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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 인간처럼 건강하게 - 몸을 아낀다면 더 많이 움직여라
요르크 블레히 지음, 박병화 옮김 / 열음사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협하는 최고의 적은 무엇일까? 난 편리함에서 배어 나온 게으름이라고 본다. 지난 200년의 시간 동안 인간은 인류가 출현한 시간 대비 불과 0.01%의 미미한 시간을 통해 이전의 삶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엄청난 변신을 이루었다. 이처럼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혁신적인 변화는 인간의 삶의 근간형태를 바닥부터 심하게 뒤흔들었으며 인간의 능력을 증명하였다. 육체본위의 사회형태가 지식본위의 사회형태로 재빠르게 이전하였기에 이전 인간의 삶보다 훨씬 육체노동의 비중이 낮아졌음은 재고의 여지가 없다. 더불어 분화된 사회구조는 수렵의 흔적마저 지워 버렸기에 애써 수족을 혹사시킬 필요조차 사라진 현실이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편리함 외에도 부작용을 양산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무엇보다 인간이 석기시대부터 진화되어 고착화된 생존의 흔적이 간직된 인체의 사고가 고스란히 우리를 다시금 역공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인류 최대의 적 비만이다. 예전에 비해 덜 움직이고, 더 많이 먹고, 더 쉽게 흥분하게 만드는 우리의 생활 패턴이 그렇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다. 21세기의 주적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반대급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 <석기시대 인간처럼 건강하게>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신체에 담긴 확고부동한 가치를 다룬 이야기이며 진화의 화석 속에 각인된 진실을 고스란히 발굴한 실로 가치 있고 의미심장한 담론이라 하겠다. 기존의 의학적 사고를 뒤엎고 나태함에 빠진 인간에게 분명하고 확실한 일침을 가하는 내용은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된다. 바로 몸을 아낀다면 더 많이 움직일 것을 말이다.
흔히 우리는 질병에 걸리게 되면 의사의 진료를 받고 대개는 요양을 통한 안정과 침상휴식을 처방받는다. 나아가 치료가 힘든 악성질병인 경우에는 꼼짝없이 격리 수용되고 마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누구나 달리 특별한 이의를 하지 않는다. 기실 질병을 치유하고 건강한 몸으로 회복하는 지름길이 휴식임은 묵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개의치 않게 받아들인 지나친 휴식의 미덕이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하고 서서히 죽음으로 몰고 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 요르크 블레히는 이러한 이면에 가려진 신체의 비밀에 주목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지적한 사실의 근거가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사실이며 과학적 자료를 통한 검증을 분명하게 구축했다는 것이다. 독일인 저자의 치밀함이 돋보이게 하며 담론의 신빙성을 확보하였다.
인간의 신체구조는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수렵생활로 연명하던 석기시대에는 채집한 음식물을 체내에 다량으로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 하였다. 신진대사에 필요한 영양분만 소비한 뒤 잉여의 영양분은 지방으로 축적하고 이렇게 저장된 비축에너지는 불안정한 환경을 극복하는 동인이 되었다. 이것은 살기 위한 본능이자 몸부림의 표현이다. 이러한 진화의 속도는 호모사피엔스를 정점으로 현재의 인간에게까지 이르렀음은 알려진 바와 같다. 따지고 보면 신체의 활동적인 유전자는 내재된 기억에 다름 아니다.
진화의 내부에 모습을 감춘 유전형질은 인간을 쉴 새 없이 자극하는 거추장스런 요인으로 작용한다. 덜 움직여도, 과잉 섭취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그런 변화를 바라는 것은 요행에 다르지 않다. 이 책의 실제사례를 통해 나타난 효과와 결과물은 인간의 생체리듬이 지속적으로 부단하게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에 맞추어 져 있다는 사실을 확고부동하게 보여 증명하는 표식이다. 신체의 유연함을 유지하고 활발한 피돌기를 통해 순환이 막힘이 없고 지속적인 시냅스의 자극으로 뉴런이 생산된다는 진실을 인식한 것은 불과 4반세기에 불과하다.
이처럼 저자의 운동혁명은 선택과 강요를 넘은 생존에 다르지 않다.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우리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각종 질병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는 힘으로 저자는 운동을 꼽는다. 저자의 강력한 주장이 현대를 사는 우리를 살리는 길일지도 모른다.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양성종양, 치매,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이나 삐걱거리는 신체는 불용불설의 오차 없는 적용이다. 근육이 위축되고 혈관이 오그라드는 만큼 인간의 수명 또한 줄어들고 피폐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진실은 무서운 현실이다.
이 책을 파고든 움직인다는 동적 사고는 광범위한 대중성을 확보할 명분이 뚜렷하다. 하지만 운동의 중요성을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낮추고 지극히 보편적인 가치수준으로 인식한다면 크게 개선되거나 달라질 게 없다. 위약효과(플라시보)처럼 인간을 매혹시키고 강인한 의지와 목표에서 오는 순수한 착오가 인간을 이롭게 할 방편인지 모르겠다. 그저 운동이 건강만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일반화로 격하된 담론을 끄집어내야 한다. 우리 몸에 깃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보호본능의 놀라운 힘과 비밀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