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집에 있을걸 - 떠나본 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멋진 후회
케르스틴 기어 지음, 서유리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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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낮 최고기온이 30도이상을 웃돌즈음이면 사람들은 대부분 여름 휴가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어느 해에는 멀리멀리 떠나 홀로 타지를 여행하는 자유여행을 꿈꾸고, 어느 해에는 그냥 귀찮아서 가족들과 가까운 곳에 바람 쐬러 가는 것 정도로 휴가삼기도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여행은 그 길이가 어떻든 언제나 일상을 탈출하는 꿈을 꾸는 보통사람들에게 꿈이자 희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올해도 여름이 돌아오고 다시 휴가계획에 마음이 살짝 들뜨는 8월이 되었다. 그런데 문득 휴가를 떠날 생각으로 마음이 부풀었다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년 여름의 휴가는 즐거웠나? 짜증만 나는 교통체증에 공들여 찾아간 휴가지는 사람만 북적여 쉬러온건지 시달리러 온것인지 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고 어찌어찌 다녀왔다손 치더라도 온 몸이 쑤시고 결리고 피곤이 더해져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그냥 집에 있을걸..."

 

여행을 떠나 만나게 될 지도 모르는 수 많은 골칫거리

[그냥 집에 있을걸]은 우리가 한번쯤 여행을 가는 도중이나 여행지에 막상 도착했을때 한번 쯤 떠올렸을 법한 후회에 대한 이야기 묶음집이다. 마음이 결코 맞지 않는 친구가 동행이 되어 지치기도 하고, 목적지에 도착했더니 막상 소개받은 안내책자와는 완전히 다른 숙소가 나를 맞기도 하며, 예기치않은 기상악화로 숙소 바깥으로는 한발자욱도 못 나가고 귀신나오는 유령의 집이 숙소가 되는 바람에 즐거워야할 휴가가 온통 비명과 소름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별로 유쾌하지 못한 여행의 기억들이 가득 차 있는 이 책은 그러나 즐겁고 유쾌하기만 하다. 책을 읽는 동안 몇번이나 혼자 실없는 폭소를 터트렸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나간 이 실패한 여행의 모음집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러기 때문에 여행을 떠라나라고 끝없이 말하는 듯 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떠나라.

시간이 지나면 모든것이 추억이 된다고들 한다. 아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실패하고 난장판인 여행의 이야기가 한책 가득이지만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면 그 또한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었던, 일상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고 그 기억들은 시간이 흘러 추억이 되며, 여행의 가치는 바로 그 추억이 아니냐고 묻는 책.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한 책이 바로 이 책 [그냥 집에 있을걸]이다.

돌아와서 '그냥 집에 있을걸'이라고 후회할 수 있는 것은 여행을 떠난 자들만의 특권이라고 말하는 이 책은 정말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을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 책을 읽고 나면 그냥 집에 있는 것 보단 여행을 하는게 백배 나은 것이라는 걸 묘하게 느끼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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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2
김현아 지음, 박영숙 사진 / 호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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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라는 분야를 맞딱드렸을때 나는 대체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

학창시절 엄청난 양의 암기해야할 "역사적 사실"들과 "역사적 인물"들에 짓눌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인물임에도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건조한 연대기만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역사소설을 좋아하고 역사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을 꽤나 즐기는 편이다.

 

어렵지 않게 그녀들과 그녀들의 자취를 여행하다.

