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꽃 1 - 2009년 제25회 펜문학상 수상작
유익서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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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이름 지어진 우리의 노래는 한 나라의 전통음악이 그렇듯, 다른 나라의 그것과는 확연히 구분지어지는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춤등의 문화 중 우리의 역사를 흐르는 전통의 그것들이 가지는 그 다른 점을 흔히 "한"이라는 한글자의 말로 설명하곤 한다. 전통문화에는 반드시 그 민족만의 고유성을 관통하는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공감대가 존재한다. 애잔함이나 슬픔등의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말로는 절대 표현하고 규정지을 수 없을 것 같은 한 글자. "한" 그것이 바로 우리의 역사를 흐르는 전통의 힘이기도 하다.

 



 

원 없이 노래하고, 욕심없이 얻으라.

<소리꽃>은 어린시절부터 노래 부르기를 끝없이 원했던 한 소녀의 일생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솔이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노래를 중얼거리고 언제나 자유롭게 노래 부르기를 꿈꾸는, 그저 작은 꿈을 가진 소녀일 뿐이다. 그러나 그녀의 어미는 스스로가 노래를 원해 일생을 그늘지게 만들었음을 자책하며 자신의 딸에게는 그 운명의 그늘이 내려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솔이가 노래하는 것을 금하려 한다. 그저 노래가 하고 싶었던 솔이는 노래를 원없이 부르리라는 일념으로 꿈인지 환상인지조차 알 수 없는 길을 걸어 노래를 부르되 다른 이에게는 들리지 않게 하는 신기한 항아리를 얻는다. 항아리는 솔이의 노래를 담고, 솔이는 소리 내지 않고, 방해받지도 않은 채 원없이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댓가없는 가치가 어디있겠는가. 솔이가 노래를 부르는 자유를 얻은 대신 항아리는 말한다. 자신은 까다로울 뿐 아니라, 자신을 얻기 위해서는 고통을 겪어야 하며 소중한 것들을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어린 소녀는 그저 노래를 원할 뿐이다. 그리고 소녀의 일생은 이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항아리의 의지에 의해 조금씩 변해간다. 

 



 

판타지와 현실 그 중간 사이.

<소리꽃>에는 동화나 전설쯤에나 등장할 법한 노래하는 항아리가 나온다. 항아리는 솔이의 노래를 담고 후에 그 노래를 풀어놓는다. 처음에는 그저 솔이의 노래를 담고 풀기만 하던 항아리는 어느 순간부터 솔이에게 사람의 노래, 살아가는 삶의 노래를 요구하기 시작하고 솔이는 항아리의 파업(?)선언이 던지는 압박을 이기지 못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어진 안락함을 뒤로 한채 떠돌리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떠도는 인생의 길목에서 스님의 염불소리에 마음의 고요가 있음을, 풍요로운 이야기 속에 많은 사람들의 인생 또한 담겨 있음을 경험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한다. 1,2편 2권으로 만들어진 <소리꽃>의 첫번째 이야기는 솔이가 세번째 거처를 향해 가고 그곳에서 고매한 성품으로 그림이라는 한 분야의 예술을 깨달음의 경지로 이끈 고강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하는 것으로 한숨을 쉬어간다. 솔이의 인생은 이제 반절을 지나온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삶을 또 맞딱드리게 될지 아직 알 수는 없으나 그녀는 여전히 노래를 찾아 떠나는 떠도는 인생을 진행중에 있으며 수 없이 많은 고뇌와 번민, 그리고 육체적 고통과 힘겨움 속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이라는 한글자의 단어에 함축된 대한민국의 정서를 노래속에 녹여내기 위해 일생을 바치게 될 솔이의 여정이 여전히 나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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