심이나 승자의 권리에 의해 그들에게 불리한 역사적 진실은 은폐되었다는 이야기, 또는 항해중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는 수많은 금은 보화에 대한 소문들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함께 재미와 흥미를 동시에 유발하는 아주 유용한 소재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이러한 소재에 대한 소설이나 영화는 매년 여름, 혹은 계절에 상관없이 판타지나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달고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시키는 어드벤처 소설

<아즈텍의 비밀>은 어드벤처 소설이다. 읽는 내내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를 연상시키는 모습들이 많이 섞여 있는데다 작품의 홍보에도 인디아나 존스에 관한 문구가 선봉에 서 있고, 책 속의 주인공들 조차 인디아나존스에 대한 이야기를 농담삼아 꺼내놓은 통에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리지 않을래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맥시코에 존재했다고 알려지는 아즈텍문명은 마야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지금은 사라진 문명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사라진 문명에 얽힌 역사적인 사실과 인물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바로 이 아즈텍의 비밀이라고 하면 간단한 설명이 될까? 역사적으로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나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소위 팩션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의 일부가 실제로 존재했었다는 사실로 인해 독자들로 하여금 이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뿐이 아니라 혹시 사실은 아닐까라는 희미한 희망을 심어준다는 점일 것이다. 렘프란트의 유령으로 이미 이름을 알린 폴 크리스토퍼의 신작 아즈텍의 비밀 역시 이런 팩션 소설로 사라진 문명의 보물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만큼 어드벤처 무비 스타일이 된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필수불가결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아즈텍은 없고 음모만 남아..

사라진 문명을 전면에 내세운 이 소설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아즈텍이라는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에는 아주 어렵다는 점이다. 아즈텍은 그저 주인공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시작점을 제공할뿐 이야기는 마약왕과 제약회사의 음모를 파헤치는 것에 집중된다. 물론 이야기의 말미에 두 주인공이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라 제목을 지키기 위해 더해진 양념이랄까? 고대의 비밀이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조금 더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며, 판타스틱한 이야기의 전대를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다소 실망스럽지 않을 수없는 부분이 아닐까? 아즈텍의 비밀답게 아즈텍문명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담아내었다면, 혹은 사라진 문명에 대한 환상을 조금 더 쫓아갔더라면 아즈텍의 비밀스러운 좀 더 흥미진진한 어드벤처 물이 되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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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신예희 글.그림.사진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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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여행 자체만으로 늘 설레임과 호기심들이 가득차곤 한다. 어딜가든지 지금의 내가 속한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잠시 몸을 옮긴다는것은, 간단히 생각하자면 매일아침 출퇴근길과 별 다를바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면 언제나 기다려지고 즐겁기만 하다. 일상을 벗어나 이곳이 아닌 저곳, 여기가 아닌 거기가 주는 막견한 즐거움과 여유가 답답한 삶의 지루함을 조금은 덜어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이 꼭 정서적인 것에 한정되어 있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 그곳에서 꼭 해보리라던 다른 어떤 것은 없을까? 아마 한 두가지쯤은 누구나 여행을 사랑하는 특별한 이유가 또 하나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고, 어떤 이들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어떤 이들은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기대하며 어딘가로 떠나기고 한다. 그리고 나는 어딜가나 반드시 그곳의 특별한 음식에 대한 기대가 특히 많은 1인이기도 하다.
 


 

홍콩, 마카오, 스페인, 터키, 태국, 일본의 '바로 그곳' 음식들.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의 주제가 바로 여행과 음식이다. 여행지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홍콩, 마카오, 스페인, 터키, 태국, 일본의 6개국으로 현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 음식들 중에는 이미 대중화되고 세계화되어 국내에서도 맛볼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 있긴 하지만(딤섬이나 케밥처럼..) 저기가 어딘가! 바로 강건너 바다건너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하는 멀고 먼 해외가 아니겠는가?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에서 소개하고 있는 음식들은 강건너 바다건너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창조된 '한국식' 해외음식들이 아니라, 바로 그곳의 토속적인 향과 맛들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바로 그곳만의 음식들이다. 말 그대로 그곳에 가지 않으면 먹어 볼 수 없는 맛들을 모아모아 소개해놓은 것.

 

 
 

레스토랑, 시장, 길거리음식에서 주문방법까지.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가 가장 친절한 여행+음식 안내 책자로 기억될 것 같은 이유가 몇가지 있다. 여행을 중심으로 그곳에 가면 유명한 음식으로는 '00이 있어요~ 꼭 한번 드셔보세요~'식의 간단한 소개들로만 스쳐지나가는 여행안내책자들이 대부분인 반면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는 유명한 토속음식 하나를 테마로 정해놓고, 여기서는 00을 먹어야 하며 현지에서 부담스럽지 않고 다양하게 즐기려면 **로~, 좀 더 강한 토속적 느낌을 원하면 ㅁㅁ로식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써서 안내하고 있다. 또 이미 유명해진 대형음식점들이나 유명음식점들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개인적으로 돌아다니며 발견했던 작은 음식점들의 소개와 함께, 현지 음식을 좀 더 즐겁게 즐기는 방법과 주문하는 법까지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말 그대로 이 책 한권만 들고가면 적어도 홍콩, 마카오, 스페인, 터키, 태국, 일본의 6곳에서만큼은 절대 굶지 않고 맛있는 음식들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은 것. 참고로 절대 가지 말아야할 최악의 음식점도 눈에 띈다.