이 책,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을 읽기 전까지 그러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은 보통의 역사를 소재로 하는 책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사실인 역사를 소재로 한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도 아니고, 그저 한 시대를 살아간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담은 말 그대로 사실을 다루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저 그 시대를 설명하고 그 인물을 설명하는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인물을 설명하고 그녀들이 현재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를 그녀들이 살았던 장소와 그녀들이 자취를 남긴 곳을 통해 표현해낸다.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 그곳을 설명하고 그곳에 남은 그녀들의 흔적을 설명하는 과정이 몹시도 자연스러워 마치 그곳에 내가 서 있는 듯하고 그곳을 작가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곳의 그녀들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같달까?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거론된 여성들의 간략한 일생과 생의 중요했던 장소를 동시에 돌아보는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고향과 나의 시대에 그녀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책 속에서 나의 고향이기도 한 목포의 두 여성, 박화성과 이난영을 만나게 되었던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아마도 그녀들의 생이 책속의 다른 여성들의 삶보다 특출해서라기보단 그곳이 나의 고향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이 책은 책속에서 나의 고향을 만나고 나의 고향에서 한 시대를 살고 그 고향을 역사에 기록하게 만든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꽤 오랫동안 그 여운을 남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책 속에서 만나는 그녀의 고향은 나의 고향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만 어쨋든 그곳에 나의 기억도 남아있으니 말이다. 동 시대를 살진 못했어도 같은 곳을 살았다는 묘한 동질감 역시 책 속에 나를 묶어두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다른 이들은 다른 지명이 거론 된 페이지에서 이런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작가의 눈으로 새롭게 보다.

책 속에는 책을 쓴 저자의 생각과 느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때로는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이 보고 읽었던 것들을 동원해 무언가를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 안에서 작가의 시선이나 관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것이리라. 어느 책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관점은 때로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반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행히 이 책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관점은 나에게는 상당부분 공감을 하게 했던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눈으로 설명하고 작가의 관점으로 더해진 이야기들을 읽으며 작가의 눈으로 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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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풀 컴퍼니 - 경영을 디자인하다!
마티 뉴마이어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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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라는 한단어를 들었을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용하기 편한 필기구나 용기들, 보기 좋게 꾸며진 작은 가전제품들, 인체 공학적 설계로 몸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가구들, 그리고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눈을 잡아끄는 화려한 패턴들, 더 나아가는 인간이나 사물의 모습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새로운 관점의 회화를 탄생시킨 피카소의 추상화 정도가 언뜻 떠오르는 디자인의 영역이 아닐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디자인의 영역을 시각적 혹은 물리적인 것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든다. 디자인, 그것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디자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며, 디자인이 이루어내고자 하는 최종 목적에 이르렀을때 그것은 어떤 효과를 어느 영역까지 전달하게 될까?



디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라.

<디자인풀컴퍼니>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자인이라는 용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극히 제한적인 사고를 전면적으로 수정하기를 요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딸려 올라오는 몇가지 아이템들이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며, 디자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공산품을 제조하는 제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과 기업의 문화, 더 나아가 개인의 존재가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개념과 함께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예들을 들어 디자인 된 상품이 아닌 디자인이 필요한 우리의 조직체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디자인, 그것은 혁신의 시작.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업의 비전을 제기할때 가장 많이 선택하는 단어가 바로 혁신이다. 지금까지의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 혁신은 그저 조금 더 나아진 발전이나 진화가 아니라, 전혀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디자인풀컴퍼니>는 바로 이 혁신의 시작을 디자인에서 찾는다. 상품을 디자인하고, 조직을 디자인하며, 나아가 조직의 문화와 개개인의 사고를 디자인 하는 것. 그것은 유에서 더 나은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에 다름하지 않는다.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은 것들을 개발하는 일은 낮은 수준의 위험과 안정된 기업의 존재를 보장한다. 그러나 위험이 없다면 이익도 없다는 말처럼 조금 발전된 수준의 발전은 동시에 기업이 그토록 장래의 비전으로 부르짖는 혁신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안정과 혁신, 기업은 두 가지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며 이 중 혁신을 선택하는 경우 높은 위험과 함께 높은 성공의 가능성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디자인하라.

