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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신예희 글.그림.사진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여행에는 여행 자체만으로 늘 설레임과 호기심들이 가득차곤 한다. 어딜가든지 지금의 내가 속한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잠시 몸을 옮긴다는것은, 간단히 생각하자면 매일아침 출퇴근길과 별 다를바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면 언제나 기다려지고 즐겁기만 하다. 일상을 벗어나 이곳이 아닌 저곳, 여기가 아닌 거기가 주는 막견한 즐거움과 여유가 답답한 삶의 지루함을 조금은 덜어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이 꼭 정서적인 것에 한정되어 있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 그곳에서 꼭 해보리라던 다른 어떤 것은 없을까? 아마 한 두가지쯤은 누구나 여행을 사랑하는 특별한 이유가 또 하나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고, 어떤 이들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어떤 이들은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기대하며 어딘가로 떠나기고 한다. 그리고 나는 어딜가나 반드시 그곳의 특별한 음식에 대한 기대가 특히 많은 1인이기도 하다.
홍콩, 마카오, 스페인, 터키, 태국, 일본의 '바로 그곳' 음식들.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의 주제가 바로 여행과 음식이다. 여행지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홍콩, 마카오, 스페인, 터키, 태국, 일본의 6개국으로 현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 음식들 중에는 이미 대중화되고 세계화되어 국내에서도 맛볼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 있긴 하지만(딤섬이나 케밥처럼..) 저기가 어딘가! 바로 강건너 바다건너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하는 멀고 먼 해외가 아니겠는가?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에서 소개하고 있는 음식들은 강건너 바다건너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창조된 '한국식' 해외음식들이 아니라, 바로 그곳의 토속적인 향과 맛들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바로 그곳만의 음식들이다. 말 그대로 그곳에 가지 않으면 먹어 볼 수 없는 맛들을 모아모아 소개해놓은 것.
레스토랑, 시장, 길거리음식에서 주문방법까지.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가 가장 친절한 여행+음식 안내 책자로 기억될 것 같은 이유가 몇가지 있다. 여행을 중심으로 그곳에 가면 유명한 음식으로는 '00이 있어요~ 꼭 한번 드셔보세요~'식의 간단한 소개들로만 스쳐지나가는 여행안내책자들이 대부분인 반면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는 유명한 토속음식 하나를 테마로 정해놓고, 여기서는 00을 먹어야 하며 현지에서 부담스럽지 않고 다양하게 즐기려면 **로~, 좀 더 강한 토속적 느낌을 원하면 ㅁㅁ로식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써서 안내하고 있다. 또 이미 유명해진 대형음식점들이나 유명음식점들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개인적으로 돌아다니며 발견했던 작은 음식점들의 소개와 함께, 현지 음식을 좀 더 즐겁게 즐기는 방법과 주문하는 법까지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말 그대로 이 책 한권만 들고가면 적어도 홍콩, 마카오, 스페인, 터키, 태국, 일본의 6곳에서만큼은 절대 굶지 않고 맛있는 음식들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은 것. 참고로 절대 가지 말아야할 최악의 음식점도 눈에 띈다.
잠깐의 휴식도 테마여행으로 바꾸어줄 비장의 무기.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에서 소개하고 있는 6곳의 여행지는 얼핏 보면 별로 관계가 없을 것만 같은 세트이다. 홍콩과 마카오는 지리적으로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홍콩 여행에 마카오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 있지만 스페인과 태국, 터키와 일본은 어떻게 묶어야 할까? 곰곰히 생각해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잠시 스친다. 이 모든 나라들이 우리들에게는 이미 여러가지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아닌가. 물론 아직은 그곳을 대표하는 몇몇 음식들만 들어와있는 상태이지만 각각의 나라들이 모두 '전혀 낯선'음식만을 가진 나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홍콩의 딤섬과 마카오의 육포, 스페인의 바깔라오, 터키의 케밥, 태국식 스프로 유명한 똠얌꿍에 일본의 스시까지 한번쯤은 먹어보았거나 이름을 들어봄직한 음식들을 한두가지쯤은 보유한 나라들. 그래서 조금 생소하지만 완전 생소하지는 않은 음식들로 이미 한국인의 입맛에 어느정도는 부합한다고 결론내려진 국가를 탐방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음식천국세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행갈때 그곳의 음식을 꼭 맛보리라 다짐하는 사람이라면 이 6곳을 여행할때는 이 책 한권이 꽤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