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줄리아 차일드.알렉스 프루돔 지음, 허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품절


인생을 살아가면서 평생을 바칠 '일'이라는 것은 때로는 오랜 시간의 고뇌끝에 결정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짧은 한순간의 특별한 계기를 통해 결정되기도 한다. 두 가지중 어떤 것이 바람직한 선택법이냐고 물어온다면 누군가는 평생을 바칠 일이니 오랜시간 심사숙고하는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할것이고, 누군가는 운명처럼 아주 짧은 순간에도 그것이 인연이었음을 깨달은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할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방법을 통해 선택한 삶이 되었든지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풍요롭고 즐겁게 만들어주었다면 그것으로 그 한 사람에게는 훌륭한 평생의 '일'이고 바른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일것이다.

우연한 기회, 운명적인 만남, 평생의 일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은 미국 가정요리의 대모라고 불리우는 줄리아 차일드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의 직장 문제로 인해 불가피 하게 정착하게 되었던 프랑스에서, 프랑스 음식을 만나게 되어 그 음식과 문화에 빠져들고, 프랑스 음식을 배우기 위해 유명한 요리전문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하여 여러 쉐프들과 교감을 나누고 학교를 졸업하기까지의 과정과 프랑스 요리를 소개하기 위한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그녀가 사랑했던 프랑스 요리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녀가 집필한 이 책은 페이지수로는 700페이지가 넘고 수록된 요리법의 수는 500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 과정에서 벌어졌을 수 많은 에피소드와 사건들은 또 얼마나 무궁무진할까? 요리책으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는 그녀의 책이 많은 미국인들에게 그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녀의 열정과 노력의 결실이었을 것이고,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은 바로 그 열정과 노력의 과정이 수록된 일기와도 같은 책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조금은 개인적인 줄리아의 인생.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은 요리법을 담은 책이 아니라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때문에 요리에 관한 에피소드 이외에도 그녀가 살아온 자투리의 이야기들이 군데군데를 메꾸고 있는데, 때로는 외국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개인적인 소감이나 시각, 그리고 정치적인 입장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을 마냥 즐겁게만 읽을 수는 없게 만드는 방해요소이기도 한다. 요리를 배워나가는 한 여인의 즐거운 인생성취기를 기대했는데,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한 평가나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맞딱드리면 조금 당황스러운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또 한가지 이 책이 다소 편안하지 않은 이유는, 개인적인 감정들이 다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본인과 정치적 관점이 같지 않았던 아버지에 대해 적대시하는 느낌들이라든지, 본인이나 남편과 어울리지 못했던 정부직원들에 대한 반감등은 이 책을 즐겁게 즐기는데 다소 무리를 느끼게 해준다. 말 그대로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의 즐겁지 못한 요소랄까.. 하지만 개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임을 감안하고 요리라는 분야에 평생을 바쳐 즐거움을 찾았던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에 중점을 두고 바라본다면 그녀의 인생은 분명 즐거웠으리라는 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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