<디자인풀컴퍼니>가 제시하는 컴퍼니의 혁신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검증되고 안전한 길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다른 기업이 가지 않은 길을 스스로 디자인 하라는 것이다. 혁신의 단어 속에 내포되어 있는 잠재적 위험을 인정하고 다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다른 기업들의 뒤를 따라가는 수준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면 발전이 아닌 혁신이 필요하며 그 혁신에는 없는 길에 대한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디자인은 제품의 외형에 국한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문화와 개인의 사고영역까지 모두 포괄하는 것일때 근본적인 <디자인풀컴퍼니>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와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디자인풀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한 조직의 선례들을 읽어내려가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디자인풀컴퍼니>가 반드시 조직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의 인생 역시 발전이나 진화가 아닌 혁신을 원한다면 이처럼 디자인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임이 분명하지 않을까? 남들이 시작하지 않은 위험을 감수한 디자인만이 혁신을 불러 오고, 혁신만이 괄목할만한 차별화된 변화를 이끌어 올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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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꽃 2 - 2009년 제25회 펜문학상 수상작
유익서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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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는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언제나 그 뒤에 수 많은 고난과 역경을 포함하고 있다. 범인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힘겨움의 시간을 이겨낸 다음 비로소 그 답으로 얻는 것이 누군가의 존경과 선망의 자리이며, 때로는 살아생전 그 존경과 경외의 시선을 받아보지 못한채 운명을 달리한 후, 후세에 이르러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살아 생전 다른 이들의 존경을 받든, 후세의 후손들에게 새로운 평가를 받든, 어디서나 무엇인가를 이룬이들의 삶은 늘 고단하다. 그들이 얻어낸 결과는 그 고단함에 대한 어쩌면 아주 작은 답례일른지도 모른다.
 

일생을 온전히 사람을 노래하기 위해 쓰다.

노래하는 가객 솔이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 <소리꽃>은 솔이가 잠시 몸을 의탁하고 이야기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소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준 대우의 곁을 떠나, 그의 벗 고강에게로 향하고.. 고강을 만나지 못한채로 남겨진 그림과 짧은 일화로만 남은 고강을 통해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것에 대한 희미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다시 향할곳을 잃은 솔이는 대우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하나 길이 엇갈리고, 대우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대우의 아버지인 만후와 사당패의 도일등을 만나 때로는 깨달음을 때로는 새로움에 대한 눈띄임을 경험하는 여정으로 바뀐다. 떠돌아 다니는 여인의 생은 안전할 수 없는 것이다. 솔이 역시 거리의 거지떼들에게 수치를 당하는 처지에 놓이고 이 일로 그녀는 무당인 선이네와 인연을 맺는다. 학식으로는 내세울 것이 없는 그녀였으나, 사당패의 풍류와 무녀의 한을 풀어내는 굿을 모두 경험한 소리꾼, 이야기를 통해 얻는 경험과 경험을 통해 이끌어내는 지혜를 모두 알게 된 솔이는 그렇게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메던 진짜 노래에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고난의 여행을 계속한다.

 
피를 토해낼 듯한 고난과, 피를 토한 목소리

솔이는 마지막 거처로 고강의 집을 선택한다. 노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끝내며 그는 항아리가 그토록 원했던 사람의 노래를 마침내 찾아낸 것이다.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던 사람의 노래. 그 노래를 온 몸에 담고 솔이는 고강의 집에서 노래들을 만들어낸다. 피를 쏟아내는 것이 득음의 과정이라고 했던가. 그 말처럼 솔이는 끝내 피를 쏟아내고 거칠어진 목소리로 한나절이 다가도록 끝을 내지 않는 한 사람의 일생을 노래한다. 그리고 고강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 노래와 함께 소진한다. 사람의 노래를 얻기 위해 일생을 고통으로 살아야했던 솔이만이 피를 쏟는 고통을 겪는 것일까? 아마도 아닐것이다. 인생이라는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때로를 피를 쏟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인생의 길을 매순간 걷고 있지 않은가. 솔이가 사람의 노래를 얻기 위해 평생을 바치고 피를 쏟는 고생을 해야했던 것은, 어쩌면 인간의 일생이 그토록 매 순간이 피를 쏟는 고통과 힘겨운 여정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마지막 순간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가 얻어낸 사람의 노래에 웃을 수 있었던 솔이처럼 사람들도 어쩌면 그 일생을 바쳐 스스로를 위안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생을 끌어안고 살아가기 위해 그 힘겨운 순간을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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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꽃 1 - 2009년 제25회 펜문학상 수상작
유익서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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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이름 지어진 우리의 노래는 한 나라의 전통음악이 그렇듯, 다른 나라의 그것과는 확연히 구분지어지는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춤등의 문화 중 우리의 역사를 흐르는 전통의 그것들이 가지는 그 다른 점을 흔히 "한"이라는 한글자의 말로 설명하곤 한다. 전통문화에는 반드시 그 민족만의 고유성을 관통하는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공감대가 존재한다. 애잔함이나 슬픔등의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말로는 절대 표현하고 규정지을 수 없을 것 같은 한 글자. "한" 그것이 바로 우리의 역사를 흐르는 전통의 힘이기도 하다.

