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2
김현아 지음, 박영숙 사진 / 호미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역사라는 분야를 맞딱드렸을때 나는 대체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

학창시절 엄청난 양의 암기해야할 "역사적 사실"들과 "역사적 인물"들에 짓눌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인물임에도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건조한 연대기만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역사소설을 좋아하고 역사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을 꽤나 즐기는 편이다.

 

어렵지 않게 그녀들과 그녀들의 자취를 여행하다.

이 책,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을 읽기 전까지 그러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은 보통의 역사를 소재로 하는 책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사실인 역사를 소재로 한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도 아니고, 그저 한 시대를 살아간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담은 말 그대로 사실을 다루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저 그 시대를 설명하고 그 인물을 설명하는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인물을 설명하고 그녀들이 현재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를 그녀들이 살았던 장소와 그녀들이 자취를 남긴 곳을 통해 표현해낸다.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 그곳을 설명하고 그곳에 남은 그녀들의 흔적을 설명하는 과정이 몹시도 자연스러워 마치 그곳에 내가 서 있는 듯하고 그곳을 작가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곳의 그녀들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같달까?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거론된 여성들의 간략한 일생과 생의 중요했던 장소를 동시에 돌아보는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고향과 나의 시대에 그녀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책 속에서 나의 고향이기도 한 목포의 두 여성, 박화성과 이난영을 만나게 되었던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아마도 그녀들의 생이 책속의 다른 여성들의 삶보다 특출해서라기보단 그곳이 나의 고향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이 책은 책속에서 나의 고향을 만나고 나의 고향에서 한 시대를 살고 그 고향을 역사에 기록하게 만든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꽤 오랫동안 그 여운을 남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책 속에서 만나는 그녀의 고향은 나의 고향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만 어쨋든 그곳에 나의 기억도 남아있으니 말이다. 동 시대를 살진 못했어도 같은 곳을 살았다는 묘한 동질감 역시 책 속에 나를 묶어두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다른 이들은 다른 지명이 거론 된 페이지에서 이런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작가의 눈으로 새롭게 보다.

책 속에는 책을 쓴 저자의 생각과 느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때로는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이 보고 읽었던 것들을 동원해 무언가를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 안에서 작가의 시선이나 관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것이리라. 어느 책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관점은 때로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반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행히 이 책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관점은 나에게는 상당부분 공감을 하게 했던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눈으로 설명하고 작가의 관점으로 더해진 이야기들을 읽으며 작가의 눈으로 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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