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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꽃 2 - 2009년 제25회 펜문학상 수상작
유익서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한 분야에서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는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언제나 그 뒤에 수 많은 고난과 역경을 포함하고 있다. 범인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힘겨움의 시간을 이겨낸 다음 비로소 그 답으로 얻는 것이 누군가의 존경과 선망의 자리이며, 때로는 살아생전 그 존경과 경외의 시선을 받아보지 못한채 운명을 달리한 후, 후세에 이르러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살아 생전 다른 이들의 존경을 받든, 후세의 후손들에게 새로운 평가를 받든, 어디서나 무엇인가를 이룬이들의 삶은 늘 고단하다. 그들이 얻어낸 결과는 그 고단함에 대한 어쩌면 아주 작은 답례일른지도 모른다.
일생을 온전히 사람을 노래하기 위해 쓰다.
노래하는 가객 솔이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 <소리꽃>은 솔이가 잠시 몸을 의탁하고 이야기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소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준 대우의 곁을 떠나, 그의 벗 고강에게로 향하고.. 고강을 만나지 못한채로 남겨진 그림과 짧은 일화로만 남은 고강을 통해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것에 대한 희미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다시 향할곳을 잃은 솔이는 대우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하나 길이 엇갈리고, 대우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대우의 아버지인 만후와 사당패의 도일등을 만나 때로는 깨달음을 때로는 새로움에 대한 눈띄임을 경험하는 여정으로 바뀐다. 떠돌아 다니는 여인의 생은 안전할 수 없는 것이다. 솔이 역시 거리의 거지떼들에게 수치를 당하는 처지에 놓이고 이 일로 그녀는 무당인 선이네와 인연을 맺는다. 학식으로는 내세울 것이 없는 그녀였으나, 사당패의 풍류와 무녀의 한을 풀어내는 굿을 모두 경험한 소리꾼, 이야기를 통해 얻는 경험과 경험을 통해 이끌어내는 지혜를 모두 알게 된 솔이는 그렇게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메던 진짜 노래에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고난의 여행을 계속한다.
피를 토해낼 듯한 고난과, 피를 토한 목소리
솔이는 마지막 거처로 고강의 집을 선택한다. 노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끝내며 그는 항아리가 그토록 원했던 사람의 노래를 마침내 찾아낸 것이다.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던 사람의 노래. 그 노래를 온 몸에 담고 솔이는 고강의 집에서 노래들을 만들어낸다. 피를 쏟아내는 것이 득음의 과정이라고 했던가. 그 말처럼 솔이는 끝내 피를 쏟아내고 거칠어진 목소리로 한나절이 다가도록 끝을 내지 않는 한 사람의 일생을 노래한다. 그리고 고강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 노래와 함께 소진한다. 사람의 노래를 얻기 위해 일생을 고통으로 살아야했던 솔이만이 피를 쏟는 고통을 겪는 것일까? 아마도 아닐것이다. 인생이라는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때로를 피를 쏟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인생의 길을 매순간 걷고 있지 않은가. 솔이가 사람의 노래를 얻기 위해 평생을 바치고 피를 쏟는 고생을 해야했던 것은, 어쩌면 인간의 일생이 그토록 매 순간이 피를 쏟는 고통과 힘겨운 여정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마지막 순간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가 얻어낸 사람의 노래에 웃을 수 있었던 솔이처럼 사람들도 어쩌면 그 일생을 바쳐 스스로를 위안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생을 끌어안고 살아가기 위해 그 힘겨운 순간을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