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 사람을 얻고 세상을 얻는 인재활용의 지혜
리수시 엮음, 김영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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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금을 통틀어 인재를 기용하여 얻고 올바로 사용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인재를 볼 줄 아는 넓은 안목과 올바른 식견이 부족하여 매몰되어 사장되어 버리거나, 인재가 가진 탁월한 능력을 적재적소에 제대로 기용하지 못하거나, 인재배양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양성을 위한 토양을 갖추지 못하여 실패하는 경우를 너무도 쉽게 맞닥뜨리는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기회에 중국의 저자 리수시가 쓰고 김영수 교수가 번역하여 쓴 이 책 용인은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양한 함의를 제공하고 시의 적절한 용인술을 펼쳐 보여 줌으로써 소위 소금과 같은 유익한 존재라 하겠다.


이 책은 중국의 역사 속에 나타난 선현들의 인재를 발굴하고 재능에 따라 절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한 용인술을 적확한 분석과 일련의 절차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지엽적으로 소개된 중국 역사 속 용인술을 한 곳에 모아 집약하고 분석하였기에 그 양이 실로 방대하고 두터우나 그렇다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넘겨 볼 것이 없게 만든 옹골찬 용인학 바이블이라 칭할 만하다.


또한 이 책은 인재를 가려내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기술하였다는 점에서는 리더를 위한 책이겠으나 다양한 성향을 지닌 인재들을 이해하고 적절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면에서 본다면 보기 드문 처세서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인재를 가려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직의 리더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책이라 하겠다.


저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용인술의 공통된 원칙을 모아 분류하여 서장에 용인의 개념과 원칙, 선현들의 용인관을 기술하여 총론으로 분류하고 다시 각론으로 용인의 중요성(용인지상用人至上), 인재 선발 시스템(선발인재選拔人才), 인재존중(지인선용知人善用), 추천인재(推薦人才), 임인유현(任人唯賢), 존중인재(尊重人才), 용인소장(用人所長), 용인불의(用人不疑), 불문과거(不問過去) 납용적인(納容敵人), 단련인재(鍛鍊人才), 인재탄압(억압인재抑壓人才)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저자는 용인에 대한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고착화 되고 획일화된 접근방식이 아닌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물을 중심으로 재조명하였다. 나아가 용인과 관련된 낯익은 고사성어와 유명한 일화를 소개하여 예시함으로써 심리적 거리감을 상당부분 해소하였으며 역자의 친절한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조조가 3만의 병사로 손권의 10만 대군을 물리치게 만든 순욱의 계책에서 비롯된 관도지전의 일화는 인재를 적합하게 사용하여 성공한 단적인 예라 할 것이며 이는 맥도날드 인재기용의 원칙인 “인재는 가장 적합하게 사용하면 되지, 굳이 가장 우수한 사람을 사용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 현실적인 처세술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p-529)


"벽옥을 별 탈 없이 다시 조나라로 가져왔다“는 ‘완벽귀조’라는 완벽의 의미를 화씨벽을 둘러싼 인상여를 통해 엿볼수 있으며 이는 기용했으면 의심하지 않는 혜문왕의 무한신뢰와 리더쉽을 더불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귀감이라 할 것이다.(p-576-577)


퇴고의 단어에 깃든 의미, 백락과 천리마의 관계, 뾰족한 송곳은 언제든지 뚫고 나온다는 모수자천의 고사성어를 남긴 모수의 이야기, 너무도 유명한 유비와 재갈량의 삼고초려, 초심이 흔들린 당 현종과 양귀비 일화, 여성의 핸디캡을 극복한 유일한 여성 황후 무측천, 외모만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우를 범한 손권과 방통의 일화 등이 남긴 것은 언제 들어도 그 참된 의미가 깊고 커 마음속 울림이 되어 공명하게 한다.


