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옆지기가 꿈에 시달렸다. 꿈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낯선 어느 곳에서 물고기를 잡는 행사가 있었다. 이미 길게 뻗은 줄 사이로 앞 선 아이가 제 키보다 큰 잉어를 품에 안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더란다. 이후 아내의 차례가 되어 물 속을 드려다보니 커다란 잉어, 표독스런 뱀, 열대관상어처럼 생긴 노란 물고기가 노니는 것을 보았나 보다. 아내는 평소 비린 것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터라 꿈에서도 그 성격이 고스란히 표출되었던 모양이다.
징그러운 마음도 잠시, 그렇게 잡아 올린 물고기는 열대관상어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노란 물고기. 그것도 2마리나. 그런데 품은 물고기를 엉겁결에 놓치고 말았다. 아내는 그 와중에도 한 번 더 커다란 뜰채로 물고기를 끌어 올렸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유유히 사라져 버린 물고기. 무엇을 예지하는 것일까?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꿈의 파편들을 끌어 모아 분석하는 작업을 다룬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프로이트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일어났던 실제의 사례를 통해 일정한 가설을 만든다. 그는 해박한 정신분석의 연구를 통해 습득한 경험을 통해 꿈을 꾸는 이유, 꿈이 뻗어 나가는 궤적을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다룬다.
프로이드는 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과연 꿈의 가치는 미래를 예지하는 데 있을까? 물론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대신 꿈은 과거를 가르쳐준다고 하는 편이 더 옮은 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꿈은 어떤 의미에서든 과거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p311)
프로이드에게 꿈은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의미한다. 억압되고 내재된 욕망이 의식의 뒷편에 숨은 또 다른 자아의 분출이고 표현이라는 말이다. 프로이드는 꿈을 성적인 욕망과도 매개했다. 모자를 쓴 중년신사의 중절모자란 특정사물이 남성의 성기를 비유하기도 한다. 이처럼 프로이트는 에고(자아), 이드(본능), 슈퍼에고(초자아)를 구별하고 억압당한 본능에 충실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으며 얼토당토 않은 주장으로 매도 당했다.
그렇다면 프로이트가 자신의 이 책에서 꿈을 소망하고 왜곡된 재료를 바로잡은 성과는 무엇인가? 프로이트는 본능을 일깨웠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전제로 한 모든 인간의 본성에 깃든 본능을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는 사실이다. 그에게 꿈의 해석은 본성을 적확하게 드려다 보는 프리즘이었을 것이며 정신세계를 조밀하게 엿보는 확대경에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프로이트가 남긴 <꿈의 해석>은 난해하다. 광인의 언변처럼 믿기 힘든 사실을 단순하게 꿈에 나타난 재료를 통해 다듬고 가공한다는 것은 어딘지 모를 의구심을 낳는게 당연한 현상인지 모른다.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아내의 지난 밤 꿈이 무엇과 관련이 있는지 비추어 보았다. 아내는 현재 임신중이다. 잦은 입덧에 괴로워하고 무기력증을 호소한다. 그로 인해 유발되는 피로감, 신경증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중이다. 하지만 평소 너그럽고 여유로운 성격으로 인해 조금은 대립각을 세울 상황을 적절히 조절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연 다소 해괴한 꿈의 의미는? 태몽으로 직결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네이버친구에게 문의한 결과 딱 맞아 떨어지는 즉답은 없다. 프로이트가 말했듯 예지로 이어지는 꿈은 모두 소망의 충족 또는 욕망의 표현이라는 관점을 유지한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이 꿈은 평소 비늘 덮인 물고기를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눈꺼풀이 없이 빤히 쳐다보는 생기없는 동공을 거부하는 아내의 행동을 보아서는 임신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축적된 상태인 모양이다. 이것은 태몽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나는 스트레스로 인한 정상의 상태를 갈망하는 불만의 무의식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물론 네이버친구의 신뢰할 수 없는 말에 의하면 재물운이라고도 하는데. 그럼, 아내에게 로또를 사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
p.s) 위 책은 지난 3월 시작해서 지금껏 읽고 있는 책이다. 한 순간에 몰아쳐 읽어 낼 성질의 책이 아니므로 천천히 곰삭혀 읽는 중.
p.s) 이 꿈이 무슨 뜻일까요?