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 서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사회는 보이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스스로 제어하고 통제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보편적인 진실은 한낱 거추장스러운 껍데기에 불과하고 쟁취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내몰리는 추악스러운 탐욕만이 가득한 오늘날 미국사회의 자화상을 보여 준다. 이 책 「치팅컬처」는 미국사회의 들추기 싫은 불편한 진실에 대한 담론을 수면위로 끌어 올린 획기적인 글로 저자의 용기 있는 행동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존 로크가 주장한 사회계약은 인간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시민사회 내지 정치사회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개인의 동의에 기초한 정치사회를 건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계약론은 미국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자유와 인권사상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건설의 토대를 제공하였다. 그리하여 미국사회는 기회의 균등과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의 나라로 불리어 왔다.


현재 미국사회는 냉철하고 엄격한 이성주의가 지배하였던 사회계약의 기반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는 모양새이다. 보수적인 사조가 지배한 1950년대를 지나 사회적 통념이 엄격한 이성에 기반을 두어 사회적 계약관계를 형성하여 왔으나 이후 빠른 성장 일변도의 정책변화로 승자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조명하는 비뚤어진 암묵적 합의 내지는 냉소주의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어 왔다. 저자 데이비드 캘러헌은 이러한 승자독식주의 원칙의 일그러진 현실을 재조명하고 미국 내 만연한 속임수에 대한 위험성을 고발하며 편법에 너그러운 문화적 현상을 헤 짚어 암초에 걸려 위기에 빠진 거대 미국이라는 전함의 돌파구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렇듯 이 책 「치팅컬처」는 속임수에 관용적인 미국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승자의 잘못을 용인하는 문화적 현상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특히 상위 지도층계층의 화이트칼라범죄를 면밀하게 다루었으며 그러한 범죄현상이 사회 각 분야의 시스템으로 퍼져 스며드는 과정을 낱낱이 해부 하였다. 이를 통해 저자는 편법을 종용하고 속임수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통렬하고 날카로운 비판의 시각을 드러냈으며 광범위하고 다양한 시대적 단상을 담아냈다.


인간에게 있어서 사회적 행동 판단 기준은 누가 보지 않더라도 사회적 관습에 따라 윤리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는 이성적 자기본능억제력을 교육과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하지만 물리적 오류로 인식된 우연한 기회에 탐욕스러운 인간 본성의 표출행동은 고장 나 버린 ATM출금의 통제 불능의 예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지극히 본질적인 욕망에 가까운 행동에 쉽게 유혹되는 것은 나약한 인간본성에 근원이 있다 하겠으나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하여 제약회사와 의사의 결탁행위는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는 속임수를 조장하고 편법을 부추기는 시대적 현상이 승자에 집중된 암울한 현실에 있음을 끊임없이 내비친다. 사회 전반에 걸친 일등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되풀이 되는 성과에 대한 압력과 신분으로부터 불안정한 지위에 내몰린 미국사회의 기형적 사회구조는 근원적 문제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이러한 경제적 압력과 성과에 대한 종용은 변호사의 고객서비스 편취, 스포츠계의 과다한 약물남용, 만연한 입시시험의 부정행위, 반칙에 너그러운 열패감에 가득 찬 문화, 물질의 소유로 인격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사회 등 숱한 문제를 확대 재생산해 나간다.


이러한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내린 속임수와 편법의 현상은 다양한 사조가 출현하였다가 명맥을 잃어 간 시대와 궤를 같이 한다. 1950년대를 넘어 미국사회에 자유민주주의 이데올로기가 강력한 헤게모니로 정착하고 대중의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시장경제에 맞추어 지게 되면서 비열한 속임수의 문화가 자생하는 단초가 되었음을 저자는 설파한다. 이러한 현상은 시기적 선후만 달리 할 뿐 비단 미국사회의 문제가 아님을 깊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으로 우리사회가 미국사회의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겠다.


출발선에서부터 지속적인 부의 대물림을 위해 편법을 이용하게 되고 그러한 부모의 영향으로 스스럼없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미국 사회의 모습에서 남다른 사교육 광풍에 휩싸인 교육의 참된 정체성을 잃어버린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한다.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인터넷해적질을 통한 논문제출로 학위를 수여받고 허위로 작성된 이력서를 기반으로 대기업에 취업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객들에게 쓰레기 기업에 투자할 것을 윤리적 고민 없이 강요하는 승자독식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을 통해 무엇에서 잘못되었는지를 분명하게 일깨워 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담긴 광범위하게 퍼진 문제들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 가야할 사회의 암적인 요소라 하겠다.