용인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미래에도 반드시 인식하고 소통하여야 할 영원한 화두로 남을 시대적 과제라 하겠다. 시대가 발전하여 시스템화 되고 완벽한 조직으로 구축된 요즘에도 인간 경영의 중요성은 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결국 인재를 아끼고 제대로 기용, 육성, 관리하는 것 또한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이 듯 인재 스스로 발전하고 돌보지 않으면 - 역사가 증명하듯이 - 퇴보되고 부패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할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5천년 역사 속에 깃든 선현들의 가르침은 오늘을 사는 우리와 무관치 않음을 알게 된다. 우리 사회는 -인재를 바라보는 관점이 지극히 협소하여- 영재 위주의 소위 일등주의, 성적지상주의에만 사로 잡혀 있다. 그로 인해 인재를 선발하고 기용하는 데 그가 가진 역량과 인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학연, 지연, 학연 등에 얽매여 구태를 벗어 버리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클 것이며 책 속에 깃든 의미는 남다르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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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시크릿 - 시크릿은 없다. 최고의 실력을 갖춰라!
이지성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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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몇 년 사이 성공학에 대한 대중들의 열기가 엄청나게 뜨겁게 달아 올랐다. 그러한 관심의 포화가 집중된 원인에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그 최선두에 론다 번의 「시크릿」이 있음은 월간 베스트셀러의 순위만으로도 그 인기를 가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그녀가 주장하는 주요원리인 끌어당김의 법칙에 매료되고 앞 다투어 배우고자 하였다.


격렬한 열광도 잠시 타오르다 사라질 것으로 비쳐 보인다. 인류의 1%만 알고 간직하고 있다는 놀라운 비밀이 허점투성이의 모순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고 그에 따른 논리적 허구와 궤변에 대하여 지적하기에 이르렀으며 실망감을 맛보았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녀가 끊임 없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구하고 믿고 받으라"는 염원이 현실로 이루어지기에 어딘지 모를 불완전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며 환상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게 된 예정된 결과라 하겠다.


인간의 말초적인 심리를 자극하여 성공을 갈구하는 나약한 본성에 기대어 잠시나마 우리를 달뜨게 한 것은 좋으나 이러한 기회를 빌미로 도통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이론을 들먹이는 것은 사이비에 가까우며 배금주의로 물든 현실을 더욱 삭막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게 한다.


이러한 「시크릿」의 문제에 대해 「꿈꾸는 다락방」의 저자 이지성씨가 「노시크릿」으로 통렬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그 또한 나름의 성공원칙을 오랜 추론과 연구를 통해 자료를 축적하고 성공사례를 모아 이미 R=VD라는 공식을 완성하였기에 차재의 「시크릿」의 반박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반박의 논리적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그의 용단과 굽힐 줄 모르는 확신에 찬 소신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싶다. 엇비슷한 처지와 위치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타인의 주장과 이론을 반박하고 그에 대한 논리적 허구를 지적한다는 것은 본인의 주장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상당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올바른 선택을 할 이정표 내지는 인식의 틀을 확립하여 준다. 「시크릿」에서 일관되게 주장되는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한 무행동의 모순에 대하여 실랄하게 비판하고 냉철한 일침을 가한다.


나아가 「시크릿」을 구성하고 있는 성공사례들에 대한 현실적 허구성과 인터뷰어들의 면면을 낱낱이 소개하여 비논리적 이론에 대하여 철저하게 헤짚어 놓아 비판의 기본인 검증자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 하였다.


또한 저자는 「시크릿」을 중심으로 성공학을 대변하는 유명한 성공학자들의 기본 중심사상이 초기 힌두교의 교리에서 비롯되어 근본사상과 가치관이 동질의 것임을 시사한다. 그들은 이러한 종교적 관점에서 현대적 의미의 믿음으로 유추 해석하여 취사선택함으로써 근원을 찾기 힘들게 되었으며 겉만 번드레하게 치장하여 확대 재생산하였음을 비판한다.


그러나 저자의 이러한 용기와 결단이 모든 것을 밝히고 보여 주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건전한 상식이 통용되고 스스로 여과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으며 나아가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할 수 있는 문화적 장치들이 보이지 않는 시스템으로 얽혀 돌아가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의 말미에서 또 다른 비판에 대하여 겸허하게 수용하고 포용할 것임을 언급한 것은 애써 그의 심정을 대변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굳이 나서서 밝히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밝혀 질 수도 있을 일이겠으나 「시크릿」의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덜 영글어진 우리의 꿈이 온전하게 자리 잡지 못하게 됨을 안타까워 하는 심정으로 퇴고의 힘겨움을 이겨 냈으리라 본다.