 

 

 

잠깐의 휴식도 테마여행으로 바꾸어줄 비장의 무기.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에서 소개하고 있는 6곳의 여행지는 얼핏 보면 별로 관계가 없을 것만 같은 세트이다. 홍콩과 마카오는 지리적으로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홍콩 여행에 마카오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 있지만 스페인과 태국, 터키와 일본은 어떻게 묶어야 할까? 곰곰히 생각해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잠시 스친다. 이 모든 나라들이 우리들에게는 이미 여러가지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아닌가. 물론 아직은 그곳을 대표하는 몇몇 음식들만 들어와있는 상태이지만 각각의 나라들이 모두 '전혀 낯선'음식만을 가진 나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홍콩의 딤섬과 마카오의 육포, 스페인의 바깔라오, 터키의 케밥, 태국식 스프로 유명한 똠얌꿍에 일본의 스시까지 한번쯤은 먹어보았거나 이름을 들어봄직한 음식들을 한두가지쯤은 보유한 나라들. 그래서 조금 생소하지만 완전 생소하지는 않은 음식들로 이미 한국인의 입맛에 어느정도는 부합한다고 결론내려진 국가를 탐방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음식천국세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행갈때 그곳의 음식을 꼭 맛보리라 다짐하는 사람이라면 이 6곳을 여행할때는 이 책 한권이 꽤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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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줄리아 차일드.알렉스 프루돔 지음, 허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품절


인생을 살아가면서 평생을 바칠 '일'이라는 것은 때로는 오랜 시간의 고뇌끝에 결정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짧은 한순간의 특별한 계기를 통해 결정되기도 한다. 두 가지중 어떤 것이 바람직한 선택법이냐고 물어온다면 누군가는 평생을 바칠 일이니 오랜시간 심사숙고하는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할것이고, 누군가는 운명처럼 아주 짧은 순간에도 그것이 인연이었음을 깨달은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할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방법을 통해 선택한 삶이 되었든지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풍요롭고 즐겁게 만들어주었다면 그것으로 그 한 사람에게는 훌륭한 평생의 '일'이고 바른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일것이다.

우연한 기회, 운명적인 만남, 평생의 일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은 미국 가정요리의 대모라고 불리우는 줄리아 차일드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의 직장 문제로 인해 불가피 하게 정착하게 되었던 프랑스에서, 프랑스 음식을 만나게 되어 그 음식과 문화에 빠져들고, 프랑스 음식을 배우기 위해 유명한 요리전문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하여 여러 쉐프들과 교감을 나누고 학교를 졸업하기까지의 과정과 프랑스 요리를 소개하기 위한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그녀가 사랑했던 프랑스 요리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녀가 집필한 이 책은 페이지수로는 700페이지가 넘고 수록된 요리법의 수는 500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 과정에서 벌어졌을 수 많은 에피소드와 사건들은 또 얼마나 무궁무진할까? 요리책으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는 그녀의 책이 많은 미국인들에게 그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녀의 열정과 노력의 결실이었을 것이고,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은 바로 그 열정과 노력의 과정이 수록된 일기와도 같은 책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조금은 개인적인 줄리아의 인생.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은 요리법을 담은 책이 아니라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때문에 요리에 관한 에피소드 이외에도 그녀가 살아온 자투리의 이야기들이 군데군데를 메꾸고 있는데, 때로는 외국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개인적인 소감이나 시각, 그리고 정치적인 입장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을 마냥 즐겁게만 읽을 수는 없게 만드는 방해요소이기도 한다. 요리를 배워나가는 한 여인의 즐거운 인생성취기를 기대했는데,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한 평가나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맞딱드리면 조금 당황스러운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또 한가지 이 책이 다소 편안하지 않은 이유는, 개인적인 감정들이 다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본인과 정치적 관점이 같지 않았던 아버지에 대해 적대시하는 느낌들이라든지, 본인이나 남편과 어울리지 못했던 정부직원들에 대한 반감등은 이 책을 즐겁게 즐기는데 다소 무리를 느끼게 해준다. 말 그대로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의 즐겁지 못한 요소랄까.. 하지만 개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임을 감안하고 요리라는 분야에 평생을 바쳐 즐거움을 찾았던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에 중점을 두고 바라본다면 그녀의 인생은 분명 즐거웠으리라는 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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