알다시피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적 우월에 대한 받아들이고 인식하기 힘든 계층적 분화를 이루고 있다. 가진 자에게 보다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고 시쳇말로 돈이 돈을 낳는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회에서 승자에게 보다 더 너그러운 인식의 부끄러운 미덕은 -비록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일이지라도- 이기는 계층에 진입하는 순간 모든 것이 결과를 만들기 위한 아름다운 에피소드로 포장되며 비열한 과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마치 모든 사회 구성원이 단기적 집단 기억상실증이나 최면상태에 걸려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속임수문화를 근절하는 대책으로 새로운 사회계약에 대한 구조적인 합의와 비인간적인 성과주의를 개선하고 윤리규범을 준수할 것을 제시한다. 또한 자유방임주의에 빠진 경제논리에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부가 적절한 개입으로 진정한 파수꾼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 할 때 열패감과 박탈감에 사로잡힌 대중적 함의를 창출해 낼 것으로 예견한다. 다소 추상적이고 현실적 적용이 요원하게 들리기는 하나 속임수문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얼마 전 우리는 공인이라고 일컫어 지는 지도층인사, 연예계스타의 학력위조사건으로 믿어 왔던 진실을 무참히 짓밟히는 일그러진 그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뜨거운 감자로 오르내릴 만큼 세간의 조명과 관심을 받았다. 학력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영혼마저 타락한 체 거짓의 허깨비의 탈을 쓰고 지낸 그들의 모습에서 한편의 우울한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뒤엉킨 욕망과 물질추구가 떳떳하진 못한 현실의 자화상을 만들어 내고 적절한 편법과 속임수는 성공의 지름길로 가는 고삐 풀린 욕망의 괴기스러운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물질에만 집착하는 시대가 미덕인 사회로 변태하였는지 찹찹할 따름이었다.


이렇듯 이 책 「치팅컬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회 현상들에서 "계층 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점을 들춰내고, 사회 전반에 걸친 독점적인 현상을 대비시켜 고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우리 사회에 물든 "나 하나쯤이야"에 대한 인식을 "나부터"로 바꾸어 주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사회는 사회 시스템의 얼개가 기회의 합리적이고 균등한 제공이 일반화 되고 윤리적 기반이 굳건히 다져 진 배려가 넘치며 건전한 상식이 통용되는 인본중심의 사회가 건설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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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소년 - 바람개비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폴 플라이쉬만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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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행한 모든 일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결치듯 퍼져나간다! “(p.103)




언젠가 자신의 삶을 통제하며 지배하는 소재로 이루어 진 “나비효과”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우고 싶은 어두운 과거의 모습을 다시금 재창조한다는 시간을 지배하는 이야기이지만 하찮은 일이 미래에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온다는 제법 흥미로웠던 이야기로 기억된다. 이 책 「바람을 만드는 소년」의 이야기 또한 그러한 일련의 맥락을 뒤쫓고 있으나 내용은 판이하게 다른 감성적 성장소설이라 하겠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행한 일들이 타자의 삶속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그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하는 인과율의 법칙에 따라 움직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브렌트가 겪은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의 바람을 몰고 온다. 저자의 감성어린 소묘와 여행을 통해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그만의 감동이 묻어난다.




이야기는 브렌트의 호기로운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이성을 잃은 행동에서 그의 삶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18세 소녀 리를 치여 죽이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발단이 된다. 이 과정에서 브랜트는 실형을 선고받게 되나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소년 범죄자에 대한 계도과정이 놀랍기만 하다. 이러한 용서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관용과 제도적 계도대신 진정한 의미의 화해를 실천함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을 막는 조치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용서의 과정을 죽은 소녀의 어머니 잠모아 부인은 미국의 끝단 4곳에 바람개비를 세우는 것으로 브렌트의 잘못을 대신하고자 한다. 브렌트는 조심스럽게 용서의 약속을 받아들이며 버스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조우하게 되며 엉성하기만 하였던 자신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힘을 더불어 얻게 된다.




브렌트가 온전히 스스로의 노력과 수고를 통해 만든 바람개비는 영원의 메시지를 담은 리의 형상으로 펄럭이게 된다.  바람개비는 더 이상 한 소년의 용서의 과정이 아닌 꿈을 먹고 살아 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새로운 메시아로 탄생한다. 바람개비를 통해 꿈꾸어 왔던 염원을 성취하고, 희망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게 되고, 부모로부터 엇나간 기대로부터 해방되며, 추억이 묻어 있는 아름다운 지난날의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전해 온다. 브랜트의 이야기 외에 옴니버스 식으로 삽입된 4명의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의 바람이 묻어온다.