제 아무리 치우침 없는 객관적 비판을 가하고자 하나 어디까지나 주관적 감정이 개입되어 이루어 진 일이기에 그에 대한 겸허한 비판은 달게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에 대한 오늘날 반응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은 배타주의적 감성에 길들여진 나약한 우리네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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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2 - 하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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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덮으면서 한동안 커다란 아쉬움에 목말라야 했다. 이야기가 안겨 준 감정의 교감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영원히 더 이상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저자의 글을 볼 수 없음이 그리 만들었다. 저자는 단순히 은퇴 후 노후를 위해 무려 2,000페이지에 달하는 밀레니엄 시리즈를 집필하기로 하였다고 하나, 그 동기의 단순함은 금방 의미를 잃게 되어 버리고 그가 만든 세상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조앤.K.롤링의 해리포터에 열광하는 것처럼 그리 되어 버리고 만다.


이 책은 사전에 캐릭터를 적확하게 구성하여 놓은 후 플롯을 가미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이는 저자가 가진 현장 경험과 인종주의에 대한 르포르타주 전문기자라는 직업에서 비롯되는 것 일게다. 자로 잰 듯 한 시공간의 구성과 연결과정의 정교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으며 요즘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임을 대번에 알게 한다.


저자는「말괄량이 삐삐」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인하여 밀레니엄의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현대판 삐삐의 재탄생이라 한다. 두 인물 간 캐릭터가 닮았다고 하기에는 왠지 무리수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뤽 배송 감독의「니키타」의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며 전사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게 떠오르니 말이다.


밀레니엄은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작은 아직 읽어 보지 못한 터라 그 정확한 이야기를 알 수는 없으나 2부에서 거론된 인물들을 보면 새로운 사건을 이끄는 인물을 제외하곤 중심인물들인 천재 해커소녀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밀레니엄의 스타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그대로 등장하며 이야기 간 연결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1부를 읽지 않았더라도 2부를 읽어 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단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에 그친다.


또한 이 책은 사건의 전개나 해결을 위주로 하기 보다는 인물의 환경이나 환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공포와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장르인 스릴러 소설로 분류되어 있다.(네이버 국어사전참조) 이에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병폐에 대해 다분히 고발적인 내용을 그 모티브로 차용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폭넓은 경험이 기반이 되었기에 독자로 하여금 감정적 교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 되지 못한 문제를 끄집어내어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야기는 리스베트의 어린 시절의 고통스런 과거의 한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며 이 책의 부제가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로 명명되었는지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자극적이고 낯선 부제를 저자는 무슨 이유로 사용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모든 것이 정리되며 왜 그렇게 하였는지 절실하게 공감하게 한다.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부조리한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의 암투에 가려 희생된 지옥 같은 유년기를 보내게 되며 그 과정에 무수히 많은 여성의 노예화, 상품화 되는 모습을 보고 자라게 된다. 철저히 소외당한 아픔을 극복하고 스스로 자력구제에 나서는 계기를 만들며 우연한 기회에 찾아든 살인사건의 중심에서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과 번뜩이는 기지를 바탕으로 악을 응징하는 모습에 환호하게 한다.


반면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의협심이 강하고 탁월한 기자정신으로 무장한 캐릭터로 등장하며 시종일관 정의감에 불타 오르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이 책과 유사한 소설의 등장인물과 궤를 같이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의 상세한 묘사와 사실감 넘치는 표현으로 저자의 꼼꼼한 성격을 다시금 느끼게 하며 특이한 캐릭터인 금발거인의 등장은 소설의 재미를 부가시키게 한다. 아마도 007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출연한 죠스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할 것이며 극적요소에 필요불가결한 장치로 악을 상징하는 피조물로 이용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이 책은 탄탄한 스토리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여 만든 작품임에 틀림없으며 빠른 속도감 있는 전개와 다양하게 얽힌 복선구조의 암시로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여러 등장인물들과의 주인공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립구조는 가히 이 작품의 백미라 할 만 한다.