 



 

원 없이 노래하고, 욕심없이 얻으라.

<소리꽃>은 어린시절부터 노래 부르기를 끝없이 원했던 한 소녀의 일생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솔이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노래를 중얼거리고 언제나 자유롭게 노래 부르기를 꿈꾸는, 그저 작은 꿈을 가진 소녀일 뿐이다. 그러나 그녀의 어미는 스스로가 노래를 원해 일생을 그늘지게 만들었음을 자책하며 자신의 딸에게는 그 운명의 그늘이 내려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솔이가 노래하는 것을 금하려 한다. 그저 노래가 하고 싶었던 솔이는 노래를 원없이 부르리라는 일념으로 꿈인지 환상인지조차 알 수 없는 길을 걸어 노래를 부르되 다른 이에게는 들리지 않게 하는 신기한 항아리를 얻는다. 항아리는 솔이의 노래를 담고, 솔이는 소리 내지 않고, 방해받지도 않은 채 원없이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댓가없는 가치가 어디있겠는가. 솔이가 노래를 부르는 자유를 얻은 대신 항아리는 말한다. 자신은 까다로울 뿐 아니라, 자신을 얻기 위해서는 고통을 겪어야 하며 소중한 것들을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어린 소녀는 그저 노래를 원할 뿐이다. 그리고 소녀의 일생은 이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항아리의 의지에 의해 조금씩 변해간다. 

 



 

판타지와 현실 그 중간 사이.

<소리꽃>에는 동화나 전설쯤에나 등장할 법한 노래하는 항아리가 나온다. 항아리는 솔이의 노래를 담고 후에 그 노래를 풀어놓는다. 처음에는 그저 솔이의 노래를 담고 풀기만 하던 항아리는 어느 순간부터 솔이에게 사람의 노래, 살아가는 삶의 노래를 요구하기 시작하고 솔이는 항아리의 파업(?)선언이 던지는 압박을 이기지 못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어진 안락함을 뒤로 한채 떠돌리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떠도는 인생의 길목에서 스님의 염불소리에 마음의 고요가 있음을, 풍요로운 이야기 속에 많은 사람들의 인생 또한 담겨 있음을 경험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한다. 1,2편 2권으로 만들어진 <소리꽃>의 첫번째 이야기는 솔이가 세번째 거처를 향해 가고 그곳에서 고매한 성품으로 그림이라는 한 분야의 예술을 깨달음의 경지로 이끈 고강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하는 것으로 한숨을 쉬어간다. 솔이의 인생은 이제 반절을 지나온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삶을 또 맞딱드리게 될지 아직 알 수는 없으나 그녀는 여전히 노래를 찾아 떠나는 떠도는 인생을 진행중에 있으며 수 없이 많은 고뇌와 번민, 그리고 육체적 고통과 힘겨움 속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이라는 한글자의 단어에 함축된 대한민국의 정서를 노래속에 녹여내기 위해 일생을 바치게 될 솔이의 여정이 여전히 나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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