이렇듯 저자는 아직 정신적으로 독립적이고 온전치 못한 청소년의 심리세계를 여과 없이 잘 반영하고 있다. 더불어 소외받은 인간들의 어두운 모습을 반영하여 희망으로 가득한 따사롭게 내리 비치는 햇살처럼 환한 빛을 담은 희망의 바람을 일으킨다. 언제든지 들어도 지루할 것 같지 않은 가슴속 따스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는 메마른 삶에 단비와 같은 존재이지 싶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 아무리 분별 있게 행동한다 하더라도 우린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수가 다시 반복되고 실수가 담은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지 못한다면 영원히 소통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진실된 자아의 발자국을 따라 가는 브랜트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리를 닮은 바람개비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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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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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저릿하고 무겁기만 하더니 종내에는 눈 자락을 붉게 물들어 버렸다. 너도 나도 제 몸 살피기에 급급한 시절에 당체 이런 사람이 있다니? 마음으로 보고도 머리로는 온전히 믿기 힘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절로 숙연해 지게 한다.

무엇으로 그의 삶을 논 할 수 있을까? 놓아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세월이 글로나마 이렇듯 아리고 시린데 어찌 무엇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했는지 모르겠다. 사실적인 묘사와 섬세한 표현으로 살아 움직이듯 담담히 뿜어내는 이야기에 온몸을 내맡기게 되니 말이다.  


이 책 「고향 사진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저자 김정현의 절친한 벗 故서용준씨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 져 17년을 몸소 병수발을 해 내며 그로 인해 자신의 꿈을 접고 아버지의 곁을 지킨 채 평생을 바친 친구의 한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저자의 감성을 울리는 필력에 더 해 애절한 이야기가 포개지니 어지간해 서는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못 배겨 나게 한다.  

  

곁에 있어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산소와 같이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라는 존재, 그런 존재이지 싶다. 허나 그가 걸어 온 삶처럼 이 땅의 아들로 장남으로 태어 나 운명처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 수 있을 런지는 자신할 수 없다. 이미 그 자체로서 감당해야 할 커다란 현실이 두렵기만 하고 옹송그러지게 하는 것은 애써 숨기기조차 힘든 비열함의 발로이다. 이러하기에 그의 삶을 존경과 위대함이라는 상투적 의미로 표현하기에는 한참을 못 미치게 하는 진정한 이유에 다르지 않다.  


이야기는 용준의 대학입학을 즈음을 시작으로 아버지가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상태로 맞은 현실로부터 정지한다. 충격과도 같은 젊은 용준에게 현실은 무겁고 힘겹기만 하다. 다른 형제들이 있건만 장남이라는 허울로 홀로 감내하려 한다. 그러기를 17년. 그 사이 중매를 통해 천사와 같은 희순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셋을 낳아 키우지만 언제나 그의 중심에는 아버지만 자리 잡고 있다. 신혼여행에서도, 모임에서도, 그의 삶의 나침반은 아버지를 기준으로 회전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함께 감내하며 아무런 불평 없이 벗이 되어 준 희순 또한 그 대단함을 금할 길이 없다.  


믿기지 않을 만큼 지극한 효심을 외부로 내색조차하지 않은 채 아버지가 깨어 날 것이라는 한줄기 희망의 끈을 붙들어 매고 당신이 남긴 모든 것을 끝끝내 지키며 당신이 멈췄던 17년전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다. 그런 실오라기 같은 희망도 부질없이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던 날, 그의 가슴 속 깊이 막혀 버린 답답함은 꼬여 풀리지 못하고 텅 빈 아버지의 빈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아 버리게 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의 채취가 깃든 낡은 사진관속 암실을 위안삼아 오랜 세월 숨겨 두었던 회한의 심정을 날것으로 마음껏 토해낸다.

이렇게 끝이 날지라도 그의 삶이 대단해 보일 진데, 그를 짓눌러 오던 뼈 속 깊이 파묻힌 채 멈춰 서 버린 현실의 무게가 다른 몹쓸 병으로 그에게 찾아온다. 결국 아무것도 자신을 위해서 어떠한 열정도 희망의 꿈도 펼쳐 보이지 못한 채 남겨 진 빈껍데기를 가슴에 끌어안고 그렇게 흙으로 돌아간다. 참으로 눈물 나는 삶이다.