저자는 또한 프랑스의 유명한 수학자 페르마의 정리의 소개로 또 다른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마도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로 작용하는 피보나치 순열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수학적 소재가 동일패턴이라는 관점을 견지한다면 페르마의 정리에 대한 해답과 이야기의 결말에 대한 의미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맥상통함을 의미한다 하겠다.


이렇듯 손에서 내려놓기 아쉬울 만큼 빠져 들어 읽었다. 두꺼운 분량에 비하여 읽는 과정은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다시 3부가 나오기를 목 놓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오히려 읽어 내는 것 보다 더 힘들게 할 것 같다.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적 상상력에 놀라게 될 것이고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이야기에 누구나 단번에 매료될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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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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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내리사랑은 같은 모양새인가 보다. 나의 아버지도 당신의 안위보다 우선하여 자식의 바른길로 향함을 제일로 두셨다. 그런 깊은 부정이 계셨기에 오늘에 내가 있음은 당연지사이다. 이런 선 굵은 사랑이 담긴 아버지의 가르침은 500년전 에도 환경과 모습만 달리 할 뿐 그 깊이가 달리 보이지 않는다.




이 책 「아버지의 편지」는 조선시대 최고의 선비인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가 그들의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를 풀어 엮었다. 한문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딱딱한 색깔이 짙게 깔려 있으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흔히 말하는 영판 우리네 보통 아버지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며 저절로 늙은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알기 쉽게 풀어 써 하나하나에 해설을 더해 놓았다. 평소 그들에게서 보기 드문 곰살 맞은 모습이나 자식에게 연약한 마음을 내 비취는 인간적인 모습에서 아버지가 가진 어깨가 달리 보이게 하며 어머니와 다른 내리사랑에 새삼 숙연해 지기까지 한다. 




이렇듯 한 시대를 풍미했던 쟁쟁한 선비들의 편지 속에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맑은 정신에서 올바른 기운이 발현됨을 몸소 실천해 보인 위대한 아버지들이기에 남달라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들에게 있어 가난은 고통이 아닌 지조로 여기며 개의치 않았으며 오로지 학업에 매진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기에 전념하면 그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말한다.




세대 간의 갈등은 어디에나 있는 불가피한 모습인가 보다. 매사 하는 것이 못미더워 보이고 여간해서 성에 차지 못하는 것이 아비가 가진 감출 수 없는 본시 마음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자식 또한 마땅치 않은 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허나 이 속에 담긴 사랑의 깊이가 얼마나 크고 도타운지 모르는 바 아님을 안다. 그 시절엔 몰랐던 아비의 마음을 아비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어리석음과 함께 말이다.




가난에 겨워 학업이 늦은 아들에게 젊은이들과 헛되이 보내지 마라는 퇴계 이황의 그윽한 충고, 진득이 학업에 매진하지 않고 쉽게 얻을 궁리만 하는 것은 허위임을 근엄하게 지적하는 서애 유성룡의 마음, 조근 조근 상세하게 독서의 방법과 목적을 일러 주며 다 잡아 주는 서계 박세당, 독서야말로 인간의 지극히 좋은 맛이라 추켜세우며 진득하기를 바라는 택당 이식과 구방심 공부에 힘쓰라는 순암 안정복선생의 가르침.




반면 이런 근엄하고 무뚝뚝한 가르침 뒤에 아비로서의 사랑과 인간미가 가득 묻어난다. 손수 직접 고추장을 담가 자식의 건강을 살피는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인 연암 박지원, 시시콜콜 생기는 소소한 일상에 애정을 기울이는 표암 강세황, 손주의 얼굴이 너무도 보고 싶어 오매불망한다는 엄살을 떠는 퇴계 이황과 연암 박지원의 손자 사랑에서 나의 아버지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아버지의 편지」에는 아버지의 자상한 면모와 함께 자식의 학업이나 인생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자세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어머니는 하기 어려운 준엄한 질책도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아비가 겪은 인생살이에 대해 자분자분 일러 주며 인생 선배로서의 격려를 곁들였다. 근래 보기 드문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요즘과 같이 아버지와 자식 간의 정이 살갑지 않은 이 때 곁에 두고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으며, 이 책이 주는 책 그 이상의 남다른 의미를 만끽 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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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몽, 조선 최후의 48년
박성수 지음 / 왕의서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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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 중 암울하고 어두운 시기를 꼽으라면 단연 일제 강점기를 읊조릴 것이다. 학창 시절 역사교과서를 통해 배운 침통한 과거사이기에 나의 폐부 깊숙이 각인되어 있음이 이유다. 허나 이런 피 끊는 역사의식에 반해 우리의 이성적 관점은 그 시기를 통과해야 하는 학습으로서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음을 기억 한다. 그저 나의 절친하였던 녀석과 -무채색의 감정만을 남긴 채- 그 시기의 중요한 역사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필요에서 습득하였던 일종의 수단으로서 말이다.