시간을 멈춘 것 같은 옛것을 그대로 간직한 「고향 사진관」의 낡은 사진기를 통해 훈훈한 사진이 바람을 타고 전해온다. 사진 속 비워 둔 아버지의 자리에 굵은 눈물로 목이 메게 하고 더 잘 해 주지 못한 불효의 심정에 가슴 져 미게 하는 가족이라는 사진이 뜨겁게 전해 온다. 그가 보인 가족애의 우직하고 선 굵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는 시대를 초월한 아가페적인 사랑의 남다른 표현이리라.

용준과 그의 아이들이 허름한 사진관 옥상 밤하늘을 보며 별을 헤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비록 인생의 참맛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바람에 묻혀 사라져 갔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이제 더 큰 바람을 타고 사람들의 가슴속을 찾아 메마른 영혼을 달래 줄 것이다. 아마도 그의 마음은 따스한 미풍이 되어 또 어디에선가 그의 이야기를 읽고 목메어 눈물짓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 줄 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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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에듀 트레블 - 아이와 함께하는 교육여행
권수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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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싱가포르를 통째로 옮겨 왔다. 아름다운 자연과 쾌적한 도시 싱가포르의 모든 것을 알짜배기만 골라 담아 여행의 설레임을 더 한다. 이 책 「싱가포르 에듀 트래블」은 아이와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아이에게 보다 넓은 안목을 키워 주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부모를 위해 아주 상세하고 정확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 저자 권수인씨는 잦은 여행으로부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를 동반한 여행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생생한 사진과 설명으로 부모들이 겪을 여행준비의 고통으로부터 오롯이 해방시켜 준다.


일상에 쫓겨 모처럼 휴가를 내어 가족여행을 하려 손치더라도 어디를 갈지,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 막막해 질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비싸기만 한 패키지여행에 슬며시 기대게 되며 결국에는 2%로 부족한 애매한 여행이 되고 만다. 아마도 저자는 이러한 부모들의 심정을 엿보았기에 대신하여 멋지고 옹골지게 이 한권으로 모든 게 정리되는 책을 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싱가포르여행을 계획하고 일정을 짜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친절한 배려로 출발한다. 익히 알고 있다 해도 자주 이용하지 않는 공항에서의 에티켓, 비행도중 알아두면 좋을 TIP 등 저자가 여행을 통해 불편했거나 당황스러웠던 것을 talk로 분류해서 강조해 두었다. 게다가 여행지를 익히는 것에는 사진만한 것이 없기에 사진과 부연설명으로 사실감을 더 했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한마디로 싱가포르 여행의 A부터 Z까지라고 부를 만 하다.


굳이 싱가포르가 아닌 어는 곳을 여행하더라도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잘 곳에 대한 설레임과과 한편 드는 불안감은 여행의 공통점이다. 이 책은 여행의 큰 줄기에 맞춰 싱가포르의 구석구석을 소개시켜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그로부터 무궁무진한 여행의 즐거움을 한 아름 안겨주는 싱가포르의 참맛을 날것으로 보여 준다. 오히려 일러 주는 모든 곳마다 가고픈 욕심에 여행 전부터 가슴 들뜨게 하는 맛보기도 즐길거리라 하겠다. 여기에 싱가포르유학을 계획 중인 가족의 고민도 더불어 해결해 준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아이중심으로 맞춰 놓았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내 교통편 사용법을 통한 다양한 경험습득, 모험심을 자극하는 나이트 사파리체험, 어린이 식물원, 사이언스 센터, 아시아 문명박물관, 센토사섬 즐기기, 왈왈윗이라는 불리는 와일드와일드 웨트에서의 즐거운 물놀이, 빈탄섬에서의 휴양 등등. 모든 것이 아이를 위한 환타지 세상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좋으니 가보라는 식상함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으며 편리성, 비용 대비 만족도, 교육성, 아이평가의 항목으로 장단점을 분류해 선택의 즐거움을 마음껏 펼쳐 놓았다.


이렇게 감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심신이 즐거웠다면 여기에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 전통음식부터 뷔페식, 레스토랑식, 한식 등 여러 가지 맛집을 소개하여 어느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 맛은 어떤지 꼼꼼하게 하나하나 빠짐없이 일러주어 즐거움을 더 한다.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참된 가치가 있다. 단순하게 남들이 하는 대로 유행에 맞춰 계획 없이 떠나는 것은 여행이 아이에게 심어 줄 상상력의 확장을 반감케 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여행으로부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주고 몸소 체험해 보면서 상상의 힘을 키워 온전한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곳으로 싱가포르는 참으로 부럽고 멋진 곳임에는 틀림없다. 더 넓은 세계로의 여행을 꿈꾸는 가족이라면 싱가포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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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필
존 그리샴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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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샴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매번 그의 시간 속으로 흠뻑 젖게 한다. 빠른 전개와 다양한 인물설정으로 지루함 없이 긴장관계를 유지시켜 인간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더구나 지루하고 딱딱하기만 한 법정풍경을 주제로 말이다. 이번 작품 「어필」은 그가 가진 삶에 대한 철학과 깊이 뿌리 내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사상과 정치적 함의를 뚜렷이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성향으로 이 책 「어필」은 민주주의 국가의 대명사로 일컫어 지는 미국의 권력층 사회의 부조리와 민주적 절차의 수호에 따른 부작용 및 역차별을 여과 없이 소개함으로서 미국 비평가협회의 날카로운 시선과 이목을 받아 독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우리나라와는 역사적, 절차적, 구조적인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의 국가가 3심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같으나 재판과정의 참여와 재판관 임명방식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배심원제도의 채택으로 법리적 판단 외에 민주적 참여를 높여 사법부의 개방성을 엿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형평법재판을 통한 판사주재의 재판을 통해 심리가 가능케 하여 이해득실에 따라 재판채택의 다양성을 부여하고 있다.


소설은 유독물질을 무단 방출하여 식수를 오염시킨 트루도 그룹의 제조물책임에 관한 손해배상판결을 구하는 보우모우시의 피해자를 중심으로 출발한다. 법정대결을 통해 거대 자본집단과 결탁한 정치세력의 악취 나는 몰인간성에 집중하며 법정변호사 페이튼부부의 투철한 사명의식과 소송절차의 구조적 모순에 끝까지 저항해 나가는 선악대결의 전형을 따른다.


저자는 큰 틀 속에 다양한 인간군상을 등장시켜 미국사회의 선거구조, 재판구조의 구조적 모순을 유감없이 들춰낸다. 미국은 풀뿌리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건실하게 발달되어 있다. 지방의회, 지방정부, 지방사법부의 중요 직책은 주민의 투표로 선출하게 된다. 이러한 선출과정에 이해득실관계에 있는 거대자본과 결탁하고 다수당이 편식하기 위해 오염된 정치놀음으로 뒤바뀌는 것은 어제의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정치브로커를 통해 허수아비와 같은 후보를 배출하는 지방의원, 주 대법관, 도지사 등은 행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한된 반쪽의 대표로 추락하게 되는 모순적 현실을 생산한다. 이는 비단 미국사회의 문제만은 아니며 미국전체의 문제는 더 더욱 아닐지라도 간과해서 지나칠 수 없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사회의 한 단면이라 하겠다. 아마도 이러한 모습이 우리에게도 낯익은 풍경임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분명하다.


저자는 법치주의의 진정한 옹호와 사법제도의 독립이라는 숨겨진 진실에 대한 희망을 담고 대법원장 선출과정에 희생된 맥카시의 모습에서 통렬하게 현실을 꼬집는다. 또한 다수결의 원칙의 치명적인 허점인 객관성의 담보를 역이용한 거대자본주의의 사법부 통제에서 일그러진 사법정의에 분개하게 한다. 이렇듯 유전무죄에 대한 삐뚤어진 허망한 현실로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된다. 

"민주주의여, 고맙다. 시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해서 읽었다. 저자가 내포한 이야기 속 진실이 부유한 나라의 구조적 한계를 통찰하고 있으나 남의 일처럼 가볍게 넘길 소재는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또한 빠른 경제성장과 경제일변도의 정책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사각지대를 형성하여 왔다. 현재는 제조물 등에 관한 책임법이 그 체계를 갖추고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피고(제조물회사)에 전가하여 피해자 우선보호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법의 구축으로 인권보호를 최우선 법익으로 끌어 올려 실체적 진실과 평등을 구현한다 하겠다.

하지만 재판과정의 접근의 엄격한 보수성 및 높은 장벽과 과다한 재판비용, 시간소요 등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틀림없다. 덜 익은 제도보다 인권보호에 대한 제조물회사의 높은 윤리의식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현실이라 하겠다. 여기에 성숙한 권리의식과 참여의식은 헐겁고 엉성한 법의 테두리를 보다 나은 우리 옷으로 맞추어 나가는 첩경이 아닐까 한다.

이렇듯 이 책 「어필」은 민주주의 허점과 일그러진 인간군상에 대한 통찰이 탁월한 작품이라 하겠다.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 갈수록 공감하게 되고 어지럽게 얽힌 이해집단에 희생당하는 가진 것 없는 보우모우 희생자들의 심정을 가슴깊이 절절히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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