이러한 맹목적인 주입식 교육의 지식습득에만 주력하다 보니 그 속에 깃든 민족의 아픔과 고통을 온전히 알지 못 한다. 이러한 계기에 「남가몽 조선 최후의 48년」을 만난 것은 나로서는 실로 고마운 일이라 하겠다. 제대로 뿌리 잡지 못한 엉성한 역사의식을 치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여 주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조선후기부터 한일합병까지 고종과 순종의 최측근에서 요즘의 수행비서관을 하였던 정환덕이라는 분이 일기형식으로 기록한 비서秘書의 일종으로, 역사학자 박성수교수가 간추려 편집하였다. 기존에 배운 역사 교과서가 담고 있는 경직성을 벗어 나 그 시대 역사를 생동감 있게 몽타주할 수 있게 한다.




남가몽南柯夢. 오백년 종묘사직 조선왕조가 덧없이 한순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음을 통한해 하며 눈물로 적은 글 일게다. 이 글을 읽는 내내 치욕과 무능의 역사에 비분강개悲憤慷慨의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편협한 역사의식에 다시금 성토하게 되고 다양한 시각을 통해 가려진 새로운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정환덕은 남가몽을 통해 세상을 엿보았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성에 겨워 그가 바라 본 기울어 져 가는 세상의 풍광을 고스란히 녹아냈다. 책 속에서 우리는 배우지 못한 진실과 어색한 조우를 하게 되며 너무도 깊게 새겨 진 편중된 진실과의 혼돈이 뒤섞이게 됨을 알게 된다.




또한 궁 내외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담담한 필체로 유연하게 담아내고 있다. 정환덕의 마음을 얻어 벼슬자리를 얻기 위한 줄 대기, 어지러운 시국을 이용하여 허위 기술로 사기 치기 , 김천의 기생 고부댁의 매관매직일화를 통해 부패한 조선의 모습을 통찰하고 있으며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조선의 운명을 개탄해 하는 마음을 안타깝게 그리고 있다.




역사 속 고종황제는 과연 무능하기만 하여 수구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만 일관하였을까? 정환덕은 그리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고종을 둘러 싼 간신배들과 열강의 간섭에 꿋꿋이 한나라의 국왕으로서 면모를 오롯이 지켜 낸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다.




짐이 대통을 이은 뒤 생민은 도탄에 빠지고 사직은 위태로워 망할지 모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환란과 재난이 없는 해가 없었던 것은 치안유지에 실패한 탓이었으며 짐이 부덕한 탓으로 그 화가 2천만 국민에게 미쳤다. 지금 뉘우친들 무엇하겠는가? 세 부득하여 동궁에게 전위한다. 천지신명과 종묘사직에 성심으로 이를 고하는 바이다. p-203 




고종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황제로서의 자질이 부족하여 근대화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과 외세에 굴복당한 것에 대해 아직도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고종황제의 업적에 대한 재조명을 차치하더라도 황제가 겪었을 무력한 설움과 고뇌, 그 와중에도 온갖 계략으로 황실을 괴롭혀 일제에 충성하는 윤덕영, 이완용, 송병준 등 친일파들의 작태에 대해 겪었을 황제의 마음을 정환덕은 고스란히 대변해 주고 있다.




이렇듯 조선왕조의 최후는 애절하고 비통하게 끝났다는 역자의 말에 공감함을 뼈 속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역사학자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이는 역사의 현재와 오늘이 덧쌓여져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아직 못 다한 치환의 역사가 남아 있음을 안다. 아마도 정환덕은 남가몽을 통해 현재를 사는 오늘에게 시침을 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여 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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